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 2011스프링캠프 -- >
아시안게임 폐막식은 27일 이었지만, 야구대표팀은 그보다 빠른 21일에 귀국을 했다.
단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프로선수들이다보니, 팀의 훈련일정에 맞추어 복귀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귀국직후에도 공항에서 간단한 인터뷰 시간을 가졌을 뿐, 해단식도 없이 바로 해산을 했다.
모두들 집에 가서 하루 이틀정도 쉰 후, 마무리 훈련을 위해 팀에 합류해야했다.
하지만, 추신수와 준혁같은 메이저리그는 예외였다. 메이저리그는 시즌이 끝난 후 , 마무리 훈련 같은 것은 일체 없었다.
시즌동안 열심히 몸을 움직였으니, 쉬어줘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렇다고 스프링캠프 때까지 마냥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12월 말이나, 늦어도 1월초에는 훈련을 시작했다. 그래도 마무리훈련이다 전지훈련이다라고 해서 짧게는 10일 길어야 20정도 쉬는 한국의 프로야구선수들과 비교하면 공을 손에 놓고 쉬는 기간이 상당한 편이긴 했다.
물론 단체 훈련은 아니었다. 스프링캠프 때까지 팀 훈련은 없었다.
대신 팀의 체력트레이너와의 개별인터뷰와 테스트를 통해 개인별 훈련스케줄을 받았다.
여기에는 1년 동안 선수를 관찰해온 것을 바탕으로 오프 시즌동안 어떤 점을 보강하고 주력해야하는 지에 대해 자세히 쓰여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선수들은 각자 개개인이 알아서, 구장과 가까이 사는 이들은 클럽하우스의 트레이닝 실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던지 하는 기타 등등의 방법으로 훈련을 하면서 스프링캠프시작하기 전까지 몸을 만드는 것이었다. 메이저리그는 숟가락으로 떠먹여주지 않았다.
자신이 알아서 먹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프로의 세계였다.
하지만 쉬어줄때는 쉬어 주는 것이 프로이기도 하고, 지금은 쉴 때였다.
아시안 게임이 끝난 지도 벌써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준혁이 미국으로 돌아온 지도 4주차에 접어드는 월요일이었다.
준. 일어나요. "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에 준혁은 감겼던 눈을 떴다. 예리엘의 얼굴이 보였다.
그가 아시안게임을 위해 한국에 가있던 동안 어찌된 일인지 그녀는 짐까지 싸들고 젠과 그의 집으로 완전히 들어와 있었다. 젠에게 물으니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 으응... 알았어. 조금만.."
" 안 돼요. 일어나요. 오늘부터 구장에 나간다면서요. "
그랬다. 준혁은 오늘부터 훈련을 시작하기로 했었다.
다행히 홈구장과 집의 거리가 멀지 않아서 클럽하우스의 트레이닝 실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거기를 이용하면 구단에서 고용한 체력트레이너들이 상주하고 있기에 운동을 하면서 수시로 체크 받기도 용이했다.
하지만, 괜히 그냥 일어나기 싫었던 준혁은 양팔을 들어 예리엘을 잡아당겼다.
" 꺄 약! "
운동선수인 준혁의 힘을 당해낼 리 없는 그녀는 그대로 그가 당기는 데로 그의 가슴에 안겨올 수밖에 없었다.
준혁은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 읍... "
" 으.. 으음... 안 되는.... 데.. "
아침 식사를 준비해놓은 상태였다.
식으면 아무래도 맛이 못할 수밖에 없어서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준혁과의 키스는 그녀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마력과도 같았다.
서서히 그녀도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설왕설래를 하던 준혁이 상체를 일으켰다. 졸지에 예리엘이 그의 위에 올라서 앉게 되었다.
준혁의 손이 그녀의 티셔츠 안으로 들어왔다. 잘 때는 항상 브라를 벗고 자는 버릇의 그녀이다 보니 그의 손길이 바로 느껴졌다.
" 아하~~~. 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알몸이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예리엘은 그의 위에 앉은 상태였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준혁의 존슨을 잡고는 그녀의 아랫입술을 맞추었다. 이미 촉촉이 젖은 상태라 어려움 없이 그녀는 그와 하나가 될 수 있었다.
" 하악! "
뜨거운 열기가 그녀의 아랫입술에서 정수리까지 관통하는 느낌이었다.
" 아.... 예리엘... 아... 그래.. 으음.. "
그녀의 율동에 준혁도 호흡을 맞춰왔다.
서서히 뜨거운 열기가 시원한 청량감으로 바뀌어갔다.
커튼사이로 살며시 방안을 스며든 햇살이 예리엘을 비추었다.
마치 온몸에 금가루라도 뿌린 것처럼 보였다. 아름다웠다.
상하로의 요분질에 커다랗지만 결코 모양을 잃지 않은 그녀의 가슴도 함께 율동을 했다. 준혁은 참을 수 없는 갈증에 그녀의 가슴을 베어 물었다.
" 핫.... "
그렇게 두 남녀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가고 있었다.
그를 위한 조촐한 시상식이 있어서 2주전에도 왔었던 내셔널스 파크였지만,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아마도 쌀쌀한 바람 덕분이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지 않았던 일로(?) 조금 늦게 홈구장에 도착한 준혁은 곧장 클럽하우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기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는 트레이닝실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섰지만, 팀의 다른 선수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죠 랜튼이란 이름의 트레이너가 이미 나와 있었다. 오프 시즌이다 보니 모든 트레이너들이 다 자리를 지키지는 않았다.
그네들에게도 오프시즌은 쉬어야할 기간이었다. 시즌이 시작되면 쉴 수가 없다.
이렇게 팀의 선수들이 대부분 고국이나 고향으로 떠나고 나면 서로 로테이션으로 휴가를 가는 것이다. 그래도 죠 랜트 처럼 당번으로 한명씩은 남았다. 준혁처럼 구장가까이에 사는 선수들이 훈련을 하기위해 클럽하우스를 찾고는 하기 때문이었다.
지금이 12월 달이니 그는 휴가를 갔다 와서 당번을 서는 것이리라.
" 안녕하세요. 휴가는 잘 갔다 왔어요? "
준혁이 먼저 말을 걸었다.
" 오우. 이거 누구야. 지니어스 아니야? 그럼 잘 갔다왔지. "
" 지니어스라니 그건 또 누구에요? "
" 누구긴 준혁 리 말고 여기 또 다른 사람 있나? 하하하. 늦었지만 축하하네. 상 탄 것 말이야. "
죠 의 말에 준혁은 살짝 웃고는 대답했다.
" 하하. 고맙습니다. 그래도 지니어스라는 말은 좀 그러네요. 부담스러워서리. "
" 아니야 아니야. 데뷔 첫해에 4개의 상을 휩쓸어버렸는데, 천재가 아니면 뭐겠어? 천재도 오히려 부족한 말이지 싶은데? "
죠가 이렇게 말하는데 는 이유가 있었다.
올해 준혁이 받은 상은 무려 4개로 신인상과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에 이어 MVP까지 차지했다. MVP는 팀이 꼴찌이다 보니 힘들지 않겠냐 싶었지만, 그것도 워낙 경쟁자들과 성적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그대로 준혁에게 돌아갔다.
신인임을 감안하면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아니 베테랑도 위 4개를 동시에 수상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그가 준혁을 두고 천재라고 칭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주전 구단사무실에 가서 구단관계자 몇 명과 지인 몇 명이 보는 앞에서 상 받은 것이 전부 이다보니 준혁 본인은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한국의 골든글러브시상식처럼 컨벤션센터라도 빌려서 TV중계까지 되었다라고 한다면 감회가 또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상이 주는 무게와는 너무나도 정반대인 시상식이라고 부르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조촐하다보니 흥이 나지 않았다고나 할까?
" 하하하. 그 이야기는 그만 좀 하구요. 오늘부터 운동을 시작하고 싶은데 괜찮겠죠? "
계속 들어주다가는 한참을 이야기가 나오지 싶었다. 솔직히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얼굴에 금칠도 한두 번이지 계속해서 들으면 민망하기도 하고 그래서 준혁은 얼른 이야기를 돌렸다.
" 아참. 그렇지. 그래, 그럼 우선 가볍게 몸부터 풀고 있어. 내가 스케줄표 확인해보고 도와줄 테니까 말이야. "
선수들에게 훈련 스케줄 표만 내어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트레이너들은 수시로 선수들이 훈련 상태를 체크했고, 미진한 부분을 지적해서 신경을 더 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니, 시즌 내 각 선수의 장단점을 기록한 데이터와 개인별 체력 등에 맞춘 훈련스케줄은 트레이닝 실에 항상 비치되어 있었다.
" 알았어요. "
대답은 마친 준혁은 천천히 스트레칭부터 시작했다.
아시안게임 기간이 끼어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 달 가까이 운동을 쉬었다. 지금 최우선 과제는 몸부터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배팅연습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스프링캠프가 소집되는 2월초까지는 몸 상태를 100%로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곧바로 스프링캠프의 과제를 차질 없이 따라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준혁은 조건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갔거나, 자신의 나라로 출국한 선수들은 트레이너들이 관리하기에도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멀리 떨어져있다 보니 이메일이나 전화상으로 한 달에 한번 몸 상태나 훈련 상황을 체크해보는 것이 다였다. 하지만, 준혁처럼 직접 클럽하우스에 나와서 운동을 하게 되면 바로 옆에서 체크를 하고 잘못된 점등을 그 즉시 고쳐줄 수 있었다.
" 자아. 그럼 같이 스케줄부터 확인해 봐야겠지? "
죠 랜튼은 준혁의 이름이 적힌 서류철 하나를 탁자위에 펼쳐 보이며 말했다.
거기에는 앞으로 준혁이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까지 해야 할 훈련 스케줄이 죽 나열되어있었다.
" 자아 . 그러면 말이지... "
죠가 준혁의 스케줄을 하나하나 집어보이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은 어떤 흐름으로 갈 거란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그다음은 준혁의 현재의 몸 상태를 체크해야한다.
이렇게 준혁의 훈련 첫날이 시작되었다. 당사자의 평온한 반응(?)과는 달리 정작 한국에서는 준혁의 수상소식이 연일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었다.
빅리그 데뷔 첫해 신인상과 MVP를 동시에 차지한 것만 놓고 보더라도 대단한 기록이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거기에 더해서 실버슬러거와 골드글러브까지 석권을 했으니, 한국이 낳은 초천재 메이저리거라며 연일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박찬호의 전성기 때와 버금가는 붐이 일고 있었고, 방송가에서는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붙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그를 광고모델로 쓰고 싶어 하는 회사들만 하더라도 한두 곳이 아니었다.
준혁은 오랜만에 자신의 집에서 예리엘과 젠, 이렇게 3명이서 그와 계약한 에이전트사의 담당 직원을 만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는 12월이 재계약 만료 시한이었다. 그러다보니 그의 에이전트사와 구단사이에서는 이미 연봉 협상이 시작된 후였고, 그 결과를 고객인 준혁에게 알려주기 위해 담당 에이전시가 방문을 한 것이었다.
메이저리거 1-3년차는 이른바 서비스타임이라고 해서 소속구단에 의무적으로 봉사를 해야 하는 근속기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연봉도 구단이 책정한 대로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준혁과 같은 괴물스런 성적을 보여준다면 또 다른 문제였다. 물론 서비스타임 기간에는 아무리 잘하더라도 최저연봉이상만 주면 하등 문제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탑클레스의 성적을 보여준, 앞으로 프랜차이즈 까지 생각하고 있는 선수라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연봉자체를 확 올려줄수는 없지만, 연봉을 보전해줄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워싱턴은 돈이 없는 구단이 아니었다.
" 리조 단장이 스트라스버그에 준하는 대우를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아직 서비스타임이라서 연봉은 최저연봉에서 조금 올리는 선으로 맞추고 대신 옵션을 달기로 했습니다.
계약서가 여기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십시오. "
하지만, 준혁이 계약서를 집어 드는 것보다 젠의 손이 더 빨랐다.
" 흠.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나쁘지는 않은 조건이네요. 수고하셨어요. "
순식간에 내용을 읽고는, 준혁이 할 말까지다 해버리는 젠이었다. 준혁의 담당 에이전시도 살짝 당황하는가 싶었지만 그뿐이었다.
한두 번 본 모습도 아니었고, 그가 아는 눈앞의 아가씨는 월가에서도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문의 전문가였다. 계약서에 준혁의 사인을 받은 담당 직원은 그 서류를 가방에 집어넣고는 또 다른 종이뭉치를 꺼내들었다.
"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
그의 말에 준혁과 젠, 예리엘의 시선이 모였다.
" 뭔데요? "
" 스폰서와 광고 건입니다. "
" 그거 전부 다요? "
" 네. "
꽤나 매수가 되어 보이는 뭉치가 다 광고와 스폰서 서류라는 직원의 말에 준혁과 예리엘은 할 말을 잊었다.
" 읽어보시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주십시오. 참고로 말씀 드리자면, 한국에서 온 의뢰가 15건, 다국적기업이 3건입니다. 스폰서는 전부 야구용품 관련으로 글러브는 윌슨과 롤링스에서, 방망이는 루이스빌 슬러거와 롤링스에서 협찬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나머지 자잘한 것들은 내어드린 것을 보시면 될 듯 합니다. "
서류를 살피는 준혁등을 보며 담당 에이전시는 다시 말을 이었다.
" 참고적으로, 회사에서 건의를 드린다면, CF건은 많아도 5건 안으로 선정해주었으면 합니다. 시즌대비 훈련을 시작하기 전이라면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은 이미 늦은 상태라 너무 많은 광고촬영은 훈련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아, 물론 참고 사항입니다. 원하시면 더 고르셔도 됩니다.
" 이야기 해준 데로 5군데만 할게요. 그런데, 한국 기업 쪽 CF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다시 한국으로 들어가야 하는 겁니까? "
준혁에겐 가장 궁금한 점이 이것이었다. 에이전트 회사의 직원말대로 훈련을 시작한 상황. 다시 한국으로 들어가야 한다면 곤란했다.
" 아닙니다. 광고주 쪽에서 촬영 팀을 이리로 보내겠답니다.
뜻밖의 답이었다. 하지만, 에이전트사 입장에서나 CF를 찍기를 바라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훈련에 매진해야할 선수를 CF찍는다고 비행기까지 태워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핫'한 선수이다 보니 그의 얼굴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