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툴 플레이어-167화 (167/309)

< -- 9. 2012시즌 -- >

4회에도 자이언츠는 삼자범퇴였다.

조던 짐머맨의 공이 너무나도 좋았다. 첫 위기는 자이언츠의 맷 케인에게 왔다.

앞서 준혁에게 연타석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그것은 '앗'하는 사이에

'엇!'

하고 두드려 맞은 솔로 홈런이었다. 위기상황은 지금이라고 봐야했다.

무사 1-2루 3번 라이언 짐머맨과 4번 애덤 라로시의 연속안타가 이어졌고, 5번 제이슨 워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딱--잘 맞은 타구였다. 하지만, 빠른 라인드라이브의 타구가 좌익수인 카브레라에게 곧바로 잡히고 말았다.

주자들은 움직이지 못했고, 다음 타석의 윌슨 이번 시합에서 두 번째의 삼진이면서 연 타석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 브라이스 하퍼의 차례군요.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하퍼는 두 손으로 방망이를 세워 잡고는 손잡이 쪽으로 '후우'하고 바람을 불어보며 기합을 넣었다.' 나의 첫시합. 내가 왔다는 걸 보여주겠어. '볼카운트 2-2. 브라이스 하퍼는 맷 케인의 5구째 슬라이더를 노렸다.

--따악--[ 오우~. 하퍼의 타구가 좌측 펜스를 때립니다. ][ 1타점 적시 2루타. 워싱턴 3대 0으로 단숨에 앞서 나갑니다.

][ 하퍼가 데뷔 첫 경기부터 장타를 터뜨리는군요. 전혀 19살 선수답지 않지요? ]ESPN중계진의 칭찬이 이어졌다. 아직 20대도되지 않은 어린선수가 빅리그 데뷔 첫 경기라는 만만치 않은 경기에서 때려낸 안타이기에 그것은 더했다.

" 좋았어! "

" 굿!! "

덕아웃의 선수들도 하퍼의 적시타를 보며 환호와 함께 박수를 쳤다. 비록 작년에는 서부지구 2위로 디비전에 못나갔다고는 하지만, 2010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었고, 올해도 지구 1위를 달리는 팀이었다.

그런 팀과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그것도 상대팀의 1선발을 상대로 앞서나가고 있었으니 선수들의 분위기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

" 역시... "

" 기대했던 대로군요. 감독님. "

릭 엑스타인 코치의 말에 데이비 존슨 감독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답답했던 타선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았다.

" 확실히 다르긴 달라. 천재는 말이야. 첫 경기라면 너무 들뜨거나 아니면 압박감에 움츠려들텐데 말이지. "

" 글쎄요... "

앞으로 몇 경기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라던가 연습 때의 모습, 그리고 앞선 타구와 지금의 타구... 모두 합격점을 주기엔 충분했다.

빅리그에 바로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더라도 빅리그에서도 천재의 가능성 이어가기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타자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2루에 들어가서의 꽤나 요란스러운 세레모니라던가, 지금도 들썩이는 어깨를 보면 차분함과는 거리가 있어보였다. 19살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지만, 분명 또 다른 천재인 준혁 리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8번 데스몬드가 유격수 앞 땅볼로 물러나면서 이번 시합 들어 가장 길었던 4회도 끝이 났다. 그리고 바로 5회 초 자이언츠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투수들이 가장 힘든 이닝을 꼽자면, 1회와 5회를 꼽을 수 있다.

1회는 시합의 처음이다 보니 어려운 것이었고, 5회는 이기고 있을 경우에 승리투수 요건의 충족 이닝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포커페이스의 투수라고 하더라도 앞서나가는 상황에서의 5회는 자신도 모르게 신경을 쓰게 되는 이닝이었다.

그런 점에서 조던 짐머맨이 첫 타자 포지에게 첫 볼넷을 허용한 것도 우연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4회까지 퍼펙트로 막고 있던 상황이다 보니, 첫볼넷에 살짝 허탈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자이언츠의 5번 타자 브랜든 벨트에게 장타를 허용하는 개기가 되고 말았다.

--따악--[ 쳤습니다. ][ 좌익수 하퍼 따라갑니다. ][ 홈런~. 넘어갑니다.

브랜든 밸트 시즌 첫 홈런을 추격의 투런홈런으로 만듭니다. ]순식간에 3대2 한 점차가 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슈어홀츠에게도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맞고 말았다.

항상 끈끈한 야구를 하는 팀이 자이언츠였다.

선수 개개인의 네임밸류만 놓고 보면 오히려 모자람 있었지만, 팀으로서의 응집력은 최상인 팀이 또 자이언츠였다. 자칫 잘못하면 분위기가 넘어갈 수도 있었기에 존슨 감독은 곧바로 스티브 메카티 투수코치를 마운드로 올려 보냈다.

" 오늘 연습때 보니까, 준혁 리의 폼이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던데. 자네도 봤지? "

" 리 타격하던 모습요? 봤지요. 오늘 정말 잘 치던데요. 실제 시합에서도 벌써 홈런 2개나 때려내고 있잖습니까. "

" 그래. 벌써 홈런 두 개잖아. 그런데 난 또 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자넨 어때? "

" 또요? "

투수코치와 이야기를 하던 짐머맨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외야로 돌렸다. 설렁설렁 흐느적거리며 몸을 풀고 있는 준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안심이 되는 포즈였다.

" 흠.. 그러네요. 또 칠 것 같네요. "

" 그렇지? 그러니까, 한 점 더 주는데 는 연연하지 말자고. 점수야 준혁이 또 뽑아 줄테니까 말이야. "

" 알겠습니다.

투수코치의 말은 조던 짐머맨의 기분을 전환하기에 충분했다. 동점은 줘도 괜찮다는 기분으로 투구를 해서인지, 라이언 테리엇의 타구는 준혁의 정면에서 잡혔고 2루 주자를 그대로 묶을 수 있었다.

웬만한 빠른 타자들이라도 역동작이나 아주 깊숙한 타구가 아니라면 준혁의 앞에서 2루에서 3루가는 것은 꺼려했다. 3년차를 맞이하는 준혁의 어깨는 그만큼이나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그런 팀 동료의 어깨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나자 마음은 조금 더 차분해졌다.

그렇게 조던 짐머맨은 나머지 테리엇과 크로퍼드를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비록 2실점하긴 했지만 승리투수요건을 갖춘 채, 5회를 마쳤다. 그리고 이런 짐머맨의 승리투수 요건을 더욱 공고히 해주려고 마음먹은 것처럼 준혁은 5회 1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또다시 홈런을 날려주었다.

솔로 홈런만 3번. 앞선 주자가 없는 것이 안타까운 순간이었지만, 그래도 1점차 이에서 2점차이로 벌리는 소중한 달아나는 득점이었다.

하지만, 자이언츠도 6회 초 솔로 홈런을 하나 추가하며 4대 3으로 또다시 한 점차로 따라붙었다.

끈끈한 팀답게 워싱턴에게 일정거리 이상의 리드는 허용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7회에도 맷 케인은 마운드에 올라왔다.

4점을 허용하고 있었지만, 그중 3점은 모두 준혁에게 빠른 카운트에서 얻어맞은 홈런이다 보니 아이러니 하게도 4회를 제외하고는 집중타를 맞지 않다보니 투구 수가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첫 타자는 이번에도 투수인 조던 짐머맨이었다. 그래서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르게 된 것이었다.

짐머맨을 투수 땅볼로 잡아내고는 또다시 준혁을 상대하게 되었다. 4번째 타석이었다.

[ 이번에도 곧바로 타임을 요청하는군요. ][ 저런 경우는 드문데 말이죠. 눈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요?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눈이었다. 공을 재대로 볼 수 없다면 재대로 때릴 수도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 눈을 연속 세 번이나 타임을 요청하며 만지고 있었으니 ESPN중계 진들의 우려 섞인 말이 나올 법도 했다. [ 다시 타석에 들어서는군요. 다행이 별 문제는 없어 보이는 군요. ][ 흠... 글쎄요. 그래도 경기를 마치고 난 후, 확인은 해보는 것이 좋을 듯싶네요. ]하지만.... 결론적으로 ESPN해설진의 우려는 모두 설레발이었다.

준혁은 눈 때문에 타석을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 ' 뭐지? 정말!? '준혁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다싶었다.

4연속으로 [타격의 신] 발동이라니... 그 스스로도 믿기 힘들 정도였다. '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한번 노려봐? '2년 연속 40개의 홈런을 날렸지만, 그가 기록한 한 시합 최고 홈런은 2개였다. 그런데 그것은 이미 깼고, 메이저리그 기록마저 도전해볼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온 것이었다.

준혁은 욕심이 났다.

한경기 4개의 홈런은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총 15명이 가지고 있는 기록이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2003년 9월 25일에 토론토의 카를로스 델가도가 템파베이를 상대로 기록했다.

(실제로는 2012년 5월 9일에 텍사스의 조시 해밀턴의 기록이 가장 최근의 것이다.) 평소라면 슈퍼 포인트의 압박 때문에 4연타석 홈런은 꿈도 꾸기 힘들었다. 더군다나 [타격의 신]특기가 발동하면 포인트가 초기화 되어버리기에 포인트로 [슈퍼모드]발동은 포기해야했다. 하지만, 오늘은 믿을 수 없게도 4연속 [타격의 신] 특기가 발동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왕 자신에게 온 행운을 날려버릴정도로 자신은 어리석거나 달관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과거로 회귀하고 싶다는 소원자체를 빌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도 [울트라모드]라는 연계기가 또 터져준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대신에 스윙하나는 최고로 가벼운 날이었다. 잡아당긴다면 충분히 넘길 수 있겠다 싶은 날이었다.

설령 힘이 조금 모자라(빗맞거나 한다면 모르지만)펜스 앞에서 잡히는 타구가 되더라도, 절대 아웃 될 리는 없었다. 그것은 바로 [타격의 신]이라는 특기 때문이었다.

타구가 그라운드 안으로만 들어가면 어떻게 해서든 아웃될 타구도 안타로 둔갑시켜버리는 어찌 보면 최강의 사기 특기가 [타격의 신]이었다.

외야 깊숙한 곳에서 잡히더라도 연결동작이 나오기 전에 곧바로 튕겨 나올 확률 100%. 운만 좋으면 글러브를 맞고 홈런이 되는 희귀한 경우가 생길수도 있었다.

' 좋아! 초구부터 간다! '1아웃에 주자가 없는 상황이기에 2번 타자가 약하더라도 자신을 포볼로 내보낼 확률은 낮았다. 3번 라이언 짐머맨과 4번 애덤 라로시가 컨디션이 좋았고, 포볼로 내보내면 무한도루의 러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에 상대팀도 이제는 무조건적인 포볼은 자제하고 있었다.

물론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준혁도 적극적으로 임하려고 마음먹은 것이었다. 그리고는 마음먹은 대로 초구부터 방망이를 돌렸다. 이럴 때는 참 제구력 좋은 투수가 고맙기 그지없다.

--딱!

--[ 리, 쳤습니다. ][ 이번에도 큽니다. 센터! 센터! ][ 중견수 파간 따라갑니다.

파간.... 포기합니다. ][ 센터 오버하는 홈런! 준혁 리 4연타석 홈런입니다! ]

" 와아아아아~~~!! "

내셔널스 파크를 찾은 홈 팬들은 난리가 났다.

워싱턴의 팀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준혁이 세운 것이었다. 혹시나 하며 마음 졸이던 이들도 홈런이 확인되는 순간 너나 할 것 없이 옆 사람을 껴안고 방방 뛰었다. 알던 모르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워싱턴의 팬이라면 충분했다.

플라스틱 맥주잔은 쉴 새 없이 건배를 불렀고, 맥주 판매원은 다리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

" 준혁 리! 준혁 리!! 준혁 리!!! "

" 와아아아~~~. 그레이트!! "

[ 와우! 이거 경기장이 떠나갈 듯 한데요? ]한국과 달리 미국의 메이저리그는 응원소리 등... 전반적으로 조용한 편이었다. 물론 떠들썩한 구장들도 없지는 않지만, 한국프로야구처럼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들이 나서서 체계적으로 응원을 하는 문화는 없었다.

더군다나 워싱턴의 팬들은 바로 옆 이웃에 비해서 조용한 이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오늘은 미친 듯이 열광하고 있었다.

캐스터 존 레이의 말을 해설자 짐 고든이 받았다.

[ 그럴 만 하다고 봅니다. 충분합니다. 워싱턴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지 않습니까? 4연타석 홈런은 홈런타자라고 하더라도 아무나 때려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 시즌 최다홈런과 역대 최다홈런 기록을 함께 가지고 있는 배리 본즈도, 그가 기록을 깨기 전 역대 최다홈런 기록자였던 행크 아론도 때려내지 못한 것이 4연타석 홈런입니다. 그리고 이제껏 단 15명만이 가지고 있던 기록이기도 하죠. 그것을 팀 역사상 최초로 때려낸 선수입니다. 워싱턴의 팬들이 열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죠. ]전국구 방송인 ESPN을 통해서 실시간 중계가 되고 있던 워싱턴과 자이언츠와의 경기였다.

이제껏 치러졌던 지역방송국과는 그 시청관중수 부터 비교가 될 수 없는 경기였다. 거기에서 준혁은 4연타석 홈런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작성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 것이었다.

어느 샌가, 메이저리그의 또 다른 괴물 천재 신인인 하퍼에 초점이 맞추어졌던 ESPN의 시각은 준혁에게로 넘어가 있었다.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선수도 아니었고, 뜬금포도 아니었다.

2년 연속 고개를 끄덕일만한 실적을 만들어온 선수였다. 준혁에게로 초점이 넘어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5연속 홈런까지도 기대해볼수 있을까요? ]존 레이가 다시 해설자인 짐 고든과 제이슨 쇼월츠에게 물었다.

[ 준혁 리의 컨디션만 봐서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투수나 타자나 미친 듯이 포텐이 폭발하는 경기가 있거든요. 준혁 리에게도 오늘 그날이 온 것이 분명합니다. ]짐 고든이 먼저 말했고, 제이슨 쇼월츠가 마무리했다.

[ 하지만, 5연속 홈런 기록은 힘들겠지요. 워싱턴이 말 공격이니까요. 아쉽지만 새로운 기록의 탄생은 또다시 뒤로 미뤄야할것 같습니다. 물론 가능성이 영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우선은 타석이 준혁 리에게 주어져야하고 또 그 타석에서 홈런을 날려야 합니다.

상당히 힘들다고 봐야겠지요. ]비록 7회였고, 아직 아웃 카운트가 2개나 남아있기는했다. 하지만, 워싱턴이 앞선 경기여서 자이언츠가 최소한 동점까지 따라붙지 못한다면 9회 말 워싱턴의 공격은 없었다. 그래서 워싱턴에게 주어진 아웃카운트는 8개가 아닌 5개였다. 이 5개의 아웃이 만들어지기전 타순이 한 바퀴 돌아 다시 준혁에게로 와야만 했다.

아무래도 가능성이 희박할 수밖에 없었다.

자이언츠에서는 선발 맷 케인이 내려갔다.

아직 투구 수가 100개가 채 되지 않았지만, 더 이상 끌 고가는 것은 좋지 않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자이언츠의 보치 감독도 케인이 한 타자에게 4연타석 홈런을 맞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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