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7)2부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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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회의가 펼쳐졌다.
그래봤자 나, 세피르, 델라즈 세 명밖에 참가하지 않아 단출했지만, 아무튼 회의는 회의였다.
"우선 아타나시아를 확보하는 게 우리의 최종 목표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아타나시아와의 통신이 불가능하고, 아케즈 안으로 텔레포트하기에는 아티팩트로 교란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거죠. 좋은 생각 있는 사람?"
"정면돌파 말고는 사실상 답이 없지 않냐?"
델라즈의 말은 옳았다. 하지만.
"저쪽이 어떤 아티팩트를 갖고 있을지, 그게 문제에요."
"텔레포트 좌표를 교란시킨다는 아티팩트는 지금까지 듣도보도 못했으니……별 해괴한 것을 갖고 있겠네요."
나는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서, 우리 전력이 전부 뭉쳐서 정면돌파는 불가합니다. 저랑 아저씨라면 들켜도 아케즈 바깥으로 텔레포트하거나 죄다 죽이고 탈출하면 그만이지만, 여러분까지 보호할 여력은 안 돼서요."
그래서, 하고 나는 말했다.
"세브레 단원들을 미끼로 어그로를 끌려고 합니다."
"어그로요?"
"네. 어그로. 여러분을 미끼 삼아 광신도의 화력을 집중시켜놓고, 저나 아저씨 둘 중 하나는 성대로 가서 아타나시아를 빼오는 거죠."
세피르의 안색이 조금 어두웠다.
"미안해요, 세피르. 몇 명 죽는 건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아저씨가 여러분 옆에 붙어 있을 테니 어느 정도는 보완이 될 거에요."
"왜 네가 가냐? 얼굴 팔린 너보다는 내가 가는 게 낫지 않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리저리 텔레포트를 해야 될지도 몰라요. 아저씨는 안 들키면 순조롭지만 들키면 진짜 위험하잖아요. 차라리 내가 뚫어버리고 빼오는 게 맞아요."
"나 그래도 8서클인데."
"네 저는 9서클이니까 조용히 해주세요, 스승님."
"빌어먹을 년."
나는 대답하는 것 대신 싱긋 미소를 지었다. 델라즈의 의중이 훤히 보였기에.
왜 굳이 위험한 작전에 스스로 가는 것을 자처하겠는가? 여차하면 자기를 버림패로 쓰겠다는 의미다. 나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다. 나는 델라즈가 자기 자신을 버림패로 쓸 수 없게끔 세브레 단원들 옆에 붙여놓을 생각이다.
"우선……아케즈 구석에 산이 하나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맞나요?"
"조금 작긴 해도 맞긴 하다."
"일단 거기로 숨어들어서, 정비를 한 후에 어그로를 끕니다. 방식은 뭐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요."
이건 델라즈가 알아서 해주겠지. 산속으로 사람을 끌어들일 만한 책략 따위 나는 잘 모른다.
"그리고 저는 거기서 몰래 빠져나와 성대로 가서, 아타나시아를 데리고 아케즈 바깥으로 텔레포트했다가, 다시 산으로 돌아와서 여러분을 데리고 도망갑니다. 이게 작전이에요. 어때요?"
"결국 에레브 님이 통령을 빼올 수 있느냐, 빼오지 못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라지겠네요."
"맞아요. 그러니까 내가 30분 이상 안 오면 그냥 도망치세요."
"……에레브 님은 어쩌고요?"
나는 괜찮다며 손사래쳤다.
"나는 목숨이 위험하면 그냥 도망칠 능력이 돼요. 30분 이상 안 나온다는 건 아타나시아의 위치가 확인이 안 돼서 아케즈를 뒤진다는 의미에요."
"그럼 다시 에레브 님한테 화력이 집중될 텐데……."
"저는 저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들은 죽일 수 있답니다. 어디까지나 민간인 피해만 적으면 돼요."
물론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나는 그런 것까지 신경을 써줄 정도로 여유롭지 못하다.
"슬슬 사람들 깨우고, 밥 조금만 먹고 바로 출발하죠."
세피르가 막사에서 나가고, 나는 잠깐 틈을 타 책을 펼쳐 공부했다. 델라즈는 배낭에 마나 수정이랑 마도구 이것 저것을 챙겼다.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났을 때, 임전 태세가 갖추어졌다.
"가보자고요."
마나수정 꾸역꾸역 복용해가며 아케즈의 동쪽 국경에 가까이 진입했다.
"여기서부터는 텔레포트가 안 돼요. 걸어서 올라갑시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대열을 맞춰 산을 올라가는 풍경이란 확실히 장관이었다. 델라즈가 맨 앞에 선두로 서고, 내가 뒤에서 받쳐주는 형국이기에 사람들의 모습을 전부 볼 수 있었다. 몇 명은 앞으로 벌어질 전투가 두려운지 얼굴이 침울하고, 또 누구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듯 이를 악물고 있었다.
각자 다른 이유와 목표를 갖고 악마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세브레 단원들. 나는 이들을 끝까지 존중해줄 생각이다.
적어도 사람 취급은 해주겠다는 거다.
사람들은 수통을 서로 교환하며 목을 축였다. 한 시간 정도를 올라가니 정상에 도착했다. 또 막 높은 산은 아니라 그런지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대신 우거진 산림에 가까웠기에 들킬 일은 없겠다 싶었다.
체력을 최대한 비축하는 게 중요했기에 나는 사람들에게 쉬라고 명령했다. 사람들은 챙겨온 간식 등을 씹어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당을 보충했다.
"시선을 어떻게 끌어야 할까요?"
"가장 쉬운 건 어디 한 곳을 공격하는 건데……이건 좀 그렇죠. 교회의 영향이 미치는 곳을 파악해야 되는데 그게 안 되니까요. 민간인 사상자라도 생기면 큰일이니."
"……민간인 사상자가 아예 안 생길 수는 없지 않을까요."
맞는 말이었다.
"맞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아타나시아를 빼오는 과정에서 실수로 사람들을 다치게 만들지언정, 우리가 직접 공격하는 일은 없어야 해요. 교회도 원로원이 있으니까 막 나오진 않을 테니, 상관없어요."
"교회가 원로원의 눈치를 볼까요? 교회 하나 때문에 저희가 이렇게 된 건데."
"원로원이 저를 토사구팽한 건……저 하나만 버리면 다른 시민들은 안전하니까 그런 거에요. 괜한 분쟁을 만들 바에는 말 잘 듣는 저를 내쫓으면 된다 그거죠. 짜증 나지만 어쩌겠어요?"
세피르는 침묵했다.
"하지만 광신도들에 의해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면, 교회를 단죄할 명분이 확실하게 셈이니 원로원이 행동하기도 편합니다."
"그럼 결국……저쪽에서 먼저 공격해오기를 유도해야 할까요?"
"그게 가장 좋긴 한데, 이 산속에서 전투가 이뤄져야 하니까……이게 또 문제네요."
어려웠다.
전투는 이 산속에서 치러야 한다. 왜냐하면 시야가 복잡해서 나 혼자 빠져나가는 걸 광신도들이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마음 같아선 시가전이라도 벌이고 싶지만 그래서야 또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뿐이다.
광신도를 산속으로 끌어들일 방법…….
그때, 뒷편이 소란스러웠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떠들고 있었다. 소리를 크게 내봤자 좋을 게 없었기에 나는 그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하려 했지만.
"……시체?"
"다짜고짜 저희를 공격하던 사람이었습니다."
한 세브레 단원이 다쳤고, 그 사람 옆에는 시체가 있었다. 나는 단원을 치료해준 후 시체를 살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인데.'
아무리 광신도라 하더라도 혼자서 이곳을 습격하지는 않을 거다. 걔네는 여신에게 미쳐 있을 뿐이지 사리분별은 하는 놈이니까.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고는 해도 목숨을 바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판단할 수 있을 것 아닌가.
하지만 이 사람은 우리를 공격했다.
"다들 모여 있었어요? 다친 사람 한 명만 있던 건 아니죠?"
"다들 뭉쳐 있었습니다. 광신도는 아닌 것 같아 내쫓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칼을 빼들어서는 달려왔습니다."
이 사람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들어온 사람들을 내쫓으면 소문이 퍼져나가 광신도들의 귀에까지 들어올 테니까.
하지만, 영문을 모르겠군.
아니, 잠시만.
"……에레브 님?"
"나도 느껴져요. ……뭐 어떻게 알아낸 거지?"
땅이 진동하고 있었다.
수십 명이 일제히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산등성이 아랫부분을 살피니 지치지도 않는 듯 미친 듯이 산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일부러 좀 이른 시간에 왔는데, 이렇게나 많다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지만…….
"아재, 여러분. 준비해요. 드디어 다가왔습니다."
사람들이 바짝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델라즈는 창이 아니라 상당히 긴, 하지만 두께는 얇은 장검을 만들어냈다.
"우리가 왜 저 새끼들을 죽여야 하는지, 말해보세요."
"죽이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악마를 위해."
"지금까지 광신도들에게 당한 사람들을 대신해 복수하기 위해."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중얼거렸다. 나에게 대답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설득하는 듯한 모습이어서 굳이 건드리지 않았다.
나는 최대한 들키지 않게끔 숨었다. 아예 은신까지 쓰고 거리를 벌린 후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은 죄다 단검 따위를 들고 있었다. 세브레 단원들에게 달려드는 것을 시작으로 전투가 발생했다. 장병기 혹은 냉병기끼리 서로 부닥치며 시끄러운 소음을 만들어냈다.
'……아, 마나 수정.'
마나 수정 복용하는 걸 잊었는데……어쩔 수 없나. 지금 저기 한가운데로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대한 은신 유지하면서 아타나시아만 빼와야겠군. 텔레포트를 반복한 탓에 마나가 많이 부족하다. 효율에 신경써야 한다.
일단 혹시 몰라 전투를 잠깐 확인했다. 확실히 세브레 단원들이 우세했다.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오면 힘들긴 하겠지만, 델라즈까지 있으니 질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안심하고 산 위로 높이 날아올랐다.
내 서클은 9서클. 베르노바가 아닌 이상 내 은신을 간파하는 건 불가능하다.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베타가 내 은신을 간파할 확률도 적지만 있다는 건데……어차피 베타 본인에게는 아무런 힘도 없을 테니 상관없다.
아마 베타는 나를 의식해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다. 지금 교회에 처들어가봤자 의미가 없다. 나는 성대로 날아들었다. 마나가 체내에 부족한 게 확실히 느껴졌다.
성대에 도착해서, 사람들이 주변에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은신은 풀었다. 그렇게 층계를 올라갔는데, 아타나시아는 없었다.
"……하아."
물론, 아타나시아도 사람이기에 성대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빨리 나가야 하기에 아타나시아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다.
'이 이상으로 은신 계속 쓰면, 텔레포트를 못 쓸 텐데.'
그래도 아타나시아를 데려가지 못하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아타나시아를 데려가지 못하면 나에게는 더 이상 가망이 없었다. 한 번 물러났다가 다시 처들어오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그때는 베타가 대처를 완벽하게 해놓아서 게릴라 같은 것도 불가능하겠지.
지금이 목숨을 걸 때인가.
"……."
목숨을 걸었던 적은, 지금까지 수백 번은 있었다.
그때에 비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아마 추측컨대 은신으로 빠져나가는 마나보다는 수면으로 회복하는 마나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을 거다. 마나 수정을 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아케즈에 남아 있던 마나 수정은 내가 전부 챙겨서 도망갔다. 힘을 잃은 베타는 마나 수정을 만들 수 없다. 정 문제가 생기면 차라리 어디 골목길에라도 들어가 잠을 자자.
성대를 나와 은신을 풀고 와즈로 높게 날아올랐다. 일단 원로원 본관으로 향했다. 성대에 없다면 이곳에 있을 확률이 크니까.
다시 은신을 써서 몰래 들어가 이곳저곳을 뒤졌지만, 원로원도 몇 명 없고 아타나시아도 없었다.
'대체 어디로 간 거야?'
나는 대충 주변의 옷가게에서 커다란 천을 훔쳐 머리에 뒤집어썼다. 머리카락이 백발인 것만 들키지 않으면 내가 에레브라는 걸 들킬 일은 없다.
사람이 많이 있을 법한 길거리를 거닐며 주위를 살폈지만, 아타나시아는 보이지 않았다. 정말 그 어디에도.
물론 여기는 레블이고, 다른 지방도시들도 많이 있겠지만……아타나시아의 멘탈을 생각하면 거기엔 안 갈 거다. 거긴 아직 천물토벌의 영향이 남아 있는 곳이니까. 눈으로 확인하기 싫겠지.
"에레브를 찾아라!"
여러 명이 뛰쳐나와 내 이름을 연호하며 찾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그들을 피해 반대쪽으로 향했다. 내가 세브레와 편을 먹었다는 건 그닥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으니 전투가 이루어지고 있는 산속에 내가 없다는 걸 파악하는 것 또한 쉬울 거다. 아마 정보가 일파만파 퍼져나아갔나본데.
하지만.
"야 이 미친놈들아! 설녀님은 또 왜 찾는 거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타샤의 목소리.
나를 옹호해주는 건 정말 고맙지만, 광신도들에게 저렇게 굴어봤자 좋을 거 없을 텐데.
"아줌마는 뭐야? 에레브의 동로야?"
그래도 광신도가 설마 민간인을 대놓고 죽이진 않을 거다.
"그래! 친한 동료다! 뭐 문제라도 있어!?"
──세상이 느려졌다.
불온한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 머리를 간질인다. 본능이 나로 하여금 당장 뒤를 돌라고 명령해서, 나는 신체 강화까지 써가며 빠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나를 찾고 있던 사람이 칼을 빼들어 마타샤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여기서? 여긴 로판부르크 한복판인데?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로판부르크의 아침은 보다 일찍 찾아온다. 가게를 일찍 열기 위해선 개점 시간보다 더욱 일찍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 사람이 동네방네 소리를 지르고 다닌 덕분에 이목도 어느 정도 쏠린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그런 상태에서 사람을 찌르겠다고?
'아……진짜, 진짜 씨발!'
나는 늘 후회한다. 지금까지 그랬고, 이번에도 그럴 거다.
하지만 후회는 하더라도 결과에 미련을 갖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나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 탓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릿속에 담아봤자 하등 의미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응당 그래야 사람이었으니까.
즉, 지금의 나는 비이성적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일부러 앨버트와 페일리, 아타나시아와 델라즈와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다른 사람들과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을 늘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떨쳐내는 동시에 그들이 안전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앨버트와 페일리는 아타나시아와 델라즈가 지켜줄 것이고, 아타나시아와 델라즈는 그냥 안전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네튼처럼 유력가문의 가주도 아니고, 로부르크와 카웅처럼 일국의 왕도 아니며, 펠이나 나인처럼 아카데미의 숙련자도 아닌 사람은?
마타샤는 어떻게 되지?
──캉, 하고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인카르너로 만들어낸 장검이 광신도의 칼을 막아내고 있었고, 나는 마타샤와 광신도 사이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있었다. 사람들의 이목이 이쪽으로 쏠렸고, 칼을 휘두른 광신도의 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이상했다.
마타샤를 찌르는 것을 방해받아서 얼굴이 일그러진 게 아니라, 두려움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나를 두려워하는 거라기엔 뭔가 이상했다.
'찌르기 싫어하면서도, 찌르는 거야?'
머리가 가열차게 돌아갔다.
'찌를 수밖에 없는 것? 어쩔 수 없이?'
'마타샤가 나의 동료라고 말하자마자 칼을 빼들어 찌르려고 했다.'
'나의 동료인 것이 조건?'
서약.
알파?
베타와 알파가 협력하는 거야?
"에, 레브……!"
광신도가 점점 뒷걸음질치다가, 결국에는 뒤로 엎어졌다. 손이 덜덜 떨리는 게 어지간히도 지금 상황이 무서운 모양이었다. 이 사람이 토해내는 단말마 말고는 지금 이곳을 메우는 소음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은 이쪽에, 하지만 감히 소리를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에, 레브 님……?"
나는 천을 벗었다. 사람들이 헛숨을 들이켰다.
나는 마타샤에게 9서클 실드를 둘러준 다음, 광신도를 일으켜서 칼을 쥐여주었다. 그러자 광신도는 마타샤에게 또 다시 달려들었다.
"마타샤, 내 동료 아니라고 말해봐요."
"나, 나는 설녀님의 동료가 아니야!"
하지만 검격은 멈춰서지 않았다. 칼날이 마타샤의 몸에 팍 부딪혔다. 사람들의 비명이 터졌다. 하지만 오히려 칼이 부러지고 마타샤는 멀쩡했다.
그래.
한 번 동료로 인식되면 풀려날 수 없다는 거지…….
"아무도! 아무도 나의 동료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광신도 새끼들이 내 동료들을 죄다 죽이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마타샤를 안아들고 성대로 향했다. 성대 근처는 공원 비스무리한 게 있어서 좀 넓었다. 아타나시아가 기분을 전환할 때 산책용으로 만들어둔 듯했다.
"에레브 님, 정말, 에레브 님이세요?"
"우리 님은 빼기로 했잖아요, 마타샤."
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마타샤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교회가, 당신을 적으로 선언했을 때는, 당신이 죽은 줄로만 알고……."
"……."
"앨버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페일리는 혼이 빠져버린 사람처럼 넋이 나가 있어요. 그 아이들에게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입맛이 썼다.
이대로 나 혼자 도망치는 건 간단하지만, 그럼 마타샤가 죽는다. 마타샤까지 데리고 도망치기에는 지금 남은 마나로는 조금 힘들다.
그렇다면…….
"마타샤, 지켜줄게요."
"네……?"
"아마 마타샤를 제 동료로 알고 있는 광신도들만 마타샤를 죽이려고 들 거에요. 그 새끼들만 죄다 죽이면 마타샤가 위험에 처할 일은 없어요."
죄다 죽여버리겠다.
민간인 피해는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알파나 베타는 여신이었고, 인간을 사랑한다고 믿고 있었기에.
하지만 베타는 광신도들을 부려 민간인 사상자를 만들어냈고, 알파는 아예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과 서약을 맺어 사람을 공격하게끔 만들었다.
이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나는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들보다는 악연으로 얽혀 있는 마타샤의 안위가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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