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툴 플레이어-224화 (224/309)

< -- 10. 2012포스트시즌 -- >

" 깔끔하게 당했군요. "

세인트루이스의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다이아몬드를 돌아 홈플레이트를 밟는 준혁을 보며 말했다.

" 코스선택은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

야디에르 몰리나의 형이자 배터리코치인 벤지 몰리나가 조금은 아쉽다는 다는 듯이 그 말을 받았다.

타자의 배트가 나오기 쉬운 가슴높이의 공이었다. 게다가 오늘 주심인 알폰소 마르케스의 성향을 십분 활용한 꽉 찬 안쪽 공이었다.

여기에다가 움직임이 크지 않은 변종패스트볼에 약한 준혁의 스타일 까지 생각한 공략이었다.

그런데, 그 공을 준혁 리는 홈런으로 만들어버린 것이었으니.... 홈런이후, 내셔널스파크에서 다시 보여주는 준혁의 타격 시의 장면이 그것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 타자가 잘 쳤다고 해야겠지요. "

이번에도 피했었어야만 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들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시합에서 만큼은 브라이스 하퍼가 마치 준혁과 같아 보이니까요. "

시니 감독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벤지 몰리나 코치의 말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타자가 있더라도, 워싱턴의 타선이 옆 동네의 메츠처럼 '라이트와 아이들'이라면 준혁만 피해버리면 쉽게 게임을 이끌어갈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시합에서의 워싱턴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나 하퍼는 앞선 3타석에서 3타수 2안타, 홈런과 안타를 각각 하나씩 때려내고 있었다. 타점도 오늘 워싱턴의 얻은 6점의 절반인 3점이나 되었다.

더군다나 플라이로 아웃된 앞선 타석도 코스가 너무 정 가운데여서 그렇지, 코너 쪽으로 날아갔다면 홈런도 충분했던 타구였다. 그런데, 바로 뒤의 라이언 짐머맨도 크게 나쁜 컨디션이 아니었다. 애덤 라로시도 마찬가지였다.

역시나 오늘도 워싱턴의 하위타선은 물 방망이에서 전혀 발전이 없었지만, 5번까지의 상위타선은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특히나 타석에서의 브라이스 하퍼는 준혁 리가 빙의라도 한것 같았다. 그리고 여기에 준혁의 경기후반부의 미친 듯한 도루 페이스를 생각하면.... 차마 고의사구카드를 앞선 회처럼 쉽게 꺼내들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 어때? "

마운드로 올라온 야디에르 몰리나는 마크 젭첸스키에게 물었다.

" 어떻긴, 속이 쓰리지. 하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냐. "

반응이 경기후반부 동점상황에서 홈런으로 역전을 허용한 투수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여기엔 맞을 만한 타자에게 맞았다는 것도 한몫했으리라.

" 저런 공을 때려내면 답이 없지. 아예 확실한 볼이 아닌 다음에는 말이야. "

역시나 그의 생각대로다.

다행이다.

" 이번에도 까다롭게 가기로 한 것 기억하고 있지? "

" 물론 기억하고 있지. "

몰리나는 다시 한 번 강조를 했다. 이번이닝에 들어가기 전 이미 벤치에서 나온 지시였다. 하지만, 준혁과는 그 의미가 조금은 달랐다.

빙의를 한 것처럼 한껏 타격감이 달아올라 있기는 했지만, 타자가 아닌 주자로 생각하면 하퍼는 준혁보다는 훨씬 덜 위협적이었다. 올해 18번의 도루를 성공시키고 있었고, 실패가 6번 있었다.

성공률을 따진다면 75%였다. 그리 나쁘지는 않은 성공률이었다. 하지만, 90%가 넘어가는 준혁에게는 모자람이 있었다.

거기다가 하퍼는 몰리나를 상대로는 2번시도 2번 모두 실패한 전력이 있었다. 여기에다가 투수는 계속해서 좌투수인 마크 젭친스키였기에 타이밍이나 리드 폭을 빼앗길 위험도 그만큼 낮았고... 그랬기에 벤치에서는 하퍼에게도 까다로운 승부를 가져가되, 준혁과는 달리 여의치 않으면 포볼도 좋다는 지시가 나왔다.

' 하퍼 정도야. '솔직히 뛰더라도 충분히 잡아낼 자신도 있었다. ' 준혁 리가 비상식적인 것일 뿐이라고. '최고의 포수라는 칭찬을 받고 있었다.

도루저지율도 통산 45%에 육박했다. 자신이 마스크를 쓰면 웬만한 팀에서는 도루를 금지시키기 까지 했다.

' 하지만, 리는 전혀 달라. '준혁의 리드 폭은 왼손, 오른손 투수를 전혀 가리지 않았다.

귀신같은 도루타이밍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겐 왼손 오른손 투수의 구분은 전혀 필요치 않은 것 같았다.

' 리키 핸더슨이라도 저렇지는 않았을 거야. '준혁을 1루로 내보낼 때마다 느끼는 몰리나의 감정이었다. 그것에 비하면 하퍼는...

' 애송이.'

였다.

물론 그 애송이가 오늘시합에서 타석에서 만큼은 달라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하퍼는 하퍼다. 준혁 리가 될 순 없어. '몰리나는 생각했다.

첫 스트라이크는 쉽게 잡았다. 그리고 두 번째의 공.

몰리나는 스트라이크존에서 달아나는 슬라이더를 요구했다. ' 들어와 버렸어! '슬라이더가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것도 모자라 공한개 정도 안쪽으로 들어와버린 것이었다.

젭첸스키의 실투였다.

그리고 역시나 이것을 놓치지 않고 하퍼의 방망이가 나왔다.

--따악!! --빠른 타구가 3루 쪽을 향했다. 하지만, 타구는 계속해서 휘어나갔고, 종국에는 외야쪽 파울라인을 벗어나버렸다. 공 3개정도로 벗어난 아슬아슬한 타구였다.

" 아아아아~~. "

탄성과 탄식, 안타까움 등의 희비가 교차했다.' 위험했어. 파울이 되어서 망정이지 이번공은 위험했어. '안으로만 들어왔다면 최소한 2루타코스였다.

노아웃 상황이었으니, 또다시 실점 위기가 될 뻔 한 타구였다. 하지만, 다행히 타구는 파울로 끝이 났다.' 하퍼 녀석. 노렸던 거였어. '아쉬워하는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들어나고 있었다.

몰리나는 다시 한 번 확인해보기로 했다. ' 이번엔 조금 더 안쪽, 확실한 볼로. '기본코스는 이번도 바깥쪽이었다. 하지만, 선택은 싱커, 그리고 낮은 스트라이크에서 더 낮게 떨어지는 유인구였다.

--슈우우욱--젭첸스키의 손을 떠난 공이 자신의 미트를 향해 날아온다. ' 좋았어. '이번엔 원했던 그 코스 그대로였다.

역시나 하퍼의 방망이는 나온다. 이번 것은 몰리나가 원하던 데로였다.

하지만, 중간에 급제동을 걸고 있다.

주심은 스윙 콜이 없었다.

돌지 않았다는것이다. 공이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던 순간, 하퍼의 방망이가 미리 멈췄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1루심의 판단이 남아있었다.

몰리나는 곧바로 일어나며 1루심에게 판단을 요청했다.

[ 몰리나, 1루심에게 판정을 요청하는군요. 하지만, 1루심의 판정도 세이프입니다. ][ 하퍼가 잘 멈췄네요. 아주 좋은 유인구였는데 잘 참았다고나 할까요? ]' 쳇! 아쉽군. '스윙으로 판정이 내려졌으면, 삼진이었다. 하지만, 두 명의 심판 모두 스윙이 아니라고 판정을 내리고 있었다.

그대로 덕분에 한 가지는 확실해 졌다.' 바깥쪽을 노리고 있다는 것. '몰리나는 그랬기에 하퍼가 바깥쪽 낮은 코스에 약점이 있었음에도 이번타석에서 파울타구와 방금 전의 방망이를 멈추는 동작이 가능했다고 생각했다.

' 그런데, 방금 반족장 안쪽으로 붙은 거 아냐? '살짝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왔다 싶었다. ' 역시, 아직은 신인 티가 나는군. '너무 한 가지만 생각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움직였으리라.

이것으로 더욱 확실해 졌다. 하퍼는 자신의 약점인 바깥쪽에 타깃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 하퍼의 최대강점은 몸 쪽 높은 공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바깥쪽에 타이밍을 맞춰놓은 순간, 이미 최대강점은 강점이 아니게 되어버리는 거지. '몰리나는 망설임 없이 사인을 냈다. 바로 준혁에게 던졌던 그 공을 말이다.

' 젠장! '2번째에 라인드라이브의 파울타구가 나오고 난 다음 하퍼는 자책했다. 분명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은 맞았다. 하지만, 노리던 공이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방망이를 내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타이밍이 정확할 수가 없었고, 파울이 되어버렸다.

' 침착해야 해. 침착! '하퍼는 타석을 벗어났다. 그리고는 짐머맨에게 다가갔다. 알아서 타르액 캔을 던져준다.

하퍼는 그것을 받아 손잡이 부근에 바르고는 문질렸다.

"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라고 했지요? "

다시 짐머맨에게 물어본다.

" 그래. 준혁이 항상 중얼거리던 말이야. "

" 네. 고맙습니다. "

" 뭘... 그것 가지고. "

감사인사가 왠지 감사인사처럼 들리지 않는 짐머맨이었지만, 그런 것과는 달리 하퍼는 나름 차분해 질수 있었다.

' 이미 2스트라이크가 되어버린 것은 바꿀 수는 없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분명, 자신의 약점을 노릴 것은 분명했다. ' 하지만, 이번타석에서 만큼은 약점에 당할 순 없어. '하퍼는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짐과 함께 타석에서의 그의 눈빛도 가라앉고 있었다.

짐머맨: 리, 나 오늘 저 녀석 무서워.

준혁: 뭘요. 날 따라 하려는 게 귀엽기만 한데요. 하하하짐머맨: 그래도, 난 좀 그렇다. 야 버그 너도 안 그러냐?

스티븐: 맞아요. 마치 광신도 같아요.

준혁: 에이. 다들 왜 그래요? 혹시 ... 알아요? ...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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