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0억을 위해 아카데미 교수가 되었다-134화 (134/247)

(EP.134)2부 031

아, 나요? 나는 원로원 들어가는 게 목표였어요. 그러니까 원로원의 제자로 있었죠. 왜긴요, 당연히 서클 늘리는 게 목표지. 이런 말 하면 좀 재수없을 거 알고도 말하는데요, 여러분 중 일부는 저를 목표로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저는 또 다른 곳을 목표로 하고 있었답니다. 7서클? 부족해요. 10서클 한 번 찍어보려고 했는데, 에이 아까워라.

…갑자기 그런 질문을? 이 분위기에 그게 맞나요? 옳지 잘한다, 거기 옆의 남학생. 쟤 좀 더 쳐요. 방금 발언은 좀 너무했다, 그치? 후회를 하냐 안 하냐로 물으면, 뭐일 것 같아요? 여러분이 생각했을 때. 저는 후회를 하고 있을까요, 안 하고 있을까요?

어어, 생각을 하라고 했지 토론을 하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에이, 당연한 거 아니에요? 서클 여덟 개 이거 분명 소중하긴 한데, 그래도 사람 수천수만 구했다고 생각하면 안 아까워요. 그리고, 아예 완벽하게 끊어진 게 아니라서 수복할 수도 있습니다. 제 적성이랑 재능 생각하면 아예 갈아치워도 늦어도 10년이면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그건 좀 아까워서 그러진 않고 있지만.

…글쎄요? 직접 말을 섞어본 사람은 통령 각하, 아폰 님, 힐다 님, 그리고 저희 델라즈 스승님밖에는 없는데요. 아, 그래요. 메티브도 있네요. 전체 열 명 중에 다섯 명이랑 말을 섞어봤네요. 아뇨, 친분을 따지면 통령 각하랑 스승님밖에는 없어요. 이것만으로도 인생 성공한 건가? 하긴, 저 같이 뒷배가 든든한 낙하산이 또 없어요. 그쵸? 덕분에 살 맛 납니다. 눈을 뜬 이후로는 딱히 다친 적도 없고──아! 앨버트, 페일리 좀 잠깐 데리고 나갈래요? 페일리가 앨버트한테 할 말이 있어보여요.

아뇨? 여러분, 큰일 날 소리를. 쟤네 둘은 사귀는 사이가 아니랍니다. 쟤네 둘 다 나를 좋아해요. 진짠데? 이거 이미 나가버려서 설명할 방법도 없고, 참. 아무튼 저는 진실만을 말했습니다. 믿든 말든 여러분의 선택이죠. …아니, 그렇게 대놓고 불쌍하다는 얘기를 해버리면 어떡해요. 철회하세요. 모두 잊읍시다.

…아, 오늘이요? 아까? 어째 이야기가 자꾸 다른 데로 새는 것 같으니까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걸 물어봐주세요. 키요? 158인가 그럴걸요? 몸무게는 재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요. 숨기는 거 아닌데. 에라, 모르겠다. 여러분이 보기에는 내가 무거워보입니까? 내가 봤을 땐 나 진짜 40킬로그램도 안 할 수도 있어요. 많은 여자들이 원하는 몸매의 소유자가 바로 나, 에레브랍니다.

거기 너, 어디 보세요? 어디 보냐고. 댁 눈동자가 지금 내 흉부에 꽂혀 있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이길 빕니다? 보려면 돈 내고 보세요. …아니, 진짜 신분증을 건네라는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미안합니다. 집어넣으세요. 나를 재력으로 찍어누를 수 있는 사람만 신분증을 꺼내세요. 거봐, 아무도 못 내밀지.

아, 자꾸 이야기가 산으로 가잖아요. 앞으로는 진지한 이야기만 합시다. 거기, 질문하세요.

아뇨?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근데 상황이 돌아가는 꼴을 보니 곧 생길 것 같기도 해요? 그렇다고 나한테 와서 포교활동을 한다던가 하지는 마세요. 어차피 다 삼성교 아니에요? 에이, 저는 남들이 다 믿는 걸 믿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 이거 신성모독인가. 미안합니다. 근데 솔직히 믿지도 않는 사람한테 믿으라고 하는 쪽이 잘못한 거 아닐까요?

아뇨? 저도 여신은 있다고 생각해요. 마법사라면 누구나 그 증거를 사용할 수 있는데, 없다고 생각하는 게 더 어렵긴 해요 사실, 그쵸? 에이, 다르죠. 나는 '여신의 존재'를 믿을 뿐 여신이라는 존재를 믿는 것이 아니에요. 글쎄요, 내 서클 좀 수복시켜주면 바로 내 몸 하나 정도는 헌신하지 않을까요.

아, 그거 진짜에요? 아뇨, 저도 그냥 책으로 가설을 한 번 접했을 뿐이라. 어, 어어? 왜 둘이 싸워요? 서로 믿는 게 다를 수도 있지, 믿음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세 여신이 마법을 다룰 수 있든 없든, 아무튼 지금 저를 도와주지 않는 걸 보니 저는 안 믿겠습니다. 이러면 됐죠? 싸우지 마세요. 내가 이야기하는 걸 들으러 와놓고서는 왜 너희끼리 싸워요?

…병동 앞에서 촛대 세워놓고 그 앞에서 묵념하는 사람들 말하는 거죠?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들은 맞는데, 내가 거기서 기도하라고 강요한 적은 없습니다. 나중에 말 섞게 되면 사람 없을 때 하라고 전해줄게요. 근데 그 사람들 그렇게 방해돼요? 가만히 서 있기만 하던데.

…오, 그 비유, 매우 좋아요. 단박에 이해가 되네. 하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성가시지 않는 건 아니죠. 그럼 그건 제가 나중에 말을 꺼내보는 것으로 하고, 종교 얘기는 멈춥시다. 자꾸 인생강의를 해주겠다니까 이상한 걸 물어봐.

좋아하는 음식이요? 그거 지금 여기서 알아야만 하는 내용이에요? 가슴에 손 얹고 말해봐요. 알아야만 해요? …와, 깡은 좋네. 좋습니다. 그 대담함을 봐서 대답해줄게요. 사실 맛만 있으면 가리는 거 없이 전부 다 잘 먹어요?

굳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꼽으라고 그러면, 딱히 할 말이 없는데. 으음, 어디보자…. 튀김? 아니면 밥을 가장 좋아합니다. 고기도 좋아해요. 미안해요, 너무 중구난방한 거 아는데, 진짜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인데 어떡해. 아, 그것들을 다 넘길 수 있는 독보적인 1위가 있긴 있어요. 뭐게요?

땡, 틀렸습니다. 정답은 술이에요. 최근에는 악세발트를 구해서 마시고 있는데, 아, 죽여주더라고요. 여러분은 이런 거 못 마시죠? …뭐요? 마실 수 있어? 너희 기껏해야 열아홉 아니에요? 아, 아…. 그렇구나. 아니, 나는 몰랐죠. 괜히 억울하네. 뭐야, 술 마실 수 있는 거였으면 진작 말을 하지. 여기 마학 수강생들 손 들어봐요. 엄청 많네. 나중에 다 모아서 술이나 한 잔 하러 갑시다.

이게 왜 차별이에요? 이런 건 차별이 아니라 편애라고 하는 겁니다. 다른 게 뭐냐고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요. 와, 이제 우리 술친구 하는 거에요? 기분 좋네. 나 퇴원하면 공원에서 술판 한 번 벌여봅시다. 아, 또 이상한 데로 새네. 여러분, 이제 좀 여러분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걸 물어보지 않을래요?

하루 일과요? 요즘은 그냥…. 아, 요즘 말고요? 옛날에? 서클 일곱 개 달고 있었던 시절 말하는 거 맞죠? 델라즈 스승님한테 한창 배우고 있을 때. 가만 있어봐요. 그게 단순히 시간으로만 따지면 족히 8개월은 지난 일이라, 생각을 해봐야….

아, 그래요. 매일같이 스승님한테 두들겨 맞으면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내가 괜히 실습에 마학 수강생들 데리고 나간 게 아니에요. 나는 7서클 마물도 잡아본 적이 있답니다? 그것도 8서클에 가까운 놈들을요. 당연히 자랑이죠. 이게 자랑이 아니면 뭐겠어요.

아무튼, 그겁니다. 경험. 어디까지나 경험이 우선이에요. 마법사 한 명분의 일을 제대로 해내고 싶다면, 너무 서클 늘리는 것에만 집착하진 마세요. 서클이 강함의 척도는 맞지만, 꼭 서클이 많아야만 강한 건 아닙니다.

만약 여러분이 쓰러뜨리고 싶은 마물이 있다고 생각해봐요. 그리고 그 마물은 3서클급 마물이라고 생각해봐요. 그럼 여러분은 서클을 몇 개까지 달고 그 마물이랑 싸우는 게 맞을까요?

두 개로 싸워도 어지간한 마물은 여러분이 이길 수 있어요.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그 마물을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의 서클만 준비하세요. 나머지는 여러분이 공부한 지식으로 채우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사용해서 낸 결과, 마물 공략 결과 있잖아요. 그걸 경험으로 삼는 겁니다. 사실상 이게 마법사로서 성장하기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어차피 여러분 다 나중에는 모험가로 빠질 거 아니에요? 남들보다 몇 발자국 더 앞선다고 생각하면 되죠. 길드 의뢰가 그렇게 어려운 것들만 있는 게 아니에요. 진짜 이런 건 누가 받아서 해결하는 걸까? 싶은 의뢰들도 지천에 널렸습니다. 내……가 아는 지인은 쥐떼를 쫓는 의뢰까지 받은 적이 있어요. 물론 여러분은 그런 거 하지 말고 마물을 잡으세요. 쉬운 거라도 좋으니까. 내가 실습 이끌고 다녔을 때는 슬라임부터 잡았습니다.

얼레? 얘네도 슬라임 무시하네. 마물이랑 한 번도 싸워본 적 없으면 슬라임에 대해 함부로 말하면 안 돼요. 걔네는 비상식량 대용으로도 쓰이는데, 이건 알고 하는 소리에요? 이거 봐. 이거 말해주면 눈 동그랗게 뜨면서 놀랄 줄 알았지, 내가.

먹어본 적 있냐고요? 당연하죠. 실습 나갔을 때도 먹었고, 나 따라온 애들도 먹였습니다. 그중에서는 앨버트가 가장 맛있게 먹었는데, 아 지금은 없네요. 맞다, 페일리 데리고 잠깐 나갔지. 나중에 시간 될 때 개인적으로 물어보던가 하세요. 어차피 내가 말해주면 안 믿을 거잖아요.

……진짜 믿어요? 말합니다? 진짜지? 슬라임의 외피는 아무런 맛도 없어요. 물 없을 때 수분 채우려고 먹는 놈입니다. 아, 저 표정을 봐. 도저히 못 믿겠다는 표정이네. 그럼 그렇지. 됐어요. 나중에 직접 슬라임 껍질 구해와서 먹는 거 보여줄 테니까 그때 보고 놀라지나 마요.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첫날 치고는 조금 과했네요. 사실 진짜 한 거는 별로 없지만요. 제대로 된 질문을 주고받은 게 뭐가 있죠? 마물 관련된 거랑, 어……마물 관련된 것밖에 없네? 다음에는 좀 괜찮은 질문들을 생각해오세요.

왜 다음이라는 말에 놀라는 거지? 나 안 도망간다고 했잖아요. 매일은 아니더라도 자주 와서 이렇게 여러분이랑 대화할 거에요. 심심한 것도 있고, 이게 내 정신 상태를 그나마 좋게───아, 아닙니다. 못 들은 걸로 하세요.

거기 맨 뒤의 학생, 잠깐 문 좀 열어서 바깥 좀 확인해볼래요? 앨버트랑 페일리 있어요? 없어요? 알겠습니다. 오늘은 이걸로 끝입니다. 미리 공지했던 대로 성적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니, 극장에 왔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즐기다 가세요. 오늘은 이미 끝났지만.

다음에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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