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0억을 위해 아카데미 교수가 되었다-72화 (72/247)

(EP.72)072

전격이 이리저리 튄다.

샛노랗게 번쩍거리는 전룡이 8층의 한가운데 축 처져 있다.

'얘네는 왜 안 날뛰는 거지?'

이렇게 가만히 갇혀 있을 놈들이 아닌데.

역시 로렌스가 얘네를 길들이려고 시도한 게 맞는 것 같다.

이미 반쯤은 길들여져 있는 것 같다.

감당이 안 되니까 처리하려고 하는 거고.

전룡 또한 마나로 찍어누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몸 바깥쪽을 마나로 두르고 마나를 욱여넣었다.

전룡 또한 마찬가지로 발버둥치다가, 소멸했다.

화룡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계속 번쩍거렸다는 것일까.

창문이 유리로 되어 있는 만큼 바깥에도 보였을 것이다.

'전룡도 쉽고.'

다음, 9층. 빠르게 돌파했다.

문을 열어젖히자마자 물이 주르륵 흘러나오더니 계단을 타고 흐른다.

내 신발과 치마 밑단까지 젖어버렸다.

"이 개새끼…."

모든 수룡은 전부 다 개새끼다.

다른 놈들은 죄다 순순히 죽는데 이 새끼는 꼭 나한테 엿을 한 번 먹이네.

그냥 막 두르고 있을걸.

괜히 마나 아낀다고.

"노바, 푸에고."

역시 수룡은 증발시켜 죽이는 게 딱이다.

이전의 삼룡처럼 마나를 집어넣는 것으로는 성이 안 찬다.

수룡이라고 해서 가만히 당해주진 않았다.

불길이 크게 일기 전에 내게로 빠르게 접근하더니 나를 집어삼켰다.

"…."

어라, 데자뷰가.

불길을 아예 끄고 가만히 있어보았다.

숨이 점점 막혀갈 때쯤, 수룡이 내게서 떨어졌다.

"와…."

사람 목숨으로 간 보는 건 그냥 수룡들 종특인 것 같다.

막을 둘렀기에 몸이 그 이상으로 젖진 않았다.

그냥 짜증나서 마나를 크게 박아버렸다.

물이 펑, 하고 터져나가면서 용의 형상이 무너지고, 물이 주르륵 흐른다.

연구원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지금까지 열어놓은 문은 죄다 도로 닫지 않았기에 물이 계속 흘러서 내려갔을 거다.

어쩌면 종이가 젖었을지도 모르지.

어쩐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전쟁에 관한 게 머릿속에서 계속 떠올라서 생각이 정리가 안 된다.

이러다가 잘못하면 감정적으로 되겠다, 싶어서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못해 흐르고 있는 물로 세수했다.

"프으."

그리고, 그냥 내가 아쿠아를 만들어내면 되는 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멍청했군.

물기에 젖은 앞머리를 말려준 후, 10층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특이하게도, 방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어둡고 좁은 통로가 보인다.

앞으로 가면 갈수록 어두워지길래 라이트를 영창했다.

내부가 환하게 밝혀지고, 저 앞에 하나의 문이 더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열었다.

"──윽?!"

열자마자 거대한 흙덩이가 날아들었다.

피하고서 보니까 토룡의 꼬리 부분이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화가 잔뜩 나 있다.

- 크르프….

오룡 중 유일하게 울음소리를 낼 수 있는 놈이라 그런가, 더욱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노바."

몸을 강화했다.

- 크하악!

토룡이 한 번 더 꼬리를 휘둘렀다.

바람을 가르며 묵직한 흙덩이가 내게 날아든다.

지금까지는 피했지만, 피하면서 계산을 때린 결과 피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흐읍…!"

날아드는 흙덩이를 몸으로 받아내었다.

날아드는 걸 몸으로 받아서 관성에 의하여 몸이 살짝 뒤로 밀리지만, 그뿐이었다.

토룡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춰들었다.

그 상태에서, 팔에 힘을 주었다.

- 크케엑!

꼬리 부분이 부서지며 어디에나 있는 흙덩이가 되어버렸다.

꼬리가 잘린 토룡은 뒤로 물러났으며, 나는 잘린 꼬리를 뒤로 던져버리고 토룡에게로 다가갔다.

놈은 날 가만히 바라보더니, 갑자기 아가리를 크게 열고선 달려들었다.

텁, 하고.

두 손으로 토룡의 입을 위아래로 잡았다.

역시 내 몸이 살짝 뒤로 밀리는 것으로 토룡의 돌격은 실패로 끝났다.

놈은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몸을 버둥거린다.

두 팔을 위아래로 크게 벌렸다.

토룡의 입 또한 위아래로 찢어진다.

그에 그치지 않고 힘을 줘 넓게 펼치며 뜯어내었다.

토룡의 몸이 가로로 잘라낸 것처럼 분리되었다.

가장 까다로운 토룡이건만, 명예를 사용해서 몸을 강화하니 별로 문제될 거 없었다.

토룡은 별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죽었다.

"후우."

땀 몇 방울 나고 끝났다.

'금강이 어떤 거지.'

금강의 아티팩트를 찾아보았지만, 아무리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없었다.

'이상한데.'

모든 마법을 감당해야 하는 이상, 최상층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없었다.

'…아.'

와즈를 써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이 층, 10층만 유독 천장이 높았다.

아니나 다를까, 천장의 중심부분에 무언가가 박혀 있다.

"노바, 푸에고."

마나를 꽤 많이 실어 금강으로 추정되는 아티팩트에게 쏘아냈다.

그랬더니.

"…오."

아티팩트에 닿자마자 마법이 사라졌다.

말 그대로 그냥 없어져버렸다.

마나의 잔재조차 남지 않았다.

'뭐로 만든 거지.'

잘 모르겠다.

일단 멀쩡히 작동하는 것도 확인했고, 오룡도 전부 때려잡았으니 클리어.

계단으로 다시 내려가기는 귀찮아서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내가 착지한 곳은 연구동의 뒷편이었다.

정문 쪽으로 걸어가니, 건물을 높게 올려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폐하."

알폰스는 위를 쳐다보고 있다가, 내 부름에 고개를 아래로 향했다.

그는 나를 보더니 표정을 갸웃거렸다.

"에레브 양, 왜 여기 있나?"

"다 잡았습니다."

알폰스는 연구동의 저 윗층과 나를 번갈아보았다.

"어디서 왔는가?"

"음, 10층에서 토룡 잡고 뛰어내렸습니다. 저는 날 수 있어서요."

"날아다닌다라, 그거 신기하군. 그럼 이제 들어가도 되는 건가?"

"네. 아, 안쪽이 조금 물바다가 되었을 거에요. 수룡을 잡았더니 물이 펑 터져나와서…."

알폰스가 손을 휘저었다.

"그 정도면 괜찮다. 아, 플룻래빗은 무사하던가?"

"…마나로 막을 둘러놓긴 했습니다."

"고맙네."

건물 내로 들어가는 알폰스의 바로 뒤를 따랐다.

뺨이 붉어졌던 그 여자와 다른 몇 명이 내 뒤를 따랐다.

"다나, 회중시계들을 확보해주게."

"예."

여자가 층을 올라가면서 각층의 구석에서 회중시계를 챙겼다.

플룻래빗을 죽이지 않은 건 정답이었다.

4층에 도달하고, 플룻래빗의 안위를 확인한 후 다시 계단을 올랐다.

6층에 도달했다.

"에레브 양, 풍룡은 없던가?"

"없었습니다."

"부활하거나 그러진 않는 모양이군."

계단을 올라서, 7층, 8층, 9층까지.

알폰스의 명령으로 여자는 모든 층의 회중시계들을 챙겼다.

"물이 여기서부터 흘렀다는 건가?"

"네."

"수룡이 터지면 홍수가 인다라…."

알폰스는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하더니 다시 계단을 올랐다.

10층, 좁은 통로를 지나 문을 여니 온 지천에 흙이 깔려 있는 꼭대기층에 도착했다.

"아폰 경이 토룡을 잡았을 때는 갑자기 마나가 폭발하는 듯이 터지더니만, 그렇게 잡은 게 아닌 건가?"

"그래도 되지만, 제가 몸으로 싸우는 걸 좋아해서요."

알폰스가 방의 중심으로 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금강은 무사한 듯하군."

나 또한 알폰스의 옆으로 가서 섰다.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만, 아폰 님이 처리한 토룡은, 연구동에서 연구하던 게 아닌가요?"

"아니다. 황궁 내에서 나타난 게 아니다. 짐마차 하나가 토룡을 이끌고 돌아와버렸어. 가까스로 가두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잡을 도리가 없었지."

"아폰 님의 속성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그는 토(土)와 화(火)를 담당하는 것으로 안다."

아폰마저 5원소 전부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닌 건가.

그럼 델라즈도 아닌가?

아니더라도 바람속성은 무조건 갖고 있겠군. 와즈를 썼으니.

"감사를 표하지. 연구를 다시 진행할 수 있겠군."

"어떤 연구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알폰스가 고개를 내려 나를 쳐다본다. 안광이 옅게 비춘다.

"궁금하나?"

말 자체만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보이지만, 어투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절대로 알려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심어져 있는 것 같다.

말투가 사나웠다.

"…아닙니다."

"그렇군. 확인도 끝났으니, 우리는 돌아가지."

알폰스는 나와 다나만 대동하고 황궁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다른 사람들은 함께하지 않았는데, 아마 연구원들인 것 같다.

"짐은 그대가 성공할 줄 알았네."

"감사합니다."

"감사의 의미로 작은 연회를 하나 준비 중이네. 짐과 아론 경, 그리고 에레브 양, 셋이서 대작하기에는 모양새가 퍽 이상하지 않은가."

그것도 그랬다. 일국의 황제와, 유력 가문의 한 가주와, 20살 여자애라니.

그만큼 어색한 것도 없을 거다.

"그래서 말인데, 원하는 의복이 있나?"

"예?"

"그 차림으로 임할 텐가?"

알폰스가 내 옷을 가리켰다.

"…안 되나요?"

"안 될 것까진 아니네만."

그러면서 어깨를 으쓱이는데, 다행이다.

하지만, 모양새가 퍽 이상하긴 하겠군.

암만 생각해도 내 옷차림은 연회 같은 거랑은 거리가 멀어보이니까.

그것도 난 국빈 만찬의 주역, 국빈이다.

입으라고 강요하면 죽상을 쓰면서도 입었겠지만, 다행히도 그러지는 않는 듯하다.

"혼자 있기에 심심한가? 짐이 말동무가 돼줄 수도 있다마는."

내 방 앞까지 나를 바래다주면서 알폰스가 그리 말했다.

"죄송합니다. 마나를 조금 많이 써서…. 조금 누워 있겠습니다."

"그런가. 그럼 때가 되면 다나를 통해 부르도록 하지."

알폰스는 군말없이 돌아갔다.

마나를 조금 많이 쓰긴 썼는데 뭐 쓴 것 같지도 않다.

누워 있을 필요도 없고.

그냥 쟤랑 말 섞기 싫어서 그런 거다.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다.

"오룡 잡았다아…."

예상처럼, 아니, 예상보다 더 쉽게 잡았다.

어이가 없을 정도다.

토룡이 내구도가 그렇게 약할 줄이야.

강화에 마나를 그렇게 많이 쏟아부은 것도 아니고 말이지.

남은 건 이제, 술 마시고, 증거 잡고, 복귀하는 거. 만사 오케이다.

조심해야 하는 건 변함없지만, 아무렴 오룡을 잡는 것보다 더할까.

조금 편하게 있자. 여차하면 델라즈가 도와줄 거고.

"아재, 있으면 내 머리 쳐봐요."

딱, 하고 딱밤이 들어왔다. 있군.

근데 왜 딱밤을 날려 시발.

'연회가 아마 저녁식사를 포함한 거겠지?'

또 토하긴 싫은데. 목 아프단 말야.

뭐 먹으라고 하면 정중히 거절하고 술이나 홀짝여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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