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대마법사-210화 (210/221)

제210장 그놈이 오셨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피쉬쉬쉬쉬쉬쉿!

"돌격하라!"

"막아라! 반드시 자리를 사수하라!"

사방에서 들려오는 전장의 소음.

알타카스의 중요 전력 중 하나인 7서클 준 리치들이 사라졌다.

내가 만들어낸 결과지만 나도 황당할 정도였다.

'스스로 공격했다. 절망의 지팡이가......'

누구에게 말해도 믿지 못할 괴사.

8서클에 이른 나라 해도 단 한 번에 놈들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내가 놈들을 향해 살기를 품고 의지를 드러내자 스스로 반응하여 마나 어택을 뿌린 절망의 지팡이.

9서클 마법 아이템이 이런 거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

공중에서 벌어지는 스카이나이트들의 전투는 완벽한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성기사들의 도움으로 죽어 있는 영혼을 소유한 데스 와이번과 데스 스카이나이트들을 무난하게 처리하는 인간 연합군.

엘프들이 소환한 정령의 힘이 더해지자 상황은 아주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아직 살아 있는 데스 와이번의 숫자가 천 단위였고, 요새 성벽을 향해 살아남은 몬스터와 암흑제국 병사들이 뛰어오르고 있었다.

그런 적들 중에 섞여 있는 흉맹한 데스나이트들의 모습.

찌리리릿.

그 순간 내게 향해지는 시선 하나.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강렬하게 느껴졌다.

'후후......'

썩소를 날리고 있는 알타카스.

태연한 척 보였지만 긴장을 하고 있음을 확연히 느껴졌다.

씨이익.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 하나.

드디어 벌어지는 복수전.

놈만 아니었어도 평화롭게 진작 완성되었을 나의 파라다이스.

이제 짧은 악연을 끝내야 할 시간이었다.

"베베토, 다녀오마. 앱솔루트 실드!"

놈과의 대결에 베베토를 몰고 갈 수 없는 법.

베베토의 몸에 8서클 마법사만이 펼칠 수 있는 절대 방어 마법을 걸어주었다.

방어구에 착용된 마정석과 내가 펼친 마법의 힘이라면 수십 분은 견딜 수 있을 정도.

"블링크!"

내 시선이 머무는 자리가 곧 이동 경로인 블링크.

공간이 일렁거렸다.

그리고 내 몸은 공간을 초월하여 알타카스 곁으로 다가갔다.

★★★★★★★★★★★★★★★★★★★★★

"아고고......"

절로 터져 나오는 신음.

100년도 훨씬 넘도록 제대로 누구와 겨뤄보지 못한 아이달.

자신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다 큰 어른도 오줌을 지렸건만, 세상이 변해 있었다.

같은 8서클 마법사라는 말에 호기를 부리다 목이 댕강 잘려 나갈 뻔한 아찔한 경험.

블링크를 펼쳐 도망간 와중에도 신음을 흘리며 알타카스의 모습을 살폈다.

'더는 때려 죽어도 못 버텨!'

장난도 아니고 죽음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 전장.

처음으로 맛보는 힘없는 자의 서러움(?)을 체득한 아이달은 마나를 모았다.

일단 워프 마법을 펼쳐 이곳을 벗어난 뒤, 뒤도 안 돌아보고 지구로 토낄 생각밖에 없었다.

금안의 사신이라는 이름값과 자존심이라 하더라도 목숨값과는 비교할 수 없는 법.

스태프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파앗!

막 워프의 시동어를 읆으려는 그 순간.

갑자기 전방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마나의 폭풍.

아이달은 무식한 마나의 향기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오잉?"

그리고 보았다.

공간과 시간을 잠시해 들어가며 목표한 대상을 마나가 가진 순수한 힘으로 소밀시켜 버리는 마나 어택이 펼쳐지는 광경.

"카, 카이어!"

눈이 화등잔만 하게 떠진 아이달.

자신의 제자 카이어가 아이달도 펼치기 힘든 마나 어택을 펼치고 있었다.

그것도 한눈에 봐도 흑마법사들이 사용한다는 음차원의 마나.

꿀꺽.

마른침이 넘어갔다.

약간은 장난스럽게 시작한 강혁과의 인연.

지구에서 사라질 자신의 마법이 안타까워 제자를 두었고, 실험 삼아 차원 이동의 팔찌도 채워주었다.

사실 진작 자신을 지구로 보낸 마법사들을 처단하기 위한 절실한 마음을 먹었다면 아이달 스스로 칼리얀에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귀차니즘의 발동과 익숙하고 편리한 생활을 버리기 싫어 강혁을 실험실 동물 삼아 이곳에 보낸 것이다.

자신도 사용해 보지 못한 새로운 마나 호흡법과 마나 지식을 이전시켜 주고 말이다.

그런데 강혁이 지금 아이달 앞에서 8서클 급의 마나 양을 선보이며 준 리치들을 지워 버리고 있었다.

자신도 감히 펼치기 힘든 마나 어택.

아이달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해 버렸다.

제자의 8서클 경지를 축하해 줘야 하는 스승의 입장과 누구는 뭣 나게 근 100년간 공을 들여 완성한 8서클 경지를 단 몇 년 만에 이룬 천재에 대한 마법사로서의 질투.

복잡다단한 시선으로 카이어를 바라보는 아이달.

"움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지만 고민도 잠시였다.

이내 파안대소를 터뜨리는 아이달.

"세상에 나보다 뛰어난 마법사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누가 있어 제자를 단 몇 년 만에 저런 대마법사로 만들 수 있더란 말인가! 하하하하하하! 다 사부가 잘난 덕분이 아니겠어. 하하하 하하하하!"

호탕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달.

그러나 가슴 한 켠에 자리 잡은 질투가 발산되며 눈가 한쪽이 씰룩거렸다.

이제는 하나도 아니고 둘, 아니, 셋이나 등장한 8서클 마법사들.

'반드시 9서클은 내가 먼저 이루리라!'

잠자던 마법사로서의 오기가 발동하는 아이달이었다.

★★★★★★★★★★★★★★★★★★★★★

"크크크... 애송이가 아직 살아 있었군."

알타카스와 마주한 공간.

플라이 마법을 펼치지 않고 의지만으로도 허공에 뜰 수 있는 8서클의 경지.

마음만 먹으면 단 한 번에 마주칠 수 있는 20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알타카스가 비웃음을 던져 왔다.

"남의 가죽을 걸치고 서 있는 근본도 없는 시체 놈이 쪼개기는. 야, 똥파리, 이제 그만 꺼져 주면 안 되겠니? 네가 지금 마시는 마나도 아깝다."

"이, 이놈이!"

어차피 입으로는 절대 내 상대가 되지 않는 알타카스.

단 몇 마디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자식아, 이제 안 쫄거든.'

불과 얼마 전에는 알타카스에게 쫄아서 도망치기 바빴던 나였다.

하지만 하느님이 보우하사 당당하게 맞짱 뜰 수 있는 힘을 소유했다.

"오늘 확실하게 결판 짓자. 쪽팔리게 예전처럼 기생 마법을 펼쳐 숨지 말고 너와 나 둘 중에 하나 확실히 칼리얀에서 사라져 주자. 네놈이 그래도 8서클 대마법사라면 말이야."

자존심을 팍팍 건드렸다.

과거를 들먹이며 놈의 도망가고자 하는 의지를 봉쇄하였다.

사실 지금도 놈이 마음만 먹는다면 이곳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디 한곳에 짱 박히면 절대 찾을 수 없을 것이었다.

"크크크. 겁대가리를 상실한 것은 여전하군. 보아하니 깨달음을 얻어 8서클에 오른 것 같다만, 8서클이라고 다 같은 8서클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마."

파아아아앗!

말이 끝나기 무섭게 놈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무식한 음차원의 마나.

'이질적이군.'

내가 품고 있는 음차원 마나와는 차원이 다른 탁한 놈의 기운.

알타카스가 품고 있는 마나는 세상을 구성하는 순수한 음차원 마나가 아니었다.

깊은 산속에서 맡을 수 있는 시원한 산소가 아닌 공해에 찌든 공장 지대의 공기처럼 탁한 놈의 마나 향기.

역겨웠다.

한때는 인간이었을 수는 있었어도 결코 인간이 아닌 자.

평화로운 꿈을 꾸는 이들을 위하여 사라져야 할 악질 병해충이었다.

지금도 놈 때문에 피 흘리고 있는 이 공간의 수많은 이들.

팟!

분노가 일자 손에 들린 1미터 크기의 절망의 지팡이가 순수한 음차원의 분노로 검게 달구어졌다.

"...타르카니아의 유물이군. 호오, 이런 곳에 나타날 줄이야."

놀랍게도 골드 드래곤 타르카니아의 유물을 알아보는 알타카스.

흑마법사들에게는 아마도 전설로 내려오는 것 같았다.

"가지고 싶나?"

"크크크. 당연하지. 내 눈에 띈 이상 그 물건은 나의 것이다. 이 위대한 흑마검사 알타카스님의 소유란 말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건만 혼자 즐거워하는 놈.

그런 알타카스에게 들려줄 내 한마디는 오직 하나.

"병신... 삽질하네......"

"이놈이!"

피식거리는 비웃음을 흘리며 흘러나온 한마디에 발끈하는 알타카스.

"주댕이 그만 나불거리고 한 판 뜨자."

척!

검은 아니지만 검보다 더 무서운 흉기인 절망의 지팡이.

알타카스의 대가리를 향해 겨누어졌다.

"주제 파악도 못하는 애송이 놈이... 으드득."

이를 가는 알타카스.

놈의 눈동자가 지옥에 산다는 똥개마냥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럼 나 먼저 간다!"

선빵을 알리며 그대로 놈에게 돌진하였다.

8서클 마법사가 된 이후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마나 실드.

사람들이 왜 돈 처들여 명품을 사는지 그 이유를 이제 알것 같았다.

8서클 마법사의 경지.

이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스스로 오라를 만들어내는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

쉬쉬쉬쉬쉬쉬쉭!

8서클에 오른 자신감이던가.

말과 함께 공간을 갈라오는 놈.

'위, 위험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찼지만 알타카스는 그 따위에 무너질 인내심 바닥 인생은 아니었다.

블링크 마법처럼 공간을 격해보며 흩뿌리는 놈의 손.

그리고 그 손길에 따라 만들어지는 십여 개의 블레이드 소드.

쇄애애애애애액!

방심하지 않고 알타카스는 몸을 뒤로 물리며 마나를 검에 담았다.

어차피 8서클 마법으로는 단기간의 승부를 볼 수 없는 상황.

아이달을 상대하느라 마나가 제법 소모된 상황에서 효과가 불확실한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 대신 택한 무기를 이용한 근접전.

알타카스가 원하던 바였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강!

허공중에 부딪친 알타카스와 카이어의 마나.

요란한 굉음과 불꽃을 동반하며 소멸되었다.

'흡!'

순간 놀라는 알타카스.

아무리 놈이 8서클에 올랐다지만 수백 년을 마검사로 살아남은 자신을 어찌할 마나 양을 소유하지는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자신이 만들어내는 블레이드 소드를 깔끔히 없애 버리는 놈의 마나.

"탓!"

기합을 불어넣으며 있는 힘껏 마나를 블레이드 소드로 형상화시켰다.

★★★★★★★★★★★★★★★★★★★★★

'호오!'

역시 8서클 흑마검사다웠다.

기합과 함께 만들어지는 수십여 개의 블레이드 소드.

그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마나 양은 블레이드 마스터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어낸 것과 다름없어 보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부우웅!

아이 머리통만 한 수정구를 가장한 요상한 마정석이 박혀 있는 절망의 지팡이가 가볍게 휘둘러졌다.

위이이이이이잉!

그 순간 투명한 마나의 막이 물결치듯 일렁이며 놈이 만들어낸 블레이드 소드를 감싸갔다.

파치지지지지지직.

'베리 굿!'

보고만 있어도 환장할 정도의 힘의 차이.

놈이 만들어낸 블레이드 소드는 가볍게 소멸시켜 버리는 절망의 지팡이에 담겨 있는 힘.

내 마나를 사용할 것도 없었다.

'서, 설마?'

갑자기 머리에 드는 생각 하나.

아무리 최고급 마정석이라 해도 이런 능동적이고 압도적인 힘을 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말로만 들었던 지상의 위대한 존재, 드래곤이 소유한 드래곤 하트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맞아! 이제야 말이 되는군.'

단 한 번도 이 수정구 안에 드래곤 하트가 담겨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투명한 수정구 안에 꿈틀거리는 드래곤의 심장이 들어가 있다고 누가 상상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8서클에 오르자 알 수 있었다.

드래곤 하트는 본래 드래곤의 심장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신의 축복 같은 마나의 결정체.

골드 드래곤 타르카니아라면 수정구 안에 그 힘을 순수하게 봉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힘 덕분에 내가 8서클의 경지에 단숨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였다.

"흐흐흐......"

자신이 만들어낸 블레이드 소드를 단숨에 소멸시키자 벙찐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알타카스.

놈을 향해 악당들이 특허받은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힘을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강렬한 이 쾌감.

"어이, 똥파리, 재롱 더 부릴 것 없어?"

알타카스를 향해 조롱이 가득 담긴 언어를 날렸다.

"이... 이노오오오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알타카스.

놈의 의지를 머금은 마나가 마법으로 발현되며 천지사방을 에워쌌다.

'너도 한번 당해봐라.'

놈에게 당한 지독한 패배의 수모.

나의 사랑하는 수인족 기사들이 죽어가던 모습이 내 심장을 차갑게 만들었다.

쉽게 죽일 수 없었다.

죽어서도 다시는 나쁜 짓을 못하게 영혼에 공포를 각인시킬 참이었다.

나쁜 놈은 벼락 맞아 뒈지고, 똥물에 튀겨지며, 온몸의 근육이 절단나는 고통을 받게 될 것임을 똑똑히 알려줄 것이었다.

★★★★★★★★★★★★★★★★★★★★★

쇄애애애애애애액!

퍼버버버버벅!

케르르르르르르르.

생명없는 데스 와이번도 고통을 느끼는지 목을 꿰뚫고 튀어나온 블레스트 스피어에 비명을 지르며 추락하였다.

'지독한 놈들......'

서서히 정리되어 가는 난전.

선두에 서서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던 아이린 후작은 한숨을 돌리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휴우......'

참으로 다행이었다.

창공에 남아 있는 데스 와이번의 숫자는 이제 300마리 정도.

그것도 대부분 몸에 스피어 몇 방씩을 훈장처럼 달고 힘겹게 비행을 하고 있었다.

그런 데스 와이번의 등 위에서 아직도 발악하고 있는 데스 스카이나이트들.

영혼이 없기에 뜨겁게 달아오른 심장도 없기에 동작이 굼뜬 데스 스카이나이트들.

살아생전에는 어떠했을지 몰라도, 성기사들과 엘프들이 소환한 정령들에 의하여 완벽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ㅂ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제 진짜 죽음을 맞이할 운명에 처했다.

파스스스스스스스스!

숨을 돌리고 있는 아이린의 눈동자는 한 사람을 찾았다.

'카, 카이어!'

치열한 전투 때문에 하늘 모든 공간이 전투 영역이었지만 오직 한곳만은 그 누구도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데스 와이번도 피해가는 그곳.

두 남자가 서 있었다.

대륙에 죽음의 전차를 끌고 나타난 암흑제국의 주인 알타카스.

그리고 그에 맞선 대륙의 영웅 카이어.

두 사람이 벌이는 차원을 달리하는 결투에 아이린은 마음속으로나마 응원을 보냈다.

승리의 여신 오르미온님이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하여 활짝 미소 지어주기를 말이다.

★★★★★★★★★★★★★★★★★★★★★

'카이어님......'

쉬이이익!

피비비비비비빙.

기계적으로 데스 와이번을 향해 마나가 담긴 화살을 날리던 나르미아스.

공격하는 와중에도 사랑하는 연인의 안위가 궁금하여 고개를 돌렸다.

엘프인 자신들조차도 개입할 수 없는 팽팽한 결투를 벌이는 카이어.

나르미아스는 투구 안에서 입술을 깨물며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활시위를 당겼다.

지금 그녀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응원이었기에......

★★★★★★★★★★★★★★★★★★★★★

콰아아아아앙!

'움하하하하하!'

눈앞에서 터져 나가는 생생한 8서클 마법.

세상 그 어떤 것이라도 녹인다는 초고온 고열, 고염의 화염구 마법이 생성 폭발하는 장면은 3D 화면은 쨉도 안 될 엄청난 광경이었다.

수천만, 아니, 수억 개의 마나 입자가 푸르다 못해 하얗게 작렬하는 백염의 화염구가 되어 순수한 마나 실드에 부딪쳐 폭발하는 장면.

대응 마법을 펼치지도 않고 실드를 믿었지만 움찔 놀라며 눈을 감을 뻔했다.

"이, 이럴 수가......"

온 힘을 다한 8서클 마법이 산산조각나며 사라지자 허탈한 음성을 흘리는 알타카스.

방금 전까지 가을철 독 오른 독사처럼 빨간 눈동자를 밫내던 놈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멍 때리는 바보만 내 앞에 서 있었다.

"야, 더 재롱 부릴 것 없어?"

힘을 믿고 사는 놈들에게 힘으로 누르는 것 이상의 잔인함은 없는 법.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알타카스를 약 올렸다.

"그럼 나도 공평하게 한 방 먹인다."

움찔.

한 방 먹인다는 말에 살짝 몸을 떠는 알타카스.

"블레이즈 스톰!"

8서클 화염계 마법 중 하나인 블레이즈 스톰.

절망의 지팡이 덕분에 8서클 마법조차 영창만으로 생성할 수 있는 나.

파앗!

주문이 외워지자 짧게 반응하는 절망의 지팡이와 대지의 마나.

"헉! 앱솔루트 실드! 다크 실드!"

갑작스러운 마법 공격에 놀란 나머지 자신이 알고 있는 중첩 실드 마법을 펼치는 알타카스.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놈의 실드 마법이 펼쳐지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놈이 서 있는 허공중에서 타오르는 붉고 파란 마법 불꽃.

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

춤을 추는 불꽃의 폭풍.

놈의 실드를 녹여 버릴 듯 엄청난 열기를 내뿜는 마법의 불꽃은 순식간에 주변 공간을 환한 대낮으로 만들 정도였다.

'오징어 한 마리 구워 먹으면 딱이겠네.'

강렬한 불꽃의 폭풍에 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떠오르는 것은 불에 구워 먹을 수 있는 오징어, 쥐포, 삼초 삼겹살 등등.

느긋하게 놈의 실드 주변을 에워싼 마법의 불길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겼다.

"크윽......"

그리고 잠시 후, 긴 신음과 함께 사라지는 마법 불꽃.

'제법이네.'

그래도 명색이 8서클 마검사답게 버텨낸 알타카스.

실드에 의하여 화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놈의 온몸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올라 왔다.

"죽, 죽일 놈......"

아직 독기가 남아 있는 알타카스.

이를 악물며 악에 받친 눈동자로 나를 보았다.

"뜨거웠지? 내가 미안한 의미로다가 시원하게 만들어줄게. 크리스탈 스톰!"

"......!!!"

연속된 8서클 빙계 마법.

마나의 제약도 없이 펼치는 내 모습에 놀란 알타카스.

"시, 실드!"

놀라 다시 실드 마법을 펼치는 알타카스.

얼마나 당황했는지 그 싸가지없는 얼굴에 떠오르는 지독한 당혹감.

'자식, 귀엽기는.'

당하는 알타카스의 심정을 생각하자 흐뭇해져만 가는 내 마음.

이러다 남의 아픔을 먹고산다는 변태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츠츠츠츠츠츠츠츠츠츠츠츠츠츠.

절대 빙점이라 불리는 -273.2도는 아닐지라도 그 정도에 버금가는 얼음 폭풍.

터더더더더더더더더더덕.

놈이 본신의 마나 힘으로 펼친 마나 실드에 달라붙은 빙기가 실드를 얼려 나갔다.

'오오오!'

아름다웠다.

순식간에 대기의 마나를 빨아들여 만들어지는 얼음 조각.

단단하게 생성된 둥근 실드에서 피어나는 얼음 조직들은 보는 나를 감탄으로 이끌었다.

'마법, 참 좋단 말이야. 크크크.'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내는 수많은 창조적 현상들.

볶고, 지지고, 얼리고, 녹이고.

당하는 알타카스의 심정은 지금 피눈물을 흘릴 것이지만 놈에게 눈곱만치의 자비심도 없는 나는 이 순간을 즐겼다.

휘리리리리링.

그리고 잠시 빙점의 폭풍이 사라졌다.

능히 대범위 마법으로 펼쳤다면 방원 300미터 정도는 모두 얼려 버렸을 무식한 마나.

오로지 놈을 위하여 집중된 마나는 놈이 떠 있는 허공에 몰려 있었다.

차자자자자자자자장.

"커어억!"

박살나 산산이 부서지는 얼음의 파편들.

놈의 마나로 만들어진 실드와 함께 허공중에서 비산하였다.

'이제 정신 좀 들겠군.'

핏기가 하나도 없는 알타카스.

놈의 영혼은 어떠할지 몰라도 소유하고 있는 황제의 몸뚱이는 아직 인간의 범주.

타격을 제대로 입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끝낼 내가 아니었다.

"오? 대단한데~"

한껏 알타카스를 칭찬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지, 지독한 놈......"

놈의 입에서 내가 지독하다는 말이 나왔다.

알타카스도 깨닫고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말이다.

"뭘 이 정도를 가지고. 자, 그럼 다음 코스로 넘어가자고."

내 말에 눈을 번쩍 뜨는 놈.

"난 마법들 중에서 전격 마법이 제일 멋지더라고. 넌 안 그래?"

친절한 미소와 함께 의견을 묻는 나.

턱을 떡하니 벌리는 알타카스.

"자, 갑니다요. 메가 라이데인!"

"시, 실드!!!!!!"

8서클 마스터만이 펼칠 수 있는 메가 라이데인 마법에 악을 쓰며 실드를 펼치는 알타카스.

팟!

주먹만 한 작은 덩어리로 시작한 마법의 씨앗.

촤아아아아아악.

순식간에 주변 마나들을 확 끄집어들였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그리고 이내 핵폭발을 일으키듯 발생하는 수백만 볼트는 될 것 같은 전격의 폭풍.

콰드드드득, 콰드드드드득,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득!

그대로 알타카스가 만든 실드를 향해 맹렬하게 박치기를 시도했다.

"후후후......"

입가에 번지는 차가운 미소.

"크아아아아아악......!"

실드 안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

마법에서도 통하는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

집중된 마법 공격을 실드 마법 하나로 버틴다는 것은 불가능한 법.

이미 마법 공격을 퍼붓고 두 차례나 실드 마법을 펼치며 8서클 마법을 견뎠다는 것 자체만으로 알타카스는 대단한 놈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쉬이이이익.

지금까지 마나의 힘으로 허공중에서 버티던 놈이 지상으로 추락하였다.

쿠우우웅.

치지지지지지지직.

약 50미터 높이에서 지상으로 떨어진 알타카스.

그런 놈을 따라가며 뿌려지는 전격의 폭풍.

신음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제아무리 8서클 할아비라도 이 정도면 요단 강을 건너야 정상이었다.

'전투가 끝나가는군.'

난전이 벌어졌기에 걱정을 했건만 성기사들의 등장과 엘프들의 도움으로 창공은 어느새 데스 와이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더욱이 저 멀리 모습을 드러내는 테미르 족 와이번들.

쉬지 않고 날아온 듯 생각보다 빠르게 전장에 등장하고 있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광!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마법사들은 쉬지 말고 마법을 발사하라!"

"와아아아아! 힘을 내라! 이제 승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요새를 공격하던 수십만 단위의 몬스터들과 암흑 병사들의 모습 또한 급격히 줄어들어 있었다.

천 단위가 넘는 마법사들의 집중 공격과 성수로 적셔진 화살을 맞고 버텨낼 놈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저놈들만 정리하면 끝이겠군.'

이 와중에도 살아남은 놈들.

음침한 기운을 흘리는 흑마법사들과 악신 케르마의 사제들.

다 합쳐 1천 명 정도 살아남아 뭉치고 있었다.

'확실히 확인 사살할 필요가 있겠지.'

지독히도 목숨줄이 긴 알타카스.

지상에 추락한 충격과 그 이후에 강타한 전격 마법 덕분에 작은 구덩이에 파묻혀 모락모락 온몸으로 김을 뿜어내는 놈.

혹시 몰라 놈에게 시선을 돌렸다.

생각보다는 쉬운 전투.

무언가 알 수 없는 꺼림칙함이 느껴졌지만 승리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흐흐흐... 흐흐흐흐흐흐흐......"

'......?'

알타카스를 바라보며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귓가에 울리는 나지막한 웃음소리.

'얼라리요?'

죽지는 않더라도 생사를 헤매야 정산인 알타카스.

새카맣게 그을린 강시가 된 몰골로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나가 바닥을 기어야 하건만 온몸에서 정체 모를 마나를 뿜어내기 시작하는 알타카스.

내가 알지 못하는 비장의 한 수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 그렇게 쉽게 죽으면 내가 섭하지.'

아직 받아야 할 빚이 많았다.

"...루스베르... 하타... 카르만......"

자리를 털고 일어나 뭐라고 중얼거리는 알타카스.

"오오오!"

"죽음으로 영광있으라!!!"

갑자기 대기하고 있던 흑마법사들의 얼굴에 경이로운 표정이 떠오르더니 들고 있던 무기로 심장을 찌르거나 마나 스태프로 자신들의 머리통을 사정없이 내려치는 자들.

파스스스스스스스.

마나를 극도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죽음에 이르자 주인 잃은 마나들이 대지에 흘러나왔다.

스스스스스스스스.

그리고 내가 입을 벌리고 놀라는 사이 알타카스 주변으로 모여드는 흑마법사들의 마나.

'이게 지금 무슨 쑈야?'

알고 있는 마법 지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괴이한 광경.

츠츠츠츠츠츠츠.

"케, 케르마님의 사자가 오시는도다!"

"파멸자께서 강림하시는도다! 경배하라! 죽음의 사도들이여!"

말릴 사이도 없이 흑마법사들이 저승길로 향하는 사이 살아남은 악신 케르마의 신관들이 알타카스를 향해 경배의 표정을 지었다.

파아앗!

그런 그들의 몸에서 뿜어지는 어둠의 성령.

주문을 외우는 알타카스의 기운에 합쳐지며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위, 위험하다......'

본능이 말해주는 경고.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알타카스 놈이 아주 안 좋은 짓을 벌이고 있음을 감지했다.

"제, 젠장. 저놈이 미쳤구나! 감히 그 미친 자식들을 소환하려 들다니!"

어느새 내 곁에 다가온 아이달 사부의 놀란 음성.

"스승님, 저게 지금 무슨 짓입니까?"

"에고고, 이미 늦었다. 놈이 이미 소환 의식을 통하여 결계를 쳤구나!"

내 말에 대꾸하지도 않고 한탄성을 터뜨리는 아이달.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사부의 말처럼 알타카스 주변에 만들어지는 뿌연 회색빛 방어막.

그러나 사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결계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다고.'

놈이 무슨 짓을 하든지 지금의 내 힘이라면 세상에 파괴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절망의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이제는 회색빛 보호막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알타카스를 향해 뜨거운 일갈을 뱉었다.

"헬 파이어!!!"

지옥의 불꽃을 소환하여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소멸시킨다는 대지와 화염계 결합 마법의 최고봉.

슈우우우우우욱.

의지를 담은 마나가 그대로 알타카스가 서 있는 대지를 향해 달려나갔다.

'아무리 알타카스라 해도... 헉!'

절대 실패할 수 없는 나의 마법.

그러나 벌어진 믿을 수 없는 광경.

"사, 사라졌다......"

놀랍게도 내가 펼친 마법이 본격적으로 발현되기 전에 거짓말처럼 증발해 버렸다.

"소용없어... 놈들은 드래곤과 함께 마법의 조종으로 불리는 자들이다. 젠장, 내 생전에 놈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해봤건만."

허탈한 아이달 사부의 음성.

알타카스를 향해서도 당당하던 사부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누가 나타나기에......"

"왔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왔다는 비명 같은 놀람을 터뜨리는 아이달 사부.

콰스스스스스스스스!

알타카스가 서 있던 장소에서 갑자기 강렬한 붉은 빛이 폭발하더니 하늘 끝까지 기둥을 이루며 치솟아올랐다.

눈을 크게 뜨고 나타난 물체를 보았다.

'뭐야?'

방금 전까지 알타카스가 서 있던 곳에 새로이 나타난 물체, 아니, 인간.

발밑에 새카맣게 탄 재를 밟고 나타난 이는 놀랍게도 칼리얀 대륙에서 본 적 없는 깃이 엄청나게 솟아오른 붉은 망토를 걸친 자.

"마, 마족이... 본체로 강림하다니... 빌어먹을......"

입술을 덜덜 떨며 믿지 못할 말을 뱉어내는 사부.

'마, 마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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