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5장 네루만을 찾아오는 이들
"여황 폐하, 알타카스의 망령된 야욕을 저지하기 위해서 저희 제국에서도 파병을 해야 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경의 생각도 그러한가?"
"그렇사옵니다, 폐하. 알타카스가 지금은 중앙대륙을 노리고 있지만 놈은 결코 과거의 은원을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 만약, 중앙대륙이 무너진다면 다음 차례는 저희 제국이 될 것이옵니다."
얼음제국 하일드리안의 황실.
백발의 여황제 아나타스와 7서클 마법사이자 제국의 공작인 아키리온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짐도 알고 있네. 잔혹한 알타카스가 본 제국을 가만히 놔두지는 않을 것이네."
"네루만에 속히 제국 스카이나이트들을 파견해야 하옵니다. 케스미르 왕국에서 온 전갈에 의하면 네루만의 영주 카이어가 도움을 요청했다 합니다. 아마 곧 알타카스와 대륙의 운명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일 것 같사옵니다."
"당연히 파병을 해야지. 카이어는 대륙의 영웅일 뿐만 아니라 내가 점찍은 티아벨의 남편감. 결코 죽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될 것이야."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는 두 사람의 대화.
그러나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알타카스가 아니었다면 결코 중앙대륙에 파병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제나 조용히 자신들만의 세상에 살고 싶은 얼음제국 하일드리안.
제국이 탄생한 이후로 처음 원정군 파병을 결정하게 되었다.
"경이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하게. 케스미르 왕국에 말하여 부족한 수송선을 준비토록 하게. 그리고 실력이 출중한 제국 스카이나이트 300명 이상을 준비토록 하게."
"황명을 받드옵니다."
여황의 몸으로 제국을 다스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황실의 피는 그냥 피가 아니었다.
대제국을 다스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피의 유전.
여황제는 그렇게 하일드리안의 파병을 결정했다.
이번 기회에 알타카스의 저주를 완벽하게 걷어내리라 마음먹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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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 사라졌다고?"
"그렇사옵니다. 지금 네루만에는 아이달로 추정되는 마법사와 영지 기사들이 전투 준비를 하고 있다 하옵니다."
"크크크. 나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사라지다니... 무슨 수작을 하는지 몰라도 어림없다."
알타카스가 생각해도 기발한 방법을 잘 사용하는 네루만의 영주.
제국의 황제로 있을 때, 놈의 악질적인 도발에 참지 못하고 힘을 드러낼 뻔하였다.
그러나 200년간의 인내가 그를 억눌렀고, 오늘날 완벽한 계획대로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어둠의 주인이시여, 명만 내려주시옵소서. 100만 몬스터 군단과 10만의 암흑 병사들 그리고 1만의 데스나이트와 1,500마리의 데스 와이번과 스카이나이트들이 준비되어 있사옵니다. 거기에 500명의 흑마법군단과 7서클에 이른 준 리치 열 명이 대기하고 있사옵니다. 명만 내리시면 당장 오늘이라도 네루만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겠나이다."
샤이닝 마탑의 탑주 갈루아이스가 뜨거운 목소리로 알타카스에게 권하였다.
코비란 산맥에 살고 있는 마수들 수백 마리가 어둠의 마나에 취해 휘하에 들어왔고, 마수들은 산맥에 살고 있는 각종 몬스터들을 네루만 영지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마수들을 조종하는 흑마법사들 백 명과 함께 맘ㄹ이다.
"아직은 아니다. 흐흐흐. 암흑 정보 상인들이 전해오는 보고에 의하면 대륙의 왕국들과 각 신전, 그리고 마탑의 마법사들이 네루만에 모여들고 있다 들었다."
"어차피 상대할 가치도 없는 하급 전력일 뿐이옵니다."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이 기회다. 귀찮게 일일이 찾아가면서 놈들을 굴복시킬 필요가 없지 않느냐. 네루만만 무너진다면 칼리얀 대륙은 나의 손에 들어오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겠느냐. 크하하하하하하하하!"
자신을 도발한 카이어가 고맙기까지 한 알타카스.
드디어 처음 흑마법을 배울 때 품었던 자신의 원대한 꿈이 이뤄지려 하고 있었다.
대륙 정벌과 영원한 지배.
칼리얀 대륙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는 순간, 알타카스는 스스로 자신을 리치로 만들 작정이었다.
신의 법칙에 어긋나지만 영원한 불사의 몸으로 살 수 있는 리치.
그리고 도전할 것이다.
드래곤과도 대적할 수 있는 9서클 위대한 대마도사의 길을 말이다.
"그런데 내가 말했던 타르카니아의 유물은 찾았느냐?"
"그것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습니다. 암흑 정보 상인들이 알아보고 있으니 조만간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흑마법계의 전설로 불리는 분이시다. 그분의 유물을 찾아야만 우리는 영원한 어둠의 제국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으로 완성하겠나이다."
8서클 흑마검사 알타카스도 고개 숙여야 할 수천 년 전의 전설 9서클 흑마법사 타르카니아.
지금껏 수소문하고 있지만 아직 그 흔적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명하노니, 모든 암흑제국의 병사들은 네루만의 요새로 진군하라."
앞으로 열흘밖에 남지 않은 카이어와의 약속 시간.
알타카스는 진군의 명을 내렸다.
"어둠의 명을 따르옵니다!"
힘차게 대답하는 갈루아이스와 데스 근위기사들.
"흐흐흐, 흐흐흐흐흐흐....."
진한 알타카스의 웃음이 궁 안을 맴돌았다.
대륙의 파멸을 알리는 전주곡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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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고개를 들어 가슴속에서 뜨거움을 분출했다.
"크으으으....."
털썩 몸이 주저앉았다.
골드 드래곤 타르카니아가 담긴 9서클 마법 서적들.
시간을 잊고 미친 듯이 읽고 사색에 잠겼다.
지금껏 내가 간과하고 건너뛴 마법 이론을 완성시켜 가며 부족함이 없는지 생각과 생각의 강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답이 나오지 않았다.
고대 마도시대의 마법 지식을 안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 8서클의 벽.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영지에 사부님이 계시지만 내가 만나본 알타카스는 사부를 넘어서고 있었다.
흑마법이 원래 백마법보다 파괴적인 힘이 강한데다가 알타카스는 마검사.
거기에 그는 사부보다 더 오랜 세월 동안 마법을 연구했던 자.
사부와 일대일로 붙으면 사부는 반드시 패할 것이 분명했다.
'고위급 번력이 부족하다. 놈들에게는 준 리치들이 열 명이상 있을 것이다.'
라비테르 제국 황실 마탑주와 실종된 마탑주들과 7서클 이상의 마탑주들.
최소 열 명 이상의 7서클 준 리치들이 알타카스의 명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반 와이번과 스카이나이트들을 상대할 수 없는 데스 와이번과 데스 스카이나이트.
이미 죽은 자들이었기에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그들을 소멸시킬 수 없었다.
그런 데스 와이번의 숫자가 약 1,000마리 이상.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왕국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네루만의 기사들은 학살을 당할 것이다.
'흑마법사들과 동행하는 마수들과 그 휘하 몬스터들은 또 어쩌란 말인가.'
분명 놈은 일격에 네루만을 쓸어버릴 작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놈을 자극해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 이곳에서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다.'
좀 더 시간이 있다면 8서클의 벽을 깰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러나 신은 내 편이 아닌 것 같았다.
"휴우....."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났더니 마음속에 들어차 있던 탁한 열기가 빠져나갔다.
길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
그 순간 내 눈에 보이는 하나의 물체.
마법 서고가 답답했기에 마법서들을 들고 중앙 대전에서 읽고 사색했다.
그런 내 눈에 이제야 보이는 한 물체.
"저, 절망의 지팡이....."
로코로이아가 제단에 꽂아놓은 자세 그대로 서 있었다.
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
보였다.
지금껏 9서클 마법서만 파느라 미처 생각지 못했던 나를 원망이라도 하듯 순수한 음차원의 마나를 은은히 흘려내고 있는 절망의 지팡이.
'혹시!'
번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드래곤 타르카니아의 전언 한 구절.
차별하지 않는 마나와 인간 본연의 감정에 충실한 자는 9서클에 이를 수 있다는 그 말.
쿠우웅!
갑자기 머릿속에서 무언가 박살이 나는 엄청난 울림이 들려왔다.
그리고 머릿속에 그려지던 한 장면.
로코로이아는 아직 깨달음을 얻디 못한 상태에서도 절망의 지팡이를 사용했다.
이제 갓 마나를 소유한 이가 9서클 마법을 사용했다.
그것도 아무런 제약도 없이.
'마나는 차별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마나를 구별하고 차별할 뿐이다.'
서서히 풀려가는 타르카니아의 말.
그리고 사부의 간절한 마법의 갈구에 대한 의미.
저벅저벅.
절망의 지팡이를 향해 걸어갔다.
이미 한 번 만져 보았고, 지팡이로 인하여 음차원의 짬뽕 마나를 흡수하였던 나.
'내가 문제였다. 스스로 벽을 만들고 그 벽을 스스로 깨뜨리지 못했다. 8서클의 벽은... 내가 만든 한계였다.'
생각을 품자 입에 문 박하사탕처럼 환하게 밝아지는 머리.
'난 8서클 마법사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으며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서클의 제한 따위는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탁!
손에 잡히는 차가운 절망의 지팡이.
'흑!'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손을 타고 흐르는 세큼한 음차원의 마나 맛.
파아아앗!
특급 마정석이 분명한 수정구가 천천히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온통 새카맣고 순수한 검은 빛의 파장.
두근두근, 심장이 미츨 듯이 뛰었다.
윙, 윙, 위위위윙.
마나홀이 내 의지가 없건만 스스로 개방되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는 절망의 지팡이와 동화되어 가는 내 안의 마나.
'크으으으으.....'
짜릿하면서도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갈 것 같은 고통의 파도가 밀려왔다.
스스로 8서클 마법사임을 자각하는 순간 절망의 지팡이 안에 있던 마나들이 내 손을 타고 마나홀을 확장시켜 갔다.
'알타카스, 기다려라! 내가 간다. 21세기 대마법사 강혁님이 너를 지옥으로 날려 버릴 것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8서클에 이르는 순간.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원한을 잊지 않았다.
8서클 흑마검사 알타카스.
내가 이곳을 나가는 순간 놈은 죽은 목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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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마법사님들을 모시게 되어 죄송하옵니다."
"아닙니다. 흑마법사와 어둠의 기운들이 세상을 혼탁하게 하는 이때가 아니면 언제 저희들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불러주셔서 고맙습니다, 황태자 전하."
"송구할 따름이옵니다."
오페른 제국의 황성 지하에 위치한 이동 마법진.
황제에게서 암흑제국과의 전쟁에 대비한 임시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황태자 라이케르가 마법진을 통하여 모습을 드러낸 마법사 세 명을 맞이하였다.
다음 대 제국을 이을 황태자이건만 아랫사람이라도 되는 양 공손한 모습을 보이는 라이케르.
수수한 회색 로브를 착용한 70대로 보이는 늙은 마법사들을 매우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들은 대륙 마볍계의 살아 있는 수호신이라 불리는 황금 마탑의 마법사들.
전원 7서클 마법사로 구성된 황금 마탑의 마법사들을 오페른 제국이 비밀리에 후원하고 있었다.
제국의 수많은 섬들 중 한 곳에 황금 마탑이 건설되어 있음은 황제와 황태자에게만 내려오는 비밀이었다.
"그런데 그 흑마법사가 8서클 마검사라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놀랍게도 놈은 8서클 흑마검사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오... 세상에. 황태자님의 편지가 정말 사실이었군요."
"허어....."
황금 마탑에 비상 연락을 취한 라이케르.
마법사들은 직접 귀로 확인을 하자 신음을 흘렸다.
"그것뿐만 아닙니다. 황금 마탑의 마법사님들이 아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짓는 라이케르.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까?"
"...아이달님이 돌아오셨습니다."
".....!!"
"뭐, 뭐라고요?"
아이달이라는 말에 8서클 흑마검사보다 더 놀라는 황금 마탑의 마법사들.
금안의 사신 아이달.
온 대륙의 왕국와 마법사들의 염원으로 자신들이 직접 처리한 희대의 또라이 마법사.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에 황금 마탑의 마법사들의 얼굴은 누렇게 변해갔다.
"지금 네루만에 머물러 계십니다. 곧 찾아뵈어야 하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기를 바라옵니다."
"....."
곧 찾아봐야 한다는 말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황금 마탑의 마법사들.
똥 씹은 얼굴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마법 증진을 위하여 은거한 위대한 마법사들로 알려진 황금 마탑의 마법사들.
하지만 그들도 두려워하는 존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말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금안의 사신 아이달.
황태자 앞이라 말은 못했지만 괜히 세상에 나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아직 8서클에 이르지도 못한 자신들.
괜히 어설프게 나서봐야 아이달의 장기인 파이어 볼 꼬치 구이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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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알 산맥 쪽에서 500마리 정도 되는 와이번들이 나타났습니다!"
"방금, 국경 요새에 왕국 연합군에서 파견한 1,100마리의 와이번들이 도착했다는 보고입니다."
"케스미르 왕국 수송선에 약 700마리의 와이번이 대기하고 있다며 지시를 기다린다 합니다."
"신전에서 파견 나온 성기사 스카이나이트 400명과 신관 300명이 방금 전 국경을 통과했다는 보고입니다."
"마탑의 마법사 1,000여 명이 아이달님을 만나뵙게 해달라고 성 밖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각 상단에서 보낸 여러 가지 군수물품과 난민 물품들을 실은 마차가 네루만 대로를 타고 오고 있다 합니다."
영주 카이어가 없는 집무실.
총행정관인 데르발은 눈이 퀭한 상태로 부하 행정관들의 보고를 들으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주군이 떠나자마자 각 왕국에서 사신들이 찾아왔다.
암흑제국을 타도하기 위하여 왕국 연합군이 결성되었으며 1,100명의 스카이나이트들이 파견될 것이라 전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바즈란 제국에서도 500명의 스카이나이트들이 출발했다고 황제의 서신이 도착했으며, 각 신전의 성기사들과 신관들이 속속 네루만에 도착했다.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군!'
주군을 생각하자 가슴이 뜨거워지는 데르발.
세상에 그 누가 있어 이런 엄청난 연합군을 모을 수 있단 말인가.
암흑제국을 제외한 모든 중앙대륙, 아니, 얼음제국 하일드리안에서도 원군을 보내왔다.
"암흑제국의 병력들이 방금 하비스 왕국 국경에 진입했다 합니다. 육상 병력과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보아 내일쯤이면 국경 요새 입구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코비란 산맥 끝자락에 대기하고 있던 암흑제국의 병력들.
순찰 나간 스카이나이트들로부터 속속 급보가 날아왔다.
"전 병사들에게 최고 경계경보를 발령한다. 오늘부터 급습에 대비하라 전하라."
"알겠습니다, 총행정관님."
영주가 없을 때 전권을 대리 행사하는 데르발.
주저함없이 명령을 내렸다.
'주군, 언제 오시는 것입니까. 암흑제국의 병력들이 드디어 움직이고 있습니다.'
명령을 내렸지만 데르발은 불안했다.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네루만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주군.
그의 빈자리가 오늘따라 더 커 보였다.
'주군께서는 반드시 오실 것이다. 그때까지 네루만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주먹을 움켜쥐며 결의를 다지는 데르발.
이번 위기도 주군이 모두 헤쳐 나갈 것이라 의심치 않았다.
주군 카이어는 데르발에게 신보다 더 위대한 주군이었기에.
"각 행정관들은 손님들을 접대하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라."
"명!"
네루만을 찾아온 원군이자 손님.
주군의 얼굴에 먹칠할 수 없기에 데르발은 손님들에 대한 배려를 결코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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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르르.
쿠키키키.
"허억....."
네루만에서 파견한 코비란 산맥 감시를 위한 특수 부대.
모두 다 블레이드를 사용할 줄 알고 체력 또한 대단한 기사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사용하는 비밀 관측소.
몬스터들이 접근할 수 없는 높은 바위틈에 둥지를 튼 그들은 지금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보고 있었다.
"도, 도대체 저 숫자들은 뭐란 말이야!"
"엄청나다....."
코비란 산맥에 벌써 몇 달째 있건만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대규모 몬스터들.
계곡을 따라 질서 정연하게 수만 마리의 몬스터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인간들에 비하면 조잡하기 그지없는 창과 활로 무장한 오크부터, 코비란 산맥에서는 생존력이 떨어지는 노움뿐만 아니라, 늑대형 몬스터인 구루카, 오우거, 트롤, 그리고 몬스터들을 이끌고 있는 마수들까지 수십 종의 몬스터와 마수들이 속속 계곡을 지나쳐 갔다.
"저, 저기 좀 봐."
가까이 오기 전에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은신처는 사일런스 마법이 펼쳐져 있었다.
그렇기에 대화를 나누며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던 특수 정찰조원들.
"흐, 흑마법사들이다."
플라이 마법으로 몬스터들 머리 위로 날아가는 흑마법사들을 발견하였다.
"암흑제국 놈들이 분명해."
"죽일 놈들....."
네루만 본성에서 알려온 정보와 일치하는 모습.
통신 수정구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여기는 열다섯 번째 둥지. 지금 수만의 몬스터들과 마수, 그리고 흑마법사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했다. 앞으로 하루 정도면 영지에 나타날 것 같다. 어미 둥지는 대비하기 바란다."
조용히 통신구에 전해지는 정보들.
특수 정찰조원들은 아직도 끝을 보이지 않는 채 이동하는 몬스터들을 노려보았다.
자신들의 피와 땀, 그리고 영주님의 은혜로 일구어낸 풍요로운 네루만을 노리는 적들.
마음 같아서는 달려나가 놈들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주먹만을 움켜쥐며 울분을 달래야 했다.
그들에게 내려진 명령을 오직 정찰이었기에.
★★★★★★★★★★★★★★★★★★★★★
"같이 갈 거야?"
"물론이지. 대수호전사가 가는데 당연히 따라가야지."
"저희를 데려가 주십시오! 대수호전사님!"
"데려가 주십시오!"
테미르 족의 신전 앞에 모여 있는 약 700명의 용사들.
나를 향해 데려가 달라 청하고 있었다.
'거절하지 않겠어. 이제 그대들도 떳떳하게 대륙의 일원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나를 위해 피를 흘리겠다는 용사들.
한때는 네루만과 대륙인들의 적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오해로 인한 기나긴 반목의 세월.
이제는 떳떳하게 세상에 나갈 때가 되었다.
이들의 머나먼 아버지인 타르카니아가 아니었다면 세상은 알타카스 차지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아... 좋다.'
가슴을 열고 힘차게 대기의 마나를 빨아들였다.
아직 네루만은 여름의 끝자락을 달리고 있을 것이건만, 산맥은 어느새 가을로 덧입혀지고 있었다.
벌써 찾아온 가을.
풍요로운 네루만 들판을 생각하자 가슴 한쪽이 뿌듯해졌다.
'후후. 알타카스, 나 없는 동안 잘 놀고 있었겠지. 이제 행복 끝, 불행 시작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마.'
8서클에 올랐다.
절팡의 지팡이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마나홀이 확장되었다.
그리고 오늘 밝은 하늘이 나의 8서클 마법사에 오름을 반겨주었다.
'쳇, 아쉽단 말이야.'
이왕 마음먹은 김에 9서클까지 노려보았지만 실패했다.
8서클과는 또 다른 깨달음이 찾아와야 함이 분명했다.
마음의 장벽을 제거한 것으로는 안 되는 9서클의 경지.
그래도 좋았다.
아직 넘어야 할 산봉우리가 있다는 것은 내일을 위한 희망의 씨앗이었다.
"그럼 떠나볼까?"
"난 준비 다 됐어."
말괄량이 로코로이아.
하얀 이를 반짝이며 나를 뜨겁게 바라보았다.
"나를 따르라. 테미르의 용사들이여!"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손을 번쩍 들고 따르라 외치자 환호하는 용사들.
"베베토!!!!"
하늘을 날고 있는 베베토를 불렀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 목소리에 힘차게 답하는 내 인생의 동반자 베베토.
녀석의 힘찬 울음이 산과 산 사이를 메아리쳐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