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툴 플레이어-219화 (219/309)

< -- 10. 2012포스트시즌 -- >

' 시합전 연습타격을 보니 몸이 엄청 가벼운 것 같더라. '세인트루이스의 타격코치 마크 맥과이어가 연습 후 몰리나에게 직접 전해준 이야기였다.

물론 그 몸이 엄청 가벼워 보인다는 당사자는 바로 지금 타석에 들어서있는 준혁 리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물론, 이형은 네가 알아서 잘하리라 항상 믿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준혁 리를 상대할 때는 한 번 더 생각해줬으면 한다.

'배터리코치인 형 벤지 몰리나의 조언도 마찬가지였다.

디비전 시리즈 마지막 5차전. 오늘은 말 그대로 끝장승부였다.

보통 플레이오프를 처음 경험하는 신인들은 시즌 때의 기량을 못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앞선 4차전동안 준혁 리는 전혀 주눅 든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더군다나 첫시합때에는 사이클링히트까지 작성한 선수였다.

물론 2차전부터는 특유의 장타가 사라지긴 했다. ' 그래서, 더욱 걱정스럽기도 하다는 말이야. '장타를 최대한 억제하려한 그의 리드가 성공한 덕분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뭔가 찜찜함이 오늘 시합 들어 최고조에 달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나 막으려고 했지만, 1차전 때는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이클링히트까지 헌납하고 말았지 않던가.

더구나 오늘은 디비전의 마지막 시합. 준혁 리가 중요한 순간에 더 강해지는 타입이라면... 아니야. 그럴 리는 없어. '몰리나는 서둘러 부정해본다. ' 우선은 바깥쪽 커브. '오늘 자신과 배터리를 이루고 있는 마운드 위의 아담 웨인라이트의 커브는 리그 최정상의 구위를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초구부터 커브를 노리는 타자는 드물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커브에 강한 타자라는 것은 알지만. '물론 준혁은 양대 리그를 통틀어 커브에 가장 강한 타자라는 점이 신경 쓰이긴 했다. 하지만, 웨인라이트의 제구를 믿고 바깥쪽 코너를 노려본다.

' 치기 좋은 공에는 초구부터 나가는 타자이지만, 또 한편으로 까다로운 코스에는 안 나오는 타자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이미 준혁을 상대하는 팀의 포수들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기도 했다. 그만큼 신뢰성이 높았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었다.

--슈우우우우~~~--사인대로 커브가 들어온다. 각도도 괜찮다.

높낮이도 좋다. 그런데, 원했던 바깥쪽 코스에서 공하나 는 안쪽으로 들어와버렸다. 물론 안치면 볼이 되는 공이긴 했다.

' 설마...? '하지만, 왠지 느낌이 좋지 않다. 몰리나 정도의 베테랑 포수라면 느낄 수 있는 동물적 감각 같은 것으로 말이다.

' 오 마이 갓! '그리고 이런 그의 느낌은 거의 틀리지 않았다.' 무조건 기선제압을 해야 해. '준혁은 다짐을 하며 타석에 들어섰다.

마지막 시합이다. 그 어느 때보다 선취점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시합이란 말이었다.

' 이럴 때는 선두타자가 아쉬우면서 고맙기도 해. '1번타자이다보니, 경기를 결정지을 수 있는 기회는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앞선 타자가 투수이다 보니 타점을 올릴 기회조차 적었고, 홈런을 때리더라도 거의 솔로 홈런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1회 선두타자로 나설 때만큼은 달랐다.

어떤 투수이든지 간에 1회는 가장 어려운 이닝이었다. 그만큼 몸도 덜 풀리는 시기였다. 그래서 다음타순까지 이어질 수 있고 무사에 실점의 위험성까지 대폭 올라가게 되는 1번 타자를 1회에 상대할 때는 고의로 승부를 피하는 투수는 없었다.

물론 까다로운 승부가 들어오긴 하지만 그것도 어떻게 보면 승부를 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야전사령관, 걸어 다니는 컴퓨터. 몰리나가 원하는 데로 따라가 줘선 안 돼. '몰리나를 상대하는 타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준혁도 4차전까지 치르는 동안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시즌 때의 몰리나와 디비전의 몰리나는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마치 게임의 버프를 받은 것처럼 말이다.

' 초구에 바로 승부를 건다. '이것이 그의 작전이었다.

가상스트라이크존이 있기에 성공확률도 무척이나 높을 터였다. 그렇게 초구를 잔득 기다리고 있는데, 의외로 몰리나 배터리는 커브를 꺼내든 것이지 않은가? 보통의 타자라면 멀뚱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그는 다르다. 사실 살짝 낮기는 했다.

놔두면 웬만한 심판이라면 볼을 선언할 만한 공이었다. ' 하지만, 간다! '젠과 테드의 아침부터의 서비스 덕분에 컨디션은 무척이나 좋았다. 그리고 그것을 이미 앞선 타격연습에서도 확인한 그였다.

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 무릎을 살짝 굽히며 몸의 중심을 낮춘다. 그리고는 그 리듬 그 타이밍 그대로 가상스트라이크 존의 커브의 떨어지는 통과위치를 향해 방망이를 돌렸다. --따악!! --[ 이준혁 선수 이번 디비전 시리즈 타율이 무려 6할 7푼입니다.

][ 엄청나지 않습니까? 비록 홈런이 단 한 개라는 것이 아쉽습니다만. 그래도 선두타자로써 공격의 물꼬를 트는 본연의 임무에는 충실했습니다. ]송재익 해설위원의 아쉬운 목소리처럼, 준혁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살짝 아쉬운 감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혀 못하고 있다는 그런 개념은 아니었다.

당연히 견제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 플레이오프 경기였다. 장타율이 낮기는 했지만, 그런 집중견제 속에서도 6할이 넘어가는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 타석에 서 준비를 합니다. 초구. ][ 쳤습니다! ][ 가나요? 우익수 벨트란 따라갑니다! ]타구가 빠르게 외야로 날아가고 있었다.

잘 맞은 타구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너무 잘 맞은 덕분에 타구는 빨랐지만 궤적이 그리 높지 않았다. 더군다나 타구가 날아가는 방향은 우측 외야불펜쪽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내셔널스파크 에서도 펜스의 높이가 2.4m로 낮은 곳이었다.

[ 타구가 낮은데요?! ]이민성 아나운서의 목소리에서는 그 어떤 간절함 마저 느껴졌다.' 잡을 수 있어! '워낙 깊은 수비를 하고 있던 카를로스 벨트란이었다.

준혁은 올해도 홈런을 50개나 때려낸 타자였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 장타가 나올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깊게 수비위치를 잡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었다.

그러했기에, 벨트란은 빠른 타구임에도 불구하고 공보다 먼저 펜스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 하아압!! "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벨트란은 철조망으로 된 펜스를 붙잡고는 점프를 시도했다. 그 순간, 글러브를 통해 손끝을 타고 묵직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 잡았다!! '벨트란은 확신했다. 하지만 그 확신은 단 1초도 이어지지 못했다.

" 준혁이 뭔가 결심한 표정인데? "

챔피언십이 걸린 경기였고, 홈 경기이다 보니 오늘은 그녀들도 야구장을 찾고 있었다.

물론 그 위치가 내셔널스파크 하늘 위라는 것이 평범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눈에 띌 염려는 없었다. 그 정도 상식은 있었다.

이미 공기와 바람, 하늘에 그녀들의 모습을 동화를 시켜놓고 있었다.

" 녀석도 아는 거지. 그나저나 편안한 좌석을 놔두고 이게 뭐냐? "

테드의 말에 젠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 엄살은. 솔직히 우리한테 거기나 여기나 다를 것 없지 않아? "

그 목소리에 테드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젠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 이러쿵저러쿵 해도 솔직히 우리도 좋았잖아. 안 그래? "

" 뭐, 그렇긴 했지. "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젠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준혁의 몸에 술수를 부려놔서인지 은근히 요정인 자신들과도 궁합이 좋은 것은 분명했다. 더군다나 준혁의 몸주위에 머물러있던 무지갯빛은 젠과 테드에게도 플러스의 효과를 가져왔다.

이건 그녀들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때, 빠르게 날아가는 타구가 그녀들의 눈에도 들어왔다.

" 잡히겠는데? "

젠이 말한다.

그녀의 말 그대로 였다.

잘 맞기는 했다. 하지만 너무 라인드라이브성의 타구였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테드가 손바닥을 살짝 마주치는 것이다.

" 테드 너? "

젠이 살짝 이채가 어린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본 것도 그 직후였다.

" 이러면 되지. "

테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래의 야구장에서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 와아아아아아앙~~~~~~!! "

홈런이 된 것이었다.

" 무슨 바람이 분거냐? 너? "

젠이 다시 물었다.

이제는 미심적은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도 준혁의 부탁을 들어줬던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나서서 도와주는 것은 램프의 요정의 방식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미 소원을 한번 들어주지 않았던가? 그리고 테드는 자신과 달리 준혁과 계약 관계도 아니었다.

" 세 들어 살고 있으니 인사치레를 한번 해야지 않겠어? "

어쨌거나 젠의 램프에 신세를 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램프와 준혁이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고 말이다.

" 정말 그것 때문인 거냐? "

하지만, 한번 의심을 하자, 계속 미심적다.

" 그러면, 그거 말고 또 있어? "

" 허긴. "

두세번 물어봐도 표정하나 안 바뀌는 테드이긴 하다.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겨버리는 젠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재미로 준혁을 도와준 적이 없잖아 있는 그녀이기도 했으니까.

" 변덕이란 거네. "

" 변덕? ... 그래. 그냥 변덕일 뿐이겠지. "

테드는 대답했다.

정말 젠의 말 그대로 변덕일지도 모른다.

단지 테드에게 봉인되어있던 원주인인 케이트 이튼의 감정이 살짝 떠올라 버렸을 뿐이란 것은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두 요정은 내셔널스파크의 하늘위에서 그라운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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