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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14화 (14/225)

[14화]

목표는 살아남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Re write에서 승자로 남아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반도 살지 않은 어린아이를 발판 삼으면서까지 살아남고 싶다 할 만큼 시현의 마음은 독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바보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는 괜찮으니 서윤이를 구해 주세요.”

“…….”

그러나 민서라는 시현의 말을 무시했다.

눈을 감은 채 쓰러져 있는 이서윤을 방치하고 그를 들쳐 멨던 것이다.

‘왜?’라는 의문이 끝나기도 전에 시현의 의식을 잡고 있던 마지막 끈이 끊어졌다.

—47. 과연 윤시현이 버텨 낼지 모르겠네요. 그 애를 많이 아끼던 거 같은데.

—48. 하……. 마음 같아서는 내 손으로 이한울 같은 놈들을 싹 처리하고 싶다. 대체 왜 이한울 같은 놈이 순위권인 거야?

* * *

생명의 탑 인근이 신혈의 향기를 따라 몰려든 악마의 군락이 되어 버렸기에 시현은 민서라의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시현이 심각한 수준의 외상을 입은 건 아니다.

그러나 한계에 달한 육체를 억지로 혹사시킨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했다.

“으아아……. 죽겠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 정도의 근육통과 지끈거리는 두통은 날이 바뀌었는데도 시현을 편하게 두지 않았다.

몸 성히 움직이려면 적어도 2~3일은 요양해야 할 것 같았다.

“시현 씨, 정신 차렸어요?”

문이 열리고 민서라가 빼꼼 얼굴을 들이밀었다.

민서라는 벌써 두 번이나 시현의 목숨을 구했다.

그런데도 그녀를 보는 시현의 시선이 마냥 곱지가 않았다.

자신을 구해 준 것에 대한 감사.

하지만 이서윤이 아니라 자신을 선택한 것에 대한 질책.

두 개의 감정이 교묘하게 섞인 눈빛에 민서라는 그저 웃기만 했다.

“이유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노려보지 마요. 저 이렇게 실실 웃고 있어도 속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고 있거든요? 여기 눈물 자국 보여요?”

민서라는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간밤에 펑펑 울어 젖힌 건지 퉁퉁 부어오른 눈이 보인다.

‘하긴, 민서라 씨도 서윤이를 엄청 아꼈으니까.’

시현이 감염을 의심하느라 스스로를 구금한 사흘 동안 이서윤을 보살핀 이는 다름 아닌 민서라였다.

그런 민서라가 결단의 순간에 이서윤이 아닌 시현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고통을 무시하고 억지로 몸을 일으킨 시현은 소매로 눈가를 한 번 훔쳤다.

“물렸습니까?”

시현은 지난밤,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머리를 굴려 도출한 의심을 입에 담았다.

“네.”

민서라는 담담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

“서윤이를 데리고 달아나는 도중에 목덜미를 콱, 그놈 엄청 빠르더라고요. 저 진짜 심장이 터질 만큼 필사적으로 쫓았는데……. 씨발.”

결국 참지 못한 민서라가 눈물을 쏟았다.

둑이 터져 강물이 범람하는 것처럼 주체하지 못한 방울들이 바닥을 적셨다.

“아이 하나도 못 구하는데 무슨 구원자냐고요. 쪽팔리게 진짜.”

물론 시현이라 해서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을 뿐이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그렇기에 그녀를 위로해 줄 여유 따위는 없었다.

잠시 흔들렸던 민서라가 다시 일어서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간밤에 생각해 봤는데. 저 학교로 갈까 해요.”

“학교…….”

시현은 그녀가 내뱉은 말을 천천히 곱씹었다.

종말 후 악마는 먹이 피라미드의 정점에 섰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인류는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존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세력을 이루기 시작했다.

악마에 비해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을 합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으니까.

학교는 원작에서도 꽤나 유명한 세력이 거주하던 장소다.

외고에 다니던 학생들이 주를 이루며 피난을 온 몇몇 어른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세력이 만들어졌다.

특징으로는 생존자들을 대가 없이 보살펴 준다는 것.

대상이 노약자, 특히 아이라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보호하고 본다.

어째서 민서라가 그곳으로 향하려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한울은 이런 세상에서도 이기적이지 못한 시현을 비난했지만, 민서라는 그런 시현보다 더 하면 더했지 못한 사람이 아니었다.

“시현 씨는 어떻게 할래요? 참가자 중에는 시현 씨 만큼 믿을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거 같고. 같이 가 주시면 좋을 거 같은데.”

그녀는 솔직하게 동행을 요청했다.

그러나 시현은 선뜻 그녀가 내민 손을 잡지 못했다. 학교는 가능한 한 피하고 싶었다.

봉사 성향이 강한 학교에 의탁한다면 그만큼 성장이 늦어지게 된다.

이기적이고 싶지 않았으나,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다.

더군다나 참가자가 아닌가.

다른 경쟁자보다 위에 서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돕느라 한가로이 시간을 소모할 수 없다.

시현은 자원 봉사자가 아니다.

이는 당연한 선택이다.

“저는 마트로 갈 생각입니다.”

“아아, 마트! 하긴, 생각해보면 LT마트로 가는 게 정석이기는 하겠네요. 그래도 아쉽긴 하다.”

괜히 발끝으로 마룻바닥을 차던 그녀가 어색함을 감추려는 듯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 저는 이만 가 볼게요. LT마트면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니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기회가 되면 학교에 들르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럼 수고요!”

손을 흔든 민서라가 방을 빠져나갔다.

홀로 남겨진 시현은 창문으로 다가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 멀어지는 민서라의 뒷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합리적인 결정을 한 것뿐이니.

“…….”

하지만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 * *

시현이 LT마트를 다음 목적지로 삼은 이유는 오로지 하나.

원작의 주인공인 정훈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신뢰할 수 있는 동료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든든한 동료가 꼭 참가자여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원작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인격이나 성품, 실력, 재능 따위는 이미 검증되어 있다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언제 뒤를 칠지 모르는 다른 참가자와 서로를 불신하며 진을 빼는 것보다 그들을 섭외하는 편이 나을 터.

그런 의미에서 한 번 세상을 구한 이력이 있는 정훈은 최고의 인재라 할 수 있겠다.

‘조금 더 빨리 정훈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LT마트 이전에 정훈이 있던 장소는 정확하게 언급되지 않아.’

기껏해야 대로나 망가진 주택 등 그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는 사소한 단서조차 묘사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정훈을 만나기 위해서는 LT마트로 향할 수밖에 없다.

LT마트는 정훈이 인간을 향한 불신을 회복하고, 믿을 수 있는 두 명의 동료들을 만나는 장소다.

그곳이라면 정훈과 자연스러운 만남이 가능하다.

운이 좋으면 한 번에 세 명의 아군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정을 내린 시현은 곧장 준비에 착수했다.

준비라 해 봤자 민서라의 집 안에 있는 식량이나 생필품 따위의 짐을 챙기는 게 전부였다.

집주인이 마음껏 사용해도 좋다고 했기에 시현은 망설이지 않았다.

민서라가 준비한 양이 너무 많아 가방에 꽉꽉 눌러 담았는데도 줄어든 것 같지가 않았다.

“준비는 이만하면 됐고. 아, 맞다. 겨울용 야상도 한 벌 빌려야지.”

애용하던 낡은 외투는 이한울과의 전투에서 분실했다.

혹독한 계절에 겉옷도 없이 나갔다가는 얼어 죽기 딱 좋다.

천만다행으로 민서라는 여러 개의 야상을 가지고 있었다.

오버핏을 좋아하는지 시현도 충분히 입을 수 있는 사이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시현은 신세를 졌던 민서라의 집을 나섰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니 넓게 뻗은 대로가 보였다.

여기서 오른쪽은 LT마트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어제 있었던 격전지로 가는 길이다.

잠시 망설이던 시현은 왼쪽 길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아아아…….]

쇠를 긁는 듯한 낮고 소름 끼치는 음성이 들려왔다.

바닥을 보고 걷던 시현은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작은 체구의 아이가 비틀거리며 시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있는 아이는 목뼈가 보일 정도로 목덜미의 살점이 뜯겨져 나가 있었다.

애정을 갈구하는 것처럼 손을 뻗어 오는 아이의 정체는 이서윤이었다.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서윤이었던 하수인이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지척까지 도달한, 자신의 허리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하수인을 시현은 끌어안았다.

하수인은 두 손으로 시현을 할퀴며 이빨로 야상을 물어뜯었다.

모처럼 새 옷으로 갈아입었는데 벌써부터 이빨 자국이 남았다.

시현은 하수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누군가를 죽이고 잡아먹지 않았으면 좋겠어.”

회칼을 역수로 쥔 시현이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복수는 반드시 해 줄게.”

그리고 하수인의 심장에 꽂아 넣었다.

[아아아아!]

하수인은 발버둥 쳤다.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 거 같아 시현은 하늘만 올려다봤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하수인의 발버둥이 멎었다.

축 늘어진 무게감이 품 안에서 느껴질 뿐이었다.

시현은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하, 왜 비가 오고 그러냐.”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 * *

잠시 돌아가기는 했으나 시현의 목적지는 LT마트다.

상당히 위험한 여정이겠지만 구원자가 되었으므로 생존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무사히 LT마트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차를 이용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어렵겠지?”

아쉽지만 이는 바람으로 그쳐야 했다.

아포칼립스의 여파 덕에 멀쩡한 차량을 찾는 건 난이도가 상당했다.

설사 차를 찾는다 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대부분의 도로에는 버려진 자들이 방치되어 있다.

차량을 이동 수단으로 선택한다면, 그 경로가 손에 꼽을 만큼 적어진다.

다른 이동 수단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적당히 거리를 돌아다니던 시현은 어렵지 않게 이동 수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배달 문화가 만연한 대한민국에서 배달용 스쿠터를 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 본 적이 있어 운전은 걱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스쿠터를 작동시키기 위한 열쇠를 찾아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했다.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스쿠터에 열쇠가 꽂혀 있던데, 현실은 시궁창이네.”

아쉽게도 영화는 영화일 뿐이었다.

아포칼립스 당시 도로 위를 달리던 중이었는지 열쇠가 꽂힌 채 쓰러져 있는 스쿠터가 있기는 했다.

제대로 달릴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오래 걸리더라도 걸어가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시현은 빌라의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멀쩡한 오토바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토바이뿐 아니라 빌라 역시 어디 하나 망가진 곳 없이 멀쩡했다.

“어쩌면 열쇠를 구할 수도 있겠는데.”

오토바이가 101호 지정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기에 시현은 그곳으로 향했다.

현관은 열려 있었다.

내부는 난장판이 되어 있었으며,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피난 갔거나, 아니면 외출 도중에 악마에게 당했을 거야.’

집 안의 탐색을 시작한 지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시현은 자신의 추리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시현의 기척을 느낀 건지 안방에서 장신의 남성이 걸어 나왔다.

하나 남자의 상태는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었다.

술에 진탕 취한 듯 비틀거리는 걸음걸이와 붉은 눈.

[아아아…….]

그리고 입을 열자 흘러나오는 끔찍한 목소리까지.

“하수인인가.”

눈살을 찌푸린 시현은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 역시 엉망이 되어 있었으나 식칼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편히 쉬시길.”

형식적인 기도를 마친 시현은 남자의 심장에 칼을 꽂았다.

뻥 뚫린 구멍을 통해 묽은 혈액이 쏟아졌다.

심장을 찔린 후에도 수 초간 움직이던 남자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

시현은 피 묻은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그새 익숙해진 걸까.

얼마 전까지 인간이었던 자를 찔렀는데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시현은 쓰러진 남자의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눈을 감겨 주었다.

“여기에 하수인이 있다는 건…….”

[캬아아악!]

“악마도 있다는 뜻이겠지.”

안방의 가장 안쪽에서 생쥐 형태의 악마가 쏜살같이 튀어나왔다.

사람의 머리통만 한 크기의 악마는 정확하게 시현의 목덜미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악마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던 시현이 그 기습에 당해 줄 리 없었다.

촤악!

악마는 반 토막이 났다.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와중에도 악마는 꿈틀거렸다.

갈라진 단면으로부터 뻗어 나온 촉수가 상, 하체를 이어 붙이려 하는 게 보였다.

시현은 악마의 머리를 밟아 터뜨렸다.

[찌익!]

그러자 징그럽던 촉수도 완전히 움직임을 멈췄다.

악마의 숨통이 완전히 끊어졌을 때, 등 쪽의 문양에서 희미하게 열기가 느껴졌다.

시현은 댓글을 확인했다.

—64. 아니, 시현아? 그렇게 민서라를 보내면 어떻게 하냐! 너 병신이야? 지금 LT마트가 중요해?

—65. 아이 형태의 하수인은 방심을 불러 많은 희생자를 낳기 마련이지. 좋은 판단이었다.

벌써 64번째 댓글이 달려 있었다.

댓글의 내용은 그리 기쁘지 않았지만 말이다.

목표치까지 절반을 넘겼지만 처음에 비해 댓글이 달리는 속도가 현저하게 줄었다.

그래도 두 번째 낙인이 개화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기분이 좋아진 시현은 더 열심히 집 내부를 탐색했다.

그 결과, 열쇠 외에도 담배 몇 갑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시현은 비흡연자다.

하지만 멸망한 세계에서는 식량 외에도 담배나 커피 따위의 기호품이 물물 교환으로 쓰이기도 한다.

주차장으로 내려와 오토바이에 올라탄 시현은 헬멧을 썼다.

퀴퀴한 땀 냄새에 절로 눈썹이 모였다.

열쇠를 꽂고 시동을 켜니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끄러운 엔진 소리를 들은 악마들이 하나둘 몰려드는 게 느껴졌다.

주차장을 벗어난 시현은 오토바이와 함께 도로 위를 질주했다.

악마들이 뒤를 쫓았으나 그 속도를 따라붙는 놈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체력에 한계를 느끼고 알아서 떨어져 나갔다.

간만에 시현은 악마를 걱정하지 않고 서울시를 누볐다.

* * *

예상대로 도로에는 버려진 차들이 가득했다.

뿐만 아니라 바닥을 덮은 고깃덩이나 아무렇게나 자라난 촉수를 닮은 나무까지, 도로 위의 장애물은 수두룩했다.

그 사이를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길을 안내해 줘야 할 교통 안내판 중 멀쩡한 것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슬슬 근처일 텐데…….’

당연하다는 듯 사용해 왔던 내비게이션조차 없으니 길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당연하다는 듯 누려 왔던 문명의 혜택이 너무도 그리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현의 스마트폰에 지도 앱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 잔량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한동안은 버텨 줄 것이다.

“이쪽인가?”

사거리에서 핸들을 좌측으로 돌린 시현은 자신이 길을 잘못 찾아왔음을 깨달았다.

보이는 것은 마트로 이어지는 길이 아니라 낡은 아파트 단지다.

“아, 망할. 반대로 왔나 보네.”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위해 오토바이 방향을 돌리던 시현은 이질적인 무언가를 포착했다.

저 멀리, 아파트 103동 맨 위층 창문에 붉은 잉크로 SOS라는 문구가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었다.

생존자의 흔적이었다.

아직까지 살아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어떻게 할까.’

시현은 고민했다.

생존자를 구하는 것도 일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어지는 뒤처리가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다.

생존자는 안전한 장소, 먹을 것, 식수 등을 필요로 한다.

그런 것까지 전부 고려하면 생존자 하나를 구하는 데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식량에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 부족할 경우 여기까지 오면서 지나친 편의점들을 털면 돼. 안전한 장소까지 데려다주는 건 무리지만……. 먹을 것만 지급해 주면 어느 정도는 버티겠지.’

생존자를 구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위기에 처한 이들을 당연히 구해야 한다는 인류애도 있었지만, 생존자를 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토큰에 욕심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지금이야 사용할 수단이 없지만 앞으로 토큰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해질 것이다.

언제까지나 식칼이나 회칼같이 용도에 맞지 않는 물건을 무기로 사용할 수는 없으니까.

“일단은 정찰. 결정은 그다음에 하자.”

결정을 미룬 시현은 필요 이상의 소음을 발생시키는 오토바이를 잠시 세워 두고 아파트 단지로 걸어 들어갔다.

“……뭐지?”

단지로 들어선 시현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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