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툴 플레이어-304화 (304/309)

< --  +2013포스트시즌  -- >

+2013포스트시즌이제 겨우 챔피언십 시리즈 두 번째 경기였다. 하지만 앞선 경기에 이어 하퍼는 안타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전 타석 사구를 포함 1루 베이스는 2번이나 밟았지만, 그래도 타자는 안타로 말을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 날씨 좋~다. "

타석에 들어서며 읊조린 이 말도 그것의 발로였다. 준혁이 한 번 해보라고 한 말. 물론 주문 같은 그런 것 일리는 없지만, 진짜 그런 것이 있을 리도 없겠지만. 3회 초 수비를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갔을 때 준혁은 그리 말했다.

" 아니. 이제껏 초반엔 도루 안하던 사람 맞아요? 하하하. 한다더니 바로 연속도루네요? "

" 하늘에 구름 한 점 없고, 햇살도 따뜻하고... 날씨 좋잖아. "

" 네? "

" 너도 한번 해 봐. 날씨 좋~~다. "

" 네? "

" 혹시 알아 잘 될지? 하하하 "

첨엔 무슨 생뚱맞은 소린가 싶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만의 나름 징크스를 이겨낸 비법이지 않을까?  팀 동료이긴 하지만 준혁의 도루기록은 엄청나다. 그래서 왜 초반엔 도루를 하지 않나 싶었다. 물론 이제는 선수 각자의 사정이라는 것은 있기 마련이고 다들 준혁에겐 그것이 어떤 마음적인 징크스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들을 하는 듯 하지만 말이다.

그랬기에 준혁의 저

' 날씨 좋다.'

라는 말이 하퍼에겐 조금은 달리 다가왔다. 물론  이번에도 준혁의 단순한 면피용 둘러대기를 재대로 오해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 나도 한번 따라 해봐? ' 혹시 알아 안타라도 하나 칠지?

" 날씨 좋~다. "

한번 해보니 입에 착착 감기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번에도 준혁은 초구부터 뛰겠지?

" 오! "

역시 나다. 정말 눈에 레이더라도 달렸나? 4개의 연속 견제가 갔는데도 나름 투수가 인터벌을 조절하고 있는데도 기차게 마이클 와카가 홈으로 던질 타이밍을 잡아내고야마니 말이다. 게다가 초구는 커브볼이었다.

[ 이준혁 뜁니다! ]이민성 아나운서가 외쳤다. 3회 2번째의 타석에서도 포볼을 얻어내고는 준혁이 뛰고 있었다. [ 2루에 볼 갑니다. 몰리나 2루에 송구~! ]그리고, 몰리나도 이번엔 깔끔한 포구에 이어서 재빨리 공을 꺼내 2루로 던지고 있었다. 하지만 1회와 마찬가지로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다.

[ 이준혁 선수의 스타트가 빨랐네요. ]아무리 리그 정상급의 팝타임을 가진 몰리나 라고 하더라도, 마이클 와카의 빼앗긴 투구 폼과 커브를 가지고는 준혁을 잡기엔 역부족 일수 밖에는 없었다.

[ 도루 성공하는 이준혁. 오늘만 벌써 3번째군요. ][ 네. 그렇지요? 투수의 투구 폼을 완전히 빼앗기도 했지만, 타이밍도 좋았어요. 커브를 던질 때 뛰었으니까요. ]송재익 해설위원이 요점을 집어내며 말했다. [ 다저스와의 디비전 때는 초구 커브가 하나도 없었는데요. 그때는 포심의 구속도

마일 이상 오르기도 했지만, 비율자체가 75%나 됐거든요. 거기에다가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투스트라이크 이후에 사용했죠. 솔직히 와카의 97마일까지 나오는 패스트볼이 위력적이긴 합니다만, 볼카운트가 몰리기 전이라면 타자도 패스트볼을 집중적으로 머릿속에 그리면 되는지라 공략 못할 것도 아니거든요. 하지만 오늘은 디비전 때와는 초구 구종선택부터 전략적으로 바꾼 듯 한데요. ] 그는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었다.     [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이준혁 선수는 루상에 나가면 초구부터 적극적인 주자거든요. 그것을 이미 1회 말에 보여주기도 했고요. 그런데 뒷타자인 브라이스 하퍼의 타석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모두 초구를 커브로 선택했거든요. ][ 왜 그랬을까요? ]이것은 그의 설명을 듣고 있던 시청자들 또한 궁금한 부분이었다. 그것을 이민성 아나운서가 대표하듯 물었다. [ 글쎄요. 우리는 모르는 세인트루이스의 분석이 있었던 걸까요? ]하지만, 송재익 해설위원도 이거다 라고 단정을 내리긴 힘들었다.

[ 아무튼, 이렇게 되면 은요. 안타 하나에 초반흐름이 완전히 워싱턴으로 넘어가버릴수도 있습니다. 1패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힘들 수도 있어요. ]그나마 이것은 확실했다. 여기서 3점차이 에서 4점차이가 되어버린다면 승리의 여신은 더더욱 세인트루이스를 외면할 것이란 것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워싱턴의 승리로 귀결이 될 터.  그리고 이것은 몰리나의 혼란스러움으로 귀결되었다.' 또? '대비를 안한 것은 아니었다. 1회와 달리 내야수비진에 주의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 설마 또 뛰겠어?'

라는 생각이 전혀 없지는 않았던 것이 몰리나였다.  하지만, 준혁의 도루는 그것을 무참히 깨뜨려버렸다.' 도대체... 이럴꺼면 전력분석은 왜 한거야? '

분석 팀에 대한 불만마저 생겼다. 어제의 시합에서 재미를 봤던 것은 그냥 잊혀 버렸다.  어제와 달리 경기초반 도루는 없을 거라던 분석은 하나도 들어맞지 않았고, 오히려 그와 투수를 곤란하게 만들어버렸으니까. 그리고 이것은 결과적으로 세이트루이스란 팀을 힘들게 만들어버렸다. ' 하아... '머릿속은 마치 지독한 감기로 먹은 감기약에 취해 멍해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계속 취해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데미지를 최소한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 현실적으로는 한 점. '물론 무실점이 가장 좋았다. 3점차와 4점차는 그 체감부터 달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너무 점수를 안주려다보면 오히려 더 큰 데미지를 입을 수도 있었다. 2루의 주자가 준혁임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몰리나는 다시 한 번 2루 주자인 준혁을 살폈다. 그리고는 단정 짓듯 결론을 내렸다.' 이번만은 준혁 리를 막는다. '

아예 3루 도루의 가능성을 열어놓아버렸다. 2루와 달리 3루는 송구거리도 짧았고, 포수가 송구모션을 가져가기도 편했다. 도루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허를 찔리는 것만 아니라면 충분히 잡아 낼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몰리나가 마이클 와카에게 요구할 수 있는 구질은 정해 져 있었다. ' 바깥쪽 높은 코스. 이번엔 빠르게 간다. '하퍼의 약점중의 한곳, 그러면서 준혁의 도루를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그곳을 몰리나는 빠르게 찔러 공략하기로 마음먹었다.     ' 와아. 저건 타고 났다고 밖에는... '2루 도루를 성공시킨 준혁을 바라보는 하퍼의 입에서는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그리고 덕분에 좀 더 편해지기도 했다. 최소한 선택지에서 더블플레이란 블랙홀은 사라졌으니까.' 근데 저리 잘 뛰는 걸 왜 안 뛰었데? '

다시 한 번 의문이 든다. 하지만 우선은 접어두자. 와카가 두 번째의 공을 던지려고 하고 있으니.' 이번에도 변화구? 아님 유인구? 그도 아니면 이번엔 하나가? '스탠스를 약간 넓게 잡았다. 그리곤 방망이를 잡은 손을 머리보다 약간 위에까지만 들어올린다. 왼팔은 자연스레 그의 머리 뒤에 자리를 잡았고, 그와 함께 방망이의 헤드는 수평으로 눕혀진다. 이렇게 타격준비자세를 가져가며 하퍼는 투수의 리듬에 자신의 타이밍을 맞춰가며 집중한다.

좋은 공을 주리라고는 애초에 기대를 접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럴까?  연속3번의 도루를 허용하고도?' 분명 하나는 들어온다. '하퍼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하나의 공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그리고, 와카의 손에서 공이 떠났을 때 그는  기다렸던 그 하나의 공이 들어왔음을 알았다.

실투.

처음으로 마이클 와카의 패스트볼이 몰렸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의 차례다.

그는 앞발을 들어 올리는 동시에 발목을 틀었다. 무게중심은 그대로 땅을 밟고 서 있는 뒷다리 쪽으로 이동했고, 그것은 다시 한 번 바닥으로부터 팔까지 힘을 끌어내어주었다. 이것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장타자이자 워싱턴 내셔널스 넘버 투의 파워를 이끌어내는 정형화된 하퍼만의 움직임이었다. 그는 곧이어 상체를 골반을 엉덩이로부터 분리시킬 기세로 돌리며 엉덩이로부터 시작되는 회전력을 완벽하게 끌어낼 단초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는 방망이를 쥔 손을 앞으로 향하는 가운데 오른 앞발로 단단히 벽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벽은 중심축이 되어 그의 하체의 힘을 상체로 오롯이 전달해주었고, 이 기세를 그대로 이어가며 그 특유의 토마호크와 같은 스윙을 가져간다.

--따악!!

--하퍼는 자신의 스윙스팟에 와카의 공이 재대로 내려앉은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그 순간 안쪽으로 감겨진 그의 엉덩이가 풀린다. 그러면서 강력한 테옆이 풀리는 것

과 같은 강한 회전력을 만들어 낸다.

그와 함께 무게중심 또한 뒷발에서 벽을 만들어 단단히 지지하고 있던 앞쪽으로 넘어왔다. 그리고는 하퍼 특유의 뒷발이 떨어짐을 보이며(베이브 루스의 타격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이다) 스윙은 완성 되었다.  --슈우우욱--푸르른 하늘위로 날아가는 자신의 타구가 보였다.

역시... 준혁의 말이 맞았다. 날씨는 좋고 봐야한다고 말이다. [5 대 0] 을 만드는 투런홈런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워싱턴의 2차전 승리를 자축하는 브라이스 하퍼의 축포였다.

<챔피언십 2차전 결과>2승 워싱턴6 대 2 세인트루이스 2패카디널스 000001100 2 내셔널스 30200010X 6승리투수 조던 짐머맨 패전투수 마이클 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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