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 2012포스트시즌 -- >
+2012포스트시즌타이밍은 맞았다싶었다.
준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배트스피드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연습타격 때 충분히 확인도 했다.
그래서, 인지를 하고 조금 더 빨리 스윙을 가져갔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밀려버린 파울이었다.
이건... 마치 누군가가 방망이를 뒤에서 잡고 놓아주지 않은 것 같잖나...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듯했다.
준혁은 방망이를 공중에서 반바퀴 돌려서는 헤드 쪽을 잡았다. 그리고는 바닥에 '통 통' 하고는 두드려본다.
소리는 정상이었다. 아니 정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단지 자연스럽게 방망이를 바꾸기 위한 보여 주기용 쇼였다."
방망이 좀 바꿔올게요.
"심에게 타임을 요청하고는 타석에서 벋어났다. 평소 같으면 배트보이에게 방망이를 넘겨받겠지만, 준혁은 그러지 않았다.
' 준비해놓길 잘 했군. '그래도 여러 해 마이너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던 것이 있어서 쓰진 않더라도 습관적으로 여러 자루의 방망이중 무게가 다른 것을 챙기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야구선수들이 시즌 동안 항상 똑같은 무게와 길이의 방망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체력이 붙어있는 시즌 초반과 더위에 지치는 한여름의 방망이 무게가 똑같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체력과 연습량, 컨디션과 주변요건등을 감안해서 무게와 길이가 다른 여러 자루의 방망이를 구비했다.
물론 정령의 가호(?)를 받고 있는 준혁은 전혀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도 순리에 따라야 할 때였다.
평소(라고 쓰고 거의 라고 읽는다.) 준혁이 쓰는 방망이는 길이 34인치, 헤드 63.5mm 그립22.5mm 밸런스 미들~톱. 무게 910g의 단풍나무 재질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가 뽑아든 방망이는 그보다 30g은 무게가 덜나가는 놈이었다.
--부웅~--타석으로 향하기전 몇 번 휘둘러본다. ' 조금은 나아진 것 같지만...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떨쳐버리진 못했다.
' 그래도 쉬이 당하진 않겠어. '라고 위안을 삼아 본다.
--딱----따악!!
--연속 파울이 나왔다. 스스로도 한결 나아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 나아졌다 뿐, 조금씩 맞아나가는 타이밍과 달리 스윙의 힘겨움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래서는 똑딱이 타자와 다를 게 없었다.
' 연습 때의 컨디션의 앞선 6차전까지와는 다릅니다.'
포지는 작전회의 때의 전력분석팀의 보고가 다시 한 번 머릿속에 떠올랐다.
언듯보면 준혁의 전형적인 투구 수 늘리기로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넘기기에는 뭔가 마음속에 걸렸다.' 그래. 한번 가보자. '포지는 생각을 사인으로 옮겼다.' 진짜? '곧바로 맷 케인의 반응이 왔다. ' 그래요. '실투가 하나 있기는 했지만, 그것만 빼면 1회치고는 맷 케인의 제구는 괜찮았다.
그것을 믿고 포지는 제차 사인을 보냈다.
포지는 똑똑한 포수였다.
그런 그와 한두 번 배터리를 이뤄본것이 아니었고, 그와 함께 월드시리즈의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도 했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코스를 요구할리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포수중 한명인 그였지만, 준혁과 같은 87년생의 젊음이 신중함을 이기는 순간이었다.
케인의 손을 떠난 공이 자신에게로 날아왔다.
--슈우우욱!
--' 코스 좋고! '자신의 리드대로 미트를 향해 공이 날아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준혁 리의 방망이도 움직였다.
--따악!
--파울이었다.
3루 측으로 날아간 파울타구를 보고는 준혁은 숨을 돌렸다. 안쪽 높은 코스의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94마일의 빠른 패스트볼에 대한 대처로써는... 지금으로써는 이것이 최선이었다.' 만만치가 않아. 벌써 눈칠 챈 건가? '속으로 뜨끔했다. 하지만,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컨디션이 베스트가 아닌 것은 맞아 보이는데... 하지만, 그래도 커트를 해낸 다라.... '마음 같아서는 다시 한 번 같은 코스로 찔러보고 싶었다. 하지만, 연속 2개는 자칫 타자가 기다리고 있는 코스가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포지의 망설임은 결국 9개나 되는 공을 던지게 하고는 포볼로 이어졌다.
' 아쉽네. '투수에게 공을 던져주고는 1루로 걸어 나가는 준혁을 포지는 한참이나 쳐다봤다. 그리고 이런 뒤통수의 뜨거움을 느끼며 준혁 또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 선구안은 역시 진짜답군요.
"존 멕클라렌 벤치코치는 심한 몸살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승부 끝에 포볼로 걸어 나가는 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데이비 존슨 감독도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 어떤 것보다 객관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이니까...
"피지컬적인 능력들은 세월과 부상 등에 따라 급적직하 할 위험성이 언제나 상주한다. 하지만, 출루율이나 선구안과 같은 것들은 달랐다. 100년의 넘는 메이저리그의 역사 속에서도 그것은 증명이 되어 있었다. "
감독님 어떡하시겠습니까? "
" 글쎄...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디비전 시리즈를 마치고 브라이스 하퍼가 전력에서 이탈하고 난 이후, 워싱턴의 2번 타순의 출루율은 끔찍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앞선 6차전에서는 그 답지 않은 1회 번트라는 초강수를 두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게다가 솔직히 상대팀에게 얌전히 1아웃을 헌납하는 보내기번트와 같은 작전은 탐탁치가 않았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스스로 해줘야한다는 마인드가 강한 데이비 존슨 감독에겐 말이다.
몸살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준혁에게 그대로 그린라이트를 부여하기보다는 벤치의 작전이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우직할 정도로 선수를 믿는 그의 스타일이 그를 망설이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 참담할 정도의 2번 타순의 출루율을 생각하면 다시 한 번 보내기 번트도 어떨까 싶기는 하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 어렵지. 한번 해보고 나면 쉽다라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첫 번째의 시도가 성공했다면 모를까 실패를 한 마당에 홈런을 바탕으로 하는 큰 야구와 선수를 믿는 믿음의 야구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 대변되는 데이비 존슨 감독이 다시 꺼내들긴 힘든 것이었다. 게다가 솔직히... 번트라는 것이 결코 쉬운 것도 아니고, 준혁의 퍼펙트에 가까운 주루 플레이 덕분에 번트, 히트앤드런 등등 2번 타순에서의 작전 자체가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최저인 것도 있었다. 그리고 그 적은 횟수의 작전도 시즌 내내 2번을 책임졌던 브라이스 하퍼의 몫이었다는 것 또한 문제라면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