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툴 플레이어-115화 (115/309)

< -- 7.2011시즌 -- >

야구계에는 3대 마구가 있다. 바로 자이로볼과 스크류볼, 그리고 너클볼을 말하는 것이다.

한때 일본의 마쓰자카가 던진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아닌 걸로 판명이 난 자이로볼은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구질이고, 스크류볼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헥터 산티아고 만이 유일하게 던지고 있다. 하지만, 칼 허벨이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처럼 주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간간히 타자의 중심을 흐트러뜨릴 목적으로면 쓰고 있었다.

너클볼도 사정은 마찬가지인데, 보스턴의 팀 웨이크필드와 오늘 상대하게 되는 메츠의 R.

A.

디키 두 명이 던지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를 끝으로 은퇴가 예정되어있는 팀 웨이크필드를 제외하고 나면 스크류볼처럼 디키 혼자 명맥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3대 마구 이야기냐?

바로, 게임 치트의 도움으로 무적일 것 같은 준혁에게도 트라우마 비슷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3대 마구중 너클볼에 대한 껄끄러움 이었다.

" 뭐지? 디키가 왜 나오는거야? "

하루정도 비로 순연이 된 경우에는 전날 선발로 예정된 투수가 나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물론 전날 예정이되어있던 투수가 로테이션을 지키던 아니면 거르던, 그것은 순전히 감독이 마음이었다. 하지만, 바뀐 선발이 문제였다.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너클볼러인 디키의 등장은 준혁에겐 달갑지 않은 일이었으니 말이다.

의 너클볼에 대한 껄끄러움은 회귀하기 전부터 시작되는 아주 오래된 것이었는데, 그 시발점은 이제는 그와 때려야 땔 수 없는 '리얼 플레이어 2010'이란 게임에서 부터였다.'리얼플레이어 2010'게임의 듀토리얼 타격모드는 배팅볼 모드와 라이브 배팅모드 2가지로 나뉘었다.

배팅볼 모드는 치기 좋은 적당한 속도의 적당한 페스트 볼만 들어왔다. 말 그대로 실제 시합전 가지는 배팅볼투수를 상대로 연습타격하는것과 진배없었다.

개발자말로는 기본적인 타격리듬을 익히라고 넣어둔 모드라는데, 솔직히 왜 넣어두었는지 이해가 안가는 모드였고, 건너뛰어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라이브 배팅모드가 진짜 타격연습모드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말 그대로 게임 상의 시즌모드에서 투수가 던지는 것처럼 공이 들어왔다.

게임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각 구질별로 타격 연습도 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당연히 너클볼에 심각한 취약점을 가지고 있던 준혁은 구질별 타격연습모드에서 열심히 연습했다.

그리고, 단일시합메뉴에서 보스턴레드삭스를 선택, 선발투수로 웨이크필드가 등판하도록 세팅하고는 훈련성과를 확인해봤다.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너클볼 공략에 나아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본래 하고 있던 시즌모드로 들어가자, 상황이 달라졌다.

너클볼에 대한 타격연습을 했음에도, 메츠의 디키만 만나면 헛방망이질을 하기 일쑤였고, 한 시합에서 안타 2~3개 때려내기도 버거웠던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준혁은 알 수 있었다. 그가 연습모드에서 상대했던 너클볼과 디키의 너클볼이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연습모드에서 인공지능투수가 던져주는 공은 속도가 느리고 변화폭이 큰 정통 너클볼이었기에 팀 웨이크필드의 너클볼을 상대할 때는 연습의 효과를 볼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디키는 변화의 폭은 작지만, 속도가 훨씬 더 빠른 변형 너클볼이었기에 연습의 효과는 거의 없었다. 게임은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재미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정팀 특정선수만 나오면 무조건 99.9% 진다고 한다면, 그것도 원사이드하게 밀려버린다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긴 힘들 것이다.

처음 몇 번은 소위 발리더라도 끝까지 경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자꾸만 지자, 나중에는 준혁도 디키만 나오면 자동진행으로 게임을 넘겨버렸다.  ' 아무리 시즌모드라지만, 기껏해야 네다섯 번 정도 만나는 거잖아? 그냥 자동플레이로 돌려버리자고. ' 재미로 하는 게임에서 고뇌를 하기는 싫었던 것이다. 그리고 4게임 정도는 시즌전체에 그다지 영향도 없었다.

웨이크필드였다면 그러진 않았을 터였다. 어렵긴 마찬가지지만, 때려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준혁의 시즌모드는 NL쪽이었고, 웨이크필드는 AL소속이어서 만날 일이 없었다.

이렇게 게임에서는 그의 뜻대로 피할 수가 있었던 너클볼러였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게다가 게임속의 디키와 달리, 현실의 디키는 길고 긴 방황을 끝내고는 작년부터 서서히 각성을 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게임에서였다고는 하지만, 디키를 철저히 자동플레이로 피했던 준혁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아마도 게임 속에서 취약했기에 현실에서도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는 했지만, 어쨌든 게임 속에서 느꼈던 껄끄러움은 현실에서도 그대로 였던 것이었다.

2010 시즌타율 .392로 양대 리그 통합 1위에 40홈런을 기록한 타자답지 않게 작년 그가 디키를 상대로 거둔 성적은 11타수 2안타 .181 1홈런 2볼넷이었다. 그리고 2안타도 슈퍼모드에 의한 것으로 순수하게 준혁의 힘으로 때려낸 안타는 전무했다. 완전 상극도 이런 상극이 없었다.

리그가 달라 웨이크필드는 상대하지 않아도 된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준혁이 아무리 가상 스트라이크 존의 도움을 받는다지만, 엄밀히 말하면 공의 정확한 통과지점이 아닌 근사치를 표시해주는것이었다.

그러했기에, 디키의 너클볼처럼 흔들림이 많은 공은 스트라이크 존의 도움을 받더라도 정타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너클볼은 다른 공들과 달리 일정한 궤적과 규칙성이 아예 없는 변화구였다.

물론 다른 타자들처럼 헛스윙 삼진은 많이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 무엇하겠는가? 범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는데 말이다. 4월 9일 오후 1시 15분, 더블헤더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원정팀인 워싱턴의 1회 초 공격이 시작되었고, 선두타자는 준혁이었다.' 침착하자. 준혁아. 변화구 연습은 어제 충분히 했잖아. 칠 수 있어. '다시 한 번 다짐을 해봤다.

어젯밤 배팅연습장에서 라이브 피칭으로 변화구만 주구장창 때렸었다. 거기다 생각지도 않았던 인스트럭터의 도움도 받을 수가 있었다.

소지품을 놔두고 퇴근을 해서 그것을 찾으러 다시 들렀다고 했는데, 덕분에 변화구에 대한 배팅연습은 충분히 할수 있었고, 조금은 나아졌다 싶었다. 하. 지. 만.... --부웅--

" 스트라이크! "

일반 변화구 때려내듯이 쳐낼 수 있는 공이었다면, 준혁이 게임 속에서 그렇게 고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준혁은 너클볼과 상성이 전혀 맞지 않았다.

" 후우. "

초구는 65마일의 너클볼에 이어 다시 두 번째 공이 날아왔다.

이번엔 바깥쪽 약간 높은 스트라이크 코스로 형성된 공이었다. 까다로운 코스도 아니고, 뻔히 스트라이크란 것이 눈에 보이는데 방망이를 내지 않을 수는 없었다.

--부웅--

" 스트라이크 투! "

하지만, 방망이가 늦고 말았다. 게다가 이번엔 공이 떠오른다는 느낌마저 있었다.

준혁은 전광판을 봤다. 구속이 83마일이 찍혀있었다. 18마일이라는 구속차이에 반응을 못하고 배트가 허공을 가른 것이었다.

' 역시나. 빠른 너클볼이었어. 'R.

A.

디키가 AL(아메리칸 리그)의 팀 웨이크필드와 비교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구속이었다. 평균구속 65마일의 초 슬로우 볼을 던지는 웨이크필드와 달리 디키의 너클볼은 평균구속이 76마일이나 되었고 최고구속은 83마일까지 나왔다.

구속만 놓고보더라도 일반투수들이 던지는 변화구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거기다 디키는 너클볼을 웨이크필드만큼이나 느리게 던질 수도 있다 보니, 그 구속차이가 20마일이나 되었다.

물론 디키의 변형너클볼은 빠른 속도를 얻은 대신에 공의 변화는 웨이크필드의 오리지널버전에 비해 작았다. 하지만 여전히 나비처럼 나풀나풀 거리는 움직임은 너클볼의 그것 그대로 였다. 게다가 게임에서 상대했던 어처구니 없이 스트라이크존에서 볼이 벋어나고 볼넷비율이 높던 2009시즌 데이터의 디키와 달리 현실의 그는 2010시즌부터 제구력이 잡히면서 더욱 까다로워진 상태였는데, 올해 첫상대해본 느낌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 젠장. 당최, 떠오를지 가라앉을지 구분이 안가니... '웨이크필드의 너클볼이라면 이 정도까지 말리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구속도 느리고 오로지 떨어지는 너클볼만 던지니까 말이다. 그리고 게임에서는 웨이크필드의 공을 어느 정도 공략을 했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디키는 달랐다.

던지는 너클볼도 빨랐고, 구소의 차이도 크게 줄수 있었다. 더군다나 그의 너클볼은 떨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떠오른다는 느낌(마치 라이징페스트볼처럼)마저 들 때가 있었다.

거기에 간간히 83마일의 페스트 볼까지 던지며 타자들을 더더욱 곤란하게 만들었다. 물론 페스트 볼은 한 시합에서 많아봐야 3~5개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타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기엔 충분했다.

2개의 공이 더들어왔고, 모두 볼이 되었다. 볼 카운터는 2볼 2스트라이크가 되었다.

다섯 번째 공이 들어왔다. 디키는 웨이크필드 스타일의 느린 너클볼도 던지는데, 바로 그 공이었다.

--부웅--

--따악!

--맞는 순간, 준혁은 정타라는 것 알아챘다. ' 됐어! '방망이에서 손으로 전해져오는 감이 달랐다.

하지만, 코스가 좋지 못했다. 외야로 날아가며 타구가 계속 바깥쪽으로 휘고 있었다.

" 파울! "

1루심이 파울을 선언했다.

" 크윽! "

아까웠다.

조금만 안으로 들어갔으면, 2루타는 충분히 될 타구였다. 하지만, 타이밍이 빨랐다.

--따악!

--7구째. 준혁이 때려낸 타구가 외야로 떴다. 하지만, 더 이상 뻗지 못한 채, 우익수 플라이 아웃이었다.

1타수 무안타.... 올해도 준혁은 디키를 상대로 범타로 물러나며 상대전적이 시작되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뒤이어 나온 워싱턴의 다른 타자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라는 것이었다.

1회초 워싱턴 공격1번 이준혁. 7구째 우익수 플라이 아웃2번 제이슨 워스. 3구만에 파울플라이 아웃3번 라이언 짐머맨. 6구만에 2-2에서 헛스윙 삼진.

뉴욕 메츠. R.

A.

디키 1회초 투구수 16구 너클볼 15개 페스트볼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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