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 2009 새로운 시작 -- >
" 예에? 제 소원을 들어준 거라고요? "
소원을 들어줬다는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에 처음엔 준혁도 기도 차지 않았다. 자고 있는 동안 자신을 업어다 놓은 건가 싶었다. 하지만, 30중반의 배나온 노총각을 어디다 쓰려고 납치하겠냐 싶기도 하고... 예쁘장한 여자가 미저리의 여주인공일리도 없다 싶기도 하고... 이렇게 혼자 혼란스러워하고 있는데,
" 거울이나 보고 와. "
란다.
" 네? 왜요? "
" 그냥 닥치고 거울보고 오면 돼. "
처음엔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대화를 하다 보니 눈앞의 여자는 반말이고 자신은 계속 말을 높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챈 준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 그런데, 그쪽은 아까부터 왜 반말입니까? 나이를 봐서도 내가 한참은 위이겠구먼. "
그랬다. 자신은 30대중반. 눈앞의 올 누드의 여자는 많이 봐줘봐야 20대중반정도? 거의 띠동갑 차이는 나보이는데 반말을 듣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말은 놓지 못하는 준혁이다.
왠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랄까?
그런데 여자의 태도가 가관이다.
" 꼴값은. 나, 나이 많거든. 그리고 거울부터 보고 오라고 몇 번을 말해야 돼? "
계속 거울 거울 거울 이야기다.
준혁은 그래 한번 봐준다고 그러고 나서 다시 이야기 하자고 하고는 화장실문을 열었다.
그런데.... --누구냐? 넌!! --웬 20대 초반의 청년이 거울 속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준혁은 너무 놀라 비명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있는데... 자세히 보니 누군가를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닌가?! . .. 그러니까.. 에.... 나... 나잖아?!!
황당함에 나는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왠지 모르게 아니 본능적으로 그래야만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도식 다세대 주택이라 그런지 옆집 현관문이 꽤나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때 옆집 현관문이 열리면서 흑인 여자가 밖으로 나오는데, 자신을 보자마자, --꺄악 !!
-- 하고 놀라며, 뭐라 뭐라 소리를 질렀다. 저 여자 왜 그러나 싶어 보는데, 알고 보니 자신이 알몸으로 나온 거 였다!
준혁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집안으로 잽싸게 들어왔다.
" 노출증도 있었어?"
" 그... 그런 거 있을 리가 없잖아요!"
이미 나갔다온 처지에 그다지 신빙성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우기고 볼일이다. 그런데 저 흑인여자... 어디서 본 듯한데.. 뚱뚱한 체구를 보니... 마치..???
상당히 깐깐하고 잔소리 많았던 옆집여자.... 미국에서 마이너리그 생활할 때 살던 곳 옆집여자...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예전의 기억이.
그리고, 다시 둘러보니, 집안 풍경도 낯익다.
자신이 미국에서 마이너리그 생활을 할 때 살던 코딱지만 한 집... 이 분명했다.
" 저... 저... 정말 과거로 돌아 온... 건가요? "
질문을 던지는 준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 그래. 그게 준혁의 소원이었잖아? "
그리고, 준혁의 질문에 대답하는 여자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과거로 돌아왔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나자... 준혁은 꿈속에서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아니 꿈속이 아닐 것이다. 지금 자신의 앞에 닥친 일들을 보면 말이다. 자신만 꿈속이라고 생각한 것이 맞은 듯... 지금 눈앞의 여인도 태초의 모습인걸로 보면... 흠..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난감해지는 준혁이다.
" 옷 좀 입으면 안 돼요? "
" 왜? 이미 우린 볼 것 못 볼 것 다본 사이이잖아? "
" 큼..."
정말 무서울 만큼 당당한 여자다. 그런데... 정말 저 여자의 정체는 뭘까? 준혁은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