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툴 플레이어-18화 (18/309)

< -- 2. 2009 트리플 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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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스태프의 회의대로. 준혁은 AAA로 승격된 지 3게임 째 되던 날, 스타팅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 자. 오늘도 늘 하던 대로 해보자고. 자 그럼 화이팅!! "

" 네. 파이팅~!! "

토니 비즐리 감독의 말에 다들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는 서둘러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홈경기라 1회 시작과 함께 수비였다.

오늘 준혁은 7번 타순에 수비포지션은 우익수였다. 우익수란 포지션이야 AA에서도 매양 보던 것이라 포지션자체에는 그다지 거북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구장이 바뀌고, 처음 뛰어보는 곳이라면 그것과는 별게로 수비 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가장 큰 원인은 낯설음 이란 것이었다. 메이저리그 구장은 각 구장마다 외야의 거리와 모양, 심지어 담벼락 재질과 높이마저 재 각각이었다. 그래서, 원정팀의 선수들이 수비를 할라치면 그 낯설음부터 극복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을 준혁은 홈구장임에도 격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홈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처음이란 사실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밖의 시각-수비코치라던가-에서 그를 재단하는 것이었고, 실제 준혁은 별 느낌 없는 상태였다. 그의 눈에만 보이는 타구의 방향과 궤적, 그리고 타구낙하지점을 표시해주는 타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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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로 공이 떴다. 처음 스타팅이 된 것을 알기라도 한 것인지 공은 준혁의 근처로 날아왔다.

--다다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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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잘 맞은 뻗어 나가는 공이었다. 하지만, 타격순간 이미 준혁의 눈엔 야구공의 궤적이 표시되었고, 그 어떤 외야수들보다 빨리 그것을 따라 뛰기 시작할 수 있었다. 시야가 순간 흑백TV처럼 바뀐다.

날아오는 야구공과 자신의 위치가 근접했다는 이야기다.

AA에 있을 때 한 달 넘게 살펴보며 흐릿한 기억을 떠올리며 찾아낸 옵션이었는데, 공이 자신의 근처에서 바닥에 닺지 않고 공중에 떠있는 상태에서는 옵션설정으로 공의 색깔은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주변은 흐릿한 흑백으로 만들 수 있었다.

(실제 게임을 구할 수 있었다면 찾아낸다고 고생할 필요도 없는 간단한 일이었겠지만, 불행히도 아직 게임이 발매가 되려면 몇 년 더 기다려야만 했다. 게다가 게임의 기능을 찾아내는 것도 준혁 스스로 확실하게 그 기능을 인지해야만 가능했고, 구현 불가능한 것도 있는 것 같았다.

확실한 것은 아니다만. ) 그리고, 이제껏 AA에서의 경험대로라면 이공을 잡을 수 있는 확률은 반반이었다. 잡을 수 없는 공이라면 공이 붉은색으로 표시 되는 것에 반해, 지금은 공인구 본연의 흰색을 띠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참고적으로 말해주자면, 쉽게 잡을 수 있는 공은 시야에 보이는 화면의 색깔이 바뀌지 않았다. 준혁은 점프를 선택했다. 공의 탄도를 봐서는 그냥 달려서는 잡기 힘들겠다 싶었다. 그리고, AAA 첫 시합에서 확실한 임팩트를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다른 중견수라면 따라가지도 못할 머리 위를 넘어가는 타구를 자신은 따라 가고 있었다. 1.5초란 타구판단 시간을 거의 허비하지 않는 자신이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AAA의 수비코치 정도라면 어려운 타구라는 것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근처에 백업을 위해 중견수도 달려오고 있었다.

--촤~악!

--

--턱!

--

글러브를 벋으며 준혁은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는 낙법과 함께 그라운드들 한 바퀴 돌고는 일어섰다. 글러브 속에 공이 들어간 것이 느껴지자, 곧장 글러브를 치켜드는 것을 잊지 않는다. 자신이 잡아냈다는 제스추어다. 그리고, 옆에 다가온 중견수에게 공을 던져준다.

" 와아아~~!!"

슈퍼 플레이였다. 라인드라이브가 걸린 외야수의 머리 위를 넘어가는 공은 수비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공이었다. 그런 잘 맞은 공을 쫓아가서는 점핑까지 감행하며 잡아낸 것이었으니, 메이저리그 경기였다면 오늘의 파인플레이로 홈페이지를 장식할 수비였다.

" 저놈 나가자마자 사고 치는데요? 하하하 "

스타팅으로 보낸 선수가 수비를 잘하면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는 게 수비코치다. 그리고 이런 수비 코치의 기분을 추켜세워 주려고 한 것인지, 2회에도 또다시 파인플레이를 선보이는 준혁이었다. 이번엔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 볼이었다.

그런데, 준혁의 시야에 뜬 정보를 보니, 담장의 위쪽을 맞고 튕겨서는 관중석으로 들어가는 공이었다. 이곳 구장은 좌익수 쪽과는 달리 우익수 쪽은 펜스가 낮았다. 점프타이밍만 맞으면 잡아낼 수도 있는 공이란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팬스 플레이에 들어간 준혁에게 공이 가까워지자 시야가 회색으로 변한다.

--읏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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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를 굽히며 힘을 모은 준혁은 점프와 함께 그가 뻗을 수 있는 최대한도의 높이로 글러브를 들어올렸다.

--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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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 끝에 공이 걸리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만 점프가 낮았다면 그의 글러브를 맞고 넘어가서 홈런이 될 뻔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점프와 함께 아래로 떨어진, 준혁은 몸에 가해진 반동을 줄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중견수가 자신에게 뛰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멀리서 자신을 보고 있는 1루심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글러브에 집중한 관중들의 모습까지... 무대는 준비됐다. 이제는 배우가 나설 차례다.

글러브에서 공을 꺼내며 들어 올려 보인다. 그리고 이어진 심판의 아웃 시그널.... 과 함께 또다시 관중들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야구가 생활화된 미국에서, 그리고 돈을 쫓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마이너리그에는 야구 본연의 순수함이 남아있다고 믿는 홈팬들에게 준혁은 최고의 허슬플레이를 두 번이나 보여준 것이리라.

3회말. 두 번의 파인플레이를 보여주었던 준혁이 타석에 들어서자. 관중들이 환호로 호응해 줬다.2차례 수비에서 보여준 멋진 모습에 타격은 어떨까하고 기대하는 모습임에 틀림없었다.

' 자! 준혁아. 이제 화룡점정을 찍는 거다. '

모든 일에는 처음이 중요한 거다. 처음을 잘 못한다고 해서 후일의 결과가 무조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첫 단추가 잘 못 끼어지면 그만큼 중간과정이 고생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전생에서 느꼈던 그였다. 메이저리그란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 AAA다. 여기서도 시작과 함께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아둬야 그다음이 편한 거다. 게다가 여기서도 확실한 탤런트를 보여줘야 혹시라도 있을 마이너리그 죽돌이는 피할 수 있는 거다. 운동선수 , 야구선수도 시기를 잘 타고 나야한다. 아무리 잘하더라도 메이저리그에 같은 포지션인 대형선수가 턱하니 버티고 있다면 결코 올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두지 못하고 일말이라도 의구심을 심어주게 된다면,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AAA죽돌이 신세가 될 수도 있었다. 물론 나이가 들어 타격과 파워가 살아있기는 하나 수비실력이 떨어진 대형스타들이 주로 선택하는 포지션이 1루와 좌익수이다 보니, 중견수와 우익수 자원인 그리고 오늘 시합에서 확실한 수비능력을 보여준 준혁에겐 실력이 있더라도 이름과 명성에 치여서 메이저에 올라갈 기회마저 박탈 될 일은 좀처럼 없을 터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런 상황이 되면, 다른 팀으로의 트레이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올 한해를 잘 뛰어 BA TOP 100랭킹에서 상위랭커가 된다면 충분히 트레이드만으로도 활로를 찾을 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각설하고.

준혁은 타석에 들어서 자세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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