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툴 플레이어-17화 (17/309)

< -- 2. 2009 트리플 A -- >

[자네가 미스터 리 인가?]

[ 하하하. 구단에서도 기대가 크다네. 열심히 하게나.]

픽업되어 올라온 준혁을 반갑게 맞아준 이는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AAA팀인 시라큐스 치프(Syracuse Chiefs )의 감독인 토니 비즐리 였다. 들리는 소문대로 첫인상은 딱 동네아저씨다.

하지만, 저 인상에 속으면 안 된다.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칼 같은 사람이라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20대의 몸의 나이와는 달리 정신 나이는 30대 후반인 준혁이다. 립서비스 일 것이 뻔한. 누구에게나 올라온 유망주에게는 다 하는 말에 마음이 흔들릴 나이는 지난 거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었다. 저 말을 립서비스가 아닌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말이다. AAA로 올라오자, 우선 월급부터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AA에서 받던 1500달러는 생활하기에 버거운 돈이었다. (그래도 그는 마이너리그의 다른 이들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계약금으로 받은 돈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AAA부터는 월급쟁이 생활정돈 되는 돈이 나온다.

그리고, 경기전 식사도 샌드위치 밖에 없던 AA와 달리 스테이크도 나오고 먹을 만한 음식의 종류도 꽤나 다양해졌다. 이젠 햄버거와는 정말 안녕인 것이다. 물론 다시 AA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대전제 하에 서겠지만.

팀에 첫 합류하여 가지게 된 훈련에서 캐치볼까지 마치고 나자, 배팅훈련 타임이 되었다. 준혁이 타격훈련을 위해 배팅케이지 안에 들어서자, 다들 모여든다.

새로 온 신참의 타격을 보려는 것이리라.

배팅볼 투수가 던져주는 공을 단순히 쳐내는 것이라, 실전과 같을 순 없지만, 파워와 간단한 선구안 정도는 볼 수 있는 것이 또 타격연습이기도 하다.

-따악~!

-

--따악~!!

--

---따아~악!!!

---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간 공들이 그라운드를 갈랐다. 어깨가 완치되고 나서 타구의 질도 확실히 좋아진 준혁이다. 본래 가지고 있던 파워가 홈런 타자가 될수는 없는 준혁이었다. 하지만 똑딱이 타자는 곤란하다. 그래도 최소한 중거리타자로써의 가능성은 보여주어야 한다.

< AAA 시라큐스 치프의 구장 회의실.>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들이 모여 있었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오늘 있을 시합의 오더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 그래, 오늘 새로 올라온 새내기를 본 소감들이 어떤가? 준혁이란 친구 말일세. "

먼저 수비코치 피터 도드슨이 말했다.

" 중견수나 우익수 감으로 보입니다. 발이 빠르고, 외야 펑고로 확인해본 수비 범위도 상당히 넓었고, 타구의 방향을 판단하는 것도 빠르고 정확하더군요. 공을 잡은 후, 송구도 깔끔하고 라인드라이브로 날아오는 걸로 봐서는 어깨도 좋아 보입니다. AA에서 올라온 자료를 보면 어깨부상에서 완치가 된 이후 송구능력이 좋아졌다고 나와 있습니다. 우리 팀 사정을 보자면 우익수와 중견수 둘 다 맡겨보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

도드슨 수비코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토니 비즐리 감독이 다음으로 쳐다본 이는 트로이 깅리치 타격코치였다.

" 자네는? "

" 글쎄요. 조금은 애매하더군요. 오늘 타격훈련만 봐서는 단거리 똑닥이 타자는 아닌 걸로 보입니다만, 그렇다고 중장거리 타자로 보기엔 타격에서 힘이 조금 부족해 보이더군요. 하지만, AA에서의 평가와 기록을 보면 가끔이긴 하지만, 대형홈런을 때려내기도 한다고 하고, 게다가 발로 충분히 2루타를 만들 능력이 있다고 하니 중장거리 타자로써의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닐 듯싶습니다. 그리고 힘이란 것은 훈련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늘리는 것이 가능하니까 말이죠. 그것보다 흥미를 끄는 것이 리포트에 하나 적혀있습니다. "

흥미를 끄는 내용이란 말에 다들 귀를 기울인다.

" 때때로 타격 시에 자세가 무너진다. 그런데도 기가 막히게 안타를 만들어낸다. 별첨으로 붙여 놓은 건데. 전 여기에 더 끌립니다.

타격이란 게 아무래도 노력보다는 타고난 재능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보니 말이죠. 물론 타격 시에 자세가 무너진다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은 아니죠.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안타를 만들어낸 다는 것은 천부적으로 타격센스를 타고 났다고 봐야겠죠. 물론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봐야겠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전 판단을 유보하겠습니다. "

타격센스란 것은 실제 경기에서 가장 잘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실전에 투입시켜보고 난 다음, 판단을 내려 보겠다는 말이었다.

" 그래. 한 두게임 정도는 분위기 파악차원에서 벤치에서 구경하도록 하고, 그 다음부터 스타팅에 넣어보자는 말이지? "

" 네. 경기에서 직접 보는 것만큼 확실한 것이 없으니까요. "

"그래 알겠네. 그럼 그 문제는 이쯤에서 마무리 짓도록 하고, 오늘 스타팅은 말이야 어떻게... "

이렇게 준혁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을 마무리한 후, 시합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 회의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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