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3포스트시즌 -- >
+2013 포스트 시즌하지만 말이다. 그게 왜 지금 와서 문제가 되는가 말이다.
가까이를 보면 며칠 전 피츠버그와의 디비전에서도 계속 배드볼을 건드리지 않았던가.
" 그래 맞아. 이제껏 그런 정석이 아닌 방법으로도 아무런 문제는 없었지. 하지만 말이야. 그때와 오늘... 다른 점이 있지 않아? "
어느새 테드의 말투는 은근해져 있었다. 게다가 상체를 숙이며 조금 더 준혁의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한다.
" 다른 점... 요? "
자신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따지고 보면 젠보다 더 한 나이스 바디의 누님이
테드였다. 톱 모델 케이트 이튼의 베이스를 한 몸매에 동양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그녀가 양팔을 껴안은 채로 상체를 앞으로 숙인 거다. 게다가 집안인 때문인지 그녀는 가슴이 파인 V넥을 입고 있었다. 당연히 가슴골은 강조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리고 그런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한 두 개의 봉우리에 눈길이 갈수 밖에는 없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인거다.
" 너. 그거 반칙이다? "
이번엔 젠의 퉁명스런 목소리다.
" 흥. "
테드의 대응은 단 한마디였고... 그 덕분에 준혁은 빼앗겼던 시선을 되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왜 테드의 눈이 웃는 것 같았을까?
아니지. 아니지. 지금은 생각부터 해보자. 준혁은 디비전 시리즈 때를 떠올려본다.
' 그때도 배드볼을 건드렸다는 같았어. [배드볼 히터]를 발동시킬 생각을 가지진 않았지만. 마음가짐이 다르다? 그 때문은 아닐 테고. 그렇다면 뭘까? '곰곰이 하나하나 기억을 떠올려본다.' 1차전 때는 발동이 됐고, 2차전에선 끝까지 발동이 안됐어. 3차전 때는 다시 발동이 됐고. '그리고 그 [배드볼 히터]가 발동 된 타석에서 한번은 직선타로 아웃, 또 한 번은 1루 수비를 뚫고 우측선상 3루타를 만들어내었다. 발동 된 두 번도 모두 경기 후반에 들어서서 였다.
" 그러고 보니 [타격의 신]은 모두 터지지 않았네요? "
준혁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앞에 앉은 두 요정을 보며 말했다.
" 그랬지. 맞아. 하지만 그건 아냐. "
답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또 뭐가 다를까. 그때 문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 혹시, 타격의 유무? "
" 그래. 맞았어. "
" 정말요? "
이것 또한 다른 점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피츠버그와의 대결에서는 [배드볼 히터]를 발동시킨 타석에서 모두 타격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오늘 시합에서는 타격을 할 수 없었다. 약점을 알아챈 몰리나가 [배드볼 히터]가 발동 된 상태에서 그를 포볼로 걸러버렸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원인이라고?
" 뭐. 나도 100%라고 확답을 해주진 못해. 너에게 소원을 들어준 것이 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게임 시스템을 만든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
젠의 대답이었다. 오늘 저녁 가장 진지한 얼굴이라는 것은 덤이었다.
" 하지만, 네 몸에 고정된 스펙트럼이 그렇다고 말하고 있거든. "
" 사실 맞잖아. [크레이지 모드]라고 착각이 가능할 정도의 [타격의 신]의 발동. 그리고 그 이유가 포인트의 고정인데, 다음타석에서 [타격의 신]이 발동되기 위해선
첫 타석에서부터 포인트가 고정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할 수밖엔 없고. 그렇다면 [배드볼 히터]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고 보는 거지. 물론 다른 쪽 결론이 나올 확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으로써는 말이야. "
" 그리고, 이제껏 [배드볼 히터]를 첫타석에서부터 발동시킨 적이 있었어? "
없었다.
" 그리고 [배드볼 히터]가 발동 되고 첫타석에서부터 걸어나가본적 있었어? "
그것도 없었다.
" 그리고 결정적으로 너 [배드볼 히터] 정석대로 발동시켜본 적 있어? "
당연히... 없었다.
" 항상 버그로만 발동을 시켰네요. "
" 그래. 그리고 연계로 터지는 [타격의 신]도 정석대로 라면 터질 수 없는 특기잖아. "
그녀의 말대로다. 따지고 보니 온통 버그 투성이다.
특기의 발동도 버그였고, [타격의 신]이 연계로 터지는 것조차 버그였다. 한마디로 준혁은 [배드볼 히터]를 버그로 쓰고 있었단 말이었다.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 네 몸 주위엔 스펙트럼이 고정되어 있어. 그리고 그 색깔은 작년 [크레이지 모드]때와는 달라. "
" 그렇군요. "
수긍은 어렵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개발진의 삽질 덕분에 그 태생부터가 버그인 기술이었다. 그런 기술을 버그로 사용했으니 또 다른 에러가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의문는 떠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소소한 문제일수도 있었지만, 준혁은 물어보고 싶었다.
" 그런데, 왜 지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걸까요? "
" 적극적으로 [배드볼 히터]를 써본적이 이번이 처음이니까. "
테드의 대답이었다.
" 적극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라... 이해가 가네요. "
다시금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마지막 질문이 남았다.
" 그러면요. 해제를 시키지 않으면 내일 문제가 될까요? "
어찌되었건 오늘 시합에서는 특기의 발현은 막히지 않았다. '포인트의 동결'의 이득 또한 취했다. 하지만, 작년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이대로라면 내일은 '100% 흐림' 당첨이었다.
" 하나의 특기가 꼬이면 다른 기술의 발현에도 영향이 있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 스펙트럼이 고정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말이야. "
" 그렇담 이대로는 슈퍼모드 발동도 안 되겠군요. "
" 그렇지. 특기 발동도 동결인데, 포인트라고 다를라고. 그것보다 어떻게 할래? 지금이라도 할래? "
" 잠깐! "
테드의 말에 젠이 급히 제동을 건다. 이어지는 말에선 은은한 노기마저 느껴졌다.
" 너 지금 약속을 깨려는 거야? "
약속 무슨 약속? 또 다시 의아해지는 준혁이다.
" 첨부터 이 제한을 한건 너였어. "
" 그랬지. 하지만, 스펙트럼의 기운을 양보 못하겠다고 한건 처음부터 너였잖아. "
테드또한 지지 않는다.
" 넌 한번 기운을 맛봤다며. "
이정도면 준혁도 모를 수가 없는 거다. 그녀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내가 무슨 맛있는 물건도 아니고... '어쩐지 친절히 이야기들을 해준다 했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이런 건 확실하게 해야 한다.
" 저기요. 제가 말이지요... "
" 중간에 끼어들지 마! "
히극!
준혁의 생각이 틀렸다. 저 둘은 그냥 강탈해 갈수 있는 존재다.
" 흥. 웃기셔. 지금 보니 너 처음부터 약속 안 지키려고 했던 거 아냐? "
" 그래. 왜? 약속이란 깨라고 있다는 말도 몰라? 그리고 너도 규칙 같은 건 지킬 생각 없었잖아. 안 그래? "
당당하다. 허긴 애초에 서로에게 꿀릴 관계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녀들의 주고받는 말들 중에 괜히 끌리는 것이 있다.' 약속? 규칙? 깨라고 있다? '바로 이것이었다.
' 잠깐! 약속.. 규칙이라면! '특기가 꼬여버리면 다음날 영향이 그대로 간다. 그리고 그것을 해제하려면 요정의 육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규칙이었다.
하지만, 깨라고 있다라면... ' 해제를 시키지 않고 넘긴다면...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당장 내일 시합을 포인트가 동결인 상태로 들어간다면.' 빙고!! '준혁은 자신도 모르게 커다란 박수소리를 만들어냈다. --짝!
--유레카 다. 이것이 유레카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 젠, 테드. 나 지금 해제하지 않으면 안 될까요? "
" 뭐?? "
" 무슨 말이야?? "
준혁의 말에 둘은 무슨 말이냐 하는 표정이었다. 더군다나 어느 샌가 그의 양팔을 붙잡고는 설명을 해보라는 눈빛이었다.
" 몰리나에게, 세인트루이스에게 빅엿을 선사할 방법이 생각났거든요. "
" 뭔 소리야? 특기도 발동 안 될 텐데? "
젠이 말했다.
" 포인트도 동결이라 [슈퍼모드]는 꿈도 못 꿔. "
뒤 이어 테드도 말했다.
" 알아요. 손해라는 걸. 그래서 더더욱 그냥 해제 안하고 시합에 들어가려는 거예요. "
" 내일만 시합 할 것 아니잖아요. 그리고 약점을 약점으로 남겨 둘 순 없잖아요. "
해제를 시키지 않는다면 페널티는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그가 가질 수 있는 이득은 분명히 있었다. 준혁의 상태를 분석해준것이 그녀들이었다. 이쯤 되면 그녀들 또한 준혁의 의도를 눈치 채기엔 충분했다.
" 허긴. 그렇게도 쓸 수 있겠다. 다른 때라면 손해겠지만 말이야. "
" 하아. 할 수 없지. 하루쯤이야. 기다려 주지. "
테드와 달리 젠은 조금 못마땅한 표정이긴 했지만, 그래도 넘어가 주었다.
" 그래도 우리 준. 머리 좋은데? "
" 그러게 말이야. 동결된 포인트를 그런 식으로 쓰겠다니. "
" 도루는 특기가 아니니까요. 하하. "
그랬다. 도루는 특기가 아니었다. 그냥 발 빠른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선택지 중의 하나 일뿐이었다.
그런데도 포인트를 깎아 먹는다는 것이 상당히 불합리하다 싶기도 하지만, 포인트가 동결 되고 나니 오히려 언제라도 뛸 수 있게 되어버린거다. 하지만 멋쩍은 웃음은 막을 수 없었다.
한 미모 하는 두 요정들이 두 눈을 반짝이며 칭찬을 해주고 있었다. 그것도 바로 옆에서 그의 팔을 하나씩 끼고는 말이다. 귓불이 금방이라도 녹아 흘러내리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 후후. 이걸로 확실하게 세인트루이스에게다 혼란을 줄 수 있겠네? "
준혁이 경기초반 뛰지 못한다는 약점을 찾아낸 세인트루이스다. 그리고 그것을 적극 활용한 1차전이었다.
그런데, 2차전에서 그 약점이 곧바로 뒤집혀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 네. 계속 쓸 만한 방법은 아니지만, 혼란을 주기엔 이것보다 제격은 없겠죠. "
포인트의 동결 말고는 모든 것이 마이너스다. 애초에 특기가 꼬인 격이니 이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게다가 꼬인 시기가 1회 말이 아닌 1회 초였다면 단 1의 포인트도 없이 포인트 동결이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 한마디로 요행수라는 것, 소 뒷걸음질에 쥐 잡은 꼴이라는 거라고 봐야겠죠. "
" 글쎄? 그래도 난 노력한 댓가라고 생각이 드는데? "
테드가 예의 덤덤한 얼굴로 칭찬을 해주었다.
" 그렇잖아. 애초에 네가 스트라이크존만 공략하려던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면 말이야. 그래서 배드볼을 때려내기 위한 연습을 하지 않았다면, 적극적으로 [배드볼 히터]를 사용하려고 마음먹지 않았다면 이런 방법을 찾아 낼 수 있었을까? "
" 아하하. 그런가요? "
준혁의 얼굴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미녀의 칭찬은(설령 인간이 아니란 것을 알지만) 남자를 춤추게 만든다.
" 야! 테드! 너 반칙이다. 그거. "
뭐, 역시나 옆에서 째려보는 요정도 있지만... 그리고 그 결말은 또 다시 투닥투닥이지만... 하지만, 뭐... 어떠랴.
내일 몰리나와 세인트루이스에게 빅엿을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말이다.
하하하 하하갚아주마 몰리나.
============================ 작품 후기 ============================+다음편은 2차전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