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 2012포스트시즌 -- >
--퉁~--하지만, 결과부터 적자면, 작전은 실패하고 말았다. 마이클 모스의 번트는 아예 공중으로 떠올라버렸다.
버스터 포지는 몇 발자국 움직이지도 않았다. 포스 플라이아웃이 되고 말았다.
" 아웃! "
마이클 모스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참을 서 있었다. 이것은 워싱턴의 벤치라고 전혀 다를 것은 없었다.
[ 아! 이런 번트 실패입니다. 아웃 카운트 하나를 그냥 날려버리고 마는군요. ][ 하라는 보내기번트는 하지 않고, 자신을 보내 버렸어요. ]한국의 해설진도 무척이나 답답한 듯 했다.
그런 어투가 그들의 중계에서 묻어나오고 있었다.
야구를 보다보면 누구나 한 번씩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뷰와 같은 장면들이 있곤 할 것이다.
그런 장면들 중 누구나 다 공감할 만한 것이 바로 작전실패 후 이어지는 안타였는데, 바로 뒷타자인 3번 라이언 짐머맨의 타구가 딱 그 짝이었다. --딱!
--격수와 3루수 사이를 가르는 안타가 나와 준 것이었다.
2루에만 있었더라면 충분히 홈까지 가능한 타구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준혁은 2루까지 밖에는 갈수 없었다.
[ 아쉽네요. 작전만 성공했다면 1점인데 말이죠. ][ 그렇습니다.
워싱턴에게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이번에 점수를 꼭 얻어야만 합니다.
안 그러면 경기가 어렵게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야구는 흐름이다.
점수가 나야할 때 나줘야만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수 있다. [ 애덤 라로시 선수가 결정을 지어줘야 할 텐데요. ]이런 이민성 아나운서의 멘트라도 들린 것인지, 3구째에 애덤 라로시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아갔다.
--딱!
--완벽한 타이밍의 빠른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만들어졌다. --슈우우욱----터억--하지만, 방향이 나빴다.
1루에 나가있는 주자 견제를 위해 베이스에 붙어있던 브랜든 벨트의 글러브로 곧장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타악--
" 아웃! "
짐머맨이 급히 1루 베이스 쪽으로 몸을 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브랜든 벨트의 태그를 피할 수 없었던 그까지 아웃이 되고 말았다.
순식간에 더블플레이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순간 내셔널스파크는 마치 서늘한 기운이 잠식해 버린 것처럼 침묵에 빠져들어 버렸다. ' 말렸다.... '수많은 워싱턴의 팬들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뭔가 조짐이 좋지 않다 싶었다. 하지만, 혹여나 그리 될까싶었던지 누구하나 입으로 꺼내는 이는 없었다. 이것이 경기장 내를 순식간에 조용하게 만든 이유였다.
[ 아깝습니다! ][ 애덤 라로시 선수의 타구는 정말 좋았는데 말이죠. 그게 또 야수 정면으로 가는군요. ]리플레이 화면을 보면서 송재익 해설위원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누가 보더라도 재대로 맞은 타구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방향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손으로 던져주더라도 쉽지 않을 정도의 타구였다.
위기 뒤에 찬스. 찬스 뒤에 위기라는 말이 야구에서 만큼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도 드물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2회시작과 함께 워싱턴은 곧바로 위기상황을 맞고 만다.
역시나 위기의 시발점은 첫 타자 버스터 포지에게 허용한 지오 곤잘레스의 볼넷이었다.
워싱턴과 달리 자이언츠는 착실하게 진루타가 나왔다. 그리고는 또다시 폭투가 나오면서 주자를 너무나도 쉽게 3루까지 보내주고 말았다.' 이거 어디선가 본 장면인데? '준혁은 기억을 멀리 돌릴 필요도 없었다.
지오 곤잘레스는 디비전시리즈때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히 그때도... --따악!
--
" 이런 젠장! "
더 이상 기억을 떠올릴 겨를은 없었다. 오늘 시합에서 6번에 배치된 헌터 펜스가 초구를 노렸고, 그 타구의 궤적은 좌중간을 가르고 있었다.
더군다나 준혁의 두 눈에 보인 그것은 실선으로 보이고 있었다. --타타탁! --몸이 알아서 반응을 한다.
3년간이나 동고동락한 게임시스템이다보니 이제는 위화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타구의 궤적이 하나로 연결된 실선이라는 것은 잘 맞은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라는 말이었다.
당연히 타구속도 또한 빠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코스도 얄궂었다. ' 어떻게 해서든 중간에서 끊어야 돼! '그러지 못하면 타구는 펜스까지 무주공산으로 굴러가버리고 말 터였다. 하지만, 준혁의 마음과 달리 궤적을 보여주는 실선은 흰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려하고 있었다.
이제는 3루 주자의 득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더 이상의 위기상황만은 끊어야만 했다.
' 제발, 걸려라! '아직은 궤적이 완전히 빨간색으로 바뀌진 않았다. 확률은 극히 낮아졌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포기할 순 없었다.
" 흐압!! "
강한 기합성과 함께 준혁의 몸이 날았다.
[ 초구 쳤습니다.
좌측 좌측! ]누가 보더라도 좌중간을 가를 듯이 보이는 타구였다. 하지만... [... 잡아냈습니다. 잡아냈어요. 이준혁 파인플레이! ][ 저걸 따라가는군요! ]이민성 아나운서와 송재익 해설위원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감탄사를 터뜨렸다.
몸을 날리며 쭉뻗은 준혁의 글러브 끝에 타구가 절묘하리만치 걸려들었기 때문이었다. [ 쉽지 않은 타구였는데, 이준혁 선수가 다시 한 번 지오 곤잘레스 투수를 살려주는군요. ][ 그렇습니다.
이번타구로 1점을 얻기는 했지만, 자이언츠도 아쉬운 장면이겠지요? ][ 맞습니다. 좌중간을 완전히 갈랐다고 생각했거든요. 펜스까지 굴러갔다면, 오늘 경기의 흐름이 초반에 결정날수도 있었던 상황이었거든요. ][ 그걸 잡아낸 거지요. 우리 이준혁 선수가 말이죠. 역시나 수비 범위가 태평양입니다.
]연신 칭찬 릴레이는 멈출 줄을 몰랐다. 물론 한 점을 내어준것은 아쉬운 일이었지만, 워싱턴으로써도 루상의 주자를 지워버린 점에서는 완전히 손해도 아니었다. 아니, 방금 전의 타구만 놓고 보면 손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넘어갈 뻔했던 흐름이 준혁의 호수비 하나로 균형이 잡혔다. 그리고는 양 팀은 죽 '0'의 행진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영점이 잡힌 지오 곤잘레스는
'과연 2회에 흔들렸던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이언츠의 타자들을 압도해나갔다.
하지만, 보글송도 마찬가지였다. 3회 2사에서 준혁에게 또다시 포볼을 내준 것과 5회 안타를 하나 허용한 것 말고는 커다란 위기상황도 없었다. 그렇게, 경기는 중반의 끝자락인 6회 말을 맞이하고 있었다.
[ 자이언츠의 입장에서도 단 한 점 차이의 살얼음판인데요. 이번 회에도 이준혁 선수와의 승부를 피할까요? ]이민성 아나운서의 멘트에는 불만스러움이 서려있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면승부를 피하는 자이언츠의 태도에 자연히 화가 나고 있었다.
[ 어렵게 간다고 봐야겠지요. 한방이면 바로 동점이잖습니까? 더군다나 이준혁 선수는 모든 공격의 기록들이 경기 중후반에 집중되어있거든요. 그것을 모를 리 없겠지요. 더욱 더 조심할거라고 봐야겠지요. ]페넌트레이스였다면 도루위험이 상존하는 준혁을 작정하고 내보낼 리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즌경기가 아닌 플레이오프였다. 이 한경기로 자이언츠는 월드시리즈행 티켓을 손에 쥘 수도 있었다.
그랬기에 1회부터 경원사구를 내보내기를 주저하지 않은 자이언츠 벤치라면 지금에 와서 그 기조가 바뀔 것 같지도 않아보였다.
[ 어쨌거나, 도루는 곧바로 점수가 안 되지만, 홈런은 곧바로 동점이 되어버리니까요. ]
" 우우우우~~~~!! "
보글송이 첫 번째 공을 던지기 무섭게 관중들의 야수가 터져 나왔다.
서서 받지 않는 다뿐이지 던지는 공은 전혀 승부할 생각이 없는 공들이라는 것을 세 살짜리 애가 보더라도 알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 허허... 어것 참... "
덕아웃의 데이비 존슨 감독은 헛웃음만 나왔다.
' 하퍼만 있었어도... '그의 부재가 너무나도 뼈아프게 다가왔다. 그리고, 워싱턴의 선수단 모두의 마음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보기와 달리 당사자인 준혁은 의외로 차분해 있었다. 바로 [타격의 신] 특기가 발동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2회 파인플레이까지 하나 건저 올렸지만, 생각보다 그에게로 타구가 많이 날아오지 않았다. 여기에다가 상대방 배터리에서 승부를 피하고 있다 보니 포인트는 더디게 모일 수밖에는 없었다.
이대로 라면 오늘시합에서 [슈퍼모드]발동은 포기해야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때 마침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 타격의 신]이 발동되어준것이었다.
' 이제는 이걸 어떻게든 써먹어야 한다는 거겠지. '쉽지는 않은 문제였다. 지금처럼 승부를 아예 피해버린다면 말이다.
시즌 중에도 날려먹은 [슈퍼모드]가 한두 번도 아니었던 그였다.
" 이번에도 공 던지는 걸 보니 앉아있다 뿐이지 승부할 생각이 아예 없는 것 같다.
저놈들 말이야. "
잠시나마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타임을 요청하고 대기타석으로 다가온 준혁에게 마이클 모스가 타르액 캔을 건네주고는 투덜거리며 하는 말이었다.
" 너한텐 방망이에 공도 건드리게 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말이야. 참내... 치사하게. "
" 어쩌겠어. "
댓구를 하는 준혁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시 타석으로 걸어가던 순간, 불현듯 앞선 타석에서의 뻔한 볼이 되는 원바운드 변화구를 던지던 보글송의 투구와 마이클 모스의 투덜거림... 그리고 거기에서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 치사... 원바운드로 들어온 투구... 방망이에 공을 맞추기... 타격의 신... 그래!! '경원사구라고는 하지만, 나간 주자도 없고, 이닝의 첫 타자이다 보니 그래도 보는 눈이 있어서 포수가 일어서서 받는 고의사구는 아니었다. 준혁은 여기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물론 이것도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소한 가능성은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걸어 나가는 것은 사양하고픈 준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