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도온의 이야기
2001년 10월 31일 4학년
“미안해, 벤.” 전화기 너머로 도온이 오열했다. “나...나... 바람을 피운 것 같아.”
싸늘한 냉기가 척추를 관통했다. 나는 화낼 권리가 없었다. 나도 도온처럼 떳떳하지 못했다.
그러나 화가 났다.
내 여자친구가 나를 두고 바람을 피웠다. 철석같이 믿고 있던 내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웠다. 도온은 어떤... 놈팽이를 자기의 특별한 곳으로 받아들였다. 오직 나한테만 속한 그 특별한 곳으로. 시팔. 나는 꼭지가 돌아버렸다.
에이드리안과 저지른 일을 고려해보면 도온도 화낼 권리가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화낼 권리가 있었다.
“벤, 내 얘기 좀 끝까지 들어.” 찰나의 침묵 흐르고 도온이 간곡한 목소리로 훌쩍였다. “할로윈 파티에서 몇 잔 마시기는 했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핸드폰은 이미 끊겨 있었다. 이가 갈리고 입술에 힘이 들어갔다. 에이드리안이 내 피를 들끓게 해놓았기에 온몸의 근육이 긴장됐다. 처음에는 손에 힘을 주어 핸드폰을 부숴버리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아 결국에는 얌전히 침대에 올려 놓아야 했다.
그리고 나는 벌떡 일어섰다.
마음이 아팠다.
에이드리안의 집으로 되돌아간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집을 나서는 내 모습을 본 사람이 있을까?
아무튼, 나는 에이드리안의 침실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노크도 하지 않고 조용히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에이드리안은 알몸으로 담요를 덮고 아기처럼 웅크리고 누워 훌쩍이고 있었다. 에이드리안은 매트리스에 앉을 때까지도 내가 되돌아온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침대가 출렁이는 걸 느끼고는 뚝 울음을 그치고 눈물로 화장이 번진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벤?”
나는 정당한 분노로 온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지만, 나조차도 놀랍게 무척 부드러운 손길로 에이드리안의 뺨에서 눈물을 쓸어주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에이드리안의 머리를 붙잡고 고개를 숙여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에이드리안이 내 입술에 신음할 때 담요를 벗기고 바닥으로 흘려버렸다. 그리고 셔츠를 벗으며 침대에 누웠다.
키스가 끝나자 에이드리안이 물었다. “돌아왔구나?”
“떠나지 말아야 했어, 에이드리안. 어차피 도온과 난 잘 풀릴 턱이 없어. 걔는 너무 멀리 있어. 하지만, 넌 바로 이 여기에 있고. 난 널 실제로 만질 수 있어.” 나는 에이드리안의 어깨와 둥근 젖가슴을 어루만졌다.
“오, 벤... 사랑해.” 에이드리안은 한숨을 쉬고 또다시 키스에 녹아들었다.
나는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다가 고개를 들고 에이드리안의 눈을 조심스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확고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널 사랑해, 에이드리안.”
에이드리안은 철저하고 절대적인 기쁨을 표정 짓고 바삐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또다시 열정적으로 키스를 해오며 내 바지를 서둘러 벗겨 내려 했다. “오, 벤! 난 너 없이는 살 수 없어! 날 사랑해 줘! 날 보호해 줘! 날 네 가족이 되게 해줘! 난 언제까지라도 너와 함께할 거야! 영원히 그리고 언제나!”
머지않아 우리는 다시 한번 알몸이 되었다. 나는 에이드리안을 눕히고 손목을 잡아 침대에 고정했고 에이드리안은 기꺼이 나한테 굴복했다.
“날 사랑해줘, 벤! 난 네가 필요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에이드리안은 넋이 달아날 만큼 아름다웠고 위대한 조각들조차도 흉내 낼 수 없는 걸작인 몸매를 하고 있었다. 그런 에이드리안이 자기의 전 존재를 나한테 줘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복수라... 도온은 바람을 피웠으나 나는 블로우잡을 받기는 했어도 박지는 않았다. ...지금까지는. 그러나 이제 곧 서로 같아지게 될 것이다. 나는 에이드리안 절정으로 까무러칠 때까지 신나게 박아댈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에이드리안을 뒤집어 엉덩이를 침범할 것이다.
“벤!, 손목이 너무 아파!”
나는 에이드리안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힘이 잔뜩 들어간 내 손으로 시선을 이동했다. 자동으로 힘을 풀렸다. 그리고 나한테 그런 목소리가 있는 줄 몰랐던, 마치 딴 세상에서 흘러나온듯한 고요한 목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난 널 박아 버릴 거야.”
“박기만 하는 게 아냐, 벤.” 에이드리안이 울먹이며 말했다. “부드럽게, 부드럽게 사랑해줘야 해.”
나는 박고 싶었다. 나는 에이드리안을 혼내주고 싶었다. 분노와 공격성을 숨기지 않고 이 걸레 년을 곤죽이 되도록 떡 쳐주고 싶었다.
불현듯 걸레라는 말이 뇌리를 때렸다. “걔는 걸레가 아냐.”
“뭐?”
나는 실제로 그런 말을 뱉어낸 줄도 모르고 바삐 눈을 깜박였다.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더라?
맞아, 펠리샤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
지금처럼 도온을 향해 분노하며 복수 삼아 펠리샤를 박으려 한 적이 있었다. 펠리샤는 내 분노에 불을 지피려 그렉을 욕하며 도온을 걸레라고 불렀다. 그러나 도온이 무슨 짓을 했건 간에, 나는 알고 있었다. 도온은 걸레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에이드리안도 걸레가 아니었다.
맞아, 에이드리안은 꽤 문란한 편에다가 부지기수로 남자애들을 섭렵했다. 그러나 아무나하고 되는대로 박고 다닌 것은 아니다. 에이드리안은 여자 스터드였지 걸레가 아니었다. 나는 에이드리안을 아끼는 마음에서 그녀를 걸레라고 부르는 것에 분개했었다.
심지어 나한테도.
“벤? 벤?” 에이드리안은 훌쩍이며 보지를 끼우려 들었다.
“미안, 아무것도 아냐.” 나는 고개를 내젓고 에이드리안을 내려다보았다. 에이드리안은 훨씬 나은 대접을 받아야 했다. 나같은 놈한테 이용당해서는 안 되는 여자애였다. 나는 일말의 아쉬움 속에서, 하룻밤 새 두 번째로 흥건히 젖은 보지에서 자지를 치웠다.
“벤! 에이드리안은 절망적으로 외쳤다.
“미안해, 이럴 순 없어. 너한테 이럴 순 없어.”
“뭐?”
“난 도온이 바람을 피운 사실을 막 알게 됐어. 난 복수 삼아 널 박으려고 돌아왔던 거야.”
“아니! 넌 날 사랑해서 돌아왔어. 맞아, 넌 걔 이름을 부르는 실수를 했어. 하지만, 용서할 수 있는 일이야. 걔는 네 여자친구야, 하지만 넌 나한테 되돌아왔어, 벤! 넌 나한테 되돌아왔다구! 난 널 원한다구!”
“이럴 순 없어.”
“제발!”
“미안해.” 나는 또다시 에이드리안을 버려두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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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온
2001년 8월 여름방학
“씨이이이이팔.” 나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신음했다. 자위를 해서 느껴본 오르가즘 중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이었다. 물론 포르노를 보면서도 올라 본 적이 있지만 내 남자친구와 누이의 라이브 포르노만큼은 강렬하지 못했다.
브룩은 어깨 아래로 머리를 늘어트리고 배후위로 박히고 있었다. 실제로 카메라 앵글 상 자지가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벤의 두툼하고 우람한 자지가 브룩의 보지를 괴롭히는 건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옆 의자에선 내 동생 디제이도 거친 숨을 몰아쉬며 흐느껴대고 있었다.
잠시 후 나는 기운을 차리고 키보드 앞에 앉아 즉석 메시지를 날렸다. ‘와우, 엄청나게 화끈했어!’
알몸인 브룩이 킥킥대며 메시지를 읽고는 환한 얼굴로 카메라를 쳐다봤다. “끝내주는 아이디어였어, 도온.”
나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난 세 번이나 쌌어. 나도 거기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브룩은 킥킥대며 벤을 돌아봤다. “나도 세 번 쌌어.”
나는 디제이를 돌아보았다. “우리 차례야. 너 먼저 할래? 아니면 내가 먼저 할까?”
귀여운 여동생은 욕정으로 달아오른 얼굴로 목구멍 깊은 곳에서 올라온 것 같은 신음을 흘렸다. “언니를 먹고 싶어.” 디제이의 푸른 눈이 나를 꿰뚫었다.
나는 웃으며 의자에 누워 다리를 벌렸다. 디제이는 베개로 무릎을 고이고 내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키보드 쪽으로 팔을 뻗어 웹캠을 활성화했다. 그리고 유독 좋아하게 된 아마추어 사이트를 띄었다. 벤과 비슷하게 생긴 남자는 금발의 여자친구가 있었다. 내 상상과 딱 들어맞는 사이트였다.
나는 디제이가 나한테 배운 기술로 날 빨고 핥아대는 동안 눈을 감고 내 진정한 사랑과 함께하는 것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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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이이이이팔.” 나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신음했다. 그러나 무척 괜찮은 오르가즘임에도... 왠지 공허한 느낌이었다.
나는 핸드폰과 연결된 헤드셋을 머리에 쓰고 베개에 머리를 눕힌 채 한 손으로는 내 특별한 딜도를 끄집어냈다. 데이나와 나는 벤의 자지와 비슷하게 생긴 울퉁불퉁하고 귀두가 달린 딜도를 섹스샵에서 사다 놓았었다. 그러나 아무리 비슷한 크기라고 해도 벤의 진짜 자지만큼 따듯하지도 않고 강력하진 않았다. 더 중요한 점은, 벤처럼 땀을 한 바가지씩 쏟아내지도 못할뿐더러 벤처럼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봐 주지도 않았다.
“꽤 만족한 걸로 들려.” 귓가에서 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마이크로폰에 입을 대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려 애를 썼다. 마치 내 심정을 그대로 전달해 줄 수 있다는 듯이. “그래...” 나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만족하지 못한 걸 알리고 싶지 않았다. 내 남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몇 분간 더 대화를 했지만, 벤이 집중을 잃는 게 느껴졌다. 벤이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벤은 늘 전화상에서 집중을 유지하지 못했다. 벤은 시각이 특화된 사람이었다. 말로 지시를 내려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을 망치곤 했지만, 글로 써서 지시를 내리면 사진을 찍은 것처럼 기억해두었다가 정확하게 지시를 따르곤 했다. 마치 홀로그램을 눈앞에 비춰보는 것처럼.
그러나 직접 대면할 수 없는 전화상으로는 늘 집중을 잃고 헤매는 게 다반사였다. 벤은 우리가 아이일 때부터 늘 그래 왔다. 하지만, 참아야지 별수 있나? 벤은 내 남자고 그게 벤의 모습인걸.
불행하게도 만족하지 못한 채로 전화를 끝내야 했다. 단짝친구인 트리샤 페킷과 그 애가 새로 사귄 남자친구인 스테판 베르투치와 점심약속이 있었다. 제시간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보통 여자애들과는 다르게 약속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여자애니깐.
그래서 나는 한 손으로는 나른하게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다른 손으로는 티슈를 뽑아 대충 몸을 닦아냈다. 벤은 늘 예측불허의 곳에서 내 성감대를 찾아내곤 했다.
나는 한숨을 쉬고 욕실로 향했다. 아무튼, 제길, 진짜 섹스가 몹시도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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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계집애야!” 트리샤는 내가 다가오는 걸 보고 킥킥대며 웃었다. 우리는 쇼핑몰의 푸드 코트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쇼핑을 할 참이었다. 나는 구운 지티, 스테판은 필리 치즈스테이크를 타왔지만, 트리샤는 달랑 스무디만 들고 있었다.
“또 마시는 걸로만 점심을 때우려고?” 나는 벤한테 배운 버릇인 눈썹을 들어 올리기를 했다. “한 시간만 지나면 배고파 질 텐데.”
“끄떡없어.” 트리샤는 내 말을 웃어넘겼다. 트리샤는 우리가 서로 알게 된 이후로 늘 건강한 보통의 여자애였다. 나보다 몇 인치쯤 키가 작은 부드러운 갈색 눈을 한 다소 풍만한 브루넷은 굳이 말하자면 5파운드쯤 살을 뺄 여력이 있어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트리샤는 지난 학기부터 부쩍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더니 정성스럽게 화장을 한다거나 옷을 통째로 새로 사입었고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늘 굶주리고 다녔다. 지금은 작년보다 5파운드 이상 살이 빠졌는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남자애들도 트리샤한테 한층 관심을 쏟는 것처럼 보였다.
당연히, 트리샤의 체중감량은 운동이 아니라 영양결핍만으로 이루어진 거였다. 그래서 나는 트리샤의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잔소리를 해주곤 했다. “나눠줄까?”
트리샤는 고개를 저었다. “잔소리 좀 그만 해, 도온. 끄떡없다는데도 그러네.”
“뭐, 내 눈엔 예쁘기만 한데.” 스테판은 트리샤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심 트리샤의 안목에 점수를 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스테판은 키 크고 잘생긴 남자애였다. 좀 털이 많은 게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았지만. 더구나, 스테판은 트리샤보다 두 살 연상인 열아홉 살로 근처의 전문대에 다니고 있었다. 1년 전이라면 트리샤 같은 애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그런 남자애였다.
그러나 트리샤의 가는허리와 풍만한 가슴은 꿀벌처럼 남자애를 끌어들였다. 뭐 엄밀히 말해, 나도 한몫을 한 셈이지만. 나도 지난 1년간 키도 커졌고 가슴도 커졌다. 어쩌면 트리샤가 외모에 집착하게 된 이유를 제공한 셈일 수도 있었다. 자기의 단짝친구(나)가 가는 곳마다 허다한 남자애들의 표적이 되는 걸 보고 트리샤도 자기도 나처럼 남자애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스테판 같은 준척을 낚을 수 있었다.
사실, 스테판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맞아, 매력적이고 잘생기기는 했어. 그러나 다소 호색한 기질이 엿보이는데다가 귀여운 여자애한테 추근대는 모습이 캠프의 그렉 키노모토를 떠올리게 했다. 스테판은 자기가 잘생겼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고 트리샤를 바로 옆에 두고도 주변의 여자애한테 거리낌 없이 수작을 걸곤 했다.
마치 지금처럼.
트리샤와 나는 끼니를 때우고 포에버 21에서 진열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마침 고개를 돌려보니 스테판이 우리보다도 더 어려보이는 두 10대 여자애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자그마한 여자애들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웃는 얼굴로 킥킥대고 있었다. 나는 눈을 굴리고 트리샤한테 다가가 옆구리를 찔렀다. “신경 안 쓰여?”
스테판 쪽을 건너다보는 트리샤의 얼굴에 일순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트리샤는 곧바로 얼굴을 펴고 고개를 저었다. “뭐 어때. 어차피 나한테 돌아올 텐데. 여자애들이 꼬리를 칠만큼 잘생긴 게 죄는 아니잖아.” 트리샤는 그 말을 하고 스테판한테서 눈길을 돌려 다시 쇼핑에 집중했다.
10분 후, 프레더릭스 오브 할리우드를 지나갈 때 스테판이 천박해 보이는 란제리 가게를 가리키며 제안했다. “헤이, 아가씨들, 패션쇼 좀 보여줄 생각 없어?”
나는 눈을 굴렸지만, 트리샤는 킥킥대며 고개를 저었다.
“제발 좀 해주라, 트리쉬.” 스테판이 애걸복걸했다. “내가 직접 벗겨도 된다고 약속만 해주면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사줄게.”
트리샤는 새빨갛게 얼굴을 붉혔지만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란제리 가게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스테판은 늑대 같은 눈길로 여자친구의 엉덩이를 뚫어지게 쳐다봤고 트리샤도 남자친구의 눈길을 눈치채고 엉덩이를 흔들어대며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스테판의 눈길이 전적으로 여자친구한테만 쏠렸던 건 아니다. 스테판은 나를 쳐다보며 늑대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다시피, 나한테 입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하면 네가 원하는 것도 뭐든지 사줄게.”
나는 그 뻔뻔한 말에 눈썹을 세우고 스테판을 째려봤다. 부적절한 말이었다. 그러나 따귀를 때릴 만큼 심각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꿈이나 꾸셔, 스테판.”이란 말을 해주고 트리샤를 쫓아 상정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인정해야겠다. 나도 스테판이 볼 수 있게 부러 엉덩이를 흔들며 걸었다는 것을. 가끔은 눈요기가 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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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너무 많이 싸서 몇 번을 쌌는지 기억도 안 나.” 트리샤는 한숨을 쉬었다. “스테판은 아주 발정이 나서 날 내던져 버리고 정신이 쏙 빠지게 박아줬어.”
“트리쉬, 듣고 싶지 않아.” 나는 괴롭게 신음했다. 어젯밤에는 벤과 폰섹스를 하고 나서 디제이와 한 침대에 들었다. 벤도 브룩을 찾았을 거로 확신한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불공평했다. 적어도 벤은 생생한 보지를 실제로 박을 수 있는 반면에, 나한테는 딜도와 디제이뿐이었다. 물론 딜도도 나름대로 괜찮았고 디제이도 제법 솜씨 있게 딜도를 다룰 줄 알았지만, 아무래도 실물과는 같을 수 없었다.
나는 자지가 고팠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쉽사리 구할 수 있었다. 나한테는 늘 자지가 들끓었다.
지금도 비슷한 경우였다. 우리는 친구들과 어울려 해변에서 놀고 있었다. 나는 비키니 탑의 끈을 풀고 엎드리고 누워 햇볕을 쬐고 있었고 트리샤도 같은 자세로 내 옆에 누워 있었다. 늘 그래 왔듯 몸을 뒤집기만 하면 5분도 지나지 않아 은근슬쩍 헤매듯 다가와 말을 거는 남자애가 있을 것이다. 해변에 놀러 오면 늘 남자애들이 추근댔다.
트리샤는 혼잣말을 하듯 읊조렸다. “쟨 보통 큰 게 아냐. 내 말은, 크기는 별로 상관없다는 말이 있지만, 작은 남자친구를 둔 여자애들이 자위하느라 하는 말 같아. 하지만, 스테판은-”
“트리샤! 듣고 싶지 않아!”
“미안. 하지만, 네가 한 달 넘게 섹스를 못 한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나는 짜증이 나 눈을 굴리며 옆으로 돌아눕다가 비키니 끈을 풀어놓았단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는 재빨리 삼각형 비키니 탑으로 가슴을 가리고 다시 엎드린 자세로 돌아누웠다. “봐봐, 트리쉬. 스테판이 널 행복하게 해준다니 나도 기뻐. 마땅히 그래야지. 하지만, 제발? 자랑하는 소리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들어야 하겠어? 난 섹스를 못해서 달아올라 있는데 넌 전혀 도움이 안 돼.”
“그러지 말고 도온. 기분을 좀 풀어. 섹스할 마음이 있으면, 저기 라이언이 너한테 관심 있는 걸 알고 있잖아.”
나는 트리샤의 눈길을 따라 해변으로 고개를 돌려 친구들과 프리스비를 하고 노는 스테판과 라이언을 바라보았다. 스테판이 키 크고 거무스름하게 선탠을 한 잘생긴 남자애라면 라이언은 키 큰 금발의 미남이었다. 이름에 걸맞는 금빛의 피부와 치렁치렁한 금발머리를 목까지 늘어뜨리고 근육다운 근육을 한 모습이 싸구려 로맨스 소설의 표지모델에나 어울릴 듯한 모습이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라이언은 내 국물을 지리게 할 만큼 매력적인 남자애라는 사실을. 마침 라이언은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내가 쳐다보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완벽한 이를 뽐내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모습에 아랫도리에서 작은 전율이 일었다.
무척 유혹적이었다. 나는 남자애들의 눈길에 익숙했고 특히 라이언이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벤한테 충실하고 싶었다. 나는 내 남자친구를 사랑했고 우리의 관계를 위협할지도 모르는 일은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었다. 벤이 수많은 여자애들과 섹스를 한 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하기로 약속한 이후로는 나한테만 충실했고 나도 벤한테 질 수는 없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눕혔다. “난 벤을 사랑해, 트리샤.”
“알았어, 알았어.” 내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한 번 말해 본 거야...”
충분히 엎드려 있었던지 등이 살짝 따끔했다. 나는 등으로 손을 뻗어 비키니 끈을 묶고 등을 대고 돌아누웠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고쳐 쓰고 성적인 긴장이 풀리기를 기대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내 당당한 D컵 가슴도 숨쉬기를 따라 아래로 쳐졌다. 종종 남자애들을 유혹할 게 아니라면 노출이 덜한 비키니를 입어야겠단 생각이 들면서도 남자애들의 시선에 온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런 느낌이 좋았다. 헤이, 한창일 때 자랑해야지, 안 그래?
예상했던 대로 빨래판 같은 복근을 한 남자애들이 꼬이기 시작했고 트리샤는 킥킥대고 웃으며 서슴지 않고 대화를 나눴다.
나는 트리샤랑 같이 장단을 맞춰주었다. 사실 어떻게 흘러갈지 뻔히 알고 있었다. 곧 스테판과 라이언이 “자기들의 여자애들”을 지키려 남자애들을 쫓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남자애들이 도착하자 뜨내기들은 즉시 퇴각했다. 나는 도로 등을 대고 누워 프리스비를 하고 놀지 물놀이를 하고 놀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검은 선글라스 너머로 나를 갈망하는 눈길로 쳐다보는 라이언의 꿰뚫는 듯한 푸른 눈을 알아채지 않을 수 없었다.
무척 유혹적이었다. 그러나 나는 벤을 사랑했다.
2001년 9월, 여름방학
“헤이, 브랜디.” 나는 벤의 큰누나인 브랜디 그리고 우리 큰언니인 데이나를 차례차례 포옹했다. 인턴십을 마친 여대생들은 학기가 시작하기까지 일주일쯤 여유가 있었는데 브랜디는 우리집에서 1박하고 가족이 있는 남부 캘리포니아로 날아갈 예정이었다.
“와우, 도온, 너 그새 또 자랐구나.”
나는 눈을 굴렸다. “한 달 전에도 봤으면서.”
“맞아, 근데 이렇게 예쁘게 자란 줄은 까먹고 있었어. 내 꼬마 동생하고 흙장난하고 노는 꼬마 여자애 모습이 인이 박혀서 그런 것 같아.”
“이젠 꼬마 동생이라고 할 수 없잖아?” 나는 방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건 그래.” 브랜디는 잠시 먼 곳을 바라보는 듯했다. 그리고 나는 브랜디의 표정에서 욕정과 갈망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브랜디와 벤이 겨울부터 박아온 걸 알고는 있었지만, 브랜디가 이처럼 벤을 깊이 생각할 줄은 몰랐다. 브랜디는 그동안 6월에 헤어진 브라이언이라고 하는 남자친구한테 푹 빠져 있었고 여름에는 인턴십을 받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나왔다.
나는 잠시 상념에 빠졌다가 눈썹을 오므리고 브랜디의 팔에 매달렸다. “벤을 원하는구나?”
“음?” 브랜디는 정신을 차리고 나한테 눈길을 돌렸다.
“벤 말이야. 집에 가면 벤이랑 섹스하고 싶어?” 예쁜 연상의 브루넷이 내 남자를 맛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오해가 남지 않도록 분명히 물어보았다. 데이나와 나는 다음 한 주 동안 놀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벤과 브랜디도 그러지 못하리라는 법이 없지 않을까?
“상관 안 해?” 브랜디는 오줌이 마려운 모양새로 다리를 오므렸다. “자지를 구경해본 게 하도 오래돼서 미칠 지경이야.”
“뭐?” 데이나가 끼어들었다. “내가 잘 보살펴주지 않았단 말이야?”
“그거랑은 달라.” 브랜디는 괴롭게 신음했다. “허구한 날 요란하게 박아대는 소리를 듣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더라구.”
“헤이, 인기 좋은 게 죄야?” 데이나가 쏘아붙였다.
“넌 남자친구를 셋이나 두고 있어. 데이나.” 브랜디는 데이나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헤이, 걔들이 날 감당할 수 있다는데 불만일 건 없잖아.”
브랜디는 전에 없이 열을 받은 모습이었다. 나는 잽싸게 브랜디를 달랬다. “진정해, 진정해.” 나는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들고 성급히 마음을 결정했다. “그렇게 해, 언니랑 벤. 나도 자지를 오랫동안 구경 못한 심정을 알아.” 나는 한숨을 쉬었다.
“진짜?” 브랜디는 기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진짜야, 어차피 벤은 나랑 폰섹스를 하고 나서는 매번 브룩을 박아주고 있거든. 내 남자친구랑 박아도 되는 허가를 내려줄 테니까 날 위해서라도 열심히 박아줘야 해, 알았지?”
브랜디는 화색이 만면했다. “알았어!”
한숨이 나왔다. “알다시피, 지금은 언니가 부러워 죽겠어. 딜도는 아무리 해도 실물만 못하거든.”
“두말하면 잔소리지.” 브랜디도 한숨을 쉬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체온은 없지만 가끔은 좋을 때가 있어. 하지만, 남자가 내 몸에 올라탔을 때의 느낌을 따라올 순 없어.”
“글쎄...” 브랜디는 데이나와 눈짓을 주고 받았다.
“뭐?” 나는 언니들한테 꿍꿍이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데이나는 씩 하고 웃었다. “두고 보면 알아. 땀 찬 남자 몸뚱이 아래에 깔린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꽤 비슷한 걸 준비해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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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 버려! 날 박아버리라구! 어엉!” 땀이 흥건한 몸뚱이가 내 가슴을 압박했고 굵직한 남근은 물바다가 된 내 보지를 힘차게 박아댔다.
“해버려!” 브랜디가 내 귀에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참지 말고 싸버리라구! 박히는 걸 느끼며 쾌락에 몸을 맡겨버려!”
“어어엉.” 나는 내 허벅지 사이에서 요동치는 엉덩이 볼기를 힘껏 끌어당겼다. 그러나 볼기짝에 흐르는 땀으로 손이 자꾸만 미끄러져서 조금 더 위쪽으로 옮겨가 더욱 힘차게 박아줄 수 있게 허리띠를 꼭 붙잡아 주었다.
“으음...” 데이나는 허리가 꼭 붙들린 걸 느끼고 내 입술에 신음했다. 우리의 엉킨 혀는 나를 떡 쳐주는 부착 딜도와 엇박자로 근친상간적인 춤을 추어댔다. 언니는 남아있는 기운을 짜내 진짜 제대로 박아대기 시작했다.
화끈한 언니한테 깔려서 내 손이 아닌 다른 사람의 힘으로 박히는 것에 전율이 일었다. 혼자 딜도질을 하는 것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누군가 다른 사람이 해주는 게 백배는 나았다. 더구나 몸에 달린 딜도로 박히는 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시팔! 동시에 브랜디가 내 엉덩이를 가느다란 딜도로 박아주는 것도 지랄같이 좋았다.
데이나는 아기처럼 빨아달라며 내 입술에 더블 D컵 젖통을 들이댔고 나는 바로 그 순간 오르가즘에 올랐다.
나는 데이나를 떨어트릴 수 있을 만큼 심하게 요동쳤다. 그러나 데이나는 리듬을 잃기는 했어도 오르가즘 내내 나를 박아줄 수 있었다. 엉덩이가 덜컥댔고 상체가 뒤틀렸다. 그리고 나는 압도적인 오르가즘이 내 온몸을 강타하는 동안 언니의 몸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결국, 나는 땀에 전 살 무더기가 되어 매트리스에 늘어졌고 데이나는 내 몸에서 가짜 자지를 빼내고는 침대에 돌아앉았다. 브랜디도 내 엉덩이에서 딜도를 빼냈다. 마침내 나는 텅 빈 평온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벤한테 박히는 것에 비하면 다소 미흡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데이나는 발갛게 달아올라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풍만한 알몸으로 핑크빛 딜도를 찬 모습이 악마처럼 에로틱해 보이면서도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데이나는 브랜디한테 물었다. “달려줄까?”
예쁜 브루넷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내일 벤을 보게 될 거란 생각에 마음이 설레.”
“너만 손해지, 뭐.” 데이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웃으며 부착 딜도를 가리켰다. “내가 해봐도 돼?”
데이나는 씩 하고 웃었다. “나 박고 싶어?”
나는 킥킥대며 웃었다.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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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 주 동안은 데이나의 착용 딜도와 디제이의 날렵한 혓바닥 사이에 끼어서 욕정의 레벨을 8에서 5로 줄일 수 있었다. 아직은 벤이 그리웠지만 전 주만큼은 내 의식을 지배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한테 관심을 보이는 남자애들이 나날이 늘어만 갔지만, 집에서도 충분히 욕구를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전처럼 유혹을 느끼지는 않았다.
나는 친구들과 어울려 쇼핑몰에 놀러 갔다. 9월치고는 꽤 더운 날씨였지만 냉방이 상당히 잘되어 있어서 한때를 보내기에는 최적인 장소였다. 그러나 운이 없었던지 하필 라이언과 짝이 되었다.
현재 라이언은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애한테는 찝쩍대지 않아야 한다는 “남자의 코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일례로 라이언은 내 친구 낸시 커리한테 매력을 느끼고 있었지만, 낸시한테는 트래비스 월든이라는 남자친구가 있었기에 선을 넘으려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반면에 내 경우에는, 라이언은 내가 임자가 있는 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몇 주 동안 같이 어울려 다니면서 한 번도 내 남자친구를 볼 수 없게 되자 은근슬쩍 관심을 보이더니 관심이 욕망으로 변했고 욕망이 점점 강도가 더해져 지난 사흘 동안은 마치 상사병을 앓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게다가 라이언은 튕기는 여자애는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는 굉장히 잘생긴 남자애였다. 특히 두 살이나 연하인 여자애인 경우.
사실 라이언 이전에도 나한테 반한 남자애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남자애들은 늘 내 주변에 모여들었고 아마도 내가 중년이 될 때까지도 쭉 그러리란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예의를 갖춰 꾸준히 난색을 보이면 다들 제 갈 길을 찾아서 가곤 했다. 나는 라이언도 한 주 정도만 지나면 내 의중을 알아차리고 제풀에 꺾이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 말은 라이언을 한 주나 더 참고 견뎌내야 함을 의미했다.
“헤이, 도온. 너 마시라고 푸라푸치노를 사왔어.” 라이언은 미소를 지으며 내 취향에 딱 들어맞는 카라멜 푸라푸치노를 내밀었다. 음 점수 좀 줘야겠는데. 내가 스타벅스에 주문하는 커피를 유심히 지켜봤던 것 같다.
“어, 라이언.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나는 라이언이 내미는 컵을 받지 않으려 했다.
“알아, 하지만 내 커피를 주문하는 김에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라이언은 어깨를 으쓱이고 들고 있던 자기 커피를 마셨다.
나는 딜레마에 빠져 한숨을 쉬었다. 받으면 부추기는 셈이 되고 받지 않으면 너무 매몰차고 냉정한 처사가 되는 셈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갑을 열고 1달러 지폐 네 장을 꺼내 들었다. “이거 받아. 공짜를 받을 순 없어.”
“아니, 아니.” 라이언은 손을 내저었다. “내가 쏘는 셈으로 치자구.”
“고맙기는 하지만 괜찮아. 우린 단지 친구일 뿐이니깐 신세를 질 수는 없어.” 나는 미안한 표정을 짓고 다시 돈을 내밀었다.
“오, 어, 알았어.” 라이언은 실망감을 감추고 돈을 받고는 커피를 건넸다.
라이언은 다음 한 시간 동안 스테판이 트리샤한테 하는 것보다 더욱 바짝 나한테 달라붙었다. 그 후에 우리가 벤치에 앉아 쉬고 있을 때, 또다시 수작을 걸어왔다.
내가 뻣뻣해진 목을 주무르고 있을 때 잘생긴 남자애는 내 어깨에 손을 얹고 살며시 주무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깨를 움츠리고 피하려 했지만... 손길이 무척 기분 좋게 느껴졌다. 작은 즐거움이 척추를 간질였다. 나는 기분 좋게 한숨을 쉬고 라이언의 손길에 몸을 내맡겼다.
“기분 좋아?” 라이언이 나직이 물었다.
“으음...” 신음만으로 대답할 수 있었다. 꽤 긴 하루였고 친구들과 놀러다니는 게 즐거웠다. 등에 마사지를 받는 게 그리 큰 해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더구나 그 솜씨 좋은 손길에 뭉친 근육이 풀리면서 기분이 붕붕 떠다녔다.
마사지하는 손길을 보면 섹스를 하는 방식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라이언의 손길은 강하고 힘이 넘쳤다. 침대에서 라이언이 짐작이 갔다. 서투르고 그릇된 곳을 만져대면 침대에서도 그럴 것이고 부드럽고 솜씨 있게 만져대면 침대에서 부드럽고 솜씨 있는 연인이었다.
라이언은 부드럽고 요령 있는 손길로 마사지했다. 심각하게 말해, 온몸이 녹아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손길이 내 브라의 매듭을 교묘하게 만지고 있을 때는 저절로 섹스가 떠올랐다. 침대에서는 어떨까? 자지는 클까? 박힐 때는 어떤 느낌일까? 그 커다란 덩치에 깔리는 건 어떤 느낌일까?
벤.
그때 내 진정한 사랑의 얼굴이 불현듯 떠올랐고 나는 내 어깨에 얹힌 라이언의 손을 잡았다. 라이언은 마사지를 멈추고 나한테 바짝 몸을 붙었다. 나는 라이언한테서 비켜앉으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라이언. 하지만, 이젠 할 만큼 한 것 같아.”
라이언은 다소 실망한 모습을 보였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바로 그때 내 전-남자친구인 마크 에버슨이 친구들을 거느리고 우리 벤치 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나는 라이언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헤이, 마크!”
마크는 나를 발견하고 환하게 얼굴을 밝혔다. 마크는 그리 잘생기거나 덩치가 큰 남자애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성격적으로 착한 구석이 있는 편이었다. 데이트를 하면서 마크를 철석같이 믿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러한 점 때문이었다. 마크는 준비되지 않았다고 하면 절대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그러나 종국에는 마크를 차버려야만 했다. 우리는 섹스 빼고는 안 해본 게 없었다. 그래서 진짜 섹스를 하기 전에 갈라서게 되어서 무척 속이 상했을 것이다.
나는 우리 사이가 어색해질까 봐 걱정했었다. 그러나 마크는 친구로 남자고 했고 실제로 그런 사이로 지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한치 거리낌 없이 팔을 벌려 마크와 굳게 포옹했다. “헤이, 잘 지냈어?”
“괜찮았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꽤 오랜만에 본 것 같아!” 마크는 다정히 인사를 하고 우리 일행들한테 고개를 돌렸다. 대부분은 마크도 안면이 있는 고등학교 친구들이었다. “놀러 나온 거야? 아니면 진짜로 쇼핑하러 나온 거야?”
“그냥 놀러 나온 거야.” 나는 살짝 유혹적인 자세를 했다. 그다지 과한 것은 아니었다. 머리카락을 쓸며 몸매가 드러나게 자연스럽게 선 것뿐이다. 나는 예전에 마크한테 매력을 느끼지 못한 건 아니었다. 단지 벤을 고대하는 마음에 자지 않은 것뿐이었다. 그러나 다시 전-남자친구와 조우하게 되니 아무래도 다른 남자애들보다는 친밀한 감정이 드는 게 어쩔 수 없었다.
“넌 어땠어? 아직, 어, 그 애 이름이 뭐였더라?”
“사만사? 아니, 한두 달 전에 헤어졌어.” 마크는 어깨를 으쓱이고 고개를 수그렸다. “잘 안되더라고.”
“오,”
“뭐, 괜찮아.” 마크는 걱정스레 미소를 지었다. “사실, 걔가 그러는데, 내가 널 완전히 극복하지 않았대.”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미안해, 마크.”
마크는 손을 내젓고 한숨을 쉬었다. 자기의 감정과 싸우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만사의 말이 맞았다. 마크는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나를 완전히 극복한 게 아니었다. “괜찮아, 괜찮아.” 마크는 힘들게 입을 열었다.
불행하게도, 마크가 아직 나한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상황만 어색해질 게 분명했다. 나는 슬며시 뒤로 물러나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무척 좋아 보여.”
“고마워. 다시 임자 없는 몸이 됐다는 게 그나마 희망이지, 뭐. 그래서 내 물어볼게. 도온. 데이트 신청하면 승낙할 거야? 우리가 멈췄던 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마크의 자지가 나를 박기 1인치 직전이 우리가 멈춘 곳이었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 마크. 난 남자친구가 있어.”
“오.” 마크는 속을 내색하지 않으려 등을 곧추세웠지만, 그 속이 어떤지 대충 짐작이 갔다. “내가 아는 애야?” 그러면서 마크는 라이언을 쳐다봤다.
나는 마크의 눈길이 향한 곳을 보고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걔는 남부의 오렌지 카운티에 살아. 전에 벤에 대해 이야기해준 것 같은데, 우린 어려서부터 함께 자랐어.”
“아, 맞아, 맞아. 기억나.” 마크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미소를 짓고 어깨를 으쓱였다. “그치만 헤이, 걔는 학기가 끝나야 만날 수 있잖아. 그러니깐 넌 나랑 데이트해도 돼. 백마일 넘게 떨어져 사는 건 쳐주지 않는다고.”
나는 눈을 굴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거리가 무슨 상관이 있어?”
“맞아, 맞아.” 마크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아무튼 종종 마주칠 일이 있을 거야. 어쩌면 같은 수업을 듣게 될지도 모르고.”
“알았어. 만나서 반가웠어. 마크.” 나는 다정하게 미소했다.
“그럼, 다음에 보자.”
“바이.”
나는 한숨을 쉬고 친구들과 사내다운 라이언을 돌아보았다. 라이언은 아직도 나한테 관심을 둔 눈빛이었다. 11개월은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었다. 나조차 남자애들의 유혹에 마음이 흔들리는데 벤은 오죽할까? 두 타스가 넘는 여자애들과 섹스를 해본 남자애가 브룩과 브랜디만으로 끝까지 참고 견뎌낼 수 있을까? 브랜디가 대학으로 돌아가고 브룩이 남자친구를 사귀면 벤한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는 이미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더라도 다른 여자애랑 섹스해도 괜찮다는 언질을 준 적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지금쯤은 브랜디를 박아주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벤이 나를 덜 사랑하는 것도 아니잖은가?
어쩌면 서로 공평하게 행동해야 하는 게 아닐까? 어쩌면 나도 라이언 같은 남자애를 따로 둘 수 있지 않을까? 라이언은 대학생에다가 자기 생활이 따로 있었다. 가끔은 나를 흡족하게 박아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치? 라이언하고는 심각해지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벤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긴 한숨을 쉬었다. 섹스를 할 수 없는 11개월이라는 시간이 당치도 않게 길게 느껴졌다. 곧, 될 수 있으면 곧.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에 대해 벤과 의논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벤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지만, 벤이 따로 보지를 둘 셈이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나도 따로 자지를 둬야 할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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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상급생
“콘웨이 선생이 우리를 짝으로 정할 줄은 예상도 못 했어.” 마크는 교실을 걸어나가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알파벳 순서니깐, 에번스, 에버슨. 어차피 벌어질 일이었어.”
“더 일찍 정해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텐데.” 마크는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내키지 않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크하고는 여전히 친구로 남고 싶었지만, 감정이 남아 있는 걸 아는 이상 상황만 어색해질 뿐이었다. 나를 쳐다볼 때나 작은 친절을 베풀 때마다 단지 착한 성격으로 그러는 건지 나를 다시 사귀려고 그러는 건지 계속 의심만 생길 뿐이었다.
“오늘 오후에 다른 일이 있는 건 아니지, 도온?” 마크는 나한테 바짝 다가섰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면 일찍 만나는 게 낫지 않을까?”
나는 힘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별다른 일은 없었지만, 마크를 따로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잠시 둘러댈 핑계를 궁리하고 있을 때 트리샤가 구원해주었다.
“헤이, 도온!” 발랄한 브루넷은 내 옆으로 붙으며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스테판이 일몰을 구경시켜주러 친구들을 해변까지 태워다주겠대. 너도 올래?”
“오, 그래, 당연하지!” 나는 미안한 얼굴로 마크를 돌아보았다. “전화해. 방과 후에 남거나 도서관 같은 장소에서 만나면 될 거야. 괜찮지?”
“오, 어, 알았어. 도온.” 마크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마크는 일몰을 구경하러 가는 시간이 오후 7시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사실 마크를 만나지 않을 핑계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마크의 본심을 파악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나중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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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녁을 먹고 나서 지갑을 챙기며 엄마한테 말했다. “해변으로 놀러 가러 트리샤가 데리러 오기로 했어요.”
“주중이잖니. 도온.” 엄마는 눈썹을 들어 올렸다.
“일찍 돌아올게요.”
“또 누가 가는데?”
“확실치 않아요. 그냥 몇몇 친구들이겠죠. 아마도 스테판이 운전할 테고요.”
“라이언도 온대니?” 엄마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마도요, 왜요?”
“벤이 라이언에 대해 알고 있니?”
나는 눈썹을 오므렸다. “알고 말게 있나요? 걔는 스테판의 친구고 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게 다예요. 제가 벤을 사랑하는 걸 아시잖아요.”
아무튼, 벤이 알고 있냐구? 그 애랑 지나치게 자주 어울리는 걸 벤이 반길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구나. 걔 열아홉 살이지. 그치?”
나는 눈을 굴렸다.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엄마. 해변에 놀러 가는 것 뿐이라구요. 훤하게 개방된 장소로요. 친구들이랑 함께요. 별다른 일은 없을 거예요. 해변 말고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하면 미리 전화 드릴게요.” 나는 핸드폰을 흔들었다.
“알았다. 알았어. 난 매주 베스하고 통화를 하는데 네가 벤을 속상하게 할 짓을 하고 다닌다고는 말해주고 싶지 않아.” 엄마는 손가락으로 내 눈을 가리키고 다시 자기 눈을 가리켰다.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가 똑똑히 전달됐다.
“엄마아아.” 나는 괴로게 신음했다.
[빵] [빵]
“왔나 보다. 전 이만 나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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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샤!” 나는 기겁을 했다. “우리뿐이라고는 하지 않았잖아!”
나는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을 가겠다며 트리샤를 끌고 갔다. 내 단짝친구가 “친구들이랑” 놀러 갈 거라고 했을 때 당연히 스테판의 후줄근한 미니밴에 탈 아이들이 네 명 이상일 줄 알았다. 그러나 미니밴에 탄 사람은 고작 네 명뿐이었다. 스테판, 트리샤, 라이언, 그리고 나. 뭔가 꿍꿍이가 느껴졌다.
“진정해.” 트리샤는 미소를 지었다. “내키지 않으면 잠자코 있으면 되잖아. 우린 바람을 쐬러 나온 것뿐이라구. 참, 재킷은 가져왔어?”
나는 몸서리를 쳤다. “아니.”
“염려 없어. 기온이 떨어지면 라이언이 널 따듯하게 해줄 테니깐.” 트리샤는 킥킥대며 웃었다.
“트리샤!”
“뭐가 어때서? 넌 그동안 지나치게 비비 꼬인 모습이었어. 넌 남자가 필요해. 피와 살로 이루어진 진짜 남자가 말이야. 나도 네가 남자친구를 끔찍이 아끼는 걸 알아. 하지만, 이 자리에 너랑 있어줄 수는 없잖아. 난 내 단짝친구가 괴로워하는 꼴을 내버려둘 수만은 없어!”
“난 끄떡없어.” 난 퉁명스레 대답했다. 나는 늘 벤이 그리웠고 내 욕정 게이지도 레벨 9에 다다른 상태였다. 데이나는 대학으로 돌아갔고 디제이는 새로 사귄 남자친구한테 몰두하고 있었다. 그 귀여운 수영부 남자애는 조루가 아닌 게 분명했다. 왜냐하면, 디제이는 어제 그 애를 집으로 데려와 거의 세 시간 동안이나 박아댔기 때문이다. 그 일은 내 팔자를 내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쭉 나만 홀로 남게 될 거란 사실을. 내 손과 내 장난감만 가지고. 나는 직접 하지도 못하면서 여동생이 하는 소리만을 엿듣게 될 거란 걸.
“넌 끄떡없는 게 아냐.” 트리샤는 무척 심각하게 내 눈을 들여다봤다. “게다가 라이언도 네가 원하지 않는 이상 심각해지는 걸 바라지 않아. 단지 즐거운 한때 보내고 싶어할 뿐이라구. 긴장을 풀고 좀 즐기라구!”
나는 한숨을 쉬었다. 예견된 재앙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트리샤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나는 외로웠고 귀여운 남자애한테 관심을 받는 건 무척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나 말고 다른 세 명은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5분 후 우리는 바다가 보이는 곳에 나란히 앉게 되었다. 스테판과 트리샤는 손을 잡고 일어서서 나와 라이언을 남겨두고 멀찍한 곳으로 옮겨갔다. 그 애들이 키스를 하며 몸을 비벼대는 모습이 보였지만 말소리는 똑똑히 분간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라이언이 나한테 바짝 다가와 내 어깨에 재킷을 두르는 게 느껴졌다.
나는 진퇴양난에 빠져 한숨을 쉬었다. 재킷을 받으면 라이언을 부추기는 게 될 테지만 마침 쌀쌀해진 날씨 덕에 따듯한 옷을 거절하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라이언을 돌아보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오, 왜, 도대체 왜, 나를 바라보는 라이언의 크리스털처럼 푸른 눈동자는 그와 같은 춤을 추어대는 걸까? 뱃속이 널뛰기를 해대며 울렁거렸다. 나는 라이언한테 반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겠다. 라이언은 어느 여자애라도 우쭐거리며 데리고 다닐만한 남자애였다.
그때 라이언은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아, 제길... 하필 이렇게까지 마사지에 잘할 건 또 뭐람? 목 근육은 일찌감치 풀어졌고 작은 쾌락이 척추를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한숨을 쉬고 라이언의 손길에 몸을 떠맡겼다.
“기분 좋아?” 라이언이 부드럽게 물었다.
“으음...” 신음만으로 대답할 수 있었다.
“넌 굉장히 아름다워, 도온.” 벨벳처럼 매끄러운 목소리가 귀속을 파고들었다.
나는 얼굴을 붉히고 본능적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마워.”
“하지만, 슬픔으로 불구가 된 아름다움이야. 넌 늘 너무 외롭게 보여.”
“내가 선택한 외로움이야, 라이언.” 나는 눈을 감고 목을 기울여 라이언의 손길을 편하게 해주었다.
“꼭 그러지 않아도 되잖아.”
“난 내 남자친구를 사랑해, 라이언.”
“누가 그러지 말래? 난 단지 널 행복하게 해주고 싶을 뿐이지 그 애를 너한테서 떼어놓으려는 게 아냐.”
나는 묻고 싶었다. ‘왜? 그래 봤자 너한테 무슨 소용이 있는데?’ 그러나 나는 이미 라이언이 추구하는 바를 똑똑히 알고 있었다. 라이언은 예쁜 여자애를 꼬시려는 발정 난 열아홉 살 남자애였고 나로 말하자면 라이언의 의도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먹잇감이었다. 나는 예쁘고, 젊고, 커다란 젖가슴을 한데다가 이미 남자 경험이 있는 여자애였다. 대놓고 임자 있는 여자애를 꼬시는 게 라이언의 본성이 아닐지라도, 벤은 늘 보이지 않는 존재였고 그래서 나는 섹스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여자애였던 셈이었다.
“라이언...” 나는 주저하며 입을 열려고 했다.
“쉬...” 라이언은 달래듯 내 등을 쓸어 주었다. 도대체 얘는 무슨 수를 써서 손짓 하나로 나를 지리게 할 수 있는 걸까? “말하지 않아도 돼. 나도 알아. 난 이것 말고 더는 바라는 게 없어. 알았어? 난 억지를 부리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선을 넘었다 싶으면 말만 하라구. 그러면 그 즉시 모든 걸 멈출 테니까.”
나는 한숨을 쉬고 다소 긴장을 풀었다. 지금까지 라이언은 늘 자기가 한 말을 지켰고 한계점을 넘으려고 한 적은 없었다.
그 순간 내 목에 라이언의 입술이 닿았다. 나는 전기에 쏘인 듯 쾌락의 쇼크를 느끼고 행복한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애한테 이처럼 친밀한 키스를 받아본 게 얼마 만이더라?
내가 호응하는 걸 알아차린 라이언은 또다시 내 목에 키스했다. 또다시... 그리고 또다시. 곧 그 입술은 내 귀 쪽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나는 점점 숨결이 거칠어졌고 온몸의 피가 빨라지는 걸 느끼며 들뜬 신음으로 헐떡였다. 라이언은 내 반응에 용기를 얻어 더욱 대범하게 행동했다.
손 하나가 내 등으로 기어와 브라의 매듭 부근을 만지작거렸다. 순간적으로 브라를 풀고 내 민감한 젖가슴을 만져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일 초 후에는 다른 손 하나가 내 셔츠의 앞으로 기어와 멜론처럼 커다란 내 젖가슴을 손바닥으로 감싸쥐었다.
나는 반사적인 신음을 흘리며 라이언을 행해 고개를 돌렸다. 너무나 황홀한 느낌에 라이언이 내 목과 귀에 키스하는 걸 더는 바라지 않았다. 나는 라이언을 맛보고 싶었다. 나는 라이언한테 키스하고 싶었다.
나는 라이언한테 박히고 싶었다.
그리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잖아? 단지 섹스일 뿐이잖아. 그치? 감정을 배제한 육체적인 발설일 뿐이라구. 난 라이언과 자기만 하고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될 뿐이라구.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가 될 것도 없잖아? 벤은 알 필요도 없고 말이야.
바로 그럴 찰나, 나는 고개를 멈췄다. 라이언의 입술과 만나기 1인치 직전에. 그와 같은 비밀은 벤한테서 감출 수 없었다. 나는 죄책감으로 망가질 것이다. 우리의 사랑을 안과 밖으로 썩게 될 것이다. 벤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벤이 감당할 수 없으면? 나도 말로는 섹스만을 위한 섹스를 감당할 수 있다고 장담한 적이 있었다. 감당이라, 맞아. 하지만, 반길 리는 없겠지. 또한, 나한테 벤이 여자애들을 박아대고 다닌 것에 대해 분개하는 마음이 남아있다면, 벤도 내가 다른 남자애들을 박는 것을 괜찮다고 여길 거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벤을 알고 있었다. 그렉 키노모토와 벌인 일로 벤이 질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맞아, 벤은 라이언과 자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게 분명해. 그건 내가 아무리 달아올랐다고 해도 절대 다른 남자애랑 섹스를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야.
“미안해.” 나는 두 팔로 나를 꼭 안고 있는 라이언한테 1인치 떨어진 거리에서 속삭여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억지를 부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내가 원하는 걸 너도 알 거야, 도온. 하지만, 절대 억지를 부리지 않을 거야.”
나는 간신히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고마워.”
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쉬워하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았다.
나는 지평선으로 고개를 돌렸다. “웁스, 해가 지는 모습을 놓친 것 같아.”
“괜찮아, 널 바라보는 게 훨씬 더 좋은걸.”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단 한 가지만 떠올랐다. “제길, 벤. 난 네가 필요해.”
Flwrgrl1987: 그렇게 따분하단 말이야, 허?
BigBen69: 잘 모르겠어. 개학하면 신날 줄 알았는데.
Flwrgrl1987: 학교 가는 게 신나는 사람이 어딨어? 방학 땐 누이들이 잘해줬을 거 아냐? ^-^*
BigBen69: 당연하지, 하지만 친구들이랑 시간을 때우는 것도 이젠 재미가 없어졌어.
BigBen69: 게다가 다들 쌍쌍으로 붙어 다니는 꼴도 보기 싫고. 보고 싶어 미치겠어. 도온. ㅠㅠ
Flwrgrl1987: 나도 보고 싶어, 벤.
Flwrgrl1987: 아마 너보다도 훨씬 더.
Flwrgrl1987: 트리샤랑 스테판은 나를 코앞에 두고도 자기들끼리 오그라지게 굴지 뭐야. 난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기 일쑤고. ㅠㅠ
BigBen69: 내 방법을 찾아볼게. 어쩌면 부모님이 주말이나 휴일에 비행기 삯을 대줄지도 몰라.
Flwrgrl1987: 정말? 꼭 그래야 해!
BigBen69: 힘써 볼게. 사랑해, 도온. =)
Flwrgrl1987: 나도 사랑해...
BigBen69: 아, 끝내야겠다. 브룩이 온 것 같아.
Flwrgrl1987: 벌써? 집까지 태워다준 줄 알았는데?
BigBen69: 오늘은 아냐. 오후에 치어리더 오디션을 본다고 했거든.
Flwrgrl1987: 알았어. 오늘 밤 전화해, 약속?
BigBen69: 약속. =)
BigBen69: 사랑해.
Flwrgrl1987: 사랑해.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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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 상급생
“오마이갓! 오마이갓! 홀인원!” 라이언은 환호성을 지르며 펄쩍펄쩍 뛰었다. 나처럼 신이 난 것 같았다.
우리는 떼거리로 -이번에는 진짜로 떼거리였다- 가까운 미니 골프장에 놀러 갔다. 그리고 내가 친 공이 두 번이나 범퍼를 튕기고는 돌아가는 바퀴를 통과해 기적적으로 컵 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 즉시 사방에 요란한 불빛이 켜지면서 알람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홀인원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공짜게임에 당첨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보다 더 좋았던 건...
“우리가 이겼어!” 나도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가 이겼다구!” 그리고는 아무 생각 없이 라이언한테 펄쩍 뛰어들었고 라이언은 자기 허리를 두 다리를 감싸며 달려든 나를 떨어지지 않게 힘껏 붙들어 주었다. 스테판과 트리샤는 아무도 자기들을 이길 수 없다며 기고만장한 태도로 도발했고 나랑 라이언이 짝을 이뤄 도전한 시합이었다.
라이언은 나를 몇 바퀴 돌리고는 땅에 내려주었다. 그리고 내 머리를 붙들고 내 입술에 촉촉하고 농익은 키스를 해왔다.
오, 바로 이거였어.
처음으로 느껴본 라이언의 힘찬 입술에 행복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스테판과 트리샤는 침을 나누며 승리를 축하하는 우리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도 입술을 떼고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제길, 끝내주게 좋았다.
앞서서 라운드를 돌던 친구들은 우리가 키스하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다가 박수를 쳐주었다. 스테판과 트리샤는 속마음을 감추고 승리를 축하해주고 다시 앞선 아이들한테 합류했다.
라이언과 나는 서로 절을 하는 시늉을 하면서도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라이언을 가리키며 의아해하는 눈짓을 보내는 낸시를 보고는 그제야 내 남자친구가 아닌 남자애하고 열정적인 키스를 나눈 걸 깨닫게 되었다. 나는 새빨갛게 얼굴을 붉혔다.
나는 넌지시 라이언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것 같아.”
“내 키스가 그렇게 형편없었단 말이야?” 라이언은 괴로워하는 시늉을 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니, 아니. 그런 뜻이 아냐. 하지만, 좀 야하기는 했어.”
“나 야한 거 좋아하는데.”
무릎에서 기운이 빠지고 몸서리가 일었다. 진정해, 계집애야.
벤은 오늘 밤 나하고 폰섹스를 할 때, 평소보다 훨씬 달아오른 신음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리고 헤이, 디제이가 외출하지 않았다면, 손이나 혀로 날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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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 31일 상급생
“트릭 오어 드링크!”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그웬 타넨바움이 맥주를 채운 빨간 컵을 손에 들고 내 앞에 서 있어다. 나는 미소를 짓고 그웬한테서 컵을 건네 받았다. 그리 차갑지도 않고 맛도 신통치 않은 맥주였지만, 그럭저럭 넘어가기는 했다. 어차피 미성년자라는 입장으로는 밀반입한 맥주에 대해 까다롭게 굴 수 없었다.
우리는 리키 자이나의 집에서 할로윈 파티를 하고 있었다. 이번 할로윈은 주중인 수요일이라서 저녁 8시나 9경에는 파티를 파하기로 정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