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케주얼 섹스
2002년 2월 졸업반
“에이드리안! 문 좀 열어줘!” 손이 아팠다. 사실 두 손이 다 아팠다. 손바닥, 주먹 상관없이. 나는 고르지 않은 나무문을 손에 피멍이 들 때까지 두들겼다.
초인종을 누르지 왜 엄한 문을 두들기냐고? 어쩌면. 그러나 초인종은 눌러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그래서 맨손을 사용하는 게 좀 더 마음에 와닿을 거란 생각이었다.
그러나 에이드리안은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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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학교에 나온 이상은 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수업 전 린하고 헤더는 반갑게 인사를 해왔지만, 에이드리안은 책을 질끈 싸안고 찬바람을 일으키며 나를 지나쳤다.
헤더는 친구 쪽을 바라보다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뭔 일 생겼어?”
린은 얼굴을 찌푸렸다. “또 헤어진 거야?”
적어도 친구들한테도 아무런 말도 안 한 것 같았다, 나는 한숨을 쉬고 에이드리안을 쫓아가며 어깨너머로 외쳤다. “좀 복잡해.”
결국, 에이드리안을 따라잡았지만, 에이드리안은 나를 쳐다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나는 간곡히 빌었지만, 에이드리안은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앞을 가로막으면 돌아서 갔고 1교시가 끝나고 교실까지 쫓아 들어가 옆자리에 앉았을 때는 눈길도 돌리지 않고 앞만 쳐다봤다.
열다섯 명쯤 되는 학생들이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걸 느끼고 귓불이 벌겋게 타올랐다. 그래서 말로 빌기에는 너무나 쪽팔릴 것 같아 에이드리안의 손에 내 손을 얹고 뭔가 말해주기를 기다렸다.
에이드리안은 꿈쩍도 안 했다. 나는 어쩔수 없이 에이드리안을 남겨두고 다음 수업으로 부리나케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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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에이드리안은 2교시와 3교시 사이에 자기 친구들한테 나를 멀리하란 명령을 내렸다. 린은 에이드리안한테 접근하는 나를 가로막았다. “너랑 얘기하고 싶지 않대.”
나는 아담한 브루넷의 어깨너머로 나의 추락한 천사를 바라보았다. 금발머리는 푸석푸석했고 눈에서는 빛이 사라졌다. 얼굴도 찌푸린 표정이 굳어진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지 말해줬어?”
린은 한숨을 쉬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아니. 말도 거의 안 해. 단지 네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자기를 아프게 했대.”
나는 괴롭게 신음하며 얼굴을 감쌌다.
“벤, 무슨 일인데? “ 린은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허공을 바라보다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말해줄 수 없어.”
“왜?”
“난... 그냥 못 해.”
린은 한숨을 쉬고 친구를 바라봤다. “사정을 모르는 데 무슨 수로 도와줄 수 있겠어?”
“나도 알아.”
“그래도... 노력은 해볼게.”
나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실낱같은 희망이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었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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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리안은 우리 테이블로 점심을 먹으러 오지 않았다. 추수감사절 이후로 늘 나한테 엉덩이를 붙이고 점심을 먹었으니만치 난 자리가 금세 표가 났다.
“천국에 문제라도 생긴 거야?” 캐시디가 물었다.
“말하고 싶지 않아.” 나는 퉁명스레 대꾸했다.
“지금도 에이드리안이랑 사귀지 않았다고 우길 거야?” 캐시디는 끈덕지게 물고 늘어졌다. 과거 시제로 말한 게 유난히 두드려졌다.
“말하고. 싶지. 않댔잖아. 주근깨.” 나는 다소 성마르게 쏘아붙였다. 캐시는 흠칫 뒤로 물러섰고 일레인은 나를 표독스럽게 노려보았다. 나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늘어뜨렸다. 눈물이 뺨으로 쏟아지려 했다.
“우릴 믿어도 되는 걸 알잖아. 벤.” 메간이 나섰다.
“우린 네 친구라구.” 애비 샌더스는 최근에 사귀게 된 케니한테 뭐라도 말 좀 하라는 듯이 옆구리를 찔렀다. 케니로 말하자면, 누가 뭐래도, 예전부터 내 단짝친구였다.
내 옆에 앉아 있던 앨리는 테이블 위에서 내 손을 잡았다. 모두 내 눈이 젖은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눈물이 하늘로 흩어지길 바라는 심정으로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당연히 친구들을 믿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만은 그럴 수 없었다. 이번엔 절대 말해줄 수 없었다. 친구들한테 동생을 박다 들켜서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라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점심을 들고 일어섰다.
“어딜 가려고?” 케니가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치어리더 테이블과 서른 발짝쯤 떨어진, 에이드리안이 보일 수 있는 장소에 대충 자리를 잡았다. 에이드리안은 우울해하는 모습이었지만 여자애들한테 철통같이 둘러싸여 있었다. 나는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앉아 주인의 사랑을 갈구하는 강아지 얼굴로 에이드리안을 바라보았다.
에이드리안은 단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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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리안은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나서야 폭발했다.
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에이드리안의 차가 세워져 있는 주차장으로 득달같이 달려갔다. 그리고 에이드리안이 도착하자 차 문을 가로막았다. 에이드리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수석으로 올라타고 운전석으로 넘어갔다.
나는 마음이 찢기는 고통을 느끼며 차 뒤에 버티고 섰다. 그리고 에이드리안이 주차 자리에서 차를 빼서 나를 밟고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절박한 눈물을 쏟았다.
다행히,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에이드리안은 비키라며 수차례 경적을 울리고 가속페달을 밟아 엔진 소리를 높여 위협을 했지만, 결국은 차창을 내리고 외쳤다. “타.”
처음에는 나를 속여 차를 빼려는 줄 알고 차 뒤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에이드리안은 잔뜩 짜증이 난 태도로 엔진을 끌고 조수석 문을 열었다.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려 내가 조수석까지 뛰어들기 전에 시동을 걸고 차를 뺄 수 없음을 깨닫고는 잽싸게 차 안으로 뛰어들었다. 에이드리안은 묵묵히 앉아 있기만 했다.
나는 에이드리안의 옆자리에 앉자마자 빌었다. “에이드리안, 내 설명 좀 들어.”
“설명하긴 뭘 설명해!” 에이드리안은 이미 눈물을 줄줄 흘리며 목멘 소리로 외쳤다. “네가 여동생한테 좆을 꽂아둔 모습을 똑똑히 봤다구!”
“그런 게 아냐!”
“그럼 뭔데? 허? 넌 나를 두고 아무 여자애나 박고 다녔다구!”
“그래서 화난 거야?”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바람을 피운 것에 한정된 문제라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지 맘대로 박아도 된댔잖아!”
“네 여동생을 박으란 건 아니었어!” 어찌나 크게 소리를 지르던지 차 밖에서 들릴까 봐 덜컥 겁이 났다. 나는 당황스런 마음으로 딴 학생이 주변에 있는지 차 밖을 둘러보았다.
“케이디를 박든 말든 내가 뭔 상관이야! 난 걔가 레즈인 줄 알고 있었지만 아무려면 어때! 헬렌도 박고 첼시 레니스도 박으라구! 그리고 도나 킨케이드도 박아버려, 벤!” 에이드리안은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어떻게 브룩한테 그럴 수 있어? 내가 모자랐던 거야? 너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니?”
나는 황망한 마음으로 에이드리안의 질문을 따라잡으려 애를 썼다. “아니, 네가 왜 모자라! 그리고 브룩과 난 아무런 잘못이 없다구!”
“다 잘못됐어! 너 걔를 강요했지? 분명히 그랬을 거야!”
“아니! 너 돌았어?”
“당연히 그랬겠지! 오빠란 것들은 다 똑같아! 다 변태 새끼들이야!”
“에이드리안, 그런 게 아니래두!”
“처음에는 단지 손뿐이었어. 손만 잡아주고 싶다더니 어느새 팔에 손을 대고 나중에는 어깨를 만졌어.” 에이드리안은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보며 무심히 읊조렸다. “난 생각했어. 그리 나쁜 짓이 아니라고. 내 엉덩이를 토닥여주는 것도 오빠의 정을 표시하는 거라고. 맞아, 그리 나쁜 짓은 아니었어.”
“에이드리안!” 나는 에이드리안을 깨우려 했다. 그러나 에이드리안은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는 내 맨살을 만지고 싶다며 내 등을 문질렀어. 그래 문지르기만 했어. 두려워하지 마! 두려워하지 마! 널 사랑하니깐. 널 네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사랑하니깐!”
“에이드리안...” 나는 에이드리안의 팔을 흔들었다. 에이드리안은 불길이 타오르는 눈으로 마치 로봇이 된 것처럼 움직였다. 덜컥 겁이 났다.
“아파! 아파 죽겠어! 멈추게 해야 해! 내 안에 들어왔어! 뭐지? 뭐가 들어 온 거지? 무슨 일이지? 왜 내 안에 들어온 거지? 아파 죽겠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아야! 아야! 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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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리안!” 나는 에이드리안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고함을 질렀다.
“나한테서 떨어져!!!” 너무나 큰 비명소리에 고막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에이드리안은 거칠게 몸을 흔들어대며 나를 자기한테서 떨쳐내려고 했다. 마치 발광을 한 듯 팔과 다리를 마구 휘저어 사방을 차며 경적을 울렸다. “강간이야!!! 강간이야!!!”
아, 제길. 나는 즉시 에이드리안을 놓아주고 차 밖을 둘러보았다. 몇몇 학생들이 경적을 울리며 요동을 치는 차를 보고는 무슨 일인가 싶어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에이드리안은 나를 때리며 문쪽으로 밀어붙였다. “너 나한테 절대 접근하지 마!!!” 에이드리안은 꼭 눈을 감은 채 손으로 귀를 막고 폐를 토하듯 고함을 쳤다.
“에이드리안!”
“아아아아아아!!!” 에이드리안은 한 손으로는 왼쪽 귀를 틀어막고 다른 손으로는 차 문을 때리며 경기를 일으킨 아기처럼 비명을 그치지 않았다.
“알았어! 알았다구!” 나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러나 에이드리안은 성이 차지 않았는지 내가 문을 닫고 뒤로 물러설 때까지 발작적인 비명을 멈추지 않았다.
곧 무스탕의 시동이 켜졌다. 나는 에이드리안이 서둘러 차를 빼는 동안 발을 밟히지 않으려 옆 차에 바짝 달라붙었다. 에이드리안 주차 자리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급히 방향을 틀고 쏜살같이 주차장을 달려나갔다.
나는 무스탕을 뒤쫓아가다가 몇 발짝도 가지 못하고 포기해야만 했다. 젠장! 젠장! 젠장! 이런 최악의 경우가 있나!
잘 알지 못하는 한 남자애가 다가와서 부리나케 달려나가는 빨간색 무스탕 꽁무니를 지켜보았다. “천국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은데, 친구.”
“꺼져.” 나는 으르렁거리며 남자애를 노려봤다. 수틀리면 당장에라도 달려들어 싸움을 걸 기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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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녁 내내 ‘얼씬도 하지 마’라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쌍둥이들도 내 기분을 눈치채고 평소 같지 않게 까불어대지 않았고 부모님도 나를 내버려두었다.
브룩은 열다섯 살 답지 않은 끈기로 진지하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했다. 그렇기는 해도 내 동생이 호락호락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야 했다.
나는 한밤중이 되어서도 잠을 잘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지경에 침대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예고도 없이 살그머니 문이 열렸다. 나는 방안으로 스며든 복도의 불빛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벤?” 브룩은 수건만 두른 모습을 드러내며 나직이 속삭였다. 금방 샤워를 했는지 머리가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게, 그새 성장을 했는지 굴곡진 몸매가 두드러져 보였다. 나는 고개를 저어 엉큼한 상념을 떨쳐냈다. 그런 생각은 늘 말썽이 일으키는 단초가 되었을 뿐이다. 더는 옳지 못한 생각에 매달릴 수 없었다.
브룩은 가까이 다가와 내 옆에 안았다. 나는 정면만 바라보았기에 왼쪽에 앉은 브룩은 시야를 벗어나게 되었다. 브룩은 내 얼굴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내가 꿈쩍도 하지 않자 두 손을 흔들어 보이며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벤? 제발?”
나는 브룩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동생을 사랑하는 것엔 변함이 없었고 브룩한테 나쁜 일이 벌어지는 건 바라지 않았지만, 죄책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얘를 유혹하려고 한 적이 있었던가? 무슨 말이냐면, 브룩이 나를 유혹하려고 기를 쓰고 덤벼든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오빠였다. 그 점이 내가 유죄인 이유였다. 나는 브룩을 물리칠 수 있었는데도 그러질 않았다. 어쩌면 브룩의 작고 연약한 마음을 교묘히 부추겨 나랑 섹스하고 싶은 생각을 품게 했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친동생을 타락시킨 나쁜 오빠라고 할 수 있었다.
브룩은 또다시 내 얼굴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나는 눈만 깜박이고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나는 브룩을 쳐다볼 수 없었다. 브룩은 내가 저지른 그릇된 행위를 표상했다. 나는 성범죄자였다. 브룩이 간절히 원했을지라도 나는 내 동생을 강간한 셈이었다. 나는 쇠똥보다 못한 인간말종이었다.
브룩은 어쩔 줄 몰라서 안절부절못했다. 나는 평정을 유지하려 느릿느릿 숨을 내쉬고 들이켰다. 나는 통곡하고픈 심정을 꾹 억눌렀다. 그 순간 브룩은 침대에서 일어서서 윗몸에 두른 수건을 풀어버렸다.
수건이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내 동생의 단단하고 잘 단련된, 거의 열여섯 살에 가까운 몸매가 시야의 구석으로 들어왔다. 브룩은 금빛으로 선탠된 피부는 금방 샤워를 해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등으로 늘어뜨린 촉촉한 머리카락은 윤기가 났다. 건실하게 성숙한 젖가슴은 이제 꽉 찬 B컵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말끔히 면도를 한 보지가 보였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내 자지가 씰룩대는 걸 느끼게 되었다.
나는 꿀꺽 침을 삼키고 실제로 울음을 터트렸다. 너무나 옳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내 여동생을 성적으로 학대한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브룩한테 애원했다. “브룩, 제발 옷 좀 입어.”
“싫어.”
“브룩. 제발...”
브룩은 다시 침대에 앉고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기울이고 내 입술에 키스를 해왔다.
나는 브룩을 붙들고 박아주고 싶은 충동과 아기처럼 몸을 웅크리고 세상과 담을 쌓고 싶은 감정을 동시에 느끼며 서럽게 통곡했다. 나는 브룩한테서 비켜서려고 했다. “안 돼, 브룩. 옳지 않아. 넌 내 동생이야. 너한테 이래선 안 되는 거라구.” 그리고 나는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브룩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힘껏 들러붙어 내 입술을 열고 혀를 심으려고 했다. 나는 브룩을 밀쳐낼 만큼 모질게 행동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말로 되풀이했다. “옳지 않아, 브룩. 내가 한 짓은 옳지 않아.”
브룩은 일단 나를 올라타자 내 눈물을 떨쳐낼 만큼 키스를 하고는 입술을 떼고 내 코에 자기 코를 비벼댔다. 내가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쳐다보자 브룩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난 오빨 사랑해. 내 오빠니깐. 난 우리가 한 짓을 사랑해.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바꾸지 않을 거야. 우리 잘못된 짓을 저지른 게 아냐. 오빠는 날 강요하지 않았어. 내가 자유롭게 선택한 거라구.”
브룩은 그 말과 함께 내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우람한 몽둥이를 감싸쥐었다. 언제 발기가 되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브룩의 알몸을 보고 조건반사적으로 단단해졌던 것 같다.
“난 오빨 사랑해, 벤. 오빠랑 사랑을 나눌래. 내 의지로 말이야.”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훌쩍이기만 했다. 어쨌든 브룩은 혼자 작정을 하고 내 자지를 자기 몸에 박아두고 엉덩이를 굴려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브룩의 보지를 내 좆물로 채우고는 행복하게 흥얼거리는 브룩의 신음을 자장가 삼아 수마에 굴복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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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3월 졸업반
에이드리안한테 현장을 들킨 일이 벌어지고 일주일이 지났다. 에이드리안은 그 기간에 작년 9월 이래 처음으로 수요일 저녁식사를 빼먹었다. 그리고 나를 없는 것처럼 대했다. 그러나 그 사건에 대해 나불대거나 관련 기관 같은 곳에 신고를 하지도 않았고 어떤 방식이나 형태로도 언급을 하거나 은연중에 내비치지도 않았다. 에이드리안은 마치 그 사건 전체를, 나까지 포함해서, 자기의 의식 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린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서도 브룩한테는 거의 모성애적인 면이 보일 만큼 자상하게 구는 것이었다. 에이드리안은 거칠 것 없이 내 여동생을 자기의 수하로 삼아서 학교생활이나 치어리더 활동, 남자애들에 관한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나 브룩이 내 얘기를 하려고 들 때나 그날 벌어진 일에 대해 설명하려고 들면 입을 다물게 하고 브룩을 마치 나를 대하는 것처럼 존재하지 않는 인간 취급을 하며 자리를 뜬다는 것이었다.
브룩의 나한테 에이드리안의 과거에 대해 물어보았다. 브룩은 에이드리안의 태도에서 실질적인 남자친구가 친여동생을 박는 근친상간을 목격했다고 해도 뭔가 심상치 않은 트라우마가 숨겨져 있음을 눈치챘다. 그러나 나는 말해줄 수 없었다. 에이드리안은 내가 자기의 비밀을 지켜주리라는 것을 믿고 있었다. 나는 어떤 이유에서건 그런 믿음을 배반할 수 없었다.
그래서 브룩은 에이드리안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결국 정신을 차리게 될 거라며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에이드리안은 나를 영원히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깐. 그치? 나는 단지 에이드리안이 심리적으로 잘못되지 않았기만을 바라는 심정이었다. 전에 린이 말한 대로 에이드리안이 나 때문에 망가지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 일주일은 나로서도 무척 괴로운 시간이었다. 10대에게는 한 가지 일에만 집착하기에는 평생처럼 느껴지는 길고 긴 시간이었다. 브룩이 아이디어를 낸 ‘요법’이 무척 도움이 되어주었다. 적어도 브룩이 먼저 나서서 반복적으로 섹스를 보챘던 것은 내가 성범죄자이거나 나쁜 놈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시켜주었다. 그러나 나는 에이드리안과의 일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는 머리에 쥐가 나는 걸 버틸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몰두할 일이 필요했다. 운동부라면 훈련의 강도를 높이면 될 테고 공부에 취미가 있으면 공부를 하면 그만일 터였다. 이도 저도 아니면 일주일 내내 비디오게임을 하든지 혹은 왕창 폭식을 하든지. 아무튼,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는 각자의 본질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나는 뭐냐고? 그래, 나 섹스중독자다.
그래서 나는 금요일 오후, 5교시가 끝나고 헬렌 맥그레고리와 고의로 엉덩이를 부딪치고 인사를 했다. “헤이, 헬렌.”
키 큰, 아름다운 백금발은 환하게 얼굴을 밝히고 눈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헤이이이, 벤. 잘 지냈어?”
“뭐, 좀 나아졌어.”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맞다. 에이드리안 일은 참 안됐어.” 헬렌은 실제로는 아무런 동정심도 보이지 않으면서 동정심을 표시하려는 것처럼 얼굴을 찌푸렸다. 나와 에이드리안이 깨진 일로 학교 전체가 한동안 떠들썩했었다. 헬렌은 재빨리 이를 보이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살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어?”
“그렇고말고.”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은 흐릴 때도 있는 거지 뭐. 하지만, 요즘 날씨처럼, 반드시 화창하게 갤 때가 있거든. 이번 주말같이 말이야. 28도쯤 될 거라고 하더라구.”
“진짜?” 헬렌은 킥킥대며 웃었다. “너 파도 타러 가기에 딱이겠다.”
“그래, 맞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서 파도 타러 가는 게 뭔 재미가 있겠어?” 나는 발걸음을 늦추고 번잡한 줄을 벗어났다. 헬렌은 나를 따라왔다. “아직도 배우고 싶다면, 기꺼이 가르쳐줄게.”
헬렌의 미소는 달 반대편도 밝힐 수 있었을 것이다. “진짜? 나 무척 배우고 싶어.”
“토요일 날 바빠? 난 시간이 나거든. 게다가...” 나는 일부러 뜸을 들이며 꽤 노골적으로 예쁜 여자애의 환상적인 몸매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네 수영복 차림을 보고 싶기도 하고.”
“잘됐다!” 헤더는 미풍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처럼 몸을 앞뒤로 비틀었다. “데이트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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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도에 쓸려 넘어지고는 헝겊 조각처럼 떠밀려 다녔다. 결국, 물결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간신히 파도를 탈 수 있었다. 마침 두 번째 파도가 밀려와서 급히 숨을 들이켜고 옆을 바라보니 헬렌이 유유히 파도를 타며 나한테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그 순간 나는 파도를 뒤집어쓰고 또다시 빙글빙글 맴돌게 되었다.
나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숨을 헐떡이며 다시 보도 위에 엎드릴 수 있었다. 나는 팔을 저어 파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자존심 때문에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그후 나는 5분 동안 몇 차례 파도타기에 성공하고 나서 보드를 끌고 해변으로 나와 모래 위에 깔아졌다.
헬렌은 백금발 머리카락이 찰싹 달라붙은 모습으로 서핑복 차림의 비너스처럼 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나한테 다가와 자기의 전용 보드를 내려놓았다.
“넌 새빨간 거짓말을 했어, 인정하지?” 나는 퉁명스레 쏘아붙였다. 헬렌은 서핑 레슨이 필요 없었다. 헬렌이 빛이 바랜 서핑복 차림을 하고 전용 보드를 들고 나타났을 때부터 조금은 의심이 갔지만, 그토록 잘 탈 줄은 짐작도 못 했다. 이 여자애는 프로로 나가도 될 만큼 파도를 잘 탔다.
초록색 눈을 한 미녀는 킥킥대며 내 옆에 무릎을 꿇고 모래에 팔을 짚었다. 그리고 고개를 기울여 내 입술에 키스를 심었다. 그 첫 키스로 분한 마음이 금세 증발해버렸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숨을 헐떡이게 되었다.
“실망했구나?” 헬렌이 다정히 물었다.
“전혀.”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다른 재주를 보여주는 한.”
헬렌은 완벽한 미소로 환하게 얼굴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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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 동안 파도를 타고, 먹고, 시시덕거렸으니만치, 얼굴을 처박고 헐떡이는 건 헬렌의 차례였다. 이번에는 자기의 침대 위에서 알몸이 된 채. “그만.” 헬렌이 통사정했다. “이제 그만...”
“에이, 진짜?” 고개를 들자 내 얼굴에서 헬렌의 보지 국물이 흘러내렸다.
“시팔, 전에는 그런 식으로 먹혀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구.” 헬렌을 숨찬 목소리로 말했다. “넌 그다지 훌륭한 서퍼는 아니지만, 도대체 그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실습.” 나는 자랑스레 대답했다. “수천 시간 동안 실습한 덕분이야. 그리고 다음에 우리가 또 함께할 기회가 생기면 실습시간이 더 불어나는 셈이고”
“오오.” 헬렌은 한숨을 내쉬며 내 혀와 손가락질을 온몸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듯이 진저리를 쳤다. “더는 못 참겠어, 벤.”
“괜찮아, 괜찮아.” 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더 좋은 걸 해줄 테니깐.” 나는 헬렌의 축복받은 몸을 기어올라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오른손을 뻗어 D컵 젖가슴을 감싸 안았다. 헬렌의 178쯤 되는 키 덕분에 허리를 내지르면서도 편하게 목에 키스를 해줄 수 있었다. 헬렌은 내 자지가 관통하는 걸 느끼고는 이미 잔뜩 예열해 두었던 몸을 떨어대며 금세 오르가즘에 올랐다.
“어엉!” 나는 백금발 미녀가 끙끙대는 동안 무자비하게 절구질을 가하며 최대한 깊이 삽입할 양으로 헬렌의 오른다리를 어깨에 멨다.
“오! 오! 오! 오! 오!” 절구질에 박자를 맞춘 신음은 클리토리스에 손을 댄 순간 리듬이 흐트러졌다. “오마이!-엉-오-시팔-으음-응”
나는 헬렌이 두 번을 싸고 나서야 좆물을 방류했다. 그리고는 자지를 뽑아 헬렌의 얼굴에 들이댔다. 헬렌은 고분고분 내 자지를 빨아주었고 나는 또다시 자지를 세우고 좀 더 실험적인 방식을 써서 예쁜 블론드를 절정에 이르게 해주었다.
키이라는, 아주 오래전에, 가장 중요한 규칙을 가르쳐준 적이 있었다. 여자애를 행복하게 해주면 더 융숭한 대접을 받게 될 거란 진리를.
나는 헬렌을 여섯 번이나 행복하게 해주었다. 보지를 먹은 건 쳐주지도 않고. 그리고 헬렌이 너무나 과한 쾌락으로 까무러쳤을 때는 헬렌의 얼굴과 머리카락은 내 좆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당연히, 보지 속은 말할 것도 없이.
헬렌은 나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헤이! 벤 왔다!” 저녁 시간에 맞춰 돌아온 나한테 에덴이 달려들었고 나는 12살짜리를 안아 들고 그네를 태워주었다.
“어이쿠, 너희 이러고 놀기에는 너무 자랐다구.” 힘이 부쳐 진땀이 흘렀다.
엠마는 곧장 내 등으로 달려들었고 쌍둥이들은 나를 바닥에 넘어뜨리고 깔깔대며 웃음을 터트렸다.
“기분은 좀 나아졌니?” 엄마가 부엌을 나오며 물었다. 나는 훨씬 행복했다. 화끈하고 신선한 베이브랑 거하게 섹스를 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에이드리안하고는 화해했니?”
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잡쳐버렸다. 나는 딱 잘라 대답했다. “아뇨.”
“오, 그렇구나. 미안.” 엄마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저녁은 15분이면 될 거야. 알았지?”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벤!” 에덴이 내 손을 잡아당겼다. “나한테 말을 거는 남자애가 있는데, 조언 좀 해줘.”
“걘 나한테 말하려고 한 거야!” 엠마가 딴죽을 걸었다.
“아냐, 나한테라구!”
“그건 걔가 우리를 분간하지 못해서 그런 거야!”
엠마와 에덴은 내 팔을 하나씩 나눠 잡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럭저럭 별 탈이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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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브룩은 내 기분이 풀린 걸 기회 삼아 내 방에 몰래 숨어들었다. 브룩은 헬렌과 있었다는 말을 듣고 내가 생기를 차려 기쁘다고 했다.
“오빠가 옛날 벤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나 혼자서만 오빠를 위로하는 건 굉장히 힘들거든.” 브룩은 새침한 미소를 짓다가 또다시 태클을 걸어왔다. 나는 전력을 다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에이드리안은 월요일이 되어서도 나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그러나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았다. 나는 먼저 주와 다르게 에이드리안과 대면하려고 하거나 일부러 피하려고 하지 않고 일상적인 학교생활을 했다. 우리는 같이 듣는 수업도 없었고 어쩌다 한두 번 마주친 것 빼고는 대게는 행동반경이 겹치지 않았다. 여전히 마음에 구멍이 난 것처럼 허전한 건 부인할 수 없었지만, 나한테 말도 하지 않겠다는데 굳이 애를 써봐야 헛수고일 뿐이었다.
나는 그런 와중에서도 헬렌 맥그레고리를 찾으려 눈에 불을 켜고 다녔다. 그러나 여간해서는 보이지 않아 5교시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점심을 먹자마자 직접 찾으러 나섰다. 그리고는 자기 친구들과 들뜬 목소리로 대화를 하는 헬렌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접근하는 걸 본 예쁜 여자애들은 갑자기 말을 멈췄다. “헤이, 헬렌.” 헬렌의 친구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헬렌은 냉정하고 무관심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스산한 바람이 등줄기를 타고 내렸다.
“어,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나는 엄지를 들어 한산한 곳을 가리켰다.
“그러지, 뭐.” 헬렌은 도도한 태도로 대답하고 내 옆으로 발을 디뎠고 나는 좀 더 으슥한 구석으로 발길을 돌렸다. 뭔가 오해가 있나? 그만큼 해줬으면 몸을 내던져도 시원찮은 마당인데.
알고 보니 그런 게 아니었다.
“넌 토요일에 야비한 짓을 했어. 잠들었을 때 몰래 빠져나가는 게 어딨어? 혼자서 깨고 보니 온통 땀이랑 정액 투성이었어.” 헬렌은 녹색 눈을 반짝이며 짐짓 화 난 목소리로 말했다.
헬렌은 진짜로 화난 게 아니었다. 단지 나를 골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꿀을 바른 목소리로 대답했다. “까무러친 모습이 너무 예뻐서 깨울 용기가 나지 않았어.”
헬렌은 금세 얼굴을 풀었다.
나는 미소를 짓고 가슴을 폈다. “게다가, 엄마한테 맞아 죽지 않으려면 저녁 시간 전에 귀가해야 했거든.”
헬렌은 킥킥대며 눈부시고 완벽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빠가 집으로 돌아와서 그런 꼬락서니를 보기 전에 일어난 게 천만다행이지 뭐야.”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까이했다. “언제 또 할 수 있어?”
바로 그 순간, 에이드리안, 린, 헤더가 우리랑 열다섯 발짝쯤 떨어진 곳을 지나갔다. 나는 사랑하지만 만질 수는 없는 금발여신을 쫓아 눈길을 돌렸고 린과 헤더도 나를 힐끔 쳐다봤다. 그러나 에이드리안은 나한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앞만 보고 걸었다.
나는 무겁게 한숨을 내쉬고 어깨를 으쓱였다. “네가 원하면 언제라도 좋아, 헬렌. 너도 봤듯이, 내 일정표는 모두 공란이거든. 네가 내 일정표를 채워만 준다면야 나야 황송하지 뭐.”
헬렌은 에이드리안 쪽을 바라보다가 살짝 얼굴을 붉히고 눈길을 피했다. “알았어, 어, 벤...” 헬렌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네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 토요일은 진짜 어마어마했어. 하지만, 난... 장기적인 뭔가를 바라는 건 아냐. 알지?”
나는 헬렌의 의중을 깨닫고 번쩍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었다. “오! 오, 그런 걱정은 하지도 마.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현재로선 나도 그런 걸 바라지는 않아. 무슨 말이냐면, 우린 몇 달만 있으면 졸업해야 하잖아. 안 그래?”
아름다운 백금발녀는 안도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헤이, 그냥 그때그때 사정을 봐가면서 정하는 게 어때?”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너나 나나 심각한 걸 원하는 게 아니잖아. 시간 나면 언제든지 전화만 하라구... 알았지?”
눈부신 미소가 되살아났다. “알았어.” 헬렌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나한테 바짝 다가섰다. “오늘 오후는 어때?”
눈썹이 치솟았다.
“시간 나면 언제든지 된다며?” 헬렌은 이를 반짝이며 미소를 지었다.
나도 대문짝 만한 미소로 대꾸했다. “그럴까.
헬렌은 킥킥대며 돌아서려다가 도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벤, 이 일은 어, 그러니깐... 우리만 알고 있으면 안 될까? 네가 떠벌리는 타입이 아닌 걸 알지만, 소문이 나봤자 좋을 게 없으니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바이, 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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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은 그날 오후에도 또다시 까무러쳤다. 땀과 정액을 뒤집어쓴 채. 헬렌은 지구력을 기를 필요가 있었다. 아무튼, 나는 두 번이나 흡족한 사정을 했기에 불만이 있지는 않았다. 내가 월요일을 사랑한다고 전에 얘기한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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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이드리안과 내가 깨졌다는 소문이 학교를 휩쓴 그 일주일 내내 울적한 심사로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지냈다. 그러나 요 며칠간은 겉으로 보기에도 한결 밝은 모습으로 다시 어깨를 펴고 다니게 됐고 여학생들도 점차 행동을 개시하기 시작했다.
늘 그랬듯이, 혹여 내 마수에 걸려들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한테 따먹힐까 봐 나를 피하는 여자애들도 적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일군의 여자애들은 자신감과 명랑한 태도로 재무장한 나한테 꼬리를 쳐기 시작했다.
이전 학기의 유력한 후보자였던 첼시 레니스, 매디 정, 나딘 버틀러 등은 이제 남자친구를 두었기 때문에 더는 꼬리를 치지 않았다. 그러나 옛것이 가면 새것이 오는 법, 난 자리는 금세 딴 후보자들로 채워졌다. 몇몇은 단지 가볍게 장난을 걸어왔고 몇몇은 실제로 심각한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헬렌만큼 노골적으로 돌진해오는 여자애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씨앗은 뿌려졌고 미래의 싹이 움트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며칠이 걸리건 몇 주가 걸리건 상관없었다.
수요일이 되어서는 또다시 에이드리안과 헤어졌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하게 되었다. 수요일은 에이드리안이 늘 저녁 식사에 참석하는 날이었다. 그러나 나는 자꾸만 서글퍼지려는 감정을 떨쳐내려 애를 썼다. 에이드리안이 나를 무시한다면 나도 에이드리안을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나는 에이드리안이 차지했던 마음 한구석을 의식적으로 지워버렸다. 그래 맞아, 썩 훌륭한 방어기제라고는 할 수 없어, 하지만 효과가 있으면 되는 것 아니겠어?
게다가, 브룩이 케이디 제이컵슨을 집으로 데려와서 딴 데에는 정신이 팔릴 틈이 없었다. 스스로 레즈비언이라고 주장하는 2학년 치어리더는 우리의 두 번째 라운드를 손꼽아 기다려왔다고 했다. 단지 나와 에이드리안의 결별이 자기한테도 책임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에 당분간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다시 밝아진 모습을 보고 기꺼이 나와 브룩의 오르가즘 행렬에 동참해주었다.
케이디는 심지어 난생처음으로 남자의 자지를 입에 넣어보기까지 했다. 결국 자기 구미에는 안 맞는 것 같다며 도로 뱉어내야 했지만.
나는 불만이 있을 턱이 없었다. 내 좆물은 브룩이 전용으로 마셔주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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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헬렌은 또다시 나를 호출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까무러치지 않고 버텨냈다. 아마 헬렌의 엉덩이에 좆을 꽂은 것과 관계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헬렌은 아픔을 동반한 쾌락으로 바짝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대신에 헬렌은 내 좆물이 들어찬 똥구멍을 뻐금거리며 입가로 질질 침을 흘렸다. 나는 헬렌의 얼굴에 어지럽게 흩어진 백금발 머리카락을 손가락 하나 들 수 없는 헬렌을 대신해 손으로 빗겨주었다.
그리고는 욕실에서 물수건을 준비해 와 헬렌의 몸을 씻어주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주었다. 그 후 등 뒤에 누워 안아주자 내 품에 안겨왔다.
“에고, 힘들어.” 헬렌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여야 할까 봐. 배겨나질 못하겠어.”
나는 웃으며 헬렌의 뒷목에 키스를 해주었다. “너 좋을 대로 해, 헬렌. 의무감 같은 것 느끼지 말고.”
“음. 하지만, 널 내버려두기도 안쓰러워. 넌 몇 시간이고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실습, 실습, 실습.”
“알다시피, 나 혼자서 널 독차지하고 싶기는 하지만, 우리가 약속한 거랑 다르니깐, 게다가 졸업하기 전에 한두 번 재미를 보고 싶어하는 얘들이 나 하나만 있는 게 아니더라구.”
불알에는 호르몬이 치솟았고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도나 킨케이드, 스테이시 화이트하우스 그리고 그 외의 여자애들과 즐겼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내 본성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말해 봐.”
“내 친구 한두 명을 너한테 소개해야 할까 봐. 내가 기운을 차릴 동안 널 붙잡아 두게. 네가 날 1순위로 두는 한.”
흐뭇했다. “못 할 것도 없지.”
똑똑히 알아 둬야 할 건, 데이트를 바라지는 않을 거란 거야. 남자친구를 둔 애도 있거든. 단지 나처럼 신비로운 빅벤에 대해... 호기심이 있다고나 할까. 그러니깐 입을 다물고 있는 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보지와 엉덩이가 생길지도 모른다구.”
“아예 입을 꿰매버릴게.” 나는 지퍼를 닫는 시늉을 했다. “혀를 써야 할 때만 빼놓고.”
헬렌은 킥킥대며 웃었다. “오, 벤. 넌... 넌 정말 여간내기가 아냐. 뭐라고 해야 할까?”
“걸레?”
헬렌은 웃음보를 터트리며 내 입술에 키스를 해왔다.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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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수업을 마치고 막 내 차에 오른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처음 본 전화번호였지만 아무튼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하이, 벤?” 왠지 낯익은 목소리였다.
“어, 그래...” 누군지 곧바로 떠오르지는 않았다.
“하이이. 마리나 산토스라구. 나 기억나?” 귀여운 목소리였다. 그제야 나는 마리나가 기억났다. 마리나는 나하고 같은 학년으로 에이드리안과 헤어지고 나서 나한테 접근하기 시작한 여자애였다.
“당연하지. 기억나고말고, 근데 무슨 일로?”
“그런니깐... 너무 촉박하게 연락한 건 알지만, 오늘 저녁에 선약이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어. 금요일 밤에 너처럼 잘생긴 애가 혼자 지내면 안 될 것 같아서...”
“맞아, 너무 촉박해.”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괜찮아. 선약 없어. 마음에 담아 둔 계획이라도 있는 거야?”
“그러니깐...” 마리나는 한 옥타브쯤 낮아진 귀엽고 유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 친구 헬렌이 대화 도중 귀띔해주더라구. 걔가 그러는데, 넌 저녁식사나 형식적인 대화 같은 건 건너뛰고 본론으로 직행할 수도 있을 거라고.”
자기가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나온 것 같아 걱정하는 목소리였다. 그래서 나는 잽싸게 마리나의 걱정을 누그러뜨렸다. “괜찮은 생각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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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 오후 대화가 끊기는 어색함 같은 건 일체 신경 쓰지 않고 두 시간 동안 마리나를 정신이 쏙 빠지게 박아주었다. 마리나는 제니퍼 로페즈 같은 엉덩이를 지닌 덩치 좋은 라틴계였는데 푸짐한 살집 덕에 엉덩이를 박는 게 무척 안락했다. 그리고 사정을 할 때는 혹시나 싶어 자지를 뽑아 엉덩이에 대고 좆물을 뿌려주었다.
마리나는 내 자지를 빨아서 소생시켜주고는 서랍을 열어 피임약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나는 마리나가 나를 올라타고 말달릴 때 엉덩이를 때려주며 맘 놓고 질내 사정을 했고 마리나는 뒤로 엎어지며 보지에서 스며 나온 좃물을 손가락으로 떠서 클리토리스에 칠하며 스페인 어로 절정을 외쳤댔다.
우리는 정상위 체위를 마지막으로 세 가지 주요 체위를 마무리했다. 나는 그 와중에 마리나가 젖꼭지를 거칠게 다루는 걸 좋아하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절구질을 하면서 젖꼭지를 이빨로 잘근잘근 깨물어주었다. 그리고 자지를 뽑아 마리나의 손에 쥐여주었을 때는 내 좆물로 자기의 얼굴에 발랐고 나는 그러는 동안 마리나의 거무스름한 젖꼭지를 힘껏 꼬집어주었다.
그 후에 나는 부모님이 퇴근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고 마리나는 작별 인사를 하며 또 생각이 나면 전화를 해주겠단 약속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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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월요일 학교가 파하자마자 안 르(주1)한테서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 안은 나한테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기에 섹스를 하자는 건지 다른 용건이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안은 나를 만난 자리에서 헬렌 이야기를 꺼냈고 어느새 나는 안의 집이 있는 주택가의 한쪽 구석에 차를 주차해놓고 화끈한 베트남계 여자애와 프렌치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안은 동생들이 있다며 자기 집으로는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우리집으로 가는 게 어떻겠느냐며 의향을 물어보자 열렬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얼마 후 안은 내 방에서 내 자지를 목구멍으로 삼켜버렸다.
거의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다. 안은 2학년까지 우리와 같이 어울려 다닌 친한 친구였다. 게다가 나는 우리 친구들과 늘 함께 어울려 다니던 열다섯 살의 빼빼 마른 여자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몰라볼 만큼 훌쩍 자라서 내 자지 대부분을 목구멍으로 삼키고 있었다.
안은 내가 주는 걸 다 받아먹고 나서도 내 자지를 뱉지 않고 그대로 오르가즘에 올라 캑캑대며 절정을 울부짖었다. 나는 안이 해주는 블로우잡에 정신이 팔려 안이 자기한테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던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 후 안은 내가 자기의 아랫도리에 내려가 있는 동안 그간의 사연을 헐떡이는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안은 내가 급격히 자라기 시작한 2학년 때부터 나한테 반했다고 한다. 그런데 메간이 선수를 쳐서 나를 찜했기 때문에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메간이 나한테 처음으로 블로우잡을 해준 일레인의 파티에서는 방문에 귀를 대고 친구들에게 중계를 해준 것도 자기였고 메간의 열여섯 살 생일에는 내가 메간의 처녀를 따먹는 과정을 지켜보고는 한동안 자기가 메간이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 왔었다고 한다.
“그 후에는.” 안은 작은 오르가즘에 헐떡이며 말했다. “우린 어떻게 하다 보니 따로따로 놀게 되었고 난 헬렌이랑 금세 단짝친구가 됐어. 점차 너한테 반한 것도 잊어버리게 되었고. 하지만, 첫 호기심은 잃지 않고 있었어. 특히 너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뭐, 네 호기심을 만족시켜 줄 수 있게 돼서 기분이 좋은걸” 나는 웃으며 안의 턱에 묻은 정액을 가리켰다.
안은 손가락으로 정액을 긁어 입으로 맛을 보고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직은 아니야.”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내 자지를 들이키고 다시 위용을 찾을 때까지 진동청소기처럼 강력하게 빨아주었다.
그리고는 지갑에서 콘돔을 꺼내 입에 물고 내 자지를 덮어 주었다.
안은 미소를 지었다. “난 아직도 너한테 박히는 기분이 궁금해 죽겠어.”
나는 그날 오후 콘돔 세 개를 좆물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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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에는 헬렌이 직접 전화를 했다. 우리는 촉박한 시간 안에 서둘러 일을 치렀지만 서로 만족스러운 절정에 오를 수 있었다. 그 후 헬렌은 키스를 해주고 나를 다급히 밖으로 내몰았다. 나는 실제로 헬렌의 엄마가 반대편 길에서 정지신호를 받고 차를 세워둔 걸 보기까지 했다.
나는 수요일 오후 내 차로 향하는 도중 타라 애봇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일의 패턴을 알게 되었다. 마리나, 안, 타라는 모두 헬렌의 친구였다. 그 애들은 우리의 은밀한 밀회를 숨기려는 듯이 학교에서는 나한테 말을 걸거나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업이 끝나고 나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정확한 시간에 전화를 걸어왔다. 그렇다면 입을 다물고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는 한 언제까지라도 나와 섹스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타라의 경우, 특히나 중요한 사항이었다. 타라의 남자친구는 내가 자기의 여자친구 발을 귀 옆에 고정해두고 박음질을 해대는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릴 게 분명했다. 또한, 자기 여자친구가 내 좆물이 묻은 출렁이는 젖가슴을 핥는 것도 허락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또한, 일 년 내내 졸라댔지만 끝내 허락해 주지 않던 엉덩이를 내가 선수를 쳐서 박아버린 걸 알게 되면 속이 뒤집힐 게 분명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타라가 항문 섹스의 참맛을 알게 되었으니만치 엉덩이를 허락하게 될 거고 그렇다면 오히려 감사를 표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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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과 그 친구들한테서만 몸보시를 받은 게 아니란 걸 밝혀두고 싶다. 에이드리안의 후광이 사라진 이후 꽤 많은 여자애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고 몇몇은 결실을 보고 있었다.
목요일에는 에밀리 앤더슨이 금요일 데이트를 신청했다. 에밀리도 예전부터 친한 친구였고 특히 브룩의 첫 남자친구였던 페리의 누나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에밀리한테는 무슨 억하심정이 같은 게 있지는 않았다.
에밀리는 남들과는 다르게 나를 남자친구 감으로 여긴듯했다. 그래서 2주 동안 가볍게 시시덕거리고 나서 진짜 ‘데이트’를 하자고 했다. 나는 감정적으로 준비되지 않았음을 느끼고 그런 점을 얘기해 주었다. “데이트를 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아. 아직 마음이 아프고 감정적으로도, 뭐랄까...엉망진창이라고 해야 하나. 미안.”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밀리는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기는 했지만, 화가 난 건 아니었다. 대신 따듯한 미소를 짓고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너 진정으로 에이드리안을 사랑하는구나, 그치?”
[키긱] 나는 마음 한구석에 쌓아둔 벽돌담에 균열이 생긴 걸 느꼈다. 나는 깊이 숨을 들이켜고 에밀리한테서 고개를 돌렸다.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냐. 난 걔를 사랑하지 않았어. 단지...” 나는 뭔가 말할 건덕지를 생각해내려 애를 썼다. “에밀리. 넌 내가 무척 좋아하는 친구이니만큼 솔직히 털어놓을게. 우린 몇 달만 있으면 졸업해야 해. 그래서 조금이라도 심각한 관계는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어. 이해해?”
에밀리는 미소를 짓고 뒤로 물러섰다. “그래, 이해해.” 그리고는 놀리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게 진실은 아냐.”
“허?”
에밀리는 친구의 정이 듬뿍 담긴 포옹을 해왔다. “부정해봤자 소용없어. 조만간 넌 진실을 인정하게 될 거야.”
나는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포옹을 풀었다. “그래, 그래. 무엇이 됐든 간에. 어, 그럼 나중에 보자, 에밀리.” 나는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진실? 에이드리안이 나하고는 절대 상종치도 않으려는 게 진실이었다! 그런 생각만으로 피가 끓어올랐다. 그러나 나는 아무 탈 없이 멀쩡하기만 했다. 헤이, 에이드리안은 나한테 호의를 베풀었다구. 에이드리안은 그런 사랑이니 뭐니 하는 혼란스러움에서 나를 풀어주었고 지금처럼 더는 좋을 수 없는 환경도 다 에이드리안 덕분인 셈이라구.
나는 섹스의 신이야. 야 신난다!
나는 매일 밤마다 다른 여자애를 박을 수 있다구!
관계라고 하는 속박에 스스로 얽매일 필요는 없잖아? 맘 내킬 때마다 화끈한 베이브들이랑 놀 수 있는 자유로운 몸이 된 지금이 훨씬 낫지 않을까?
나는 고개를 내저어 잡념을 떨쳐냈다. 그리고 내 차에 올라타자마자 헬렌한테 전화를 걸었다.
“헤이, 벤. 어쩐 일로?”
“어, 오늘 놀 수 있겠어?” 나는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물었다. “며칠밖에 안 된 줄 알지만, 오늘따라 기운이 남아돌아서.”
헬렌은 킥킥대며 음악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럴까.”
두 시간 후, 헬렌은 또다시 까무러치게 되었다. 내 자지를 엉덩이에 심어 놓고서도. 헬렌은 여덟 번이나 고지에 오른 뒤, 쾌락과 고통의 장벽을 뛰어넘는 극한의 엑스터시에 굴복해버린 것이다.
나는 아름다운 여자애의 알몸을 내려다보았다. 헬렌은 땀에 전 살 무더기였다. 알몸으로 의식을 잃은, 그리고 양쪽 구멍에 정액이 흘러넘치는. 그 순간 나는 전능한 섹스의 신이 되어 원하기만 하면 누구라도 맘대로 박을 수 있는 자유를 느꼈다.
진실? 그게 바로 진실이다.
주1- Ahn Le: Le 乐(樂)가 중국계 성이라면 대충 만다린 발음으로 ‘르’에 가깝고 영어식으로는 '리'로 발음하는 것 같습니다, 베트남계라면 ‘레이’에 가까운 발음이라는데 이쪽이 더 흔하답니다. 안은 베트남계라서 ‘레이’로 써야 하지만, 애초에 ‘르’로 써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르’로 유지합니다. 참고로 스테파니 보(Vo)의 ‘보’는 베트남계 성으로 들어보니 ‘보우’에 가까운 발음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철자에서 꺽쇠 같은 게 제외되어 있어서 추정일 뿐입니다. 린 애리언(Lynne Arian)은 중국계가 아니라 서양이름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주요 인물의 계통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 - 우리나라 말에서는 ㄷ, ㅂ, 등을 첫소리로 발음할 때 늘 성대를 울리지 않고 발음하기 깨문에 실제로 발음기호를 적어보면 d, b 가 아니라 t, p 에 가까운 소리가 됩니다. 하지만 유성음 사이에 끼었을 때는 d, b 에 가까운 소리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t, p로 발음하면서도 늘 머리로는 원래 소리인(첫 음으로 발음하는 무척 흔한 예외를 제외한 유성음 사이에 끼일 경우) d, b 에 가까운 소리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가수들이 외국노래를 부를 때 첫소리가 무성음인 t나 p같은 자음 일때 우리가 평소 발음하는 ㄷ, ㅂ 등으로 발음(밥이 bob이 아니라 pop 이듯)해야 하는데 t나 p로 발음한답시고 아주 거센 소리를 내게 되는 경향이 생기고 억세게 발음한다는 느낌을 주게 됩니다. 실제 발음과 인식하는 발음이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걸 노파심에서 적어보았습니다.
벤의 가족 - 가족의 성(姓, surname)을 밝히지 않아서 알 수 없습니다. 원작 작가가 밝혔듯이 각자 나름대로 추리해 보시길.
에번스 가족 - 에번스(Evans)라는 성은 영국이나 웨일스 계통이라고 합니다.
일본계 - 일레인 후쿠하라, 제임스 케이토, 미즈호 니시오카, 켄타 니시오카
중국계 - 다니엘 첸, 메간 콴
베트남계 - 스테파니 보, 안 르
스코틀랜드 혹은 아일랜드계 - 캐시디 오리어리, 케니 도일, 도나 킨케이드, 헬렌 맥그레고리
린 애리언, 에이드리안 데니스 등은 유럽대륙계통으로 보입니다.
한국계는 몇 명 나오기는 하지만 중요하지 않고 대학생활 이후에 중요 인물로 등장합니다.
열흘 동안은 하렘을 순시하느라 바빴고 토요일에는 헬렌과 또다시 파도를 타러 갔다. 비록 싸늘한 날씨 덕에 파도를 타기보다는 시트를 타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월요일에는 안한테 잡혀서 내 방에서 일을 치렀다. 브룩은 치어리더 연습을 하느라, 쌍둥이들은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우리끼리만 집을 차지할 수 있었다. 화요일에는 타라가 한 판 뜨자며 나를 남들 눈을 피해 몰래 들이고 내 좆물로 자궁을 채워놓고 남자친구한테 가겠다면서 애를 먹였다. 그러나 타라는 기세가 한풀 꺾여 비눗물을 잔뜩 집어넣고 뒷물을 하고는 리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일기 전에 나를 몰래 밖으로 내보냈다.
수요일 오후에는 브룩과 케이디가 나를 떠맡았다. (69 체위로 겹쳐진 둘을 박는 건 좆빠지게 화끈했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마리나와 안 둘한테서 동시에 전화가 왔다. 나는 안이 마리나의 집으로 합류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고 둘이 동의했을 때에는 경이로운 내 삶에 대해 자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둘은 양성애자도 아니었고 69 체위를 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만, 한 번에 한 명씩 돌아가며 박아주는 방식으로 기운을 차릴 여유가 생긴 여자애들로서도 환영할 만한 입장이었을 게 분명했다.
금요일에는 실제로 데이트를 나가게 되었다. 뭐, 일종의 데이트라고 할 수 있었다. 테레사 첸(다니엘 첸하고는 아무 관계도 아님)은 내가 로맨틱하거나 진득하게 사귀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자기도 그 이상을 바라는 게 아닌지라 불화가 있을 턱이 없었다. 테레사는 열다섯 살인 2학년이었는데, 적어도 한 번은 소문으로 주워들은 빅벤 전설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마침 부모님이 주말 동안 집을 비우게 된 참에.
우리는 인앤아웃에 들러 요기를 때웠다. 테레사 딴에는 금요일 오후에 나랑 데이트하는 모습을 보이면 자기 위상에 실보단 득이 될 거로 생각했던 같다. 나는 에이드리안과 헤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데이트’하는 셈이었는데 아이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테레사의 의도대로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테레사는 세 번 감사를 표했다. 한 번은 입에, 그리고 한 번은 엉덩이를 대주려다 실패해서 대신 보지를 두 번. 나는 아무래도 좋았다. 어린 여자애들한테는 그런 과격한 짓을 하기 전에 얼러주고 달래주는 끈덕진 예비작업이 필요했다. 아마 두세 번 더 데이트를 하고 오르가즘을 충분히 맛보여준다면 용기를 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테라사의 원래 의도는 딱 한 번으로 데이트를 끝내는 것이었다.
토요일에는 또다시 헬렌이랑 ‘파도타기’를 했다. 비록 이번에는 쌀쌀한 날씨 덕에 처음부터 해변으로 갈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아무튼, 헬렌은 까무러치지 않고 버텨냈다.
일요일은 휴식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월요일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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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형통이었다. 헬렌과 그 친구들은 비밀을 지키려 나와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아직도 적지 않은 여자애들이 나한테 눈독을 들였다. 대부분 예쁘게 보이려고 한다거나, 은근한 말을 거는 방식으로. 테레사와 내가 진지한 관계인지 물어본 여자애들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리고 아니라는 대답을 듣고는 기쁜 표정으로 룰루랄라하며 나는 듯한 발걸음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곧, 무척 특별한 여자애 하나가 내 주의를 끌게 되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종이 울리기 한참 전에, 애비게일 샌더스가 사귄 지 두 달 된 남자친구인 케니 도일한테 등을 기대며 쌍둥이 동생인 앨리슨의 옆구리를 찔렀다. 미리 입을 맞춰놓기라도 했는지, 앨리슨이 조심스레 운을 뗐다. “헤이, 벤?”
“왜, 앨리?” 나는 지난 몇 년간 수천 번 넘게 해왔던 방식대로 앨리를 쳐다봤다.
앨리가 언니를 쳐다보자 애비는 고개를 끄덕여 동생을 격려했다. 앨리는 나를 보고 으슥한 곳으로 고개를 까닥였다. “나랑 얘기 좀 할 수 있겠어?”
“당연하지.” 내가 일어서자 앨리도 따라서 일어섰다. 나는 의아해하는 케니한테 어깨를 으쓱였다. 케니가 자기 여자친구한테 눈길을 돌리자 애비가 고개를 내저으며 ‘두고 보기나 하셔’라는 무언의 뜻을 전했다.
나는 사연 많은 구석으로 가서 콘크리트벽을 등지고 귀여운 친구를 마주 섰다. 짙은 갈색 머리를 땋아 내리고 엷게 화장을 한 앨리는 무척 예뻐 보였다. 앨리는 꼭 입술을 다물고 망설이다가 길게 숨을 들이켰다. “어, 이제 테레사 첸이랑 사귀는 거야?”
질문 자체보다는 남들의 이목을 피해 그런 내용을 묻는 것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라면 당연히 물어볼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은밀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아침나절에 이미 네 번씩이나 메간, 캐시디, 케니, 다니엘의 질문에 대답한 일이기도 했다. 앨리는 이미 그 넷한테서 답을 들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