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툴 플레이어-255화 (255/309)

< -- 12. 2013시즌 -- >

올해 보스턴의 달라진 점의 하나라면 탬파베이식의 수비 시프트를 도입했고 그것으로 나름 재미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준혁과 마찬가지로 이번에 타석에 들어서는 하퍼에게도 시프트를 걸기엔 애매했다.

워싱턴의 1-2번 타자들은 모두 밀어치기에 능한 스프레이 히터였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준혁 만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하퍼 또한 파워가 상당한 타자였으니 말이다.

빠른 주자와 타자, 그리고 파워. 노아웃이었고 주자는 견제실책으로 2루까지 진루해서 병살타로 잡아낼 기회도 사라진 상황. 남은 이닝은 단 2이닝이었기에 단 한 점이라도 먼저 실점하면 패할 확률이 그만큼 올라가는 상황. 보스턴에게는 존 패럴 감독의 머리위로 수증기가 올라오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그런 위기였다. 보스턴의 포수 제로드 살탈라마키아와 투수 크레이그 브레이슬로우는 사인을 주고받았다.

-바깥쪽 낮은 코스의 빠른 패스트볼. -그들의 첫 선택은 베이직했다.

바로 하퍼의 가장 취약코스였다.

높은 코스와 안쪽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보니 하퍼는 상대적으로 바깥쪽 낮은 코스로 약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패스트볼이 아닌 변화구는 조심해야했다. 패스트볼에 대한 타율은 2할에도 못 미치는 하퍼였지만 변화구라면 자신의 평균타율만큼은 때려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득점권 타율도 좋은 하퍼였고 2루 주자인 준혁을 생각하면 짧은 안타에도 실점이었다. 그러했기에 변화구를 선택한다면 바깥쪽이 아니라 가운데 낮은 코스가 차라리 좋았다. 게다가...' 언제 뛸지도 모르니까. '양대 리그 통틀어 준혁은 3루 도루 시도 또한 가장 많은 주자였다.

한시라도 움직임을 놓쳐서는 안되었다. 타자에게 집중하기에도 모자란 터에 주자까지 신경 써야 하다 보니 크레이그 브레이슬로우는 머리가 지끈지끈 거렸다.

[ 보스턴의 배터리 머리가 아프겠어요. ]이민성 아나운서가 말했다. [ 맞습니다.

워싱턴의 테이블세터는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가장 뛰어나거든요. 오늘은 도루가 하나도 없습니다만, 이준혁 선수는 현재 리그 도루 1위이니까요. 그런데 그 서른한 개중 3루 도루도 무려 10개나 됩니다. 3루로 뛰는 것도 항상 염두에 두어두고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송재익 해설위원이 이야기를 받아서 이어갔다.

[ 게다가 홈스틸도 무려 5번이나 있었어요. 기록상으로는 단2번만 홈스틸로 인정이 되긴 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모두 성공했다는 거예요. 그것이 수비수의 실책이든 간에 말이지요. ][ 그렇지요. 이준혁선수에겐 2루나 홈플레이트나 도루하는 데에는 전혀 고려사항이 아닌 듯 하더군요. ]어느덧 이야기는 준혁과 홈스틸로 넘어가고 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홈스틸은 한시즌동안 많아도 채 열 번을 넘기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혁이 메이저리그 데뷔를 하고부터 3년이란 기간 동안 MLB 전체 홈스틸은 총 30차례가 있었는데, 그중 준혁의 홈스틸은 8번으로 무려 26.6%에 달했다. 그리고 올해도 4월과 5월을 합쳐 3번의 홈스틸 성공이 있었는데, 그중 2번이 준혁의 것이었다.

더군다나 더 대한 것은 그 성공률이었다. 통산성공률이 무려 80%를 넘어가고 있었고, 올해는 100%였다.

지난 3년간 메이저리그 전체 홈스틸 성공률이 28%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가 아닐 수 없었다. [ 하하하. 맞습니다.

포수가 홈에 있기 때문에 웬만한 센스와 눈치가 아니고서는 성공할 수 없는 것이 홈스틸인데요. 리드 또한 넓어야하고요 한마디로 강심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죠. ][ 그렇군요. 그런데 홈스틸은 투 포수의 방심도 있어야하지 않습니까? 설마 3루 주자가 도루를 하겠냐하고 말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준혁 선수를 상대하는 팀에서는 최소한 방심은 없을 듯 한데요. 그런데 왜 못 막는 걸까요? ]궁금하다는 듯 이민성 아나운서가 물었다. 매년 홈스틸을 하고 있었고, 메이저리그 전체로 따지면 그 비중도 만만찮은 선수였고, 더군다나 올해는 그 시도 자체가 월등히 많아졌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준혁을 상대하는 팀에서는 당연히 대비를 한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그럼에도 올해는 단 한 차례도 시도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 글쎄요? 솔직히 홈스틸이란 것은 상대편의 틈을 노리고 시도하는 것이라는 것은 분명할겁니다. 투수가 잠깐 방심해서 주자의 리드 폭을 살피지 않거나 1루 주자를 견제하는 사이, 혹은 1루 주자의 2루 도루 타이밍을 노리거나 또는 포수가 투수에게 공을 넘겨주는 순간의 틈 등등을 말이지요. ][ 그런 점에서 이준혁 선수는 그냥 센스를 타고 났다고 해야 하겠지요. 이민성 아나운서의 말대로 이제는 3루에 나가면 홈스틸을 경계하지 않는 팀은 없거든요. 그런데도 홈스틸을 할때보면 순간적으로 무지막지한 리드를 만들어내거든요. 게다가 투수의 투구타이밍도 기차게 잡아내곤 하지요. 스타트가 엄청나다보니까 어떨 땐 투수의 다리가 올라가는 것보다 이준혁 선수의 발이 먼저 떨어지는 때도 있으니까요. ][ 넓은 리드폭과 과감한 스타트가 성공 이유라는 말씀인가요? ]이민성 아나운서가 다시 한 번 되물었다.

[ 글쎄요. 분명 그 두 가지가 성공요인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맞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닐 겁니다. 다른 무언가가... 마치 꼭 성공할것이다라는 것을 확신 같은 것이 이준혁 선수의 스타트에서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하하하. ]결국은 송재익 아나운서도 명확한 결론은 유보를 하고 만다.

상대편 배터리에서 대비를 하고 있더라도 준혁은 홈스틸을 감행했고, 성공했다. 그리고 그 점수는 어김없이 팀의 승리에 기여를 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 청소년 스포츠 만화라면야 주자의 기백이 투수와 포수의 정신을 이겨냈다. 라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것은 그냥 청소년 만화일 뿐이었다.

그사이 브레이슬로우의 4구째를 맞이한 하퍼의 방망이가 움직였다.

--따악!

--강한 라인드라이브의 타구가 만들어졌다.

[ 하퍼. 밀어 친 타구! ][ 하앗! 호세 이글레시아 다이빙캐치. ][ 저걸 잡아내는 군요. 빠졌으면 한 점인데 아깝습니다. ]하지만 이글레시아의 글러브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아웃이 되고 말았다.

" 와아~...! "

예리엘 등은 안타까움의 탄성을 터뜨렸다. 빠졌다면 그녀들이 응원하는 준혁이 가볍게 홈플레이트를 밟으며 득점에 성공했을 터였다. 하지만, 이글레시아의 호수비가 그것을 막아버렸다.

그랬기에 그가 얄밉기까지 했다. 자연스레 그 마음이 세 여자(?) 얼굴 표정으로 들어났다. 그리고 이 장면이 ESPN의 중계카메라에 잡혔다.

MLB로부터 56억 달러에 2021년까지 독점중계권을 따낸 ESPN이 월요일과 수요일 그리고 일요일에 하는 중계방송 중에서 하나였는데, 그 주의 가장 관심 가는 경기를 지정해서 전국 중계를 해주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예리엘 등의 모습을 옳다구나 하고는 잡는 것이었다.'왁스'(WAGs)'로 불리는 슈퍼스타의 부인과 여자친구는 어디에서든 간에 주목을 받기 마련이었다. 준혁의 연인인 예리엘은 누가 보더라도 상당한 미인이었고, 그 옆의 2명의 누나들 또한 빠지지 않는 미모였으니까. 더군다나 예리엘은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다른 스타플레이어들의 유명한 연예인 여친과 부인들과는 달리 가끔씩 야구장에서가 아니고서는 얼굴이 자주 비치지도 않았다. 파파라치들이 가만 나둘 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그쪽으로도 소식 자체가 극히 미비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야구장에 얼굴을 비추게 될라치면 꼭 그녀들을 비추고는 했는데, 확실히 비주얼이 되다보니 그림이 나왔다.

[ 언제 봐도 이준혁 선수의 여자 친구는 예쁘네요. ][ 누님들도 미인이에요. ]이민성 아나운서와 송재익 해설위원은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은 야구를 시청하고 있는 대다수의 남정네들 또한 같았다.' 쳇. 아깝네. '가볍게 추가점을 얻어내나 싶었더니 쉽지가 않았다.

수비하는 것이나 모든 것이 작년이 팀케이스트리가 엉망이었던 팀인가 싶었다. ' 정비가 되었으니 올해 잘 나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당연한 이야기였다.

작년이 어수선함이 그대로 이어졌다면 올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선두다툼을 하고 있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 그렇다고 져줄 순 없지. '2루에 있으나 3루에 있으나 스코어링포지션이란 점은 똑같았지만, 남는 것이 포인트였다. 게다가 3루까지 들어가면 안타가 아니더라도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생겼다.

물론 준혁처럼 엄청난 성공률의 도루가 있을 때에나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번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가 라이언 짐머맨이란 점도 한몫했다.

그는 오른손타자이기에 포수의 송구를 조금이나마 방해해줄수 있을 테니까.

여기에다가 결정적인 것은 보스턴의 포수가 제로드 살탈라마키아 라는 것이었다.' 몰리나라면 몰라도 살탈라마키아 정도쯤이야. '얕잡아봐서는 안되겠지만 분명 지금 마스크를 쓰고 있는 보스턴 포수의 수비력은 평균 이하였다.

보스턴의 존 페럴 감독은 다시 한 번 투수교체를 단행했다. 오른손 타자를 맞이해서 역시나 오른손 투수인 타자와 준이치로 교체를 했다.

작년 후반부터 메이저리그에 얼굴을 보인 중간계투요원이었는데, 나름 솔리드한 활약을 해주고 있었다. 여기에다가 왼손에 비해 2루 주자 견제가 나름 용이한 오른손이라는 점도 그를 마운드로 올린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찜찜함은 가시지 않았다. 그 원인을 존 패럴 감독은 알고 있었다.

바로 살탈라마키아의 20%도 되지 않는 처참한 도루저지율 때문이었다. 그런데 반대로 2루 주자인 워싱턴이 준혁 리는 도루성공률이 90%를 넘어가고 있었다. 물론 팜에서는 라이언 라반웨이와 크리스찬 바스케즈, 블레이크 스와이하트 등의 괜찮은 포수 유망주들이 있었다. 하지만 포수는 다른 포지션과 달리 장기적인 관점으로 키워나가야하는 포지션이었다. 그래서 당장은 살탈라마키아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런 살탈라마키아가 다시 한 번 존 페럴 감독을 한숨짓도록 만들고 말았다.

그것은 라이언 짐머맨을 타석에 둔 타자와의 3구째에 벌어졌다. [ 앗! 이준혁 뜁니다!! ]뛰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민성 아나운서는 매번 준혁이 3루 도루를 할라치면 목소리가 높아졌다.

' 크윽! '공교롭게도 타자와의 공도 낮게 들어왔다. 물론 2루로 송구를 하는 것에 비해 3루는 거리가 짧았다.

더군다나 도루하는 주자를 못 잡을 정도로 살탈라마키아의 어깨가 약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스티브블래스증후군 까지 앓았었던 그는 제구가 문제였다. 제구를 잡아 던지려고 하면 '소녀송구'가 되어버리고 말았고, 그렇다고 강하게 던지면 제구가 한참을 빗나가버리고 말았다.

준혁과 같은 주자에게 이것은 커다란 약점이었는데, 이것이 중요한 순간 터져 나오고 말았다.

[ 볼 3루로~. 앗! 볼 뒤로 빠졌습니다.

빠졌습니다! ]호세 이글레시아가 다시 한 번 슬라이딩캐치로 준혁을 잡아내진 못하더라도 살탈라마키아의 송구를 뒤로 빠트리지 않기 위해 막아보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공이 외야로 굴러가는 동안 준혁은 홈을 향해 뛰었다.

[ 이준혁 홈으로 홈으로!! ][ 홈~인! 이준혁 1득점! 워싱턴이 다시 한 번 앞서나갑니다!! ][ 경기 후반 귀중한 한 점이지요? ]불펜 ERA과 세이브 성공률에서 보스턴에 비해 월등히 앞서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워싱턴 내셔널스였다. 그랬기에 지금의 1점은 1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 와아아~!! "

" 꺄아악!! "

" 준이 득점했어요!!! "

예리엘과 젠 그리고 테드가 함께 환호성을 터뜨렸다. 그리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좋아라하며 서로의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녀들도 워싱턴이 승기를 잡았다는 것을 알았고 그 득점을 준혁이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장면을 ESPN의 카메라는 다시 한 번 잡아주었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전파를 타고 미국 전역으로 송출되었고, 그녀들의 미소는 워싱턴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었다.

<인터리그 1차전>

워싱턴WIN 4 대 3 LOSE보스턴

승리투수 타일러 클리파드

세이브 라파엘 소리아노

패전투수 크레이그 브레이슬로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