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 2013시즌 -- >
+2013시즌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카운트를 말하자면 첫 두 개의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고 시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보다는 못하지만 1볼 2스트라이크 또한 투수에게 대단히 유리한 볼카운트임은 분명하다.
이것은 던질 수 있는 공의 여유가 있다 보니 선택권이 투수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볼카운트가 3볼 2스트라이크까지 가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투수에겐 최악의 카운트였다. 풀카운트까지 왔다는 것은 적어도 공을 5개 이상은 던졌다는 말이었으니까. 게다가 여기에서 볼넷이라도 나올라 친다면 공은 공대로 던지고 체력은 체력대로 까먹는... 안타 맞은 것만도 못한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심리적으로도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볼넷을 허용한다는 것은 투수 본인에게도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시합에서 마운드 위의 오클랜드의 선발투수인 토미 밀론의 심정이 그러했다. ' 2스트라이크를 먼저 내주고도 볼카운트의 불리함을 극복해 내는 능력이 역대 최고의 타자라더니... '처음 2개의 스트라이크 콜을 받을 때만하더라도 나름 오늘 시합 좀 할만하겠다싶었던 토미 밀론이었다.
구위형 이 아닌 제구력으로 먹고사는 피네스 피처인 토미 밀론 같은 투수들에겐 심판의 존의 넓고 좁음의 차이가 좀 더 영향을 끼칠 수밖에는 없었는데, 그런 점에서 주심 빌 웰크의 존 설정은 상당부분 투수에게 유리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타자가 준혁 리라는 것이었다.
1볼 1스트라이크의 볼카운트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타자가 두 번째 스트라이크를 받게 된다면, 타자가 압박을 받아야함이 정상이었다.
하지만, 압박은 오히려 토미 밀론이 받고 있는 실정이었고 1회부터 입안은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거북해져 버렸다.
' 그래. 나가라 나가! '이번에 던지면 벌써 12개째의 공이었다. 거의 한 이닝동안 던질 공을 준혁을 상대로 던지고 있다 보니 그냥 얼토당토 하지 않는 공으로 진즉에 1루로 보내어버릴걸 싶기까지 했다.
' 준혁 리의 머릿속에 1회엔 도루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까. '정말 특이한 부분이었다. 한 시즌 최다도루 신기록을 갈아치운 선수 답지 않게 말이다.
지금까지의 그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통틀어 1회 도루는 채 10개가 되지 않고 있었는데, 여기에 대해선 그 어떤 팀의 분석전문가들도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징크스나 그의 성향으로 결론내리는 것이 다였는데, 요즘 들어서는 징크스이지 않겠냐라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었다.
실제로도 연속안타를 치기시작한 선수가 그 안타기록이 끝나기 전에는 수염을 깎지 않는다던가, 아니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투수의 모자를 빌려 쓰고 등판한다던가, 심지어는 어떤 특정결과가 끝나기 전엔 팬티를 갈아입지 않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물론 무사에 1루로 주자를 내보낸다는 것이 그것도 1회 시작하자마자, 좋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괜히 정면승부를 하다가 리드오프 홈런이라도 맞아버리면 공은 공대로 던지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짜증 섞인 토미 밀론의 12번째 공이 홈플레이트를 향해 날아갔다.
--슈우우욱--
그래도 대놓고 빠지는 공은 아니었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풀카운트까지 와버린 것도 모자라 공까지 12개나 던지고
'편히 걸어가십시오.'
하고 던져줄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정직한 공 또한 아니었다.
주심의 좌우 폭을 이용한 까다로운 코스로... 그리고 유인하는 떨어지는 공이었다. ' 제발 속아줘. '아이러니 하게도 토미 밀론의 이런 속마음과 달리 정말 속을 것이라 기대하느냐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유인하는 브레이킹볼을 골라내기로는 최고인 타자가 준혁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율배반적으로 결과가 뻔 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속마음은 속아주길 바랬고, 이런 혼란스러움은 그가 던진 공의 궤적을 바꾸어버렸는데, 그 바뀌어진 코스는 이번에도 애매한 코스로 향하고 말았다.
' 이번에도 또 냐!?'
토미 밀론을 상대하는 준혁도 징글징글 하긴 마찬가지였다.
시합전 분석 팀에게서 건네받은 빌 웰크 주심에 대한 평가는 그를 나름 솔리드한 심판이라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1회의 판정에서 바깥쪽 판정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시합 내내 밥 데이비슨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이것이 준혁을 고민되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단 2개의 스트라이크 판정이었지만, 바깥쪽 존이 후하다고 느끼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그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을 정확하게 오클랜드의 선발투수인 토미 밀론은 계속해서 찔러오고 있었으니... 준혁으로써도 ' 오늘 시합 토미 밀론에게 말릴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쳐봐야 좋은 타구는 안 나온다.
'밀어칠수 밖에는 없는 공이었다. 그리고 실패한 타구가 나올 확률이 높은 코스의 공이었다. 동양인과 달리 신체적으로 팔이 긴 서양의 키큰 선수들이었다면 안타의 확률은 좀더 올라갈 터였다. 하지만 준혁은 상대적으로 팔이 짧은 동양인이었다.
게임시스템도 그의 팔을 원숭이팔로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실투와 확실히 빠지는 공을 골라낸다.
'
그리고 그것을 위해 이번에도 파울로 걷어내는 수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걷어내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게임의 옵션의 도움을 받고 있는 준혁이었지만, 그가 지금 서 있는 곳은 게임속이 아닌 실제의 현실이었다.
당연히 버튼 하나로 스윙을 하는 것이 아닌 그의 스스로의 힘으로 마지막까지 배트를 돌려야만 한다. 그러했기에 개수가 늘어나다보면 실수는 필연적으로 따라오기 마련이고, 실수가 아니더라도 운이란 놈이 장난질을 칠 여지가 생기게 되는 것이었다. 마치 지금처럼 말이다.
--퉁~--
" 허업! "
' 똥 됐다! '커트하려고 했던 공이 생각보다 높게 떠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오클랜드의 홈구장인 'O.
co 콜리세움'이 AL의 구장들 중에서도 최고로 넓은 파울 존을 자랑하는 곳이라는 것이었다. 메이저리그의 경기장들 중에서 유일하게 야구와 미식축구를 함께 하는 경기장이다 보니 파울 존이 넓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는데, 그 덕분에 이곳은 투수친화적인 구장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준혁이 커트하려던 타구가 3루 측 파울존 방향으로 공중에 떠버린 것이었다.
물론 높게 뜬공은 아니었다.
내야수의 키를 넘어갈 정도의 높이 랄까? 암튼 그랬는데, 커트를 하려던 타구이다 보니 라인드라이브의 타구에 비해 그 속도가 늦을 수밖에는 없었다.
[ 이준혁 선수 첫타석부터 대단한데요? ]역시나 이민성 아나운서의 멘트는 이준혁에 대한 칭찬이 빠지지 않는다.
이것은 송재익 해설위원이라고 별반 다르진 않았다.
[ 맞습니다.
선수타자의 덕목 중에 하나가 뒷타자들을 위해서 공을 많이 봐주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물론 스트라이크존을 좀 넓게 보는 감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이것은 주심의 후한 스트라이크존 영향도 있으니까요. 스스로 충분히 해결하고도 남을 타자가 이준혁 선수이지 않습니까? 때로는 저런 모습도 나쁘진 않습니다. ]
오늘도 MBS해설 진은 경기의 시작과 함께 상대편 투수로 하여금 11개나 되는 공을 던지게 하는 준혁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준혁이 데뷔하고 난 이후 이짓도 몇 년 동안 계속되다보니 가면 갈수록 더해지면 더해지지 적어지진 않을 듯싶었다. 더군다나 준혁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이 은근히 이민성과 송재익 두 콤비의 이런 모습을 원하기도 했다.
그 순간 토미 밀론의 12번째 공이 들어왔고, 준혁의 방망이가 나왔다. [ 이준혁 선수, 12번째 공! ][ 앗! 공이 뜨고 맙니다! ]이민성 과 송재익 두 사람은 직감적으로 타구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타구가 떴다 3루 쪽으로. 그 순간, 오클랜드의 3루수 조쉬 도날드슨은 반사적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준혁 리의 파울 타구였다. 그리고 이런 기회는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니었다. 준혁은 팝플라이 같은 짧은 플라이타구가 거의 없는 타자였으니까. 더군다나 자신의 팀 선발투수인 토미 밀론은 1회 시작하자마자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12개나 되는 공을 던지고 있었다.
거의 한 이닝 가까이 던질 공을 한 타자를 상대로 말이다. 물론 타자가 준혁 리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랬기에 더더욱 아웃을 시킬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 무조건 잡아야 돼! '타구는 3루 베이스라인과 3루 측 덕아웃 중간쯤에 떨어질듯 보였다. ' 아니 잡을 수 있어! '플라이라고는 하지만 타구의 높이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 외로 채공시간은 길었다.
조쉬 도날드슨은 직감적으로 잡지 못할 타구는 아니다 싶었다. 물론 그냥은 힘든 타구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못 잡을 타구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을 인지한 순간 그의 몸은 날았다.
--타앗!
----촤라라락!!
--[ 도날드슨 몸을 던집니다! ]다이빙 캐치와 함께 이민성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리고, 뒤따라 송재익 해설위원도 확인을 요구한다.
[ 잡혔나요? ][ 아!! 잡혔군요. 이준혁! 아쉬운 파울플라이 아웃입니다. ]이민성 아나운서의 목소리에서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 괜찮습니다. 아직 1회에요. 공을 12개나 던지게 만들지 않았습니까? 뒷타자로 하여금 충분히 토미 밀론의 공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어요. ]송재익 해설위원은 연신 괜찮다는 멘트를 날렸다.
중간에 TV를 시청한 사람이라면 9회말 2아웃이라도 된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쉽기는 파울플라이 아웃을 당한 당사자인 준혁이 더하면 더했다.
" 젠장! "
그게 잡히냐? 시작이 좋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팀 동료타자들이 말려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토미 밀론이 계속해서 주심의 코너를 재대로 활용한다는 전재가 붙겠지만 말이다.
============================ 작품 후기 ============================+주말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다. 물론, 토미 밀론이 계속해서 주심의 코너를 재대로 활용한다는 전재가 붙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