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툴 플레이어-298화 (298/309)

< --  +2013포스트시즌  -- >

+2013 포스트 시즌챔피언십 1차전이 끝난 늦은 밤. 준혁 들의 집은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 예리엘은요? "

준혁은 2층에서 내려오는 젠을 보며 물었다.

" 재웠지. "

재웠다... 라. 뭐 그게 맞은 이야기이겠지. 수면의 마법을 쓰는 것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니니 말이다. 게다가 솔직히 지금 할 이야기는 그녀가 듣기엔 좀 난감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 차나 한잔 해. "

테드가 주방에서 쟁반을 들고 나왔다. 그위엔 3잔의 머그컵이 놓여 있었는데, 그것을

각자의 자리 앞에 가져다 준다. 차의 향기와 따뜻함이 나쁘지 않았다. 준혁은 한 모금을 음미하고는 맞은편에 앉은 두 요정들을 바라보았다.

" 그럼, 이제 이야기 좀 해주시겠어요? "

이제부터 본론의 시작이다.

" 훗, 궁금하지? "

젠이 피식 하고 웃는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 당연히 궁금하지요. 경기는 이겼지만, 당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

" 그런 것 치고는 침착한데? "

테드 또한 차를 한 모금 하고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 이제는 믿는 거지요. "

준혁은 대답했다. 이 상황에서 누구를 믿겠는가? 요정인 젠과 테드를 믿지 않는다면 말이다.

" 칫! 재미없네. 처음에 만났을 때는 안 그랬는데 말이지. "

젠은 짐짓 맘에 안 든다는 표정이다.

" 하하하. 그런가요? "

준혁은 웃어 넘겼다. 그러고 보니 그녀를 만난 지도 벌써 햇수로 5년째던가?

" 재미없어. "

이제는 쀼루퉁하다. 하지만 그녀라고 언제까지나 양 볼을 부풀리고는 있을 수 없었다.

" 네가 하지 않으면 내가 하지. "

테드가 스윽 하고는 끼어들었으니까 말이다.

" 노터치. 그건 아니지. "

" 그럼 얼른 이야기 해주시던가. "

역시나. 테드, 나이스다.

" 하아. 둘 다 재미없게. 잘 들어. 답은 바로 [ 배드볼 히터] 야. "

" 배드볼 히터요? "

준혁은 쌩뚱 맞은 느낌이었다. 시합에서 계산이 서지 않는 뒤죽박죽의 원인이 배드볼 히터였다고?

" 배드볼 히터는 크레이지 모드의 적용을 받지도 않고, 그렇다고 포인트와 연관성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

그의 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배드볼 히터]는 발동만 시키면 시합 내내 유지되는 특기였다. 그리고 발동에 필요한 포인트 자체가 필요 없었다.

하지만 그가 시합 내내 느꼈던 곤란함은 첫 번째는 [타격의 신]이었고 그다음은 포인트에 관한 것이었다.

" 작년 [크레이지 모드]에서의 버그와 스펙트럼에 대해서 이야기 했던 것 기억하지?

"

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시합 중에도 한차례 떠올렸던 기억을 단 몇 시간 지났을 뿐인 지금 치매가 아니고서야 잊어먹을리는 없었다.

" [크레이지 모드]가 적용되면 스펙트럼이 고정된다는 것은 앞서 이야기 했었어. 그런데, 잠깐이나마 스펙트럼에 변화가 생길 때가 있어. "

" 그게 뭐죠? "

준혁은 반문했다. 이런 이야기는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 포인트의 변동이나 다른 특기 등이 발동할 때. 그때 스펙트럼에 변동이 생겨. 그런데 말이야. 너의 부탁을 받고난 다음 널 보는데, 스펙트럼에 변동이 생기지 않더라는 거야. 수비에서 직접 공을 잡아 아웃카운트가 올라갔는데도 말이지. "

젠의 설명에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이 커졌다.

" 그렇다면 혹시... 포인트가 쌓이지 않더라는? "

" 응. 정확히는 동결 이라는 표현을 써야겠지. [ 타격의 신]의 발동을 생각하면 말이

야. "

젠은 쌓이지 않는다는 말 대신 '동결'이란 표현을 썼다. 그리고 [타격의 신]특기와도 연관이 있다는 말투였다. 처음엔 [ 타격의 신]이 크레이지 모드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곧 그것이 틀렸음을 알았다. [예측]이 연속으로 터졌으니까. 그런데, 젠의 말처럼 '포인트의 동결' 이라면 [타격의 신]의 연속 발동도 전혀 설명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한번 발동이 되고 나면 포인트를 모두 소진하게 되는 특기, 그리고 그 뒤로 다음 타석 때까지 단 하나의 포인트도 얻지 못했음에도 또 다시 발동 된 특기. 이모든 것은 애초에 포인트가 동결되어 깎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설명이 된다.

그리고 [크레이지 모드] 가 아닌 상황에서의 연속 발동 또한 확률의 문제일 뿐이다.  99%라도 발동이 안 될 수도 있었고, 단 1%라도 발동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확률' 이라는 놈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연속도루를 시킨 것 또한?

" 그렇지. 네 생각대로야. "

젠은 어느 샌가 그의 생각을 읽었나 보다. 다시금 그녀의 설명이 이어졌다.

" 도루는 다시 한 번 확인차원에서 시켜본거야. 그리고 넌 [홈스틸의 달인]을 발동시

키는데도 성공했어. "

" 그렇군요. 모든 것이 설명이 되는 군요. 허허허... "

시합 내내 자신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모든 것이 단지 ' 포인트의 동결'만으로 벌어진 일이었다니... 준혁은 허탈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하나 의문이 가시지 않은 것이 있었다. 포인트는 왜 고정이 된 걸까? 그리고 고정이 되었다면 그때와 같은 곤란한 상태인 것은 아닐까?

" 빙고~. "

" 엑! 정말요? "

절로 목소리가 커지고 만다. 젠의 말은 작년 디비전때 처럼 스펙트럼이 고정되어버린 상태란 거다.

" 그래. 그때완 빛깔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시합이 끝나고도 스펙트럼이 해제가 안 되고 있어. "

아... 젠장 망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다. 또 다시 버그라니. 이 말은 다음 시합에서

모든 특기가 발동 될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 그래서 말인데. 지금 풀어 줘? "

준혁은 젠이 한 말의 뜻을 금방 알아들었다. 작년에서 한번 겪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이미 그녀의 손도 그의 바지 위 국부 쪽에 닿아있었다. 모르려고 해도 모를 수는 없었다. 그녀와 한두 번 육체의 대화를 나눠본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때, 그 어떤 부위보다 발갛게 달아오른 귓불을 지나 테드의 목소리가 달팽이관을 건드렸다.

" 쿠쿠쿠. 젠, 장난은 그만하고. 아직 이야기 안 끝났잖아. "

" 테드, 너 정말. 장난은 시기와 때가 있는 거라고. "

젠이 고개를 휙 돌려서는 테드를 쏘아본 다랄까. 준혁의 눈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테드 또한 젠과 동급의 요정. 실소를 걷을 생각도, 전혀 눈을 피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 그 때가 지금 이라는 거냐? "

" 그럼. "

" 흥. 퍽이나. 진지해야할 땐 좀 진지해져 보는 건 어때? "

" 너? 뭐? "

갑자기 이야기가 샛길로 빠진다. 거실의 공기 또한 살벌해진다. ' 하아~~. '하지만 준혁은 안다. 단순한 심심풀이 놀이라는 것을. 저러고 만다는 것을. 그리고 사단이라도 일어났다면, 진즉에 이집이 폭삭 무너지고도 남았을 거란 것을 말이다.  그래도 말이다.

저... 저기 요정님들? 하시던 이야기부터 마무리 좀 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그로부터 이야기가 다시 제자리를 찾은 것은 준혁의 찻잔에 연거푸 두 잔의 차가 비워지고 난 이후였다. 그리고 역시나 첫 스타트는 준혁의 놀란 되물음이었다.

" 네? [배드볼 히터]에서 문제가 생긴거라구요? "

작년처럼 스펙트럼이 고정되어버렸다고 하지 않았나?

" 스펙트럼이 고정되어버린것은 맞아. 하지만 그 것이 [크레이지 모드]는 아니라는 거지. 앞뒤 따지면 이상이 생긴 건 [크레이지 모드]가 발동하기 전이잖아. 안 그래? "

그건 그랬다. 분명 문제의 시발점은 생각지도 않았던 '포인트의 고정' 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배드볼 히터]의 문제다? [배드볼 히터]는 포인트와는 전혀 연관성도 없는 기술인데? 준혁은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는 없었다.

" 지금부터는 내가 이야기를 해 줄게. "

이런 그를 보며 이번에는 장난스런 젠과는 달리 차분한 얼굴의 테드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럴까? 왠지 신뢰가 간다랄까.

" 우선 하나만 물을게. [배드볼 히터]는 어떻게 발동시키는 거지? "

" 그거야, 나쁜 볼을 연속해서 계속 건드리다보면 발동 하는 거잖아요. "

당연한 걸 왜 묻나 싶었다. 그리고 테드 또한 경기장에서 준혁이 특기를 발동시키는 것을 못 본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하지만 뒤 이어지는 말에 준혁은 반문할 수밖에는 없었다.

" 아니. 그것 말고. 본래의 [배드볼 히터]를 발동시키는 방법 말이야. 게임 매뉴얼대로 정석적인 방법으로 말이야. "

" 정석이라고요? "

본래의 방법? 정석?

준혁은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그때 테드의 이야기가 다시금 이어졌다.

" [배드볼 히터]. 히든 패시브 스킬.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배드볼을 쳐서 2루타 이상의 장타를 만들어냈을 경우 일정확률로 발동하는 스킬. 효과는 한 시합 내내 지속. 스트라이크와 볼에 대한 스윙스팟 감각의 체인지. 한마디로 벗어나는 볼은 안타를 만들기 쉬워지고, 반대로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오면 공은 정타가 만들어지기 힘들어지는 기술. "

마치 국어책을 읽는 듯한 어조였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준혁은 잊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 아! 맞다. 그거에요. 그거. "

" 이제 생각나? "

" 네. "

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다. 본래의 [배드볼 히터]의 발동조건은 저것이었다.

" 그리고 넌 재작년 이 기술을 처음 사용했어. 컵스의 잠브라노를 상대로 말이야. "

맞다. 그때 잠브라노 자식을 상대로 말이다. 고의적인 헤드샷. 지금 생각해도 열이 올라온다. 그런데, 그게 왜? 준혁은 다시금 의문이 들었다. 그때 테드가 길가에 돌멩이라도 툭 하고 던지듯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 버그. "

" 네? "

" 여태껏 넌 [배드볼 히터]를 매뉴얼대로가 아니라, 버그 식으로 발동 시켰다고. 오늘도 마찬가지고. "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였다. ============================ 작품 후기 ============================+얼라리요?

+주) 122화,131화,132화 참조+ 한편 더 갑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였다. ============================ 작품 후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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