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54)2부 051
나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았다. 뒤를 돌자마자 나인과 시선이 맞닿았다. 나인 또한 곤혹스럽다는 시선을 하고 있었다. 나는 말을 거는 것 대신 눈을 부라려서 당장 무슨 일인지 알아내라 전했다.
나인은 내게 손짓하고선 여자를 따라가 어딘가로 달려갔다. 나도 나인을 따라 뛰어갔지만 내 몸이 병신인지라 도중에 나가떨어졌다. 무릎에 손을 대고 서서 숨을 골랐다
앨버트.
앨버트가 중상을 입었다.
아카데미의 실질적인 일인자이자 왕실의 시녀장인 나인이 지금껏 몰랐다는 건, 이제 방금 막 일어났다는 일이다. 기껏해야 10분에서 20분일까. 아마 집무실에 있어야 할 나인이 나와 함께 자리를 비웠으니 찾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대충 그럴 거다.
힐러를 보내는 것까지 자기 재량으로 불가능한 것 같으니 힐러를 동원할 수 있는 건 적어도 시녀장 정도의 위치에 있어야 하는 건가. 그렇다면 나인이 조금이라도 빨리 자리에 도착하는 게 맞다. 나인이 내 걸음속도에 보조를 맞추지 않은 건 옳게 된 처사다.
진정.
진정하자.
죽지만 않으면 된다. 어떤 상처이든 힐러가 있으면 나을 수 있고,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아케즈에서 델라즈나 아타나시아를 데려와 바리에이션을 사용하면 그만이다. 네가 지금 필요 이상으로 당황하거나 그럴 필요는 어디에도 없다. 괜찮다.
하지만.
어떤 씹어죽일 씨발 새끼가 앨버트를.
호흡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얻어 나인이 어디로 달려갔는지 위치를 가늠했다. 아카데미 총장 비서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았기에 나는 나인의 뒤를 쫓는 데 조금 많은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당도한 것은 병동.
"……."
병동, 병원이라는 곳은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있다. 앨버트가 죽었다면 병원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향했겠지. 달리 말해 앨버트는 아직 살아 있다.
문을 열고 안으로 진입하니 웬 남자들이 나를 막아섰다.
"신분증을 제시해주십시오."
나는 곧바로 나인에게서 받은 신분증을 내밀었지만,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죄송하지만 이런 신분증은 처음 봅니다. 여기서부턴 관계자 외──"
"야."
남자가 멈칫했다. 나는 남자의 눈을 맹렬히 쏘아보았다.
"내 학생 보러 왔으니까 당장 비켜."
"그게 무슨──"
"에레브 님, 맞으시죠?"
다른 남자가 끼어들었다.
"올라가시죠. 나인 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는 남자 둘을 제치고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내부가 넓어서 도대체 어디로 가면 좋은 건지 갈피가 잡히지를 않아 두리번거리고 있자니 사람이 몇 명 다가와 길을 안내해주었다.
중환자실로.
방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들어가자, 나인을 포함해서 대여섯 명이 누워 있는 앨버트 옆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나는 앨버트에게로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숨은 쉬고 있었고, 얼굴에도 핏기가 돌았다. 손을 잡아 확인해보니 손도 따뜻했다. 당장 고비는 넘겼다고 봐야겠지.
"다행……다행, 이다……."
나는 얼굴을 가렸다. 자세가 어느 순간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나는 언제부터인가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온몸에서 피란 피는 다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앨버트를 이곳에 데려온 건 나다. 그리고 시험을 보게끔 종용한 것도 나다. 앨버트가 어디 한 군데라도 잘못되면, 나는 앨버트가 속해 있는 가문의 가주에게 뭘 어떻게 하든 할 말이 없겠지. 앨버트가 이렇게 된 건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었다.
시험을 보라고 말한 게 나였지만, 나는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았으니까. 그 흔한 시험에 대한 정보조차.
하지만.
그래도,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내가 분노한 것은.
"……나인."
어떤 개새끼가 앨버트를 이런 꼴로 만들었는지, 확인해야만 한다.
앨버트는 곧 나이고, 내가 곧 앨버트였다. 앨버트에게 면박을 준 것만으로도 서클 일곱 개를 펼쳐 마타샤를 협박했던 나다.
"상황, 설명해요."
"……시험 도중에 발생한 일입니다. 에레브 님도 아시다시피 시험에서는 직접적인 상처를 입히는 것이 불가능하게 마도구를 이용한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그 마도구가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상처 부위는?"
"……하복부를 장검에 찔렸습니다."
달리 말해, 앨버트 상대 학생의 몸이 멈추지 않아 앨버트의 배를 검으로 찔렀다는 소리였다.
"똑바로 설명해요. 그 마도구가 왜 작동하지 않은 것인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인지."
"정확하게는, 마도구의 기능이 적용되지 않는 학생이었습니다. 시험장에서 사용되는 마도구는 마나의 흐름을 강제로 억제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무인이라고 해도 대부분은 몸에 마나가 돌죠. 하지만 앨버트의 몸을 찌른 학생의 경우에는──"
"몸에 마나가 돌지 않았다, 그건가."
나 스스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싸늘한 목소리가 작은 병실을 메웠다.
"몸에 마나가 돌지 않는 학생도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건가요."
"원칙적으로는 다른 방법으로 시험을 보는 게 맞지만, 담당 관리인이 부재한 틈을 타……."
"부재한 틈을 타, 그리고 뭐죠?"
"……다른 학생들이 그 학생을 시험장에 끼워넣은 것 같습니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나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거네."
"……."
"학생이고 나발이고, 미친 새끼들 여러 명이 작당해서 살인미수를 저질렀다, 이거네."
탁큰에서 마법사는 그리 좋은 대접은 받지 못한다고 한다. 마법사라는 인종 자체를 증오하는 무인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간단해진다.
마법사임에도 아카데미에 편입되어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던 앨버트를 아니꼽게 여긴 무인 학생들 몇 명이 작당해서 앨버트를 죽이려고 시도한 거다. 집사장인 펠이 앨버트에게 붙어 있었다는 것도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테고,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을 테지만.
"……."
나는 앨버트와 페일리가 아케즈에서 왔다는 사실은 철저히 비밀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나라는 인간이 탁큰에 방문했다는 기록 자체를 없던 것으로 해달라고 부탁했으니, 학생들 또한 몰랐을 거다.
"에레브 님, 에레브 님의 애제자인 줄 알았다면 학생들이 이렇게까진──"
"나처럼 거물인 인간의 애제자가 아니면 칼에 찔려도 된다?"
나는 싸늘한 비웃음을 입가에 걸쳤다. 나인은 입을 다물었다.
"당장, 이번 일에 연루된 새끼들 다 내 앞에 데려와요. 지금 당장. 그리고 페일리도 찾아와요. 무사한지 확인해야 해요."
앨버트의 우수한 성적을 질투해 벌어진 일이다. 페일리라고 해서 무사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 대기실로 들어가는 것까진 확인했지만 대기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나인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서 앨버트를 찌른 학생과, 찌르도록 종용한 학생들을 찾아오라 명령했다. 사람들이 우루루 빠져나가자 병실은 조용해졌다.
"……6서클 힐러가 힐을 사용했습니다. 생명에 지장은 없어요."
"근데 얘 상태가 왜 이래요."
"외상을 입었을 때 극심한 고통에 의한 실신은 흔한 증상입니다."
"극심한, 고통이라……."
나는 앨버트의 뺨을 쓰다듬었다. 세쉬까지 쓴 듯 몸에는 땀이 흐르고 있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병실에 사람이 우르르 들어왔다. 나인에게 명령을 받은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척 보기에도 학생으로 보이는 놈들도 같이.
그중 눈에 띄는 놈이 있었다. 앨버트의 두 번째 상대, 도끼를 들고 있던 덩치. 나는 덩치에게로 다가갔다.
"넌, 마법쟁이의 동생……?"
헛웃음이 나왔다. 표정을 보아하니 아직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못한 것 같았다. 델라즈는 정보 회전이 느린 나라라고 했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뇌까지 근육으로 이루어져 멍청한 새끼들이 이곳 학생들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작이 뻔히 보이는 살인 미수를 저질렀을 리가 없다. 마법사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건 알겠는데,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했던 거냐. 설마하니 사람을 찔렀는데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리라고 생각한 걸까.
"이름."
"뭐?"
"이름 뭐냐고, 돼지 새끼야."
덩치가 코웃음치며 내게로 다가온다. 나인이 일어서려고 했지만 손을 들어 제지했다. 덩치는 내게로 다가와서, 내 목을 움켜쥐었다. 숨을 쉬기 힘들었다.
"너도 마법사지? 이래서 마법사들은……."
나는 곁눈질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학생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몸이 굳어 있다. 당연하다. 나는 국빈이니.
나는 목이 막혀 제대로 낼 수 없는 숨으로 띄엄띄엄 말을 이어갔다.
"네, 가 먼저……건드린, 거야."
"뭐?"
나는 덩치의 팔을 양손으로 붙잡고.
"에레브 님, 안 돼요!"
내 몸에서 돌고 있는 마나란 마나는 죄다 덩치의 몸에 욱여넣었다. 서클이 끊어졌다고 한들 8서클의 마나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남의 마나를 이렇게까지 주입당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이 새끼들이 먼저 했는데.
"아, 으, 억……! 크아아악!"
덩치가 내게서 몸을 떼어놓으려고 시도하길래 순순히 놓아줬다. 덩치는 뒷걸음질치다 털썩 주저앉고선 몸을 벌벌 떨며 경련하기 시작했다. 숨 쉬기 어렵고, 머리가 아프고, 몸의 모든 감각이 지나치게 민감해져 이 세상 모든 것이 고문 도구처럼 여겨지겠지. 천이 몸에 닿는 감촉, 근육이 움직이는 경로 하나하나가 이 덩치의 몸을 괴롭히고 있을 것이다.
내가 잘 안다.
나도 당해봤으니까.
마침내 덩치는 게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두 눈이 뒤집혔다. 슬쩍 옆을 보니, 다른 학생들은 안색이 창백했다.
"나인."
"……네."
"5서클 이상 마법사 한 명, 아무나 데려와요. 인카르너 쓸 줄 아는 사람으로."
나인이 헛숨을 들이키는 게 느껴졌다.
"에레브 님, 설마……?"
"나인."
나는 고개를 돌려 나인의 눈을 직시했다. 내 눈에서 무언가를 느낀 것일까, 나인은 몸이 굳었다.
"당장 데려와. 내가 말했지. 앨버트 다치게 하면 내 모든 걸 동원해서라도 복수할 거라고."
"……."
"장난으로 들렸어?"
나인이 고개를 푹 숙이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럼 데려와. 지금 당장. 아니면 전쟁이라도 해볼까? 내 말이 농담으로 들려?"
나인은 결국 병실에서 나갔다. 본능적인 공포에서 시작된 불온한 침묵의 가운데, 나는 학생들 앞에 섰다.
"반가워, 얘들아. 내 이름은 에레브라고 해."
"……."
"너희, 아케즈라는 나라를 알 거야. 너희가 싫어하는 나라이자 마법 강대국. 나는 그런 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였어. 나는 아케즈의 수도인 레블의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에게 마학을 가르쳐주던 교수였고, 아케즈를 넘보던 로렌스를 전쟁을 일으켜 반쯤 멸망시켰고, 국정을 농단하며 나라 자체를 로렌스에 할양하려 했던 역적 베르노바를 처단하는 데 앞장섰다가 서클이 죄다 부서졌지."
서클 여덟 개를 허공에 펼쳤다. 군데군데 끊겨 있는 푸르게 발광하는 서클을.
"덕분에 나는 아케즈에서 나라를 구한 영웅으로 추대받고 있어. 아케즈에서 살아 숨쉬는 모든 인민들은 나에게 빚을 졌기 때문이지. 덕분에 나는 원로원의 수장이나 통령인 아타나시아도 꽤나 친밀한 사이야. 이게 뭘 의미하냐면, 내가 어떤 짓을 저지르더라도 아타나시아가 다 해결을 해줄 거라는 소리지."
"……."
"나는 너희의 손목을 자를 거야."
학생들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리냐며 입으로 크게 묻는 사람은 없었다.
"저 덩치, 이름이 뭔진 모르겠지만 산돼지처럼 생겨먹은 병신 머저리 새끼는 내가 8서클 마나를 전부 쏟아부어서 주입했어. 아마 평생토록 마나를 더 이상 운용하지는 못하겠지. 모험가로서의 인생은 끝이야. 아마도."
"……."
"너희한테도 똑같이 해주려고 했는데, 지금 당장 마나를 채우기는 역부족이라, 다른 방법을 사용할 거야. 그게 너희의 손목을 자르는 거고."
"저, 저기……."
나는 방금 입을 연 학생을 바라보았다.
"너, 너무한 거……아닌가요."
"뭐가 너무한데?"
"손목을 자르면, 앞으로 평생 모험가가 될 수 없는데……."
"……하."
나는 학생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싱긋 미소지은 채로.
"야, 애미 애비 싹 다 뒤진 새끼야. 대가리가 똥통이 아니면 생각을 해봐. 생각을."
"……."
"너희가 한 건 살인미수야. 너희의 그 의미없는, 방향성이 잘못된 증오와 질투로 너희는 사람을 찔렀어. 힐러가 없었다면 앨버트는 죽었겠지."
내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앨버트와 페일리는, 내가 아케즈에서 데려온 내가 아끼는 내 제자들이란다. 너희가 내가 가장 아끼는 애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
"당장 목을 썰어버리는 걸 겨우 참고 손목 하나로 봐주려는 건데, 뭐, 너무해?"
나는 학생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방금 정했어. 너는 손목뿐만이 아니라 발목도 자를 거야.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 평생. 아카데미에서 퇴출시킬 거고, 너에 대한 지원 또한 모두 끊어버릴 거야. 네 애미 애비 일자리도 내가 죄다 끊어버릴 거고. 네가 하늘을 저주하다 삶에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게끔 만들어줄게."
"……."
"앨버트 찌른 새끼, 거수."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다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버럭 일갈했다.
"거수!"
그제야 평범해보이는 남학생이 손을 들었다. 팔과 다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만면에 미소를 피웠다.
"너는 그냥 죽자."
"예, 예!?"
"죽자고. 사람을 찔렀으니까, 너도 한 번만 찔리자. 대신 너는 치료해줄 사람이 없어. 알아서 잘 살아봐. 그런데도 살아 있으면 사는 거고, 못 버티면 죽는 거고."
나는 그들을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너희는 전부 좆됐어."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나인과 페일리, 그리고 모르는 사람 한 명이 들어왔다. 페일리는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것인지 어정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페일리에게로 다가가 두 손을 맞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온다.
"교, 교수님?"
"페일리. 앨버트가 칼에 찔렸어요. 정확하게는 저 씨발 새끼들이 작당하고 찌른 거죠. 페일리는 어디 다친 데 없어요?"
"네, 네……저는 아무런 일도 없었어요."
불행 중 다행이로군. 나는 시선을 같이 들어온 처음 보는 사람에게 던졌다.
"당신, 몇 서클?"
"6서클입니다."
"인카르너 쓸 줄 알죠?"
"네."
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도끼랑 장검 하나씩 만들어주세요."
"……불가합니다. 뭘 하려는 것인지 몰라도──"
"한 달 후에, 아케즈는 탁큰을 침공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경악이 생생히 전해져왔다.
"무인들이라고 해도 아케즈의 마법 전력을 이겨낼 수는 없죠. 아케즈의 원로원이 제 편이니 저는 그들에게 하여금 탁큰을 쑥대밭으로 만들라고 지시할 거에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죽입니다. 탁큰이라는 나라 자체가 멸망할 때까지. 메테오이든, 토네이도이든, 아끼지 않고 쏟아붓습니다. 바로 이곳에."
"……."
"그걸 막고 싶다면, 인카르너로 만들어서 주세요. 제가 지금 하는 말이 농담 같나요?"
여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인카르너를 영창해 도끼와 장검을 만들어 내게 건넸다. 마나색이 검은색인가. 이 분위기와 어울려서 마음에 든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카르너로 만들었다고 한들 제대로 휘두를 힘이 없으면 수월히 잘라내지 못하겠지.
"나인."
"……."
"할 수 있죠?"
나는 나인에게 무기들을 건네주었다. 나인은 건네받고 다만 침묵했다. 학생들을 슬쩍 바라보니, 다들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 있다. 나인과 6서클 마법사 쪽으로 시선을 계속 던지는 걸 보아하니 나를 말려달라고 하는 것 같다.
나인은 도끼를 들고 덩치에게로 다가갔다.
"그 새끼는 아킬레스건도 끊어놔요."
나인이 도끼를 치켜들고, 학생들이 눈을 질끔 감고, 모두가 헛숨을 들이키는 그때.
"잠시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