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 2012포스트시즌 -- >
" 정말 충전이네? "
버그인 상태에서도 컨디션이 나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며칠 동안 긴가민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아침의 젠과 테드와의 관계에서 오히려 힘이 충만함을 준혁은 몸소 느끼고 있었다.
그는 내셔널스파크의 그라운드 위에 나와 있었다. 그리고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시합 전 연습을 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그 타격연습에서 타구의 질이 포스트시즌 5게임 중에서 가장 좋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 여어. 컨디션 좋은데? "
베팅케이지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릭 엑스타인 타격코치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 그런가요? "
" 그래. 오늘은 하나 쳐야지? 안 그래? 하하 "
1번 타자라고는 하지만, 팀에서 그리고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홈런을 만이 친 홈런타자가 준혁이었다.
그런 그의 장타가 1차전이후로는 실종된 상태였다. 물론 자신이 몫을 못해주고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타격코치로써 아쉬운 감이 들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비록 타격연습이라고는 하지만 시원스런 타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타격코치의 입장에선 너무나도 반가울 수밖에 없
는 것이었다.
모든 훈련을 마쳤다. 씻으러가는 길목에 스트라스버그의 모습이 보였다.
" 몸이 가벼워 보이더라? "
스트라스버그의 말에 준혁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 걱정 되냐? "
" 뭐... 조금은... "
이해는 갔다.
걱정이 안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마지막 5차전까지 디비전 시리즈는 오고 말았고, 연고지를 이전하기전 토론토까지 포함시키더라도 팀의 포스트시즌 경험은 겨우 2번째였다. 그런데 상대할 팀은 가을 DNA를 가지고 있는 카디널스였으니 말이다.
오늘 지게 되면 스트라스버그는 포스트시즌의 마운드를 밟아보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 걱정마라.
나 오늘 컨디션 엄청 좋다. 너도 봤잖아. "
그러면서 오른 주먹을 쥐고는 들어보였다.
" 아... "
준혁의 행동이 의외였던지 스트라스버그의 반응은 한 템포 늦었다. 하지만, 주먹에 보자기를 내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탁--주먹과 주먹이 살짝 부딪혔다.
손등을 타고 가볍게 전해져오는 느낌을 음미하며 준혁이 목소리를 높였다.
" 악당을 무찌르자! "
" 갑자기 뭐냐? "
생뚱맞았다.
악당이라니 말이다.
" 뭐긴, 지금 우리한테 악당이 누구겠냐? "
라며 오히려 준혁이 웃으며 되묻는다.
스트라스버그는 그제야 그의 말뜻을 알아챘다. 당연히 화답을 해준다.
" 정의는 이긴다! "
" 그래. 너도 뭔가 아는구나. 하하하 "
다시 한 번 준혁이 웃었다. 언뜻 보면 가벼운 농담처럼 들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스트라스버그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라도 되어보이겠다라는 각오처럼 들렸다.
" 헷~ 취~! "
" 갑자기 웬 재채기냐? "
" 그러게. 갑자기 코가 간지럽네. "
몰리나는 코를 만지며 대답했다. [ 야구팬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워싱턴과 세인트루이스간의 디비전시리즈 5차전 경기를 송재익 해설위원과 함께 생중계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안녕하십니까. 송재익입니다. ][ 위원님. 앞선 4경기에서 양 팀이 2승2패로 동률을 거뒀는데요. 오늘의 경기는 어떻게 보십니까? ][ 끝판승부지요. 마지막 5차전이기 때문에 오늘 경기에서 지는 팀은 짐싸야 합니다.
우선 홈구장이라는 점에서는 워싱턴에게 이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 편안하지요. 하지만, 경기 경험적인 면에서는 카디널스의 우세가 예상됩니다.
카디널스가 가을야구의 단골손님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2000년 이후 올해까지 디비전시리즈만 9차례 진출한 팀이기도 하구요. 실제 월드시리즈우승도 2006년과 작년인 2011년 2차례를 하기도 한 팀입니다. 그래서 어느 팀이건 간에 선취득점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워싱턴 쪽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번 타자로 나서는 이준혁 선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볼수 있겠습니다.
][ 그렇다면 오늘 선발투수는 어떻게 보십니까? ][ 지오 곤잘레스와 아담 웨인라이트 인데요. 이 두 선수들은 이미 1차전에서 한차례 맞상대를 했었습니다. 그때 양 투수 모두 5회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는데요. 실점도 똑같이 3점씩을 했습니다.
지오 곤잘레스는 우선 포볼을 줄여야합니다. 1차전에서 5이닝동안 허용한 포볼이 무려 5개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포볼이 남발된다면 어려운 경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웨인라이트 선수는 이준혁 선수와의 승부를 조심해야합니다. 3번 상대해서 3번다 안타를 허용했거든요. 거기엔 2루타와 홈런도 포함되어있습니다.
여기에 브라이스 하퍼에게 맞은 백투백 홈런까지 생각한다면 오늘도 장타를 조심해야할 듯 합니다. ]우중간 쪽 외야에 설치된 전광판, 거기에서도 맨 오른쪽에 달린 '워싱턴로고'바탕의 시계가 오후 3시 49분을 가리켰다.
이제는 정말 승자와 패자를 가려야하는 시간이다.
세인트루이스의 1번 타자 존 제이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포수 윌슨 라모스와 사인을 교환한 지오 곤잘레스의 손에서 야구공이 떠나면서 디비전시리즈의 마지막 5차전 경기는 시작되었다.
" 스트라이크! "
초구부터 스트라이크였다. 내셔널스파크를 찾은 홈팬들은 시작이 좋다고 생각했다.
" 좋아 곤잘레스! 그렇게 가는 거야! "
외야의 준혁도 소리쳐 외쳤다. 몸의 컨디션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이 마음의 긴장까지 모두 가져가지는 못한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의 경기는 정말 마지막 경기였다. 앞선 경기들은 지더라도 다음 게임을 이기면 된다고 스스로 다독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지면 끝인 경기였다. 그랬기에 준혁은 입 밖으로 큰소리를 쳐보며 긴장감을 덜어내려 노력했다.
--따악!
--이런 준혁의 마음가짐을 시험해보려고 했는지, 첫타구부터 곧바로 날아왔다. 라인드라이브의 타구였다. 하지만 정직한 정면타구, 준혁은 몇 발자국 움직이지 않고도 타구를 잡을 수 있었다.
내야수에게로 공을 던져주고는 다시 기합을 넣었다.
" 정의는 승리한다! "
스트라스버그와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이었지만, 그렇다고 '걱정하지 마'라고 건넨 그의 한마디까지 농담이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걱정 되냐? 나 오늘 컨디션 좋아. '라며 폼까지 잡지 않았던가?' 최소한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는 말자. '다시 한 번 다짐을 해본다.
그 덕분인지 2번째의 타구도 그에게로 날아온다.
물론 이번은 그가 바로 잡을 수 없는 짧은 안타란 점은 달랐다.
그리고 또다시 다음 타구도 그에게로, 그리로 3번째 아웃카운트가 되는 타구마저 준혁에게로 날아왔다.
물론 4번타자 앨런 크레이그의 앞선 플라이에 비해 비거리가 멀긴 했다. 하지만, 수비를 뒤쪽으로 잡고 있던 덕분에 어렵지 않게 잡아낼 수 있었다.
지오 곤잘레스가 안타를 하나 허용하긴 했지만, 큰 위기 없이 1회를 마치는 순간이었다.
준혁은 이닝종료가 되었기에 덕아웃쪽으로 달렸다. ' 웬일이지? 타구가 모두 내 쪽으로 오네? '시합을 하다보면 이런 날이 영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흔한 일 또한 아닌 것은 분명했다.
타석에 들어설 기회는 시합당 4~5회 정도 사이였다. 연장전이나 타격 전으로 흐르지 않은 다음에는 이이상 타석에 들어서긴 힘들어서 한마디로 어느 정도는 슈퍼모드에 필요한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기회가 정해져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수비는 가변적이었다. 어떤 날은 공 한번 만져보기 힘들 때도 있었고(특히 그라운드볼 유도형의 투수라면), 어떤 날은 자주 타구가 날아오기도 했다.
그랬기에 경기에서 슈퍼모드가 발동 되냐 안되냐라는 것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은 타격이 아닌 수비였다. 그런데 이 수비라는 것은 준혁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외야수였다.
아무래도 내야수에 비해서 수비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런 적은 기회를 양 코너 외야수들과 갈라먹어야(?)했으니 그 기회는 더더욱 적어졌다.
이것이 준혁이 매 시합마다 슈퍼모드를 발동시키지 못하는 이유였고 그 발동시기가 경기 후반부로 몰리는 이유였다. 그러니 한 시합에서 2번 발동시킨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1회부터 타구가 몰려준 덕분에 꽤 빠른 타이밍에 슈퍼모드를 발동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물론 2회부터 다시 그에게 타구가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능성이란 점에서 최소한 기대는 해봄직했다.
더군다나 경기 후반부에 비해 중반부까지는 상대방 배터리의 견제도 그만큼 덜했다. 오늘은 선취점, 그리고 얼마나 많은 점수를 뽑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경기였다. 그런데 꽤나 많은 포인트가 1회부터 모였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 좋았어. 오늘은 뭔가 될 것 같다. '서 2번 발동시킨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1회부터 타구가 몰려준 덕분에 꽤 빠른 타이밍에 슈퍼모드를 발동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물론 2회부터 다시 그에게 타구가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능성이란 점에서 최소한 기대는 해봄직했다. 더군다나 경기 후반부에 비해 중반부까지는 상대방 배터리의 견제도 그만큼 덜했다.
오늘은 선취점, 그리고 얼마나 많은 점수를 뽑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경기였다. 그런데 꽤나 많은 포인트가 1회부터 모였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좋았어. 오늘은 뭔가 될 것 같다.
'서 2번 발동시킨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1회부터 타구가 몰려준 덕분에 꽤 빠른 타이밍에 슈퍼모드를 발동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물론 2회부터 다시 그에게 타구가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능성이란 점에서 최소한 기대는 해봄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