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툴 플레이어-267화 (267/309)

< -- 12. 2013시즌 -- >

+2013시즌<원정길에서의 소소한 일상들...>카푸치노와 라떼 등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메뉴였는데, 특이하게 '숏블랙' '롱블랙' 이란 메뉴가 있었다.

" 숏블랙, 롱블랙? "

"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더해서 연하게 만든 거하고 아닌 거 하고 차이랄까? "

벽에 걸린 메뉴판을 쳐다보던 준혁에게 젠이 대답을 해주었다.

" 그래요? 그럼 난 연한 걸로 시켜줘요. "

에스프레소는 쉽게 말해 고농축 커피다. 당연히 이제 겨우 봉지커피에서 탈피해서 아메리카노에 조금씩 맛을 붙이기 시작한 준혁에겐 진해도 너무 진한 커피였고, 그래서 그의 선택은 당연한 것이었다.

잠시 후, 젠이 커피를 들고 왔다. 사람인원수 대로 커피는 4잔이었고, 다들 자신의 앞에 놓인 커피 잔을 들고는 음미를 하듯 마신다. 하지만, 단 한사람 준혁 만큼은 예외였다.

잔 크기는 라떼인데 담긴 커피는 완전히 에스프레소였던 것이었다.

" 웃! 아우 쓰다.

" 아 미안. 잔이 바뀌었나보네. "

준혁이 강한 시고 쓴맛에 얼굴을 찡그리자, 젠이 실수라며 커피 잔을 바꿔주었다.

" 미안. 실수야 실수. 나도 뉴질랜드 커피는 오랜만이라서 말이야. "

다시 한 번 미안하다는 젠이었다.

사약을 마신기분이었지만 재차 미안하다는데 준혁도 뭐라 말하긴 그랬다.

솔직히 잔 모양이나 크기도 다들 똑같기도 했고... 뉴질랜드 사람들은 얼마나 커피를 많이 마시기에 에스프레소를 라떼만한 잔에 담아 주냐 싶기도 했다.

주문했던 아침식사. 키위블랙퍼스트가 나왔다. 뉴질랜드 레스토랑에 왔기에 뉴질랜드 사람들이 먹는 아침식사에 가까운 메뉴를 시켜보자는 취지에서의 메뉴선택이었는데... 솔직히 처음본 비쥬얼은 그다지... 였다.

곡물로 된 식빵위에 계란후라이 2개, 그리고 베이컨이 잔득 얹혀 나왔다.' 그냥 호텔가서 먹을걸 그랬나? '물론 한국에서도 브런치란 이름으로 이런 비슷한 메뉴가 비싸게 팔리긴 한다만... 솔직히 조금은 기대이하라고 준혁은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들은 다른가보다. 예리엘과 테드... 젠까지 모두 표정들이 나쁘지 않았다.

소외감 느껴지게 말이다.' 음? 그래도 맛은 있네? '

모양은 별로였지만, 맛은 있었다. 한입 두입 먹다보니 은근 중독이었다. 그리고 젠이 바꿔준 롱블랙도 먹을 만했다.

평소 먹던 아메리카노에 비해선 진한 편이었지만, 주문한 아침식사와 함께 먹으니 나름 괜찮았다.

그런데 다시금 잔을 보다 보니, 모든 것이 똑같은 것은 아니었다.

잔에 담긴 커피의 색깔의 진한정도만큼은 처음 그가 받았던 잔속의 커피와 확실히 차이가 났다. 응?

세~~ 한 느낌이 스쳐지나갔다.

준혁은 곧바로 젠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젠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혀를 살짝 내미는 것이었다.

그럼 그렇지... 인간도 아닌 요정이 몰랐다면 모를까 ... 처음부터 틀릴 수는 없었던 거다. 그리고 이것은 일부러 그렇게 줬다는 말이었다.

풋... 준혁은 순간 웃음이 나왔다. 이유도 알 것 같았다.

바로 조금 전의 일 때문이었으니 모를 수도 없었다. 하지만 화는 나지 않았다. 이미 화를 낼 타이밍도 지나가버렸고, 소소하게 복수를 하는 그녀의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묘한 타이밍에서 순수한 것이 인간이 아닌 정령이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 오늘 오클랜드 한인의 밤이라면서요? "

예리엘이 물었다.

" 응. 매니저가 그렇다고 하더라고. "

준혁은 대답을 해주었다.

" 훈련시간 처음 10분 동안 인터뷰도 있을 거라고 건데? "

" 한인커뮤니티 그런 거겠네? "

" 뭐. 신문사나 라디오 방송국 그런 거지 않겠어요? "

이번엔 테드가 어디에서 들었다며 말했다.

" 특별 입장권 1000장이 매진되었다고 하더라, "

" 1000장이나요? "

준혁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아마 한인커뮤티트쪽에서 나온 이야기 일터인데...

" 응. 외야중견수 쪽으로다가.

상당한 숫자였다. 물론 캘리포니아 주란 곳이 미국 내에서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긴 했다. 하지만, 100만 명이 살고 있는 LA에 비해 오클랜드는 24000여명정도로 단순 인구만 따지자면 1/20정도였다.

그런 곳에서 1000장이라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워싱턴은 3년 만에 오클랜드에 원정을 오는 팀이었고, 준혁은 그 팀의 소속 선수일 뿐이었다.

막말로 준혁 개인만 보고 단 하루일뿐이겠지만 그를 응원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들의 응원팀을 제처 두고는 말이다.

밖에 나오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더니 그런 것일까?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물론 화제는 금방금방 바뀌었다. 그리고 이렇게 두런두런 앉아서 소소한 담소를 나누며 먹다보니 썰렁했던 카페도 하나둘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즐거운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지나가고는 하는 것이었으니까.

오클랜드와 워싱턴의 예정된 경기시작 시간은 저녁 7시 10분이었다.

여기에 맞추어 평균4시간정도 되는 양 팀 선수들의 연습시간도 배정이 되었고, 홈팀인 오클랜드의 연습이 끝난 직후인 시합을 두어 시간 남겨둔 상황에서 워싱턴의 연습시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준혁은 곧바로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한인의 밤 행사 관계로 지역신문사와 10여 분간의 인터뷰가 잡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인터뷰는 원정팀 덕아웃 근처 내야쪽 관중석 앞에서 이루어졌다.

당연히 준혁을 보려온 많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몰렸고 준혁은 인터뷰가 끝난 후 사인을 해주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나서야 인터뷰에 응할 수 있었다.

" 소속팀 성적이 너무 좋은데 팀 내 분위기는 어떤가요? "

리포터로 온 아가씨가 준비해온 파일을 가슴에 붙이고는 마이크를 준혁에게로 향했다.

" 아무래도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것이 좋지요. 사실 지금 저희 팀이 잘하고 있다 보니까 클럽하우스나 선수들의 분위기도 좋습니다. "

작년에 이어 올해도 워싱턴은 언제 만년꼴지팀이란 소리를 들었느냐는 듯이 지구선두를 달리고 있었기에 분위기가 나쁠 수는 없었다.

" 그렇다면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요? "

" 우선은 부상선수가 적기 때문이겠지요. 일단 팀의 투수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기도 하고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보니 성적이 좋은 것 같습니다.

지오 곤잘레스가 작년에 비해 폼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일정이상의 몫은 해주고 있었고, 불펜 또한 작년의 위력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워싱턴 이었다.

" 하퍼 선수도 이준혁 선수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주는 중인데 팀에서의 평가는 어떤가요? "

" 같은 팀 선수가 잘한다는 건 좋은 일이지요. 너무 잘해주고 있거든요. 덕분에 저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기도 하고... 하퍼같은 선수는 원래부터 재능이 뛰어났던 선수이기도 하니까요. "

" 그 하퍼 선수가 부상으로 이번시합에서는 뛸 수 없다고 하던데요. 어떤가요? "

한 선수만 잘해서는 100%의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 타선이었다.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잘해야만 되는 것이 타선이었다. 그런 점에서 하퍼의 등장은 준혁에게 집중되는 견제를 일정이상 덜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하퍼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였다.

1번 자리에 위치한 준혁을 위해선 실력 좋은 건강한 2번 타자가 반드시 필요했다. 리포터는 거기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었다.

" 음... 그리 큰 부상은 아니니까요. 열흘정도면 돌아올 수 있다고 하니까 크게 걱정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

하퍼가 빠짐으로써 타석에서 평소보단 좀 더 곤란해질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2번 타순에 대체로 들어설 타자들이 모두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대이하의 성적이 나오더라도 거기엔 또 그 나름대로 대처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하퍼가 시즌아웃을 당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열흘 정도만 수고로움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었다.

" 매년 대단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데요. 올해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 글쎄요. 야구라는 것이 시즌이 길지 않습니까? 162경기나 되고요. 이렇게 많은 경기를 하다보면 페이스도 그렇고,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기 마련이라서, 그것은 시즌이 다 끝나고 나서 그때 확인해보더라도 늦지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렇더라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올 시즌 목표라는 것은 있지 않은가요? "

" 네. 뭐.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개인성적은 일단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올해도 팀이 잘 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죽 큰 탈 없이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것이 첫 번째고, 그렇게 해서 우승해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마지막 말에서 준혁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메이저리그의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치고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갈망이 없는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준혁 또한 마찬가지였다.

" 끝으로 오클랜드 교민에게 한마디 해주신 다면요? "

" 3년 만에 다시 찾아뵙는 것 같은데요. 데뷔 때에도 이곳에 왔습니다만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던 애송이 때라서, 그래도 지금은 조금 성숙해지기도 했고, 제가 듣기로는 오늘 경기장에 천여분이 넘는 교민 분들이 찾아와주시는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분들에게 실망시키지 않은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 오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 네. 저도 감사드립니다. "

리포터로 온 아가씨가 먼저 인사를 건넸고, 준혁도 화답을 하면서 인터뷰는 끝이 났다. 하지만, 준혁에겐 아직 끝이 아니었다. 경기를 위한 준비를 해야 했기에 그리 오랜 시간을 내어줄수는 없겠지만, 인터뷰 내내 지켜봐주었던 경기장을 찾은 교민 팬들에게 사인으로나마 인사를 나눌 시간을 가져야 했으니까 말이다.

오후 5시 25분. 워싱턴과 오클랜드의 경기는 2시간이 채 남아있지 않았다.

워싱턴과 오클랜드의 경기는 2시간이 채 남아있지 않았다. 워싱턴과 오클랜드의 경기는 2시간이 채 남아있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