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3 월드시리즈 -- >
+2013 포스트시즌그 순간, 펜웨이파크는 침묵이란 괴물에 삼켜져버렸다. 하지만, 원정을 온 워싱턴의 팬들은 제 세상을 만난 냥 신이 났다.
응원하는 팀의 최초의 월드시리즈 진출에서 첫 타자의 초구홈런. 흥분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거기엔 3루 원정팀 쪽의 덕아웃 박스 관중석 맨 앞자리 중 네 자리를 열을 지어 차지한 여인네들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 반응은 사인사색이긴 하지만 말이다.
" 꺄아악~~!! 젠! 테드! 준이 홈런을 쳤어요! "
예리엘은 격하게 리액션을 취하며 기쁨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 어머. 어머. "
오늘 시합에서 남편이 선발투수인 친구 레이첼 또한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리고, 그 둘을 보며 젠은 시근퉁한 반응이다.
" 멀 그리 호들갑이야. 칠만하니까 친 거지. "
" 뭐, 준이라면 그렇긴 한데. 그래도 순수하게 같이 기뻐해줘도 좋을 것 같은데... 젠도. 안 그래? 후후후. "
테드는 그 와중에 젠의 살짝 올라간 입 꼬리를 놓치지 않았고.
" 호호호 맞아요. 젠도 좋으면서. 괜히 그러는 거 저도 이젠 알거든요? "
조금은 감정이 잦아든 예리엘이 젠의 어깨를 살짝 터치하며 웃었고, 역시나 준혁의 홈런이 자신의 일처럼 기쁘긴 매한가지인(남편이 선발이라) 레이첼도 웃었다.
" 그러게요. 호호호. "
" 흥. "
이런 두 사람과 한 요정이 못마땅한 젠은 다시금 콧방귀다.
" 후후후. "
그리고, 테드는 다시금 빙긋이 웃었다.
" 오우! 준. 멋진데요? "
대기타석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퍼가 다이아몬드를 돌아 막 홈플레이트를 밟고 나오는 준혁에게 손을 들어 환영을 해주었다. 준혁 또한 하이파이브에 응해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타격의 순간 재대로 맞았다는 것은 직감했다. 소위 말하는 손가락에서 아무런 느낌이 전해지지 않은(스윙스팟을 비켜 맞으면 진동이 생기게 된다.) 야구공과 둥근 배트의 점과 점이 정확하게 일치한 그런 타격이었다.
게다가 낮은 공을 어퍼스윙으로 퍼 올린 것도 주요했다. 투수들이 좋은 공을 주지 않기에 찾아낸 차선책의 공격방법이었지만, 이것이 그린몬스터를 앞에 두고는 신의 한수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린몬스터! 그 이름에서부터 위압감이 상당한, 그리고 11.3m나 되는 그 높은 담장높이
로 홈런을 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은 라인드라이브성의 타구, 소위 빨랫줄 같은 질 좋은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는 타자에게 적용되는 법칙이었다.
펜스가 높은 대신에 그린몬스터는 거리가 짧다보니 타구만 높이 뜬다면 보통의 홈런성 타구도 충분히 홈런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적합한 스윙이 바로 퍼 올리는 어퍼스윙이었고 준혁은 그것을 만들어냈다. 물론 높이 띄워서 바람의 도움을 받은 것도 없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홈런은 홈런이었다.
" 너도 하나치라고. "
덕아웃 앞에는 이미 동료들이 모두 나와 있었다. 데이비 존슨 감독도 기쁜 듯, 준혁이 다가오자 어깨부터 두드려주었다. 격한 동료들의 환영인사가 끝나고 덕아웃에 가서 앉기 무섭게 스트라스버그가 이온음료를 한잔 빼들고 왔다.
" 이젠 너 차례란 걸 알지? "
준혁은 컵을 받아들고는 웃으며 말했다.
" 물론이지. 하하하 그런데 첨부터 넘 세게 시작하는 거 아냐? "
스트라스버그도 웃었다. 커리어 첫 월드시리즈에서 그것도 첫타석에서 초구에 홈런이라니... 눈앞의 녀석에겐 긴장이란 놈이 있긴 한가 싶었다.
" 월드시리즈와는 첫 대면이잖아. 첫인사는 재대로 해줘야지 않겠어? 하하하. "
준혁은 다시금 웃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녀석의 모습이었다. 역시나 월드시리즈라는 걸까?
" 하하하. 그래도 첫인사를 그렇게 요란하게 해버리면 난 어떡하라고. "
" 세 타자 연속 삼구삼진? "
준혁이 천연덕스럽게 되받아친다.
" 야. 그건 쫌! 그게 가능하겠냐? "
스트라스버그는 기가 찬다는 눈빛으로 준혁을 쳐다보았다.
" 아마도 그렇겠지? "
" 당연한 거지. "
어깨를 으쓱 해 보이는 준혁을 보며 스트라스버그는 대답했다. 그러자 준혁이 곧바로 말했다.
" 그러니까 말이야. 후회는 남기기 싫으니까. 그러니까. 나도 그냥 첫타석부터 후회는 하지말자라고 생각하고 방망이를 휘둘렀거든. "
" 그런데 그런 공을 때려서 그린몬스터를 넘겼다? "
" 결과가 좋았을 뿐이야. 좋은 공은 안 줄건 뻔 하니까. 너도 알잖아. 내가 포스트시즌 대비 훈련을 어떻게 했는지. "
그렇게 생각하면 충분히 노려봄직한 공이었다. 낮은 스트라이크존에서 좀 더 낮은 코스의 공. 분명 치기 쉬운 공은 아니지만, 완전히 원바운드가 되는 공은 아니었고, 준혁이라면 때려낼 수 있는 공이었다. 물론 노렸다고 하더라도 그 공을 넘긴 녀석이 대단한 것이겠지만.
준혁의 선두타자 홈런이후 더 이상의 추가득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존 레스터는 시즌
보다 확실히 더 빨라진 공을 던지고 있었고, 공은 스트라이크존의 보더라인을 찾아들어갔다. 비록 준혁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긴 했지만 2,3,4번 타자를 모두 깔끔히 처리하며 나름 준수한 시작을 그는 보여주었다. 1회 말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첫 번째의 공격권이 돌아왔다.
[ 워싱턴의 선발투수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입니다. 포스트시즌 3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상당히 중요한 경기입니다. 평균 96마일의 빠른공이 주무기구요. 체인지업과 커브 또한 수준급의 투수입니다. 올 시즌 투심의 비중을 10%이상 올리면서 투구에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요. 워싱턴 구단의 입장에서는 이 선수가 월드시리즈에서도 에이스로의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을 겁니다. 올 시즌 14승을 거두었어요. 정규시즌에서 탈삼진 238개를 잡아내면서 다저스의 커쇼 선수를 제치고 탈삼진 1위를 차지했거든요. 스터프를 앞세운 전형적인 파워피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송재익 해설위원의 설명이 끝나갈 즈음, 선두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 보스턴 레드삭스, 1번 타자 제이코비 엘스버리. 왼쪽 타석에 들어섭니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좋은 타격을 보여주었던 엘스버리. 월드시리즈에서도 그 감각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
스트라스버그는 초구를 던졌다. 초구 패스트볼, 구속은 97마일. 하지만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두 번째 공.
[ 이번에도 높게 들어갑니다. 2볼 노스트라이크. ][ 스트라스버그 투수 공이 계속 뜨고 있네요. 힘이 너무 들어갔을까요? ]역시나 빠지고 말았다.
세 번째 공은 엘스버리가 공을 건드려주면서 1루 쪽 파울이 되었다.
그리고 4구째 만에 스트라스버그가 던지고자 했던 코스로 공이 들어가며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2볼2스트라이크. ' 5번째, 스트라스버그의 승부구는 엘스버리가 우측 파울로 걷어냈다. 그리고 6구째는 다시 높아지며 볼이 되었다.
[풀카운트 까지 끌고 갑니다.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엘스버리. 역시 1번 타자답
게 타석에서 상당히 끈질기네요.][ 그렇습니다. 벌써 5개를 던지게 했지요? 방금 공은 스트라스버그 선수의 결정구였는데 커트해냈어요. 이런 끈질긴 모습은 올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 타자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인데요. 엘스버리 선수는 40타수 16안타 4할의 타율을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주고 있거든요. ][ 엘스버리도 참 좋은 1번 타자죠? ]이민성 아나운서가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 그렇지요. 이번 월드시리즈는 양 팀 1번 타자들이 모두 좋은 선수에요. 물론 유형은 다릅니다만. 이준혁 선수와 마찬가지로 발은 빠르니까요. 정규시즌 52개의 도루를 기록했고 실패는 4개밖에 없거든요. 일단 출루하게 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거지요. ][ 네. 자 풀카운트. 스트라스버그 7번째 공을 던집니다. 낮게 들어왔습니다. ][ 볼넷. 선두타자가 출루합니다. 피곤해지겠는데요? ][ 그렇지요. 이렇게 되면은요. 보스턴이 곧바로 따라붙는다면 경기는 모르는 겁니다. ]준혁의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곤 하지만, 겨우 1회였다. 1회 말 공격에서 보스턴이
동점만 만들어도 분위기는 보스턴이 좀 더 유리해진다고 봐야했다. 더군다나 이곳은 레드삭스의 홈이었다. 1루에 걸어 나간 엘스버리를 보자, 스트라스버그는 덕아웃에서의 준혁의 말이 떠올랐다.
' 후회는 남기기 싫으니까...'
" 나도 후회를 남기지 말고 던져보란 말이었겠지? "
준혁이 건넨 말의 뜻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옳은 말이었다. 길게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실패를 하더라도 최소한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해보자는 그런 뜻이지 않았을까?' 애늙은이 같은 녀석... '문득
'한국에서 야구를 시작하면 다 준혁처럼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실없는 생각이었다. 솔직히 준혁의 선두타자홈런을 보고난 후, 스트라스버그는 은연중 마음속에 호승심이 일어나 있었다. 그와 준혁은 투수와 야수, 엄연히 다른 포지션이었지만, 빅리그 데뷔년도도 같은 촉망받는 프랜차이즈 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친한 사이긴 했지만 경쟁심리라는 것이 없을 수는 없었다. 준혁이 뭔가를 보여줬으니 나도 보여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것이 그의 몸에 힘이 들어가게 만들었고, 보스턴의 선두타자를 포볼로 내보낸 원인이었다.
어찌 보면 젊음에 따른 경험부족, 너무나도 잘하려는 마음의 역효과라고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처지의 준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기뻐할지언정 흥분하지 않는 모습. 정말 녀석의 가슴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 것일까? 위기 뒤의 기회. 그리고 전화위복이라는 말은 지금의 스트라스버그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어느새 평정심을 되찾은... 그리고 그것의 결과를 확인하는 것은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2번 타자 셰인 빅토리노를 5구째 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그 와중에 엘스버리의 2루 도루가 있었지만, 침착하게 3번 더스틴 페드로이아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냈다.2아웃에 주자 2루.
[ 4번 타자 지명타자 데이빗 오티스로 이어집니다. ]
[ 지금 타격감이 좋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가을의 사나이 이지 않습니까? 보스턴이 이번시리즈를 쉽게 가려면 그의 활약이 필요합니다. ][ 바꾸어 말하면 워싱턴에서는 철저하게 조심해야한다는 말이 되겠군요. ][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투수는 초구를 조심해야 됩니다. ]해설진의 말처럼 이것은 스트라스버그와 라모스 배터리 또한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엘스버리의 발을 생각하면 짧은 타구에도 홈까지 파고 들 수 있었기에 수비코치 또한 내야에 조금은 시프트를 걸어놓았다.
스트라스버그는 공을 던졌다. 조금은 바깥쪽 간을 본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공이 빠지지 않았다. 실투였다. 마음가짐을 다잡았다지만, 아쉬운 무언가가 또 남아있었던걸까? --따악!
--자신이 던진 공이 맞아나가는 순간, 스트라스버그는 그것을 두 눈으로 쫓았다.
' 제발! '[ 타구! 중견수 쪽으로~~ ][ 안타가 됩니다. ]준혁이 달려 들어왔지만, 짧은 타구를 걷어내진 못했다. 안타였다. [ 엘스버리 3루 돌아서! 아~. 다시 3루로 되돌아갑니다. ]하지만, 엘스버리는 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송구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몸을 낮춘 스트라스버그의 눈에 비친 윌슨 라모스에게 다이렉트로 날아가는 준혁의 그것이 실점을 막아준 것이었다. 결과는 나빴지만 최악은 아니었다. [ 데이빗 오티스 첫타석에서 안타를 만들어냅니다. 꼭 막아야하는 선수에게 안타를 내주고 말았어요. ]이민성 아나운서가 아쉽다며 말했다. 하지만 송재익 해설위원은 반대의 생각이었다.
[ 이번에는 완전한 실투였어요. 체인지업이 높게 형성이 됐거든요. 단타로 막은 게 다행으로 봐야 되요. ]
리플레이 화면을 본 이민성 아나운서도 그 말에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다. 높은 쪽의 실투가 명확했으니까. 정말 큰 장타가 나오지 않을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할 정도였다. [ 오티스가 안타는 쳤지만, 찬스 공을 놓쳤다고 봐야할겁니다. ] [ 그렇군요. 하지만, 이준혁 선수의 대시도 좋았지요? ]이민성 아나운서가 이준혁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중계에선 빠질 수 없는 필수불가분과도 같았다.
[ 네. 정말 좋았지요. 오티스 선수를 상대로 수비를 깊게 서지 않았나 싶었는데, 어느새 저기까지 달려왔으니까요. 이건 메이저리그 최고의 수비범위를 자랑하는 이준혁 선수가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던 플레이입니다. 안타는 허용했지만, 실점은 막아냈으니까요. 엘스버리 선수가 누굽니까? 아메리칸 리그 최다도루성공자 이지 않습니까? 물론 1회이다보니 무리를 시키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요.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 였다. 보스턴의 3루 주루코치는 준혁이 공을 잡아 송구에 들어가는 순간, 엘스버리가 3루베이스를 막 찍고 있던 찰나였기에 막아선 것이었다. 무리를 시키지 않은 것이 아니라 무리를 시키지못한것이었다. 준혁의 대시는 마치 전진수비와 도 같았고, 그래서 포수의 가
슴에 가뿐히 내려앉는 송구를 보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던 것이었다.
" 푸핫! "
멋진 송구로 실점을 막아준 준혁에게 양손을 들어 박수를 보내던 스트라스버그는 그의 몸짓을 보고는 웃고 말았다. 1회 초 덕아웃에서 보여줬던 어깨를 으쓱하던 포즈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 야 나도 안타까지는 어쩔 수가 없다고. 그래도 할 만큼은 했다. ' 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 후회 없이라... '준혁이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그는 정말 후회 없는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로 나는 스스로 후회 하지 않을 공을 던지고 있는 걸까? '스트라스버그는 투구 판에서 발을 땠다. 그리고는 그라운드 위의 동료들을 하나하나 바
라보았다. 워싱턴의 유니폼이 다들 잘 어울린다 싶었다. ' 이번에야 말로... '' 정말 후회 없이 던져보자! '손에 쥔 야구공이 조금은 더 편하게 느껴졌다. ============================ 작품 후기 ============================+주말입니다. 감기로 죽다 살아났네요. 다들 감기 정말 조심하세요. 독합니다. 이놈 진짜.
ㅋ
============================ 작품 후기 ============================+주말입니다. 감기로 죽다 살아났네요. 다들 감기 정말 조심하세요. 독합니다. 이놈 진+주말입니다. 감기로 죽다 살아났네요. 다들 감기 정말 조심하세요. 독합니다. 이놈 진짜.
ㅋ============================ 작품 후기 ============================+주말입니다. 감기로 죽다 살아났네요. 다들 감기 정말 조심하세요. 독합니다. 이놈 진============================ 작품 후기 ============================+주말입니다. 감기로 죽다 살아났네요. 다들 감기 정말 조심하세요. 독합니다. 이놈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