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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5화 (5/225)

[5화]

“그래. 내가 귀신도 때려잡는다는 대한민국 해병대 출신인데, 괴물 하나 정도는 잡아 줘야 모양이 살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긴장감에 숨이 턱 막혀 왔다.

이렇게 허세라도 부리지 않으면 손 하나 까딱 못 하고 당할 것만 같았다.

차라리 상대가 무기를 든 악인이었다면 이리 긴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군 시절 배운 기술은 대부분이 인간을 상대로 효율을 보이는 것들이었으니까.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형태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 괴물이다 보니, 뭘 어쩌면 좋을지 막막하기만 했다.

과연 자신이 배운 것들이 제대로 먹힐까.

불안하기만 했다.

[크아아아!]

그때, 대치 상황을 깨고 그림자 악마가 먼저 움직였다.

아이를 삼키려 했을 때처럼 악마의 몸 전체가 좌우로 갈라지며 빨간 잇몸과 희고 날카롭게 휜 이빨들이 보였다.

뱀처럼 날름거리는 두꺼운 혀가 몹시도 혐오스럽다.

마치 RPG 게임에 단골로 등장하는 슬라임에게 흉측한 입과 눈을 달아 놓은 모양새다.

‘다행이다. 공격 패턴은 단순해.’

이미 한 번 봤던 기술이니, 대처 또한 가능하다.

그림자 괴물이 온몸을 던졌고, 시현은 바닥을 굴렀다.

콰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시현이 있던 자리에 흉악한 이빨 자국이 생겨났다.

콘크리트마저 으깨는 무시무시한 치악력이었다.

‘한 번이라도 물리면 끝장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해볼 만해.’

악마가 몸을 날리는 순간은 상당히 민첩했다.

하지만 그 후에 자세를 회복하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를 이용하면 그림자 악마를 쓰러뜨리지는 못하더라도 도망갈 찬스를 잡을 순 있을 것이다.

눈을 매섭게 뜬 시현이 자세를 바로잡았다.

[키아아악!]

다시 한번 그림자 악마가 뛰어들었다.

공격 방식 또한 전과 동일했다.

전보다 조금 더 여유롭게 공격을 회피할 수 있었고, 그만큼 손쉽게 그림자 괴물의 뒤를 잡아낼 수 있었다.

이를 악문 시현이 온 힘을 다해 오른손을 휘둘렀다.

빠각!

들고 있던 콘크리트 덩어리가 그림자 악마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슬라임처럼 물렁할 줄 알았건만 생각보다 강도가 있었다.

[끼에에엑!]

그림자 괴물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통한의 일격이라도 당한 것처럼 마구 몸부림치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뭐야. 설마 죽은 건가. 고작 일격으로?”

시현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치명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피해를 주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했던 공격이다.

그런데 오히려 치명상이 아니라 즉사의 일격이 될 줄이야.

상상조차 못 한 상황에 얼떨떨했다.

“겉모습은 대학살을 벌이고 다닐 것처럼 생겼는데, 생각보다 약하네. 아니면 운 좋게 급소를 쳤나?”

혹시나 싶어 멀리서 돌을 던져 봤으나 반응이 없었다.

그제야 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땀을 소매로 훔친 시현은 바리케이드로 다가갔다.

아이가 얼굴을 쏙 내밀었다.

구멍 밖으로 고개만 내민 미어캣 같았다.

“아저씨, 예쁜 언니가 금방 올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어? 괴물 죽었다!”

“생각보다 별거 아니더라. 그런데 만약 안 끝났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렇게 대책 없이 얼굴을 들이밀어?”

“우으으으!”

시현이 볼 살을 잡고 괴롭히자 아이가 자신의 얼굴을 지키기 위해 허우적거렸다.

괴로움과는 별개로 커다란 눈망울에는 안도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아이가 느낀 안도의 순간은 정말이지 찰나에 불과했다.

맑고 작은 눈동자가 시현의 뒤편에 자리한 검은색 괴물의 붉은 눈동자를 담아냈다.

아이의 얼굴에 공포가 차올랐다.

“아저씨, 뒤에 괴물!”

시현은 숨을 삼켰다.

[키아아악!]

괴성이 울림과 동시에 시현이 몸을 돌렸다.

그러나 악마의 이빨은 이미 시현의 코앞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아이를 억지로 밀어 넣으며 크게 팔을 휘둘렀다.

‘이미 늦었어. 설마 여기서 죽는 건가?’

그 순간.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작은 체구의 여성이 그림자 악마의 배후를 잡았다.

그러고는 들고 있던 야구 방망이를 크게 휘둘렀다.

퍽!

[키엑!]

야구 방망이가 그림자 악마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악마는 구슬픈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굴렀다.

이번에도 악마는 죽은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조금 전 죽은 척해 당할 뻔했는데도, 무심코 진짜 죽었구나 싶을 만큼 완벽한 연기력이다.

“조심하세요. 죽은 척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그래도 고마워요.”

시현의 조언에 그녀가 싱긋 웃었다.

그러더니 조금의 고민도 없이 그림자 괴물에게 추가 타를 가했다.

퍽!

튀어 오른 검은 핏물이 벽면을 장식했다.

악마는 반응이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묵묵히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그렇게 야구 방망이 끝이 검게 물들 정도로 과정을 반복하자, 드디어 그림자 악마로부터 반응이 나타났다.

[키에에엑!]

죽은 척이 통하지 않자 비틀거리며 일어난 악마가 이를 드러냈다.

그러나 여성은 마치 자신의 사명이라도 되는 양 무심하게 야구 방망이를 휘두를 뿐이었다.

퍼억!

마지막 일격에 그림자 괴물은 송곳에 찔린 물 풍선처럼 폭발했다.

검고 찐득한 액체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얼굴에 튄 검은 액체를 소매로 닦아 낸 그녀는 갓 성인이 됐을 법한 젊은 여성이었다.

‘누구지? 설마 이채연? 이채연이 저 정도로 미인이라는 묘사는 없었는데.’

사이즈가 큰 카키색 야상이 먼저 눈에 띄었다.

저 가련한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힘이 나왔나 의문이었다.

그녀는 시현, 그리고 어느새 바리케이드를 빠져나와 그의 다리에 매달려 있는 아이에게 시선을 줬다.

조금 전 하나의 생명을 끝장낸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입가에 상냥한 미소가 가득하다.

아이 또한 그녀를 향해 신뢰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도움을 요청했다는 상대가 아무래도 그녀였던 모양이다.

“괜찮으신가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 됐어요. 같은 사람끼리 돕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달리 원하는 게 있어서 한 행동이니까. 그런데…….”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내미는 모양새가 퍽 귀엽다.

“이상하네. 저기, 제가 그쪽 도와준 거 맞죠? 그런데 왜 토큰이 안 나올까?”

“……!”

시현은 숨을 삼켰다.

원작의 등장인물인 이채연이 아니었다.

그녀가 단순히 소설의 등장인물이라면 토큰에 대해 알고 있을 리가 없다.

설사 알고 있다 해도 토큰이 갖는 가치까지 알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는 건 눈앞의 여성 또한 Re write를 쓰고 있는 666인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뭘 놀라고 있는 거야. 예상했잖아.’

이채연이 있는 생명의 탑은 적어도 이 근방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장소다.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가 다수 꼬여도 이상할 것 없다.

“아, 혹시 그쪽도 참가자?”

그녀 역시 시현이 참가자라는 것을 금세 알아봤다.

목숨을 구원받았으나 그리 달가운 상황은 아니었다.

지금의 만남은 단순히 남자와 여자의 만남 정도로 결론지을 게 아니다.

서로를 짓밟고 올라가야 할 경쟁자끼리의 만남이었다. 그러니 협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666명의 참가자 가운데 현실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은 고작해야 10명뿐이니까.

그녀가 어떤 돌발 행동을 취해도 대처할 수 있도록 시현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야구 방망이가 몹시 거슬렸다.

“역시 생명의 탑으로 온 게 정답이었던 거 같아요. 시작부터 참가자를 벌써 세 명이나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바짝 끌어 올린 경계심이 무색하리만치 그녀는 초지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본판이 받쳐 줘서 그런지, 보고만 있어도 심장이 떨릴 만큼 아름다운 미소다.

경계심이나 의심 따위는 일절 느껴지지 않았다.

“딱 봤을 때 무기도 없고, 아무런 준비도 안 되어 있기에 단순히 등장인물인 줄 알았거든요.”

“……솔직히 그걸 믿는 게 이상한 겁니다.”

“그건 그래요.”

그녀는 이해한다는 듯 멋쩍게 웃었다.

초대장을 받고 본 게임이 시작되기까지 약 일주일에 가까운 유예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일주일의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한 건 아니다.

당장 시현만 해도 그 귀한 시간을 평범한 일상으로 허투루 보내 버렸으니까.

상식적으로 그런 비현실적인 말을 순순히 믿는 사람이 세상 천지에 몇이나 있겠는가.

진짜 인생의 끝자락에 몰려 매달릴 장소가 없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보통은 의심을 하기 마련이다.

열에 아홉은 시현과 같은 판단을 할 것이다.

그러나 바꿔 말하자면 열 중 하나는 남자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말이 된다.

참가자의 수는 666명.

얼마나 많은 참가자가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했고, 그로 인해 다른 참가자와 격차를 벌였는지,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눈앞의 여성 또한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 증거로 당장이라도 터질 듯 빵빵한 배낭과 야구 방망이, 허리춤에는 회칼까지 차고 있지 않은가.

빈손인 시현과 굉장히 비교됐다.

입 안이 썼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해요. 저는 민서라라고 합니다.”

“윤시현입니다.”

“그 애는요?”

민서라는 시현의 등 뒤를 가리켰다.

그녀의 손끝이 닿는 곳에는 시현의 다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이름을 못 물어봤네요.”

“모르는 사이예요? 당연히 게임에 같이 참가한 딸인 줄 알았어요. 되게 동안이구나……. 이렇게 생각했죠.”

“초면입니다. 아까 민서라 씨가 죽인 악마에게 살해당할 것 같아 무작정 데리고 왔습니다.”

“그렇군요. 좋은 일 하셨네요.”

엄지를 치켜드는 민서라.

아무래도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이름조차 모를 타인을 목숨 걸고 구했다는 데서 점수를 얻은 모양이다.

“너는 이름이…….”

[크아아아아!]

아이와 눈높이를 맞춘 민서라가 이름을 물으려던 찰나, 머지않은 곳에서 좀비의 괴성이 들려왔다.

그림자 악마를 처리하기는 했지만 아직 주변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악마가 존재했다.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도 없고. 일단 위로 가서 이야기할까요?”

“그게 좋겠네요. 하지만 출입구가 이렇게 막혀 있는데 어떻게 들어가죠?”

말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민서라는 어디를 통해 건물에서 빠져나와 악마의 배후를 잡았단 말인가.

입구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1층의 창문 전체가 막혀 있음을 확인했기에 든 당연한 의문이었다.

답은 금방 알 수 있었다.

건물 뒤편에 딱 하나, 교묘하게 눈속임을 해 놓은 창문이 있었다.

“넘을 때 줄 밟지 않게 조심하세요.”

먼저 창을 넘어간 민서라가 충고했다.

그녀를 따라 창을 넘던 시현은 착지 지점에 가는 줄이 설치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줄의 끝에 매달린 작은 종이 침입자의 존재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철저하시네요.”

“저도 참가자잖아요. 그래도 아포칼립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얼굴에 철면피 깔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던 그 남매만큼은 아니지만요. 낯이 두껍다고 해야 할지, 수치심을 모른다고 해야 할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창고로 쓰이는 방을 나가니 난장판이 된 약국이 보였다.

약국의 후문과 연결된 복도에는 엘리베이터와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존재했다.

전기가 없어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으므로 위층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그녀는 4층에 있는 소아과로 시현을 안내했다.

그곳에 몇 명 정도 생존자가 모여 있었다.

나이 든 노부부.

중년 남성과 그 손을 잡고 있는 초등학생 정도의 남자아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고등학생.

흰 가운을 입은 의사.

나이 차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남매.

민서라를 포함해 아홉 명이 빌딩에 있는 생존자의 전부였다.

거기에 시현과 아이가 끼어드는 것으로 총 열하나가 되었다.

원작에서 언급된 인원보다 무려 넷이나 더 늘어났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엄마……. 나 이제 어떻게 해…….”

“주님, 부디 저희를 굽어 살피시어 고난을 헤쳐 나갈 힘을 주시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누구 아는 사람 없어?”

눈물, 기도, 분노.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이 느끼는 불안을 표출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유난히 태연해 보이는 사람이 둘 있었다.

떨고 있는 동생을 다독이며 차가운 눈으로 사람들을 살피는 20대 후반의 남자다.

‘그러고 보니 민서라 씨가 세 명의 참가자를 만났다고 했지?’

그 중 하나가 시현.

다른 두 사람이 누구인지는 분위기만 봐도 유추할 수 있었다.

열심히 눈을 굴리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흐릿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 * *

시현이 구한 아이의 이름은 이서윤이었다.

아이를 좋아하는 민서라의 호의 가득한 질문 공세에, 처음에는 씩씩하게 대답하던 이서윤의 밝은 모습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엄마…….”

워낙 급박한 분위기에 깜빡 잊고 있었다 뿐, 이서윤의 어머니는 죽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눈앞에서 악마에게 살해당했는데,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있겠는가.

더군다나 이서윤은 아직 다섯 살 아이다.

가엾게도 이서윤은 온몸의 수분을 뽑아낼 기세로 울어 댔다.

문제는 아이의 슬픔을 배려해 줄 만큼 다른 생존자들의 멘탈에 여유가 없다는 점이었다.

“거 빽빽 시끄러워 죽겠네. 애새끼 좀 조용히 시키쇼!”

자신의 아이가 아까부터 칭얼거리고 있는 건 고려하지 않는 걸까.

제 아이를 다독이던 중년의 남성이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그에 놀란 이서윤이 민서라의 품 안으로 파고들며 더욱 서럽게 울었다.

“어머, 아저씨. 우리 애한테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어른스럽지 못하게.”

장난스럽게 대꾸하는 민서라였으나 눈빛이 제법 날카로웠다.

“너 지금 뭐라고…….”

“자꾸 그러시면 오늘 저녁 식사 압수에요. 귀여운 아드님이랑 쫄쫄 굶으실 건가요? 아니면 저~기 악마들이 들끓는 밖에 나가서 직접 식량을 구해 오실 건가요?”

“……쳇!”

민서라의 온화한 협박에 남성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당연하지만 병원이 모여 있는 건물에 제대로 된 먹을거리가 보관되어 있을 리 없다.

반면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한 민서라는 상당한 양의 식량과 물을 소지하고 있었다.

배를 곯지 않으려면 민서라에게 손을 벌리는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무력을 동원하기에는 민서라가 가진 야구 방망이나 회칼이 신경 쓰였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앞장서서 악마를 퇴치하려는 배짱과 기개가 있었다.

당연히 권력은 민서라가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 울고 이것 좀 먹어 볼래? 언니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민서라는 포장을 벗긴 초콜릿을 이서윤의 입에 넣어 주었다.

눈물을 그치지 않으면서도 입은 오물거리는 게 아이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자, 여기 시현 씨도 하나.”

“감사합니다.”

시현은 민서라가 내미는 초콜릿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런 세상에서는 먹을 것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테니, 먹을 수 있을 때 먹어 두는 편이 좋다.

“다른 분들도 어때요?”

성품이 그런 건지 그녀는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데 망설이지 않았다.

그러나 선뜻 그녀의 친절을 받아들인 이는 노부부 정도밖에 없었다.

민서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중충한 분위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어이가 없네. 거기 두 사람은 소꿉놀이나 하려고 Re write에 참가한 거야?”

돌연 날카로운 음성이 귓가에 파고들었다.

60억 로또 당첨자는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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