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4)084
싸움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라고 굳이 거창하게 부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내가 남자를 죽이면 우리가 이기고, 내가 남자에게 죽으면 로렌스가 이긴다.
죽어줄 생각은 요만큼도 없지만.
"히스토리아 님은 여기서 대기해주세요. 알폰스를 죽이려면 와즈 써서 빠르게 들어가는 게 낫습니다."
풍속성인 헤스만 데려가는 게 이롭다.
나는 집무실의 위치를 떠올리며 말했다.
"들어가서, 죽인 다음 바로 후퇴합니다."
"어떻게 죽이실 건가요."
"저만의 무기가 있어요."
그것은 바로 총.
노브와는 달리 고통을 주는 게 목적이 아니다.
죽이는 것만이 목적이니 빨리 들어가서, 쏘고, 빠져나오면 된다.
"카체보우스, 와즈, 둘 다 쓸 줄 알죠?"
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8서클한테는 들키겠지만, 나머지한테만 안 들키면 가능성은 있어요."
나와 헤스는 곧바로 몸을 숨기고 날아들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황궁은 한적했다.
'…전쟁 중에 있는 수뇌부가 이렇게 조용해?'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지만, 오래 있어서 좋을 거 없었다.
이전에 왔었던 길을 따라 집무실의 창문으로 향하니 알폰스가 책상에 앉아 서류를 눈에 두고 골을 싸매고 있었다.
'너무 쉬운데.'
총을 겨누고 생각했다.
내가 여기서 방아쇠를 당기면 알폰스는 틀림없이 죽는다.
총사령관이자 황제가 죽는 것이다.
적군은 제대로 싸워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투항하겠지.
자문했다.
알폰스는 내가 은신해 숨어들 것이라는 걸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일까?
알폰스가 그 정도로 멍청했던가?
아니면, 본인의 목숨을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건가?
실세가 따로 있는 것인가?
아니, 잠시만.
전쟁 중에, 황제를 보호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 8서클 남자는 어디 있지?
"에레브 님!"
갑자기 헤스가 날 옆으로 밀쳤다.
총을 겨누고 있는 자세 그대로 밀려가 몸을 휘청거렸다.
"이게 뭔…."
"끄흐윽…!"
정신을 차리고 보니 헤스가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팔이 유난히 짧았다.
새빨간 무언가가 뚝뚝 떨어진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사고가 느리게 돌아간다.
아니, 깨달았다.
'알폰스가 아니야!'
곧바로 헤스를 들쳐업고 공중으로 높게 날았다.
"진정해요."
"아으윽…."
"노바, 바리에이션."
헤스의 팔이 돋아났다.
아직 고통의 여운이 남아 있는 듯, 헤스는 신음을 흘리지만 다만 신음을 흘릴 뿐이었다.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피해!"
집무실의 창문 쪽에서 무언가가 공기를 가르고 날아왔다.
헤스의 머리를 눌러 아래로 밀어낸 다음, 나는 위쪽으로 피했다.
나와 헤스 사이로 날아간 무언가는 마침 바로 뒤에 있던 나무의 줄기를 자르고 하늘로 솟았다.
"에레브 님. 8서클이에요."
집무실의 창문을 통해 알폰스가──아니, 황의를 입고 있는 한 남자가 날아올랐다.
'황궁 안에서 싸우면 분명.'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할 것이다.
아무리 한적하다고 한들 모든 사람이 빠져나갔을 리 없다.
군력은 차출되어도 황궁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은 남아 있다.
자칫하면 그 사람들 모두가 죽게 생겼다.
"…초원까지 돌아갑니다."
"예?"
헤스가 목소리를 높여 의문을 표했다.
"여기선 안 돼요.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게, 무슨."
반론은 허용하지 않았다.
헤스를 아예 안아들고 빠르게 왔던 길로 복귀했다.
"윽?!"
또 다시 뒤에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공기의 흐름이 흐트러지는 것으로 어떻게든 파악해서 겨우 피하고는 있다마는, 이것도 요행에 가깝다.
'쫓아오는 건가.'
오히려 잘 된 일이다.
바깥으로만 나온다면 제대로 싸울 수 있다.
저 남자도 제정신이 아니군.
황궁 내에서 마법을 난사해?
"에레브 님?"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히스토리아가 의문을 표하며 다가왔다.
"알폰스가 안 보여요."
"네?"
"도망갔어요. 찾아야 해요."
이를 까득 갈았다.
도망갔거나, 아니면 저쪽 전장에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스스로를 총사령관으로 임했다면 저쪽 전장에 있을 확률도 높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본다.
사람을 상대하는 마물을 길들이려고 시도한 남자다.
직접 상대할 마음이 없다는 거다.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도 낮게 점쳤을 터.
알폰스에게도 저 8서클 남자가 유일한 희망이다.
저 남자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군력에서는 연합군에게 밀린다.
그걸 알면서도 당당히 서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막고 있을 테니 어서 가서 찾으세요."
"안 돼요."
헤스가 고개를 저었다.
"황제 알폰스를 죽이는 것보단 저 남자를 이기는 게 우선이에요. 에레브 님이 당하면 끝이에요."
"원호하겠습니다."
히스토리아까지 이에 거들었다.
옳은 말이었다.
알폰스가 전장에서 총사령관으로 임하고 있더라도, 우리가 필승한다.
저 남자가 로렌스의 최종병기다.
저 남자를 죽여야 전쟁에서 승리한다.
하지만.
알폰스가 도망치기라도 했다면, 세력을 다시 키워 아케즈를 위협한다면.
베르노바를 처단한 이후라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계획이 불명확한 지금, 알폰스를 놓쳐서 좋을 게 없었다.
알폰스를 죽여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헤스가 내 손을 붙잡았다.
고개를 드니 헤스가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안 돼요."
"…저 남자부터 죽입시다."
내 의견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이것은 전쟁.
내가 주력이 되는 전투는 맞지만, 내가 뒤에 이끌고 있는 아군 또한 우리의 주력이다.
내가 망설이면 적군 대신 아군이 당한다.
어느새 남자가 꽤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노바, 실드."
나와 헤스, 히스토리아의 몸에 실드를 둘렀다.
남자는 천천히 다가오다가, 중간에 멈춰섰다.
남자의 목소리가 초원에 크게 울렸다.
"받아라."
그와 동시에 무언가가 허공을 가르고 날아왔다.
마나가 느껴지질 않는 걸 보아선 물건이었다.
손으로 잡아챘다.
내 손목의 두께보다 살짝 두꺼운 정도의 고리였다.
"거기에 입을 대고 말하면 소리가 크게 울린다."
확성기 같은 건가.
잘 보니 남자도 고리에 입을 대고 있었다.
"내 이름은 아놀드다. 너는, 이름이, 에레브라고?"
상당히 키가 큰, 건장한 체격의 남자다.
알폰스가 입고 있던 황의를 두르고 있다.
애초에 내가 지금 판을 깔아놓았다는 걸 알고 있었나.
내가 찾아올 걸 알고 알폰스인 척을 한 건가.
남자의 금발이 허공을 유영하는 바람에 부딪혀 나풀거린다.
남자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 또한 고리에 입을 가져다대고 말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8서클 정도면, 아케즈에 붙어도 되지 않아?"
"아까는 죽이려고 들었으면서, 이제 와서 회유를 한다라."
남자가 허탈하게 웃었다.
"미안하지만 관심없다."
"알폰스의 수하로 있는 것보단, 아케즈의 원로원이 형편이 더 좋지 않나?"
무엇보다 이해가 되지 않던 부분을 나는 언급했다.
"대체 왜 메티브가 아케즈로 보내진 거지? 네가 아니라?"
분명히, 아케즈에 꽂아넣는 빨대의 용도로는 보다 높은 경지의 마법사가 적합할 터다.
그럼에도 알폰스는 저 남자, 아놀드가 아니라 메티브를 아케즈로 보냈다.
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당연하지만, 원로원에서 갖는 서열이 높을수록, 격이 더 높을수록 발언권은 조금이라도 더 강해질 거다.
그런 기회를 알폰스가 놓친 거다.
대체 왜?
심지어 아놀드는 베르노바 직통이다.
아타나시아와 격이 같다는 말이다.
원로원에 꽂았다면 필히 아케즈를 먹어치우는 것이 보다 편했으리라.
"내 책무는 어디까지나 황제 폐하를 지키는 것이다."
"…아하."
그러니까, 알폰스는 아케즈를 집어삼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안전도 중히 여겼다 그건가.
어차피 아케즈 함락은 천천히 진행시켜도 되니 가장 강한 아놀드는 자기 옆에 두고, 아마도 두 번째로 강한 메티브를 아케즈에 보냈다, 이건가.
"아케즈 올 생각은 없고? 왜 굳이 알폰스를 지키려고 해?"
"관심이 있어도 못 간다. 널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으니까."
아놀드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죽어라."
그와 동시에, 아놀드의 손에서부터 소용돌이가 일었다.
소용돌이는 처음에는 작았으나, 곧바로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아마도 저것은, 토네이도.
다만, 내가 만들었던 토네이도와는 격을 달리하는 크기다.
'마나로 찍어누를 셈인가.'
네가 큰 것으로 찍어누를 셈이라면, 나는.
"비키세요."
헤스와 히스토리아를 뒤로 피신시킨 후.
"인카르너."
총을 다시 만들어 손에 쥐었다.
토네이도는 점점 규모를 키워가며 내게로 다가오고 있다.
아무리 나라도 저런 거에 직격하면 무사할 수 없겠지.
남자가 보이는 곳까지 올라갔다.
기류가 불안정해 굴절되어 보이지만, 보이긴 보였다.
아무리 8서클의 마나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 본체는 저 돌아가고 있는 소용돌이.
소용돌이가 먹어치우고 있는 공기는 그에 해당되지 않는다.
총알이 관통할 수 있다.
정확하게 조준하고, 쏘았다.
"─"
예상대로 아놀드는 고개를 살짝 돌릴 뿐, 큰 피해를 입진 않은 모양이었다.
상관없다.
내가 맞추는 만큼 실드 때문에 마나는 깎일 것이다.
마나량으로 싸우면 내가 필승.
나는 다시 조준하고, 쏘았다.
탕, 탕, 하고.
두세 번을 더 쏘자 아예 아놀드가 거리를 좁혔다.
빠르게 날아온다.
"노바, 레건, 일레트로닉."
토네이도는 아놀드가 시전을 취소해 물이 허공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도중이었다.
이 물들을 이용해 나는 내 앞에 비를 뿌리고, 번개를 만들어내었다.
"노바, 아쿠아, 일레트로닉."
전격을 두른 수구(水球)까지 여러 개 만들어내어 아놀드에게 발사했다.
폭우가 내리며 번개가 침과 동시에 전격을 담아 날아오는 수구까지 돌파할 수 있을까.
나는 긴장을 풀지 않고 아놀드가 있던 방향을 응시했다.
그리고.
"…미친."
내가 만들어낸 모든 마법들을 하나의 파도가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초원이 바다가 되나 싶더니, 파도는 해일이 되어 이쪽으로 들이닥쳤다.
"후우."
저렇게 많은 양의 물을 마나로 만들어냈을 리가 없다.
분명 아까 토네이도를 만들고 남은 물일 터.
달리 말하자면 물 자체에는 마나가 담겨 있지 않다.
"테라."
해일에 직격당하지만 않으면 된다.
우리 바로 앞을 막는 토벽을 세워 해일을 막아내었다.
"크읍…!"
어마무시한 힘이 토벽에 부닥쳤다.
흙과 물이 이리저리 튀지만, 나는 토벽이 무너지는 곳마다 바로 보강했다.
테라를 쓸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기에 온갖 고생을 나 혼자 해야만 했다.
십수 초.
해일이 지나갔다.
우리에게 들이밀어지는 물은 더 이상 없지만, 주변의 초원이 물을 잔뜩 먹어 진창이 되었다.
"헤스, 히스토리아. 잘 들어요. 내가 저 새끼 한 번 더 공격하면 분명 또 이쪽으로 달려들 거에요. 전 그거 몸으로 받아쳐 싸울 테니까, 뒤에서 원조해줘요. 아무래도 노바 안 달고 있으면 직접 싸우기에는 무리에요."
까딱하다간 죽는다.
헤스와 히스토리아의 마나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리를 시킬 수는 없다.
"노바, 인카르너."
같은 총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마나탄을 사용할 것이다.
마나만 때려박는 게 아니라, 5원소도 때려박을 거다.
푸에고와 일레트로닉의 경우에는 직격 시에 도트 대미지를 줄 수 있을 테고, 비엔토의 경우에는 보다 빨리 날아갈 수 있겠지.
내가 원하는 건 도트 대미지다.
"노바, 푸에고, 일레트로닉."
주황빛과 황빛이 교차하며 어우러지는 마나탄을 여러 발 장전하고, 쏘았다.
"온다."
몸으로 받아내던 아놀드가 이쪽으로 날아온다.
아까보다도 속도가 훨씬 빠르다.
"노바, 실드."
나는 나의 실드를 포함해서, 히스토리아와 헤스가 실드를 추가로 영창해 총 세 개의 실드를 두르게 되었다.
매섭게 날아드는 아놀드의 주먹을 눈으로 보며, 손으로 막아내었다.
팔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에 표정이 와락 구겨지지만, 결코 놓지는 않았다.
"후읍!"
내가 잡고 있는 것은 아놀드의 주먹.
반대팔로 아놀드의 팔꿈치를 내려쳤지만, 아놀드는 꿈쩍하지 않았다.
수 초 힘겨루기가 이루어지다가, 아놀드가 갑자기 주먹을 빼고 물러섰다.
물러섬과 동시에, 내 앞이 화마로 가득 채워진다.
뒤를 슬쩍 보니 히스토리아와 헤스가 무언가를 계속 영창하고 있다.
'할 만하다.'
나는 다시 고리를 입에 가져다대어, 저 멀찍이 떨어진 아놀드에게 소리쳤다.
"역시 서약이 문제인가?"
멀리 있기에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행동은 보였다.
아놀드는 천천히 팔을 들어올리더니, 말했다.
"내 입으로 말하기엔 좀 그런데."
"메티브도 서약으로 죽였지?"
"그게 실패자들의 말로다."
다시 말해, 메티브는 실패자고, 아놀드 또한 내게 패배하면 실패자가 되어 죽음을 맞이한다는 소리.
확실해졌다.
로렌스의 실력자들은 알폰스에게 거역할 수 없게끔 서약이 이루어졌다.
'서약으로 맺은 계약은 풀 수 없다.'
이 남자를 회유하는 것은 불가능.
죽이는 수밖에는 없다.
"인카르너."
쏘았다.
또 다시 아놀드가 날아온다.
'똥개훈련 하는 것 같네 시발.'
아놀드의 주먹을 맞받아치기 위해 자세를 잡고.
"아쿠아."
충격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아놀드와 나 사이에 긴 물길을 만들었다.
어떻게 공격해오든 감속되어 위력이 줄어들 터.
하지만.
"어?!"
아놀드는 나를 지나쳐 내 뒤로 날아들었다.
내 뒤에는 헤스와 히스토리아가 있을 텐데.
내가 막을 겨를도 없이 아놀드는 헤스의 목을 붙잡고 들어올렸다.
"씨발!"
내게 등을 보이고 있는 아놀드의 목을 향해 칼을 만들어 내리쳤지만, 이미 아놀드는 사라지고 난 후였다.
"이, 무슨."
"커으윽…."
헤스의 상태는 딱 보기에도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내 몸에 둘러져 있던 세 개의 실드 중 하나가 사라졌다.
캔슬이 아니다.
이건.
"마나가…."
히스토리아가 침통하게 말했다.
서클이 꼬인 거다.
마나를 강제로 너무 많이 주입당했다.
"…히스토리아, 헤스를 부탁해요."
애초에 날 노린 게 아니었구나.
날 보다 쉽게 잡기 위해 백업부터 조지려고 작정을 한 거였어.
날아다니는 게 거슬리니 와즈를 쓰고 있는 헤스부터 조졌다 이건가.
'좆 같은 8서클. 마나량으로 찍어누른다.'
고개를 돌려 아놀드를 찾았다.
아놀드는 아까 있던 거기 그곳에서 날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내가 어떻게 나오나 관망하는 듯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 팔을 벌리고.
또박또박, 선명하게 영창했다.
"노바, 테라."
저 멀리 있는 아놀드를 중심으로 토벽 네 면이 땅에서 솟아오른다.
흙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울타리에 아놀드가 갇힌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노바, 메테오."
하늘에서 수십 개의 운석이 떨어지며, 아놀드를 노린다.
크고 작은 돌덩이들이 새빨간 불길을 뽐내며 유성처럼 내린다.
아놀드는 고개를 들어 그것을 바라보나 싶더니.
"으쿠악!"
빠르게 돌진해와 내 앞에 토벽을 뚫고, 내 배를 가격했다.
돌덩이들이 땅바닥에 직격해 땅이 울리며 큰 소리가 나는 것을 들으며, 나는 겨우 영창했다.
"텔레, 포트…!"
명예를 사용한 텔레포트가 아니었기에 멀리 이동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그것만이라도 괜찮았다.
다시 히스토리아와 헤스의 곁으로 돌아왔다.
"괜찮아요?"
"후윽…."
여자가 되고 나서 겪는, 가장 큰 고통이다.
단순히 방심해 배를 맞았을 뿐인데도 온몸이 후들거린다.
속이 꼬이는 것 같다.
상황이 매우 더럽게 돌아가고 있다.
"너보다 높은 서클의 사람이랑은 싸워본 적이 없나? 사룡을 잡았다길래 조금 불안했는데, 괜한 걱정이었군."
허공에 아놀드의 목소리가 울렸다.
"저, 개새끼가."
그냥 공격은 캔슬당하고, 캔슬을 피하기 위해서는 크게 공격해야 되는데, 크게 공격하면 방금처럼 일점만 돌파해서 카운터를 친다.
이제 남은 방법은 박투술로 최대한 마나를 빼내는 것밖에는 없다.
저쪽도 똑같겠지.
큰 마법을 연사할 형편이 안 되니 지금 이 순간에도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인 것이리라.
"작전을 바꿉시다."
"네?"
"히스토리아. 푸에고랑 일렉트로닉을 최대한 넓게 펼쳐서 시야를 교란시키세요. 전 알폰스를 찾겠습니다. 발을 붙잡아두세요."
"그게, 무슨."
히스토리아가 표정을 와락 구겼다.
이해한다. 내가 저들을 고기방패로 삼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아마도 알폰스를 죽이면 저 남자도 같이 죽습니다. 목숨을 담보로 서약을 맺은 것이니 확실해요. 알폰스만 죽이면 돼요."
히스토리아가 입을 다물었고, 헤스는 겨우 숨만 몰아쉬며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상대하고 히스토리아를 보내도 되겠으나, 히스토리아는 와즈를 쓸 수 없다.
날아서 찾을 수 있는 내가 가는 게 낫다.
"…버텨보겠습니다."
히스토리아가 눈을 형형하게 빛낸다. 나는 내가 갖고 있던 몫의 마나 수정까지 전부 히스토리아에게 넘겼다.
"푸에고."
히스토리아가 영창하자 넓은 방벽이 둘러진 것처럼 아놀드가 있는 곳과 이곳이 불의 벽으로 분리되었다.
한 개가 아니었다.
두 개, 세 개, 네 개, 불의 벽은 개수를 늘려가며 시야를 차단하고 교란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날아올랐다.
불의 벽을 타고 멀리 돌아 로렌스의 내부로 침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