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대마법사-133화 (133/221)

제133장 네놈들은 이제 죽었다

"다리가 모두 부서졌다고?"

"그렇습니다. 네루만을 연결해 주던 다리들이 밤사이 모두 부서졌다고 합니다."

"마지막 발악이라 이건가. 후후후."

적의 주력 요새인 가데인 성에서 맞이하는 상쾌한 아침

야노비스 공작은 밤사이 일어난 일들을 보고받았다.

"황자 전하는 무얼 하시느냐?'

"기상하시어 아침을 드시고 비행을 준비 중이십니다."

"일찍도 일어나셨군."

태어나 단 한 번도 죽음의 위기는커녕 고통 한 번 당해본 적이 없는 알스케인 황자.

그런 자신에게 잊을 수 없는 치욕과 공포를 안겨준 카이어를 찢어 죽이기 위하여 벌써 준비 중이었다.

"전군 지휘관들을 소집하라."

"명!"

가데인 성에서 말을 타고 몇 시간 거리에 위치한 네루만의 심장 덴포스.

이제 아침 회의를 마치면 오늘 안으로 덴포스를 볼 수 있을 것이었다.

물론 와이번을 이용하여 공격한다면 밥 한 끼 먹을 거리지만 서두를 것이 없었다.

반항도 못하게 숨통을 막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놈들을 말려 죽일 작정이었다.

★★★★★★★★★★★★★★★★★★★★★

"영지민들은 모두 대피시켰는가?"

"덴포스 주변의 백성들 10만 명은 성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리고 전쟁터 영역 밖의 백성들은 마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미안하군."

주군과 영주를 잘못 만나 매일 전쟁터로 변하는 네루만.

최선을 다했지만 미안했다.

"아닙니다. 백성들 중에 단 한 명도 주군을 욕하는 이는 없다 들었습니다."

데르발이 충정이 가득한 음성으로 나를 달랬다.

"이제 기다리던 최후의 순간이 왔다. 경들도 알다시피 우리에게 물러날 자리는 애초부터 없었다."

집무실에 모인 기사들.

오라크 성과 시아리스 요새에 주둔하고 있는 비행단을 모두 이동시켰다.

그리고 지금 창공단은 모여든 와이번들로 인하여 움직일 공간 하나 없었다.

"걱정 말라. 곧 내일이면 우리는 승자의 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나, 카이어 드 네루만의 이름으로 약속할 것이다!"

"추우우웅!"

"잔을 들어라! 그리고 비워라! 이 잔에 승리의 여신 오르미온님의 키스가 담겨 있을 것이니!"

높이 든 포도주 잔.

벌컥벌컥.

기사들과 잔을 나눴다.

승리를 줄 것은 확실하지만 악신 케르마의 저주스런 죽음의 낫은 어디로 튈지 몰랐다.

'그대들을 믿는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치러야 할 전투.

잔을 비우는 내 기사들을 눈동자에 가득 담았다.

부디 나와 같이 다음 잔을 나눌 수 있도록 신들이 허락하기를 간절히 이원하였다.

★★★★★★★★★★★★★★★★★★★★★

"정렬!"

"방진을 형성하라!"

"기마병들은 좌우에 포진하라!"

히이이이이잉!

처저저저저적!

20만 대군이 몰고 오는 물결.

이제 막 봄의 새싹을 틔우고 있는 덴포스가 보이는 넓은 평원.

3킬로 정도를 남겨놓고 라비테르 제국 20만 정병이 병과에 맞게 진형을 형성하고 있었다.

"드디어 도착했군."

전투 한 번 없지 도착한 네루만의 중심 도시 덴포스.

멀리서 보아도 낡은 성벽은 제국군이 한 번 달려들면 순식간에 무너질 것 같이 보였다.

"전하, 뒤로 물러나 계십시오. 놈들의 신형 석궁의 사거리가 2킬로 정도라 하옵니다."

"믿기지 못할 일이야. 마법으로 개량항 장궁의 사거리도 1킬로가 한계이거늘."

와이번에서 내려 진형을 짜고 있는 제국군 사이에서 덴포스를 바라보는 알스케인 황자.

그 뒤에 총사령관을 비롯하여 백여 명의 귀족 기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공격 방법은 무엇인가?"

덴포스를 노려보며 조용히 묻는 알스케인 황자.

"모두가 예상 가능한 방법으로 공격할 예정입니다. 놈들의 신형 석궁을 교란하기 위하여 스카이나이트들이 일제히 적 상공 위에서 블레스트 스피어를 발사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놈들의 석궁은 자연스럽게 와이번을 향하게 될 것이며, 그 사이에 속보로 전진한 보병들과 궁병들이 본격적으로 공성전을 치를 계획입니다."

"한 번에 승부를 볼 참이군."

"그렇습니다, 전하."

제국 석학들도 칭찬이 자자한 알스케인 황자의 뛰어난 식견에 야노비스 공작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놈들의 와이번 숫자도 100여 마리에 이른다는데, 쉽지는 않겠어."

"걱정하지 마십시오. 100마리의 와이번쯤은 단 한 번의 집중 공격으로 격추시킬 수 있습니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아!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제국군들이 진형을 갖춰가는 동안에 상공에 가득 떠 있는 300마리의 와이번.

물샐틈없이 다이아몬드 방어 형태로 수십 개의 편대비행을 이루고 있었다.

★★★★★★★★★★★★★★★★★★★★★

'개미 떼도 저보다는 많지 않겠어.'

성루에 올라 제국 놈들을 구경하였다.

말로만 듣던 20만 정병.

덴포스 주변 대지를 인간만으로 채웠다.

그것도 방패와 창, 검 따위로 무정한 대병력.

각 제국들의 인구 숫자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바즈란 제국만 해도 수천만이라 하였다.

그러나 바즈란 제국보다 훨씬 넓은 땅과 국력을 소유하고 있는 라비테르.

공국까지 합치면 상상 불허의 숫자를 백성으로 두고 있을 것이었다.

그런 제국 백성들 중에서도 전투병으로 키워진 군단의 정병들.

"에휴....."

시멘트로 보수는 했지만 낡은 성벽 위에서 두려움에 물든 눈으로 제국군을 바라보는 2만 5천 병사들이 애처로워 보였다.

예비병까지 싹싹 긁어모았다.

언제 몬스터들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시아리스 요새와 오라크 성의 기본 주둔군, 전방 마을에 배치 중인 병사들을 제외하고 가용 가능한 모든 병력.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테미르 족 전사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국군들의 위용에 기가 질려 있었다.

'총 180기의 대형 석궁... 일단 너희들부터 믿는다.'

적들의 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놈들이 모르는 한 방을 장착한 석궁.

'개량 화살의 숫자는 많지 않다. 한 방을 노려야 한다.'

하비스 귀족들과의 전투에서 정보를 취득했을 놈들.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석궁 화살의 성능이 새로 개선되었다는 것을.

둥! 둥! 둥! 둥!

길게 끌고 싶지는 않았다.

방패를 든 창병을 중심에 세우고, 그 뒤로 궁수와 경보병, 좌우에 기사단을 배치한 전형적인 공격 대형.

북소리와 함께 놈들의 대군이 물결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20만 대병이 움직이건만 각 병과 간의 진형이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

적이 아니라 내 부하 병사들이었다면 칭찬을 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오는군!'

그리고 보였다.

적 병사들이 움직임과 동시에 새카맣게 하늘을 뒤덮고 있는 적 와이번들.

무려 그 숫자만 해도 500.

왕국과 전쟁을 치러도 될 전력들이 나 하나 잡겠다고 몰려왔다.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말이다.

★★★★★★★★★★★★★★★★★★★★★

'카이어! 카이어! 내가 왔다, 이노옴!'

투구 사이로 이를 갈며 와이번을 조종하고 있는 알스케인 황자.

야노비스 공작과 함께 후방 편대에 속하여 날고 있었다.

둥! 둥! 둥! 둥!

진군의 북소리가 힘차게 울렸다.

그와 함께 움직이는 자랑스러운 병사들.

성난 파도 앞에 만들어진 모래성 같은 낡은 덴포스 성벽.

알스케인은 결코 의심치 않았다.

네루만의 영주 카이어가 도망가지 않는다면 이번에 반드시 잡힐 것이라고 말이다.

★★★★★★★★★★★★★★★★★★★★★

"아쉬라다하임....."

샤라라라라라랑.

외인 창공단을 속속 이륙하는 와이번과 스카이나이트들을 향해 축복의 기도를 올는 아르미스.

전투가 코앞이었건만 경건함을 잃지 않았다.

"이만 들어가시지요, 성녀님."

마지막 와이번이 이륙한 직후, 아르미스만큼이나 담담한 성기사들이 그녀 주위를 에워쌌다.

네루만의 안위도 중요했지만 첫째도, 둘째도 성기사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르미스의 신변뿐이었다.

'네르안님이시여... 부디 저들에게 자비와 보살핌을 허락하소서.'

오늘 무수히 죽어갈 영혼들을 위하여 신께 기도를 울리는 아르미스.

천천히 신전이 있는 임시 격납고로 향하였다.

전쟁이 끝나는 그 순간, 엄청난 성수가 필요할 것이기에 쉴 수가 없었다.

★★★★★★★★★★★★★★★★★★★★★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

'자식, 죽어도 개폼은.'

덴포스를 방어하기 위하여 도시 상공에 방어 대형을 유지하였다.

그리고 그 선두에 선 베베토.

이 와중에도 뭇 암컷 와이번들에게 자신의 위용을 괴사히며 울음을 토하는 베베토였다.

"각 편대장들은 들으라."

"명!"

편대장 급 스카이나이트들의 투구에 장착된 통신 마법으로 명령을 하달해 갔다.

"모두 내가 지시한 대로 움직여야 한다. 절대, 내가 명령하기 전까지는 적과의 적극적인 교전과 추격을 허락하지 않는다."

"명!"

"유효사거리에 근접하면 지시를 내릴 것이다. 그때, 공격하는 것이다."

"명!"

비행 전에 철저하게 숙지시켰다.

우리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될 것이었다.

"경들만 믿는다."

"충!"

다섯 배나 많은 적들 앞에서 전혀 기죽지 않는 스카이나이트들.

반수 정도가 새로이 합류한 초짜 스카이나이트들이었건만 사기는 하늘을 찌를 것 같이 높았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상당히 떨어진 거리였건만, 적임을 알아보고 울음을 토하는 와이번들.

수만 마리 까마귀 떼가 울부짖는 것처럼 일순간 하늘은 와이번들의 성난 울음소리에 진저리를 쳤다.

"동쪽 방향, 적 와이번이 사격한다. 그들을 향해 3비행단, 스피어 발사!"

"명!"

쇄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사거리가 안 되었건만 덴포스 성벽 방어 병력을 향해 스피어를 날리는 적 와이번들.

아슬아슬하게 신형 스피어 사거리에 이르렀고, 지체없이 발사 명령을 내렸다.

쉬쉬쉬쉬쉬쉬쉬쉬쉬쉬쉭.

라이케르가 이끄는 3비행단 소속 25명의 스카이나이트 손에서 블레스트 스피어가 마나를 머금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네루만의 운명을 쥐고 펼치는 한판 승부.

스카이나이트들의 일격으로부터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퍼어어억!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악!

"프, 플라이!"

습관이라는 것은 참 무서웠다.

평소 2킬로 이내의 유효사거리에 익숙해 있던 100여 명의 제국 스카이나이트들.

명령받은 대로 덴포스를 향해 스피어를 날리는 순간, 도시 상공에서 정지 비행을 펼치고 있는 네루만 스카이나이트들의 스피어에 공격을 받았다.

그리고 아차하는 순간, 다섯 마리의 와이번이 스피어에 격추당하여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무서운 무기로다!'

후방 상공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야노비스 공작은 네루만의 신병기에 등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나름대로 대비하였건만, 방심이 부른 피해.

퍼버버버버버벙.

"크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하지만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덴포스의 성벽이 부서지며 나는 요란한 폭음과 비명 소리.

둥둥! 둥둥! 둥둥!

속보를 알리는 북소리가 하늘에 울펴 퍼졌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어느새 1킬로 정도의 거리까지 접근한 제국 병사들.

적의 사기를 제압하는 함성을 지르며 속보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사삭!

총사령관인 야노비스 공작이 들고 있던 노란 기를 흔들었다.

그러자 뒤편에 있는 스카이나이트가 마나를 담아 힘껏 피리를 불었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제국군이 사용하는 수신호.

증폭 마법이 걸려 있는 피리는 마나를 머금고 순식간에 창공에 진하게 울려 퍼졌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악!

그순간 대기하고 있던 우측의 100여 마리의 와이번 편대가 앞으로 툭 튀어나갔다.

사라락.

이번에는 녹색 기를 흔드는 야노비스.

삐이익! 삐이익!

짧게 두 번 이어지는 마나 피리 소리.

카아아아아아악!

좌측 편대에 있는 100마리의 와이번도 도시 상공에 있는 적 와이번들을 향해 힘차게 날아갔다.

사라라락.

그리고 나머지 파란색 깃발 하나를 흔드는 야노비스.

삑! 삑! 삑! 삑!

요란한 와이번들 울음 사이를 헤집고 나가는 마법 피리.

쿠아아아아아악!

카아아아아아악!

후방에 남아 있는 100여 마리의 와이번을 제외한 200마리 와이번들이 덴포스를 향해 날아갔다.

파아앗!

날아가는 와이번 위에 탄 스카이나이트들의 손에 들려 있는 제국 개량형 블레스트 스피어.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스카이나이트들이 일제 공격을 퍼붓자 속보에 가속력을 더하는 제국 병사들.

빠른 부대는 이미 덴포스 성벽 500미터 앞까지 이르러 있었다.

실로 가공한 체력을 보이는 제국 병사들.

갑주와 방패, 그리고 창까지 들고 이런 속도로 걸을 수 있는 병사들은 대륙에 그리 많지 않았다.

평소 엄청난 훈련을 거쳐야만이 탄생할 수 있는 정예 병사들이었다.

팡! 팡! 팡!

그때,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덴포스 성벽과 망루에 설치되어 있떤 대형 석궁에서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대형 화살.

피이이이이이이이잉!

강력한 힘을 담고 있는 듯, 공기를 찢어발기듯 날아갔다.

퍼버버버버버버버벅.

알려진 사거리보다 훨씬 길고, 빠른 화살의 움직임에 스피어를 들고 공격하려던 제국 스카이나이트와 와이번들에게 격중되는 화살.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악.

쿠아아아아아아아악!

와이번들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

파앗!

하지만 라비테르 제국의 기사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스카이나이트들의 모습.

수십 마리의 와이번이 화살에 맞아 비틀거렸건만, 정신을 놓지 않는 스카이나이트의 손에서 스피어가 발사되었다.

스팟, 스팟!

유도 조종도 필요없이 연달아 날리는 블레스트 스피어.

퍼버버버버버벅.

퍼버버버벙.

콰드드드득.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낡은 덴포스의 성벽과 성루 곳곳이 스피어에 담긴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서지며 터져 나갔다.

성벽 위에서 아무 죄도 없이 서 있던 가엾은 육식들을 파괴하며.

★★★★★★★★★★★★★★★★★★★★★

'대단하다!'

확실히 달랐다.

하비스 왕국 스카이나이트들과 천지 차이의 실력을 보이는 제국 스카이나이트들.

특이한 마법 피리 소리에 일사불란하게 행동하였다.

좌우에 대기하고 있는 200마리 정도의 적 와이번들.

정지 비행에서 날개를 퍼덕이더니 매섭게 날아왔다.

'조금만 버텨라!'

지금은 도와줄 수 없는 상황.

대형 석궁에서 개량형 화살들이 사정거리에 든 와이번을 향해 일제히 날아갔다.

하지만 무식한 폭격이 아니라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스피어를 날리는 제국 스카이나이트들.

날아가는 화살에 비하여 격추되는 와이번의 숫자는 얼마 되지 않았다.

"모든 비행단은 우측에서 접근하는 와이번을 향해 스피어를 발사하라!"

"명!"

놈들의 블레스트 스피어가 심상치 않았다.

사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듯 덴포스 성벽을 가격하는 스피어의 궤적은 힘이 넘쳤다.

피비비비비비비빙.

명령에 일제히 우측 방향에서 날아오는 백여 마리의 와이번을 향해 스피어를 날리는 나의 기사들.

"가자!"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

고삐를 당기자 고성능 스포츠카처럼 맹렬히 튀어나가는 베베토.

카아아아아아아!

크우우우우우!

뒤편에 있던 수인족들이 타고 있는 골드 와이번도 울음을 토하며 뒤를 따랐다.

'저놈들은 내가 막아야 한다!'

수적으로 확연한 차이.

스피어 성능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지만, 던진다고 해서 모두 맞는 것도 아니었고, 거기에 적은 비행의 베테랑들.

잠시 후 근접 거리에서 교전이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

쉬이이이이이이이익.

날개를 힘차게 퍼득이는 베베토 덕분에 순식간에 가속도가 붙었다.

팟!

양손에 들고 있는 스피어에 마나를 가득 담아 왼편에서 날아오는 와이번 떼를 향해 던졌다.

피비비비빙.

다섯 명의 수인족이 날린 스피어도 내 옆을 스치고 빛살처럼 날아갔다.

"진 소환!"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놈들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치기 위해서는 난전은 필수.

위잉!

차원의 문이 열리며 나타나는 바람의 거인 진.

"저것들을 쓸어버려!"

휘리리리리링.

내 명령에 나를 향해 스피어를 겨냥하고 날아오는 적들을 향해 날아가는 진.

'헉!'

내 명령대로 모두 쓸어버릴 참이었던지 마나를 잔뜩 끌어가 버리는 진.

번쩍번쩍.

어느새 사정거리에 이르렀는지 가차없이 스피어를 날리는 적 기사들.

'으으! 나 오늘 꼬치구이 되는 거야?'

놈들도 개량형 스피어가 있음이 확실했다.

대충 봐도 2.5킬로 정도 되는 거리에서 날아오는 스피어는 스피드가 알려진 제국 스피어보다 월등히 향상되어 있었다.

'개썅! 이런 기원전 18세기에 태어난 놈들 같으니라고! 네놈들이 그러고도 기사냐!'

의도한 바였지만 막상 나 하나를 향해 날아오는 스피어 다발에 화가 번뜩 났다.

파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그리고 그때 보였다.

어느새 적들 가까이 날아간 바람의 상급 정령 진.

무지막지하게 풍계 마법을 난사하며 적 와이번들 사이로 파고들고 있었다.

카아아아아아아악!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예상치 못한 상급 정령의 무식한 바람의 주먹질.

얻어맞은 와이번들은 날개가 꺾인 채 지상으로 석절없이 추락했다.

나 하나만을 집중하느라 투명한 바람의 상급 정령의 등장을 파악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 대가는 날개 부러진 닭 신세.

순식간에 편대 비행을 이루고 있던 10마리의 와이번이 진의 난동에 지상을 향해 몸을 던졌다.

'헉!'

그러나 나도 웃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하나를 명령하면 그 하나만 실행하는 2메가 수준의 정령들.

나를 향해 날아오는 스피어는 팽겨쳐 두고 명령대로 와이번들만 쓸어버리고 있었다.

★★★★★★★★★★★★★★★★★★★★★

"저, 저런!"

상급 정령사라고 루켄스라는 자가 경고했지만 설마 싶었다.

고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검사도 거의 역사에 없건만, 마검사가 정령도 소환할 수 있다는 말은 상상할 수도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역사의 현장에서 똑똑하게 구경하게 된 야노비스 공작.

"허어....."

놀람에 이어 허탈한 신음이 입을 열고 흘러나왔다.

검술 실력도 마스터 급이라 알려졌고, 마법도 6서클에 이르렀건만 정령도 상급을 소환할 수 있는 카이어.

거기에 다른 와이번들보다 빠른 스피드를 보유한 이종교배 와이번까지.

만약 일대일로 놈을 상대한다면 그 누구도 패배의 쓴맛을 보고 말 것이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놀라고 감탄만 할 때가 아니었다.

놈이 더 성장하면 라비테르 제국이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지금은 놈을 처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스윽, 손을 들었다.

솨악!

그리고 카이어를 지목하며 힘차게 팔을 내렸다.

쿠아아아아아아!

키아아아아아!

대기하고 있던 100마리의 제국 와이번.

사실 이들이 가장 뛰어난 실력을 소유한 정예 중의 정예였다.

'네놈은 내가 죽인다.'

강한 적을 만나자 끓어오르는 강렬한 투기.

한 손으로 와이번의 고삐를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스피어를 꺼내 드는 야노비스.

차자자작.

정지 비행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지목된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100여 명의 스카이나이트.

그들의 손에 들린 제국 신형 블레스트 스피어에 마나가 담겨가기 시작했다.

★★★★★★★★★★★★★★★★★★★★★

'지... 지독한 놈.'

카이어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가죽을 벗기고 온몸을 찢어 죽이리라 마음먹었던 알스케인 황자.

그러나 막상 놈을 대면하고, 놈이 정령을 부리며 100여 명의 스카이나이트들을 희롱하는 장면에 오금이 저려왔다.

그리고 생각났던 놈의 말도 통하지 않던 무식함.

제국의 황자와 근위기사들을 빛도 하나 스며들지 않는 동굴에 처넣어 굶겨 죽이려 했던 놈의 사악함.

'죽여 버릴 것이야!'

과거를 생각하자 불길처럼 일어나는 분노.

쿠아아아아아아!

와이번의 고삐를 거칠게 움켜잡고 스카이나이트들과 함께 카이어를 향해 돌진하는 알스케인.

분노에 찬 그의 눈동자에는 오직 한 놈만이 보였다.

마법을 펼치며 수십개의 블레스트 스피어를 날려 버리는 마족 같은 그놈만.....

★★★★★★★★★★★★★★★★★★★★★

쩌저저저저저저정.

카가가가가강!

'우허허헉!'

실드가 박살 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수인족들이 힘을 합쳐 내 앞에 풍계 마법으로 스피어들을 어느 정도 솎아주지 못하면 나라도 못 막았을 엄청난 블레스트 스피어.

평소에는 베베토의 몸에 착용하지 않던 와이번 방어구를 이용하여 실드 마법을 펼쳐야 했다.

'특수 실드 마법진이 아니었다면... 으으, 생각만 해도 아찔하군.'

압도적인 무력 차를 극복하기 위하여 이 한 몸 희생하기로 진작 마음먹었다.

그렇기에 베베토에게 착용시킨 와이번 특수 방어구.

지난 겨울 이것저것 만든 것 중 하나였다.

실드 마법이지만 거의 배리어 수준의 방어력을 소유한 방어구.

3급 마정석 두 개가 방어구에 장착되어 있었다.

'으헉! 저 새끼들, 정말 한번 해보자는 거야!'

한바탕 쏟아지고 사라진 블레스트 스피어.

홀로 날뛰는 바람의 상급 정령 진의 급습 덕분에 왼편에서 공격해 오던 100마리 와이번은 30마링 이상이 지상에 추락하였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갑자기 후방에 대기하고 있던 와이번 100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뒈졌다!'

자신이 없었다.

'신이시여, 저 충성하러 갈 터이니 잘 좀 부탁드립니다.'

죽음조차 농담처럼 느껴졌다.

지금도 한참 덴포스 상공에서 교전 중인 영지의 스카이나이트들과 적 와이번 편대.

덴포스에 설치된 대형 석궁 중 이미 수십 기가 박살이 났음이 얼핏 보였다.

"와아아아아아!"

"사다리 앞으로!"

"성벽을 부숴라!"

거기에다가 어느새 성벽에 다다른 20만의 적 보병 부대들.

새카맣게 덴포스 성벽을 포위한 채 성벽을 오르려 하였다.

'후후, 갈 때 가더라도 혼자는 못 가지.'

이 순간을 위하여 지난겨울 뽀뽀 한 번 못해보고 미스릴 땜질을 했었다.

"데르발."

"주군! 괜찮으십니까!"

통신구에서 들려오는 데르발의 걱정 담긴 음성.

"아직 살아 있다."

"주, 주군....."

"보여줘! 저 돼지 같은 놈들에게 우리들의 분노를! 확실하게 보여줘!"

"부...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하하, 걱정 마. 난 죽어도 죽지 않는 몸이니까."

짧고도 긴 대화.

사르륵.

대화를 마치고 엘프들의 가면 같은 미스릴 투구를 걷어 내렸다.

쉬이이이이이이익.

자기 몫을 다한 진도 정령계로 역소환시켰다.

얼굴에 부딪치는 아직은 날카로운 바람.

"하아."

길게 숨을 들이켜며 적 스카이나이트들의 손에 들린 스피어의 마나 불빛을 보았다.

스륵.

손에 쥐어진 스피어.

'네놈들은 이제 끝났어.'

놈들은 모르고 있었다.

지금 자신들의 뒤에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검은 물체들의 정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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