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툴 플레이어-213화 (213/309)

< -- 10. 2012포스트시즌 -- >

준혁의 커다란 홈런이 나오고 난 이후의 바로 다음 타자는 브라이스 하퍼였다. 그는 너무 공격성향이 강하다는 평을 듣던 타자였다.

물론 어떤 계기가 있었던지 후반기부터는 참을성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분류를 하자면 공격적인 타자라고 봐야했다. 여기다가 앞선 수비에서 좋은 수비를 펼쳐 보이기까지 했었다. 그래서 몰리나는 하퍼가 타석에서 들썩거릴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 하퍼의 약점은 가운데와 바깥쪽의 낮은 코스. '몸 쪽은 낮거나 높거나 모두 강한 선수였다. 하지만 그 반대쪽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더군다나 바깥쪽 낮은 코스는 안타로 만들어내는 확률이 1할 대 였다.

' 초구는 까다롭게. '오늘의 선발인 웨인라이트는 나름 제구가 되는 투수였다. 그만큼 초구가 볼로 판정을 받더라도 부감감은 적었다.

초구부터 방망이가 나올 것이라고 판단한 몰리나의 요구는 바깥쪽 낮은 코스의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공이었다. 주심이 잡아줘도 좋고, 볼 판정을 받아도 좋은... 그리고 하퍼의 방망이가 나와 준다면 더 좋은 그런 코스였다.

' 좋았어. '웨인라이트의 손을 떠난 공이 홈플레이트로 날아왔다. 제구가 좋은 투수답게 자신이 원했던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정확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기에다 하퍼의 방망이도 원했던 대로 나와 주고 있었다. 몰리나는 모든 것이 자신이 원하는 데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 초구를 칩니다. 우측에 뜬 타구. 우익수 뒤로. 큰 타구! 담장을 넘어갑니다! ][ 브라이스 하퍼, 초구에 백투백 홈런! ][ 조금은 낮았지 않았나 싶었는데, 그걸 넘겨버리는군요. ] [ 워싱턴! 이준혁과 브라이스 하퍼의 백투백 홈런으로 순식간에 리드를 가져옵니다.

]빠르고 강한 타구였다. 순식간에 부시스타디움을 조용하게 만드는 하퍼의 초구홈런이었다.

몰리나와 웨인라이트 배터리는 하퍼를 상대로 조심한다고 조심한 첫 번째 공이었다.

더군다나 제구에 실패한 공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공을 걷어 올려 버리면... 타자를 칭찬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었다.

" 괜찮아. 네 공은 나쁘지 않았어. 아직 한 점이야. 좀 더 집중하면 돼. "

" 그래. 네 말이 맞아. 그 공을 넘겨버리는 것까지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거겠지. "

웨인라이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상으로 날려먹은 1년을 제외하더라도 메이저리그경력만 6년이었다.

이정도 쯤 되면, 자신이 실수를 하지 않았더라도 원치 않았던 결과는 나올 수가 있다는 것을 모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방금 전의 하퍼의 홈런이라는 것도 말이다.

자신은 실투를 하지 않았다. 원했던 곳으로, 그리고 원하는 곳으로 그는 위력적인 공을 던져 넣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런 공이 크게 맞아나갔다고 의심을 하게 되면 결국에는 자신의 모든 투구를 의심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랬다가는 투수는 더 이상 마운드위에 서 있을 수 없게 되고 마는 것이었다.

" 그래도 워싱턴의 꼬맹이들이 대단하긴 대단해. 포스트시즌 경기가 이번이 처음일 텐데 전혀 긴장한 것 같지 않은 것 같으니 말이야. "

꼬맹이들이란 것은 준혁과 하퍼를 말하는 것이었다. 81년생 웨인라이트는 포스트시즌 경험만 올해로 3년째였으니, 92년생인 하퍼는 충분히 꼬맹이로 보일만 했다.

물론 거기에 비해 준혁은 87년생으로 겨우(?) 6살 차이였지만, 웨인라이트는 쿨하게 싸잡아 넘겨버렸다.

" 그래. 둘다 오늘 컨디션이 무척 좋은 것 같으니 조금 더 신경 쓰자고. "

" 알았어. 그래도 첫 경기인데 쉽게 넘겨줄 순 없겠지. "

마운드를 내려오는 몰리나는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시합을 치르는데 있어서 중요하지 않은 포지션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 경중을 따지자면 선발투수만큼 중요한 포지션은 없었다. 선발싸움이 되어야지만, 경기를 어떻게든 끌어나갈수가 있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차분한 웨인라이트의 신색은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야디에르 몰리나가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이제 겨우 3회. 그리고 점수는 단 한 점 차이. 아직까지 경기는 3분지1도 지나가지 않았다.

3형제가 모두 포수집안인 야디에르 몰리나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1번과 2번 타자에게 연속 홈런을 맞았던 투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웨인라이트는 워싱턴의 3-4-5번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다.

더군다나 이 3타자에게 사용한 공은 채 10개가 되지 않았다. 이에 질세라 지오 곤잘레스도 이번 시합 들어 처음으로 3회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4회도 투수들의 구위에 타자들이 눌린 회였다. 세인트루이스의 아담 웨인라이트도 그리고 워싱턴의 지오 곤잘레스도 약속이라도 한 듯이 양 팀의 타자들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다. 하지만, 겉으로 보는 것과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조금 달랐다.

결과는 같았지만, 투구 수 10개 내외로 2이닝을 처리한 웨인라이트에 비해 지오 곤잘레스는 3회와 4회에만 35개의 공을 던지고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 삼진을 3개나 잡아내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투수구가 많아진 것은 문제였다.

여기에는 세인트루이스의 타자들이 비록 범타나 삼진으로 물러나더라도 공을 길게 보고 있는 것이 한몫을 하고 있었다.5회에도 준혁은 또다시 2루타를 뽑아냈다.

신경을 쓰고 또 쓴 몰리나-웨인라이트 배터리였지만, 크레이지 모드로 [LUCK MAX]가 터진 준혁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9번 투수부터 시작되다보니 아웃카운트를 하나 잡고 시작할 수 있었던 이닝이었고, 이런 배터리의 노력이 일반인(?)인 하퍼와 라이언 짐머맨을 상대로는 충분히 먹혀들어서 3루까지 허용을 하긴 했지만,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칠 수가 있었다.

그리고는 투수들에게 은근히 어려운 이닝이라는 5회를 지오 곤잘레스도 맞이하게 되었다.

[ 지오 곤잘레스 투수. 이번 5회까지라고 봐야겠지요? ][ 그렇습니다. 앞선 4회까지의 투수구가 벌써 90개입니다.

전반적으로 이닝당 투구 수가 많았습니다만, 1회와 2회에만 4개의 포볼을 허용하면서 55개를 던졌거든요. ]올 시즌 지오 곤잘레스의 한계 투구 수는 110개정도였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임을 감안하고 이닝당 투구 수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이번회가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역시나 이런 해설진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첫 타자 투수를 삼진으로 잘 잡아놓고는, 1번 존 제이를 7구만에 또다시 포볼로 내보낸 것이었다. 벌써 5번째의 포볼이었다. 그리고는 2번 타자로 카를로스 벨트란이 타석에 들어섰다.

[또 다시 위기가 찾아왔네요. 지금은 나이가 들었지만, 한때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5툴플레이어였습니다.

5경기 연속홈런으로 포스트시즌 최다 연속경기홈런, 8개로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타이기록, 여기에다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최다 홈런 타이기록인 4개를 때려낸 선수가 카를로스 벨트란 이죠. 한마디로 가을야구의 사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만, 불행하게도 그가 뛰던 팀은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 올라가진 못했지요. ][ 그렇군요. 그 징크스가 올해도 그대로 될까요? 말씀드리는 순간 지오 곤잘레스 제1구를 던집니다.]외야에서 수비를 서고 있던 준혁은 절로 미간이 찡그려졌다. 또다시 3-2 풀카운트였기 때문이었다. 면전에서야 대놓고 인상을 써서는 안 되겠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홀로 서있는 외야에서까지 허허로운 표정일수는 없었다.

' 역시나 1선발은 무리였던 것일까? '지오 곤잘레스가 뛰어난 투수란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스트라스버그의 멘탈을 따라가려면 아직은 멀었다 싶었다. 그와 함께 한편으로는 걱정스런 마음까지 들었다.

이런 와중에 [LUCK MAX]가 크레이지 모드로 터진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예전 게임으로만 할 때는 [행운]이란 능력치가 그저 잉여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실에 적용되고 나자, 이것만큼 유용한 것도 없다 싶었다.

게임과 달리 행운능력치를 MAX로 찍어서 그런지는 몰랐지만 아무튼 그 MAX의 위엄이 이번에도 또다시 [예측]을 끌어내고 있었다.' 이번에도 좌익수쪽 타구. '준혁은 예측으로 본 타구의 궤적에 따라 급히 수비위치를 이동했다.

그리고 곧 이어, 카를로스 벨트란의 타구가 외야로 날아왔다.

[ 쳤습니다.

좌측으로 날아갑니다. 빠른 타구! ]카를로스 벨트란은 스위치히터다.

좌완 투수를 상대로 우측타석에 들어선 그는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온 지오 곤잘레스의 공을 힘껏 잡아당겼고, 힘이 실린 라인드라이브성의 타구가 좌익수 하퍼의 쪽으로 향했다.' 잡기는 힘들다.

' [예측]이 보여준 카를로스 벨트란의 타구의 궤적은 하퍼가 잡기엔 힘들어 보이는 타구였다. 힘이 있는 타자였기에 하퍼가 깊숙이 수비를 섰다고는 하지만, 타구가 빨랐다.

더더군다나 펜스를 직접 맞추는 궤적이었다. 물론, 앞선 회처럼 그가 다시 한 번 파인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확률은 낮았다.

오히려, 잡지 못한다면 펜스플레이에 공백이 생길 우려가 높았다.

준혁은 서둘러 백업에 들어갔다.

[ 하퍼! 쫓아가 봅니다만, 키를 넘기고 맙니다. ]역시나 하퍼의 키를 넘기고 말았다.

타구는 그대로 펜스를 때리고는 튕겨져 나왔다. [ 2루타성 코스! 카를로스 벨트란 달립니다.

]하퍼의 키를 넘기는 순간 2루타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발 빠른 1루 주자인 존 제이는 홈까지 충분히 들어올 수 있는 타구, 해설 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외야의 관중들은 재빨리 커버에 들어온 것도 모자라 마치 공이 그리고 튕겨져 나올 것을 알기라도 했다는 듯이 단 한 번에 잡아채는 준혁의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탁--펜스를 맞고 나온 공을 곧바로 잡은 준혁의 다음 행동도 재빨랐다. 설렁설렁한 플레이는 있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의 시야 오른쪽 위에 표시된 다이아몬드 위의 주자들의 위치를 판단컨대, 풀카운트였기에 스타트도 빨랐고, 여기에 타구판단까지 빨랐던 존 제이는 홈까지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듯 했다. 하지만, 타자주자인 카를로스 벨트란은 승부를 걸어볼만하다 싶었다. 더군다나 2루의 스코어링포지션에 가는 것은 막을 수 있다면 막아야만했다.

지체없은 송구가 이어졌다.

--슈우우우욱~~!

--[ 이준혁, 2루로 송구! ]--터억--정확하고 빠른 송구로 정평이 나있는 준혁의 어깨였다.

송구는 정확하게 2루베이스커버에 들어간 대니 에스피노사의 글러브로 향했다. 더군다나 위치까지 절묘해서 슬라이딩을 들어오는 카를로스 벨트란의 발이 자연적으로 태그가 될 정도였다.

" 아웃! "

절대로 오심이 나올 수 없는 정확한 타이밍이었고, 또 다시 부시스타디움을 정적으로 빠져들게 하는 준혁의 슈퍼플레이였다.

[ 이준혁 선수 언제 또 저기까지 가 있었던 건가요? ][ 완벽한 2루타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저걸 잡아내는군요. 이준혁 선수 또다시 할 말을 없게 만듭니다.

]좌측 펜스를 강타한 타구였다. 그런데, 그것으로도 주자가 2루에서 살지를 못한 것이었다. [ 그렇습니다.

이준혁 선수 오늘 공수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꽹과리 까지 치고 있습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특유의 그 끈끈함을 발휘해 또 다시 3대 3으로 동점을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역전주자가 막히고 만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였는지, 동점주자 존 제이를 반갑게 맞이하는 카디널스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었지만, 가슴 한편의 뭔가 모를 찝찝함은 전혀 가시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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