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뜁니다. 2루도루!! "
이민성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준혁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에 보조를 맞추듯 높아졌다.
" 성공입니다. 이준혁. 역시 이준혁입니다. "
" 맞습니다.
네덜란드의 뮬렌 감독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타격 코치이지 않습니까? 준혁의 도루에 대해선 모를 수가 없을 거라는 거죠. 하지만 여지없이 성공을 시켜내는 이준혁 선수이잖습니까? 역시 대단합니다. "
오늘시합에서만 벌써 3개의 볼넷을 얻고 있었다. 그래서 중계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답답한 마음마저 들었던 중계 진이었다.
그런 와중에 나온 도루이다 보니 박수가 절로 나왔다.
" 역시 못 막는군요. "
" 예상했던 것이지 않나? "
배터리코치의 말에 뮬렌 감독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 또한 있기 마련이었다. 다만 어느 쪽이 더 이득인가가 중요한 것이었다.
오히려 한술 더 뜬다.
" 아마 3루 도루도 감행할걸? "
" 설마요? "
2루와 3루는 포수의 송구거리부터가 달랐다. 송구거리가 38.975미터인 2루에 비해 3루는 27.43미터로 무려 10미터나 짧았다.
게다가 포수의 송구동작에서도 2루에 비해 3루가 더 편했다. 2루 주자가 1루 때에 비해 보폭의 상승폭이 크다고는 하지만, 결코 2루 도루에 비해 3루 도루가 쉽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준혁만큼은 이 사실을 무색케 해왔고 그것을 뮬렌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숱하게 봐왔던 것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준혁은 또다시 도루를 성공시키며 3루 베이스를 밟았다.
" 그래도 너무 손쉽게 도루를 허용하는 거 아닐까요? "
" 크음... 내 생각도 그래. 하지만 우리 포수 진으로는 애초에 막긴 힘들었어. "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엄청난 발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서로 적으로 만난 상태에서 무턱대로 칭찬만 하기에도 무언가가 그랬다.
뮬렌 감독은 곧바로 투수코치를 불렀다.
" 올라가서 홈스틸 조심하라고 일러주게. 아참 기습번트도 조심하라고 하고. "
발 빠른 주자와 타자였다.
더군다나 이용규는 리포트에 의하면 작전수행능력도 좋다고 나와 있었다. 2아웃이기에 스퀴즈의 확률은 없다고 봐야겠지만, 선수 단독의 기습번트는 염두에 두어 두어야 한다고 리포트에서도 지적을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준혁 리의 센스라면 그 사이에 홈을 노릴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준혁을 걸러 내보낸 것에 후회는 없었다.
경기후반에 1루로 걸어 내보내면 3루까지도 허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배터리에게 경원사구를 지시한 것은 1루로 내보내는 것은 몇 단계를 거쳐야만 실점이 가능하지만 준혁과의 승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실점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이나 경기후반에서의 집중력과 결정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타자가 준혁이었다.
" 이번에도 젠더 보가츠 3루수가 수비위치를 앞으로 당기는군요. "
이민성 아나운서가 그라운드 안을 보며 말했다.
" 1회 때에도 저런 포지션 이였는데요. 지금도 기습번트에 대비하는 것 같지요? "
하지만, 결과적으로 번트는 나오지 않았다.
2번째로 마운드에 올라와 7회까지 3이닝을 책임지고 있는 올란도 얀테마의 조금은 낮은 듯한 공을 주심이 스트라이크로 선언해버렸기 때문이었다.
" 이게 스트라이크라고요? "
이용규가 놀라며 되물었지만, 액션이 과하다며 주심은 오히려 주의를 주었다.
물론 한국말을 알아들은 것은 아니지만 제스추어만으로도 쉬이 짐작이 가능했다.
" 아아~~! "
" 방금공은 볼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스트라이크라뇨? "
" 그렇습니다.
분명 낮은 공이었는데요. 주심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고 보는 걸까요?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퇴장당할수도 있어요."
리플레이 화면을 보자 충분히 이용규가 억울해 할 만하다 싶기는 했다. 하지만 이미 판정은 내려졌고 물릴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스트라이크 판정은 주심의 고유권한이었고 한국프로야구의 심판들과 달리 메이저리그의 심판들은 퇴장명령에 주저함이 없었다.
대신에 네덜란드 벤치는 쾌재를 외쳤다.
2스트라이크가 되며 경우의 수가 줄어버린 덕택이었다. ' 2아웃에 2스트라이크. 한국 팀은 이제는 강공 말고는 다른 것은 없어. '뮬렌 감독은 3루수의 수비위치를 본래대로 되돌렸다.
볼카운트도 1볼 2스트라이크로 투수에게 유리했다. 이제는 좀 더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할 차례였다. 그렇다고 준혁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에서 완전히 손을 놓아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얀테마는 오른손투수 그냥 서있기만해도 3루 주자의 움직임이 훤히 보이기에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싶었다.
' 젠장. 결국은 여기까지가 한계인건가? '준혁은 답답했다. 3루 주루코치에게서 용규가 기습번트를 댈 수도 있으니 상황을 주시하라는 말을 듣기 무섭게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은 흔들려버리고 말았는데, 그것이 대한민국 대표 팀에겐 안 좋은 쪽으로 영향을 미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내심 그 찬스 때 홈까지 노려볼 생각이었기에 아쉬움은 더 했다. ' 매번 이래선 안 돼. 타개책이 있어야 돼. '중요한 시합만 되면 그를 상대하는 팀들의 고정패턴화 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물론 야구는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니 뒷타자들을 믿어야함이 옳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경원을 당하고 뒷타자만을 믿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그냥 이것저것 재지 말고 뛰어버려? '혹시 아는가. 투수가 당황하며 폭투라도 나올지? 물론 이것은 부질없는 희망사항이라고 봐야할것이다.
자신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에서 결코 느슨해지지 않는 네덜란드 투수의 눈동자를 봐서는 성공보다는 실패 쪽에 그 무게가 확실히 실린다고 말이다. 더군다나 실패가 거의 확실한 홈스틸은 본 헤드 플레이와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하지만 준혁의 머릿속에선 웬일인지 '홈스틸'이 떠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이용규는 3개의 공을 연속적으로 파울로 걷어내고 있었다. '용규놀이'의 본 주인답게 끈질긴 모습이었다. 하지만 볼카운트는 여전히 1볼 2스트라이크로 불리한 상황이었고 왠지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띠링--알림 음이 울렸다.' 뭐지? '하지만 의아함은 떠오르기 무섭게 놀람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특기가 생성되었다는... 그리고 그 기술명이 [홈스틸의 달인]임을 알리는 글자가 떡하니 준혁의 시야 한가운데에 나타난 것이었다.
준혁에게 적용된 게임은 참으로 서비스가 나쁜 게임이었다.
이제껏 새로운 기술이 생기더라도 그 기술이 무엇인지 그 자리에서 알려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랬기에 이번엔 왠일인가싶었다. 하지만 그 의구심은 곧바로 해소가 되었다.
바로 기술명 뒤에 자그마하게 붙은 [액티브]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이제껏 준혁에게 적용된 모든 특기들이 [패시브]였기에 왜 이 특기만은 알려주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2아웃인데다가 타석에 서있는 이용규도 볼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이었기에 준혁은 새로 생긴 특기를 자세히 살펴볼 시간이 없었다.
자세한 설명을 보고 난 다음 적용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그렇다고 솔직히 정말 자세히 특기 설명이 나오리라고는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 사이에 타자가 아웃이 된다면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그리고...' 설령 마이너스 포인트 패널티를 또 받으면 어때! '라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한국대표팀의 다음 대진 상대가 바로 최약체 호주였기 때문이었다.
자신하나 못한다고 하더라도 대표 팀이 지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의 네덜란드와의 1차전이 더 중요했다.
여기에서 지면 원역사대로 대만에게 이기고도 떨어질지도 모르는 ... 그 흑역사가 또다시 반복될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준혁은 우선은 질러보고 보자고 마음먹었다. 그와중에 [달인]이라는 특기명이 왠지 그를 흥분하게 만든 것도 있었다.
" 2아웃이긴 합니다만, 지금 이때 이용규 선수가 하나를 해줘야 하는데 말이지요. "
" 1회 때 안타가 하나 있지 않습니까? 그다음 타석도 타구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모두 잘 맞은 타구였어요. 볼카운트가 불리하긴 하지만, 선구안이 좋고 커트도 잘하는 선수이니 쉽게 당하진 않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이미 투아웃이었지만, 괜히 야구는 2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2아웃 이후라도 날 점수는 나는 것이 야구였다. 그렇게 해설진에서 초점을 이용규에게로 맞춰나갔다.
아무리 주자가 3루에 있더라도 타석에서 타자가 불러들이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과 다를 바가 없었다.
" 볼. "
끈질긴 파울행진에 드디어 볼을 하나 골라내는 용규였다.
볼카운트도 2볼 2스트라이크가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타자에겐 유리할 것 없는 볼카운트이기는 분명했다.
네덜란드의 포수 리카르도는 조금 더 낮게라는 제스추어를 보이고는 일어났다. 그리고는 다시금 투수에게 공을 던져주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준혁이 뛰기 시작했다.
" 어... 어어! "
너무나 의외의 행동이었기에 이민성 아나운서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혀버렸다. 다행히 송재익 해설위원은 목이 막히지 않아서 준혁의 행동을 곧바로 터뜨려주었다.
" 앗! 홈스틸! 이준혁 홈스틸!! "
" 홈에서 홈에서 ....!! "
상식적으로도 공보다 사람의 발이 빠를 순 없다.
게다가 이용규는 왼손타자였기에 오른 타자들처럼 타석에서 일정부분 포수의 시야를 가려주지도 못했다. 당연히 준혁의 움직임이 훤히 보이기에 커다란 리드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준혁은 포수가 투수에게 공을 던져주는 순간을 노려 뛴 것이었다. 얀테마 투수는 공을 받자마자 바로 포수에게로 던졌다.
리드가 길지 않은 상황에서의 홈스틸은 충분히 의표를 찔렀다 싶었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리드가 짧았기에 자신이 던져준 공이 무조건 준혁보다 빨리 도착할 테니까.
포수 리카르도도 길목을 잘 잡고 있었고, 이건 의심할 여지없는 아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타이밍 상으로는 아웃이었다.
" 앗! 공이 뒤로 빠졌습니다. "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포수의 포구 실책이 나와 버린 것이었다.
투수 얀테마가 던져줄 공이 포수의 글러브를 맞고 뒤로 튕겨나가버렸다.
" 세이프. 세이프 입니다! "
" 아~~ 이준혁의 홈스틸이에요 홈스틸! "
" 아아! 대한민국이 다시 한 점을 추가하면서 스코어 3대2! 다시금 앞서 나갑니다.
" 아~ 이거 정말 예상치 못한 그런 상황인데요. "
이민성 아나운서는 혀를 내두르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 이준혁이 포볼로 나간 뒤에 연속 도루에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홈스틸로 마무리를 해버리는군요. "
" 그런데 이거 말이죠. 1루에서 2루로, 2루에서 3루, 그리고 홈까지니까... 사이클링 도루라고 해야 하나요? "
" 하하하 글쎄요.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
송재익 해설위원은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속마음은 조금 달랐다.
' 본 헤드 플레이'로 봐야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포수가 실수를 해서 망정이지 공을 놓치지만 않았다면 완벽한 아웃 타이밍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홈스틸을 생각한 것 치고는 3루베이스에서의 리드폭도 확실히 짧았다. 결과가 좋아서 망정이지 홈에서 횡사를 당하기라도 했다면 한국 팀에게 찬물을 확하고 끼얹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분명, 자신이 아니더라도 이것을 지적하는 이가 나올 것이 분명했다. 그렇더라도 그 시도로 인해 한국대표팀이 다시 리드를 잡아나갈수 있었기에, 결과가 좋았기에 그리고 다른이도 아닌 이준혁선수의 판단이었기에 금방 묻혀버리고 말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그러하기에 송재익 해설위원 본인도 방송에서 직접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지만... 하지만, 한편으로는 준혁도 고의사구의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이번엔 좀 위험했다? "
홈플레이트를 찍고 들어오는 준혁에게 주먹 쥔 오른팔을 내밀어 준혁의 주먹과 살짝 부딪히면서 류중일 감독이 한말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네덜란드와의 시합에서 리드를 잡았으니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투수들은 제몫을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수비에서의 연이은 실책으로 (벌써 3개를 범했다.) 주지 않아도 되었을 점수를 주다보니, 팀분위기는 알게 모르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준혁의 조금은 무모했던... 그러나 결과는 최상인 홈스틸에 의해 살아나기 시작하고 있었으니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 홈스틸이란 것 자체가 상대편 배터리의 틈새와 실수를 노리는 것이기도 했으니 ... --퍽--게다가 곧바로 투수의 실투가 나오는 것을 보면...
" 이용규 선수 히트 바이 피치드 볼입니다. "
" 홈스틸에 대한 보복일까요? "
" 그건 아닐 듯싶습니다.
투수에게 볼카운트도 유리한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맞춘 부위도 가장 충격이 덜한 엉덩이 쪽이고 말이지요. 게다가 이용규 선수 2012한국프로야구 도루왕이거든요. 아무리 2아웃이라고 하더라도 발 빠른 주자를 쉬이 내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치에 맞지 않아요. 실투라고 봐야할겁니다. "
확고함마저 느껴지는 송재익 해설위원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용규는 2루 도루를 시도했고 성공해 보였다. 그리고 이렇게 중심타선앞에서 스코어링포지션을 잡아나간 한국대표팀은 1득점을 더 추가하며 4대2로 네덜란드를 상대로 한 점을 더 달아나게 되었다.
" 네덜란드의 7회 말 공격이 시작되겠습니다. 6회에 이어 7회에도 손승락 투수가 그대로 올라왔네요. "
"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도 여러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마무리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점수를 뽑고 바로 다음이닝이기 때문에 이번 이닝 무척이나 중요하고 그래서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
" 네덜란드쪽 타선도 1번부터 시작하는군요. "
" 그렇습니다.
네덜란드에서 뽑은 2점 모두 중심타선에서 만들어줬거든요.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고 보고 대비를 해야 합니다. "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번 7회를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따라서 남은 8.9회를 쉽게도 아니면 또다시 어렵게도 갈수가 있는. 그래서 시합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흐름으로 7회 말이 지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손승락 제 3구. "
" 좌측! 좌측에 안타가 됩니다.
" 시몬스 1루 돌아서 2루까지 들어갑니다. "
3루 측으로 향한 빠른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였다.
최정이 몸을 날려봤지만 역부족이어서 공이 펜스까지 굴러가는 사이에 타자주자 안데르톤 시몬스에게 투베이스를 허용하고 만 것이었다.
" 공이 조금 높았지요. 실투였어요. 그것을 시몬스 타자가 놓치지 않았네요. "
송재익 해설위원은 아쉽다며 말했다.
2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 맞은 안타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흐름은 그치지 않았다.
아니 손승락 투수가 그 흐름에 일조를 해버렸다. 조나단 슈프에게도 유리한 카운트를 잡아놓고도 히트바이 피치드 볼을 허용해 버린 것이었다.
졸지에 아웃카운트는 하나도 잡지 못하고 주자가 1.2루에 모여 버렸다.
결국은 한국벤치도 3번 타자 왼손 로저 베르나디나가 나옴과 동시에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대표팀에는 두명의 좌완불펜요원이 있었는데, 박희수와 차우찬 이었다. 그리고 앞서는 상황에서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역시나 박희수였다. 2012시즌 홀드 1위가 바로 박희수의 것이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 아직도 바람은 그대로네. '바람한번 징하게 분다 싶었다. 잔디를 조금 뜯어 바람에 날려 보내 보는 준혁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무리 3월 달이라고는 하더라도 이제 겨우 초였고 게다가 늦은 저녁시간이었다. 충분히 추위를 느낄만한 그런 바람이지 않겠나 싶었다.
물론 준혁은 크게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솔직히 팀에게 지금은 위기상황이었다.
2점을 달아나기 무섭게 네덜란드에게 무사 1-2루를 허용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스스로 투수 포수까지 다 해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준혁이 할 수 있는 최선은 투수가 공을 한구한구 던질 때마다 그 스스로도 바람의 방향을 주시하면서 혹시라도 벌어질 수도 있는 변수를 최소한으로 줄여나가는 것뿐이었다.
--지잉--순간... 신호가 왔다.
그와 동시에 곧바로 타구의 궤적도 함께 표시되어졌다.
두말할 필요도 없는 [예측]의 발동이었다.' 어정쩡한 타군데? '기본은 라인드라이브성의 타구였다. 하지만 그대로 서있는다면 첫바운드가 조금은 고약해질 수도 있는 그런 타구였다.
까딱 잘못하면 뒤로 흘려버릴 수도 있는... 그래서 펜스까지 굴러가버릴지도 모르는 그런 위험성이 내포된 타구였다.
당연히 어정쩡하다는 것을 캐치하는 순간 준혁은 수비위치를 좀 더 앞으로 그리고 라인 쪽으로 당겨놓고 있었다.
' 다이렉트를 노려보는 거야. '그리고는 곧바로 로저 베르나디나의 타구가 날아왔다. 예측에서 본대로 낮은 탄도의 라인드라이브 타구였다.
" 박희수. 2볼 1스트라이크! "
--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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