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툴 플레이어-301화 (301/309)

< --  +2013포스트시즌  -- >

+2013 포스트 시즌[ 맷 카펜터 선수가 정규시즌에서 199개의 안타를 몰아치면서 내셔널리그 최다안타를 기록한 선수 이긴 합니다만, 솔직히 이번 포스트시즌 에서는 그다지 컨디션이 좋아 보이진 않았거든요. 피츠버그와의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단 1안타로 타율이 5푼3리 밖에는 되지 않았거든요. 거기에다가 삼진만 6개를 당했고요. 어제 경기에서도 1안타가 있긴 했습니다만, 경기후반 승패가 갈리고 난 다음 나온 안타였어요. ]송재익 해설위원은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런 컨디션이 최저인 타자에게 경기 시작하자마자 2루타를 허용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아쉬움은 준혁 또한 마찬가지였다.

남들 보다 타구판단이 1.5초 이상 빠른 덕분에 백업을 들어가 맷 카펜터가 3루까지 들어가는 것을 막는데 는 성공을 했다지만, 경기 시작과 함께 선두타자에게 2루타라는 것은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그 타구가 한두 발자국만 위치를 옮겼더라도 막을 수 있었던 타구라고 생각하면 말이다.

" 와우! 나이스. "

원정팀 덕아웃에서 시합을 지켜보고 있던 마이클 와카는 탄성을 터뜨렸다. 자신이 선발인 경기였다. 그 경기에서 1회 첫 타자에게서 단박에 스코어링포지션으로 나가는 2루타가 나왔으니 기쁠 수밖에 없었다.

" 카펜터가 오늘 시작이 좋네요. "

그의 바로 옆에서는 야디에르 몰리나가 시합을 지켜보고 있었다.

" 그렇긴 한데, 준혁 리가 확실히 타구 판단이 빨라. 완전 가를 듯 보였는데 말이야. "

" 하하. 허긴 3루였다면 더 좋긴 했겠네요. "

몰리나의 대답에 마이클 와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2루보다 3루가 좋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 그보다 시합 전에 이야기 했던 것 기억하고 있지? "

이번에는 몰리나가 와카에게 물었다.

" 물론이죠. 2번째 타석까진 절대로 준혁 리와의 승부를 피할 것. 비슷한 공도 주지 말 것. "

" 그래. 그냥 일어서지만 않는 고의사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

" 뒷타자 하퍼에게 집중할 것. 유인구인 하이패스트볼과 바깥쪽 낮은 코스의 로케이션에 신경 쓸 것. "

" 그래. 2번째 타석까지는 리의 도루는 없어. 그러니까 하퍼의 강점인 패스트볼로 승부는 절대 피하자는 거다. "

" 네.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

와카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이오와 주 아이오와시 출신인 마이클 와카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Texas A&M University에 다니는 대학생이었다. 그리고, 2012년 전미드레프트에서 1라운드 19번째 픽(pick)으로 세인트루이스의 유니폼을 입고는 올해 5월 30일에 빅리그 데뷔를 치룬 루키였다.

올 시즌 성적은 15경기에 나서서 선발로는 9번 등판 4승1패를 기록했는데, 방어율도 2.78로 아주 준수했다. 더군다나 앞선 디비전 시리즈에서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그는 피츠버그의 타선을 상대로 7.1이닝 1안타 9K 2볼넷 1실점만 내주며 승리 투수가 됐다. 그리고 그를 더욱더 자신 있게 만들어준것은 8회 1아웃까지 노히터 경기를 끌어갔다는 것이었다. 대단한 역투가 아닐 수 없었고 이것은 젊은 신인투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 그래. 3번째 타석부터는 패턴을 바꿔야 겠지만, 크게 시합에서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이대로 가져갈 테니까 그 점 염두에 두어 두고. "

" 네. "

야디에르 몰리나는 다시 한 번 강조를 하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카를로스 벨트란의 방망이 가 돌았다.

시합전 타격코치의 작전지시 대로라면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배팅을 가져갔으리라.

--딱--하지만, 타구는 팝플라이였다. 그것을 바라보는 몰리나는 입맛이 썼다. 마이클 와카가 디비전 시리즈에서 기대이상

이 투구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루키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물론 오늘 시합도 잘 던져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워싱턴의 조던 짐머맨과의 선발 매치 업에서 절대 앞선다고 할 수는 없었다. '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점수를 내야 하는 건데... '맷 카펜터야 몰라도 그가 무사 2루의 찬스를 잡은 상황이라면 공 한두 개 정도 여유를 가졌으면 어땠을 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도 결과론일 뿐이었고, 우선은 작전대로 하는 것이 우선일 터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몰리나의 찜찜함은 아쉽게도 현실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 2번 타자 카를로스 벨트란 초구 공략. 내야에 뜬공. 라이언 짐머맨이 처리 합니다.  카디널스의 타자들이 오늘 상당히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민성 아나운서가 물음을 던졌다. 두 타자 연속 초구 공략이었다. 충분히 던질만한 질문이었다. [ 아무래도 경기 전 타격코치와의 미팅에서 이야기가 나왔을 테지요. 오늘은 적극적

으로 스윙을 가져가자 하고 말이지요. 사실 이런 건 분석을 통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조던 짐머맨 선수는 사실상 평균 94마일의 포심과 80마일 중후반대의 고속 슬라이더의 투피치 투수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시즌 말미와 디비전 2차전까지를 보면 커브의 구사 율이 상당히 올라갔어요. 거기다 간간히 던지는 체인지업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이 투수는 구위형 이면서도 제구력이 좋은 투수죠. 9이닝 당 평균볼넷허용이 MLB평균이 3.05개인데 조던 짐머맨은 1.98개로 2개가 채 되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차라리 투수가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초구 2구를 노리자 라고 세인트루이스의 벤치에서 지시가 내려지지 않았나 싶어요. ]송재익 해설위원의 대답은 깔끔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그의 말이 100%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그가 세인트루이스의 타격코치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은 다음에야 말이다. 하지만, 그의 설명은 TV를 시청하고 있던 시청자들도 다 함께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정도로 군더더기가 없었다.

[ 1차전을 내준 세인트루이스의 입장에서는 선취점의 중요성이 좀 더 높다는 점도 있겠지요. ][ 그렇군요. 하지만, 반대로 워싱턴의 입장에서는 한결 한시름 놓게 되는군요. 무사 2루에서 진루를 시키지 않고 아웃카운트를 하나 늘렸으니까요. ]이번엔 이민성 아나운서가 대답했다. 그의 말도 틀리진 않았다. 2루라고 하더라도 1아웃이면 안타만 안 맞으면 실점은 없었다. 무사 2루에 비해선 한결 좋아진 상황이었

다.

그리고, 역시나 이런 차이는 짐머맨의 어깨에서 부담감을 덜어내기에 충분했다. 어제 5타수 무안타의 침묵을 지켰던 맷 홀리데이 이긴 했지만, 3할의 타율과 22개의 홈런을 기록한 무시할 수 없는 타자를 상대로 공 5개만으로 삼진을 이끌어냈으니까.  이런 기세는 세인트루이스의 4번 타자 맷 아담스에게까지도 그대로 이어졌다. 4구만에 유격수 앞 땅볼을 만들어내며 3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1회 초 위기상황을 넘겨 낸 것이었다.1회 초 수비를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온 준혁은 곧바로 뒷타자인 하퍼를 불렀다.

세인트루이스와 몰리나가 대비를 했듯이, 준혁도 만찬가지였다. 더군다나 같은 팀이 동료들마저 그가 경기 초반엔 뛰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소한 뒷타자인 하퍼에게는 뛸 거라는 언질은 줄 필요가 있었다.

" 나. 1회부터 뛴다. 무조건 초구부터 뛸 거니까. 생각하고 있으라고. "

" 네? 정말요? "

하퍼는 반문을 했다. 당연한 것이었다. 준혁과 함께 경기를 치른 여태껏 그가 초반부

터 뛰는 것은 거의 본적이 없었으니까.

" 그럼, 도와줄까요? "

하퍼는 왼손 타자였다. 1루 주자가 2루로 도루 할 때, 타이밍에 맞춰 헛스윙을 해준다던지 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의 도움을 줄 수 가 있었다.

" 아니. 도와주는 스윙을 해서는 내가 뛰는 의미가 없으니까. 그냥 좋은 공 오면 맘껏 스윙해. "

"... ... "

" 솔직히 널 상대하는 패턴이 다르잖아. "

" 그건 그래요. "

하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추어도 아닌 프로다. 자신을 상대함에 있어 상대방 배터리가 어떻게 대응을 해왔는지를 복기해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랬기에 어제의 시합에서 몰리나의 리드가 평소와 달랐음을 모른다는 것은 직무유기와 마찬가지였다.

" 안 뛴다고 정말 안 뛰는 걸로 안다면 이쪽도 조금 곤란하니까. "

" 징크스는 아니었던 거네요? "

" 징크스? 뭐... 초반엔 뛰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는 거지. "

솔직히 징크스가 아니라고 하긴 뭣했다. 따지고 보면 시스템적인 한계였고, 그것의 연장선상의 징크스라고 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준혁은 돌려 말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다시 한 번 하퍼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내키지 않아서 뛰지 않는다고? 150개나 되는 도루를 한 사람이 ? '하퍼는 순간 ' 준혁이 사람 맞나? ' 싶었다. 자연스레 표정 또한 묘하게 변했다.

표정변화는 준혁도 알 정도여서 그는 서둘러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 그러니까. 괜히 볼카운트 낭비 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 대신 노렸던 공은 확실하게 때려줘. 시원하게 홈 플레이트 한번 밟아보자. "

그제야 하퍼의 표정도 본래로 돌아왔다.

" 하하하. 알았어요. 오늘은 다를 겁니다. 암요. "

준혁이 알아서 내야를 휘저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하퍼 역시 대비를 한 상태. 준혁의 말대로라면 내야땅볼이나 외야플라이 정도라도 그를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 터. 그 정도도 하지 못한다면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 오고 나서 커다란 벽을 실감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야구실력을 의심하진 않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비슷비슷한 실력이라야 시샘이라도 하지. 준혁 리와 자신 사이의 간극은... 당최...' 그 누가 오더라도 준을 상대로는 하나도 다를 바가 없겠지. '답을 얻는 것은 너무나도 쉬웠다. [ 세인트루이스의 선발 투수는 마이클 와카 선수입니다. 올 시즌 15경기에 등판해서 4승1패 64.2이닝을 소화하고 52피안타 20자책. 5피홈런을 허용했습니다. 탈삼진은 65개를 잡았고, 평균자책점은 2.78입니다. ]1회 말 워싱턴의 공격으로 넘어왔고 이민성 아나운서의 세인트루이스 선발투수에 대

한 소개가 이어졌다.

[ 시즌 중반 AAA에서 콜업이 된 루키인데요. 일단 워싱턴과의 맞대결은 오늘 경기가 처음이 되는군요. ][ 키가 상당히 큰데요? ]이민성 아나운서의 목소리엔 이채가 어려 있었다. 자료를 살피던 중 마이클 와카의 신장을 본 때문이었다.

[ 프로필 상으론 198cm이군요. ][ 이것 워싱턴 타자들이 초반 공략에 애를 먹을 수도 있겠는데요? ][ 네. 키가 큰 편이기도 하고, 마이클 와카 선수가 팔각도도 오버쓰로우로 상당히 높게 가져가면서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스타일이거든요. 게다가 90마일 중반대의 포심은 시즌 말미의 93.3마일에서 1.1마일이나 상승해서 디비전에서 94.4마일을 찍었어요. 패스트볼의 사용빈도 또한 74%까지 올랐는데요. 시즌말미보다 헛스윙 율까지 올라가 버렸네요. 본래 투수가 패스트볼은 던지면 타자에게는 공이 날아오면서 가라앉은 것처럼 보이는데요. 마이클 와카 선수의 포심은 백스핀이 좋아서 공이 덜 가라앉는다는 거죠. 그래서 타자의 눈에 보이는 것보다 위로 들어와 버리는 거죠.

그리고 여기에다가 80마일 중반의 좋은 체인지업을 던집니다. 투피치 이긴 합니다만 공략이 쉽진 않아요. ]두 사람의 염려는 일견 이해가 가는 것이었다. 이미 디비전 시리즈에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보여준 마이클 와카였으니까.

게기에다가 워싱턴과는 단 한 번도 맞대결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에서 오는 그런 낯설음이 분명 존재 할 수밖에 없었다. 초반 분위기에 한번 말려버린다면 긴 이닝을 와카에게 끌려갈 수도 있었다.

[ 루키라고는 하지만, 피츠버그와의 디비전에서 이미 한번 보여주었으니까요. 7.1이닝 1안타 9K 2볼넷 1실점. 8회 1아웃까지 노히터를 이어가는 대단한 역투를 선보이며 승리투수가 되었습니다. 세인트루이스의 3차전 선발이 아담 웨인라이트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쉽게 생각할 만한 투수는 아니라는 것이죠. ][ 하지만,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분명 좋은 투수이긴 하고 쉽게 풀어 갈만한 상대는 아닙니다만... 워싱턴에는 이준혁 선수가 있으니까 말이지요. 더군다나 디비전 때와는 달리 이번엔 마이클 와카 투수가 1패를 안고 선발로 나서니까말이지요. 진정한 시험대이지 않을까요? ]마지막 말은 어쩌면 이민성 아나운서의 희망사항 일수도 있었다. 와카는 시즌 말미

마지막 경기에서 조차 8.2이닝 동안 노히터를 기록 했던 투수였다. 디비전시리즈까지 포함 마지막 두 경기에서는 리그 특급피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헛 희망이라고는 할 수도 없는 말이었다.

단기전에서 투수의 비중이 타자보다 높을 수밖에는 없다는 점이 변수라면 변수였지만... 준혁은 스스로 경기의 흐름을 충분히 바꿔버릴 수 있는 타자였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미 앞선 1차전에서도 한차례 선보이지 않았던가?

[ 이준혁 선수. 타석에 들어섭니다. 현지 시각 토요일 오후 3시 18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 1회 말 워싱턴 내셔널스의 공격이 그의 방망이로부터 시작됩니다.

이준혁의 등장을 알리는 이민성 아나운서의 멘트에는 자랑스러움이 서려 있었다. ============================ 작품 후기 ============================

+이제 슬슬 결말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으면 싶네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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