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툴 플레이어-10화 (10/309)

< -- 1. 2009 새로운 시작 -- >

6월 14일. 준혁에겐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그가 방출통보를 받았던 날이니 말이다.

그래서 였을까? 시합 전 연습이 영 매끄럽지 못했던 그였다. 타구는 잘 따라갔지만, 마지막 포구에서 미스를 하며 놓친 공이 -베이징 올림픽 야구경기 일본전에서의 '고마워요 사토'처럼 말이다.

-3개나 되었다. 게다가 연습배팅에서도 타점이 조금씩 엇나가며 정타비율이 현저히 낮아졌다.

일주일 동안 그가 할 수 있는 만큼 했다고는 생각했다. 실제로 나타난 스탯도 상당히 고 퀄러티였다. 하지만, 기간이 너무 짧았기에 한 가닥 불안함이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이미 방출이 결정된 상태에서 얼마나 구단관계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을 런지는 그들이 아니기에 알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과거 그가 방출 통보를 받았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한몫했다. 그러다보니 미묘한 실수가 연발된 것인지도 몰랐다.

' 후우~. 침착하자 준혁아. 너는 할 만큼 했어. 그러니 걱정하지말자. 마음을 다잡고 기다려보는 거야. '

연습을 망쳤다지만, 아직 시합이 남아있었다. 시합에서만 잘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방출통보를 받았던 시간도 경기가 끝난 직후였다.

' 이제껏 잘해놓고 마지막에 실수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준혁! 이번에도 후회할 짓은 하지말자! '

다시금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며 샤워를 하기위해(연습을 마치고 시합이 시작 되기 전 선수들은 샤워를 하고 휴식을 취한다) 발걸음을 옮기는데 저 멀리 복도 끝에서 감독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옆에 안경을 쓴 남자와 같이 있었는데, 구단사무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 누구였더라? '

낯이 익은 것이 곁다리로라도 아는 사람인 듯 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지라 누구인지 기억을 잘 떠오르진 않았다.

" 아무렴 누구라면 어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

"뭘 그리 중얼거리는 거야?"

갑자기 들려오는 말소리에 돌아보니 엔더슨이었다.

" 샤워하러 가다말고 복도에 서 있는 건, 무슨 시추에이션? "

"아 별거 아냐. 그냥 잠시 생각할게 있어서."

"생각? 그걸 굳이 땀내 풀풀 풍기면서 해야겠어? 너 그러면 여자들이 싫어한다."

" 그런 너는 아무 생각 없이 잘 씻어서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거냐?"

"그럼. 당연하지. 여자들은 말이지... "

" 됐습니다요. 거기까지만. 너 말대로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 씻으러 갈 거니까. 방해하지 말라고."

자칭 여자 후리기의 달인이라고 하는 녀석이다. 곧바로 이야기를 끊지 못하면 괴로울 정도로 녀석의 개똥 연애 담을 들어줘야한다는 것을 요 일주일간의 과거로의 복귀에 대한 적응기간에서 충분히 느낀 준혁이었다. 그러다보니 단칼에 잘라버릴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도 과거에는 자신과 함께 방출을 당했었는데... 그래도 준혁 그 자신보다는 후일담이 좋았었다. 라는 기억이 떠올랐다.

바를 크게 열어서 돈도 꽤나 벌고 성공했다고 하니 말이다.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니 오히려 잘 된 일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AA팀 해리스버그 새니터스의 구단사무실 >

새니터스팀의 감독인 로저 리키는 구단사무실을 방문한 워싱턴 내셔널스의 리처드 레윈 스카우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준혁 리의 방출 건을 유보했으면 싶다고요? 이유가 뭐죠?"

구단의 입장에서 준혁은 이미 방출이 결정 난 선수였다. 투수로써의 효용가지도 사라졌고, 타자로의 전향도 실패작이었다. 게다가 나이마저 적지 않았다. 그런 선수를 감독이 직접 보류해달라고 요청한다는 사실에 리처드 스카우트 개인적으로는 조금의 흥미가 동하기는 했다.

"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이 자료부터 먼저 보는 게 좋지 싶군."

리처드는 로저감독이 건네주는 자료를 받아들었다.

' 이건 지난주에 봤던 자료고. 흠 이게 이번 주의 성적에 관한건가보군. '

비교를 위해선지 지난주까지의 자료와 이번 주만의 자료를 같이 건넸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둘을 살펴보는 스카우트의 눈빛이 바뀐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이게 정말입니까?"

"그래. 비록 이번 한주 간의 기록이긴 하지만, 상당한 성적이지 않는가?"

로저감독의 말은 그랬지만, 레윈 스카우트가 보기엔 상당한 정도가 아니었다.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스카우트를 보며 로저감독이 말을 이었다.

"이런 성적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스탯이 드디어 터지기 시작한 거라면 말일세. 솔직히 우리 팀의 팜이 조금 그렇지 않나? 준혁 리가 물건으로 커주기만 한다면 자네나 나나 오랜만에 목에 힘 좀 줄 수도 있을 것이고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방출은 조금 더 지켜보고 해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이란 말이지 "

로저감독이 말을 순화해서 그렇지. 솔직히 내셔널스의 팜은 메이저리그 팀들 중에서도 바닥을 기고 있었다. 내셔널스의 전신이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워싱턴으로 연고지가 바뀔 때부터 이미 팜 시스템은 초토화 된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아직까지도 그 후유증에서 재대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료에 적힌 준혁의 성적은 굉장했다. 주간타율 0.619에 OPS는 홈런이 하나밖에 없음에도 1.42를 기록하고 있었다. 매 경기 도루를 기록하고 있었고, 주중 마지막경기에선 무려 3개를 성공시키기 까지 했다. 게다가 도루사가 하나도 없는 100%로의 성공률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수비능력 쪽으로 눈을 돌리더다도 빠져나가는 타구를 몇 개나 잡아낸 지 모를 정도로 수비율과 수비범위가 좋아졌다. 도저히 방출 확정이 되었던 일주일전까지의 타율 0.170에 홈런은 고사하고 2루타 달랑 하나만을 기록하고 있던 타자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그러다보니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수 없었다. 리처드 레윈 스카우트는 미간을 찡그리며 말을 건넸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한건 아니겠죠?"

"본인은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고 하더군. 그래도 혹시나 해서 오늘 시합이 끝나고 도핑검사를 받게 할 생각이네. 설령 복용을 했다고 하더라도 한 달 뒤에 검사결과를 보고 방출해도 늦지 않지 않나? 그리고 말일세.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고 치더라도 이렇게나 성적이 수직상승할 수 있다 라고는 나는 생각이 되질 않아. 숨어있던 스탯이 폭발했다는 쪽에 더욱 무게를 실고 싶은 게 내 마음이야."

감독의 말에 리처드 스카우트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금지약물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스테로이드는 선수들의 성적향상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거기에 대한 추문들이 터져 나오고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밝혀진 선수들의 성적들을 살펴보더라도 지금의 준혁의 경우처럼 스탯이 자료를 뚫고 나갈 정도로 바뀐 경우는 본적이 없었다.

감독의 말대로 해보는 것도 나쁠 것은 없겠다 싶었다. 결과가 나오는 한 달 뒤 결정을 해도 늦진 않을 것이다.

" 알겠습니다. 감독님 말대로 기다려보죠. 한 달 뒤 결과가 좋다면 우리로써는 유망주 탑랭커를 얻을 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그럼 이 친구는 지켜보기로 하고. 전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라면서 일어서는데, 로저감독이 따라 일어나며 말을 건넸다.

"알겠네. 그런데 자네 오늘 바쁜가? "

"무슨 일 있습니까?"

"다른 건 아니고, 이왕 온 김에 시합 한번 보고 가는 건 어떨까 싶어서 말이야. 자료로써만 보는 것과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다르니까 말이지."

로저감독의 제안에 리처드 스카우트는 잠시 남은 일정을 떠올려봤다.

내셔널스 산하 AAA팀은 이미 갔다 왔고, 요즘 주목하고 있는 선수가 있는 대학팀도 갔다 왔다. 중요한일정은 끝난 셈이다. 나머지는 자질구레한 일들 몇 가지 정도랄까. 감독이 말한 선수를 지켜보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더라도 크게 문제는 없을 듯했다.

물론 준혁이란 선수 말고 선수단을 전반적으로 살펴봐야겠지만 말이다.

"그러도록 하죠."

리처드 스카우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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