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7)057
델라즈는 바로 부인하지 않았다.
'어림도 없다'느니, '불가능하다'느니, 그런 말들을 곧바로 쏟아내지 않았다.
그는 내 말을 듣자마자 천천히 소파로 돌아가 앉아 턱을 괴었다. 나 또한 그 건너편에 앉았다.
암살.
썩은 물의 정수를 위해서는, 독재자를 죽여야만 한다.
그게 베르노바일 뿐이다.
"…안 된다."
델라즈가 침통하게 말했다.
"시도해보기에는 너무 리스크가 커. 그는 최근들어 한 번도 서클을 바깥으로 보인 적이 없다. 어쩌면 이미 9서클을 달성했을지도 몰라. 위험성이 너무 짙은 도박이다."
"8서클이고, 죽일 수 있다는 게 확실해지면 죽이는 거에요?"
델라즈가 눈을 질끔 감았다.
"…만일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원로원의 일원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누구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불가능해. 소중한 전력이 베르노바에게로 넘어가는 것이니."
베르노바를 당장 죽이기란 요원한가.
아니, 아니다.
순서를 생각해보자.
로렌스를 먼저 쳐내는 게 맞다.
그렇다면.
"그냥 전쟁 일으킬래요?"
"뭐?"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는 이유가, 아케즈 안에서 싸울 수밖에 없어서잖아요? 그럼 반대로 아케즈 밖에서 싸울 수만 있으면 전쟁 따위, 일으켜도 문제가 아니라는 소리네요?"
아케즈의 국력은 로렌스를 압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케즈가 수동적으로만 대처하는 이유가 뭔가.
군대출병안에 베르노바가 도장을 찍어주지 않아서 군력을 국가 바깥으로 빼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케즈의 영토 안에서 싸우게 될 것이며, 수많은 사상자를 내겠지.
"무슨 수로?"
"외세의 힘을 빌립시다."
이 세계에 나라는 로렌스, 아케즈, 두 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총 세 개의 나라가 더 있다. 페토라르, 오르가니아, 탁큰.
이들 모두 아케즈의 근처에 있다. 이들을 끌어들인다.
아케즈의 군력을 바깥으로 빼낼 수 없다면, 다른 나라의 군력이라도 빌려서 로렌스를 찔러죽이는 것이다.
그렇게 많이도 필요없다. 원로원은 나라 바깥으로 나갈 수 없겠지만, 나라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아마도 나를 이길 수 있는 로렌스의 마법사는 없을 거다. 나를 필두로 해서, 로렌스를 박살낸다.
"명분이 없다."
"만들면 돼요."
아케즈의 입장에서 보면, 로렌스는 과연 찢어죽일 새끼들이지만 그들이 뭔가 큰 문제를 저지른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근본적인 문제는 베르노바.
그리고 이를 이용해서 아케즈를 집어삼키려는 로렌스.
그런 로렌스가 다른 나라들 입장에서 곱게 보이겠는가?
아케즈는 단연 군력으로 따졌을 때는 전세계 최강이다. 그런 곳을 합병시킨다면 로렌스가 전세계 최강이 되겠지.
그때는 이미 한 번 아케즈를 탐내서 집어삼킨 로렌스다.
다른 나라들한테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절대로 다른 나라들은 로렌스를 곱게 볼 수 없다.
그들이 지금 로렌스의 행동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일어나지 않는 건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명분이 없는 상태에서 때려잡기란 요원하다.
'네가 잘못했으니까 죽인다.' 이건 명약관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봤을 때 옳은 행동이 아니니 죽인다.' 이건 불가능하다.
증거와 명분이 갖추어지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나라 하나를 멸망시킬 수 있었다는 선례가 남아버리기 때문이다.
이후에 서로를 견제하느라 나라 간의 질서가 유지될 리 없다.
그러니까 다른 나라들이 들고 일어설 수 있게끔 명분을 만든다.
"어떤 명분을 말이냐. 전쟁으로 이끌고 갈 수 있으며, 다른 나라들이 개입할 여지를 주는 명분이 대체 뭐가 있냐."
"복수하게 내버려둬요."
"복수?"
우리는 지금 '로렌스가 복수하면 어떡하지?' 하는 심정으로 있다만, 도리어 '복수해와라'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복수는 다만 성공했을 때만 그것을 복수라고 볼 수 있다.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한 복수는 복수가 아니다.
생각해보자.
아케즈가 메티브와 에르를 처벌한 건, 그들의 죄가 너무 명백해서이다.
내가 에르와 노브를 좀 고문했다지만, 결코 죽이지는 않았다.
아카데미라는 국가의 중심을 유린하고 있는 벌레들을 발견하고 해충제를 뿌렸을 따름이다.
그들을 죽인 것은 로렌스, 아론 가문이다. 그들이 죽였다.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만으로.
그런데 이제 와서 복수라니. 아케즈에게 복수라니.
죽인 건 지들인데 복수는 우리한테 하는 꼬락서니가 참 볼 만하다.
만약 그 불합리적인, 부조리한 복수 행위가 낱낱이 까발려진다면 어떻게 되는가.
안 그래도 로렌스를 경계하고 있던 다른 나라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즉시 국제사회의 규탄이 진행될 것이다.
규탄뿐만이 아니라, 이참에 로렌스를 견제하고 있던 나라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겠지. 이것을 노린다.
정리하자.
로렌스가 복수를 해오면, 그 전에 명분을 우리가 선점해둔다.
명분을 움켜쥐고 그것을 다른 나라들에게 조금씩 뿌린다. 로렌스에서 싸움을 걸어오면 더욱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명분과 외세에 힘입어 로렌스를 물리친다.
"어때요?"
"하지만, 역시 전쟁까지 이끌고 가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 명분을 잡아 미리 싹을 밟아두려는 건 괜찮은 방법이지만 다른 나라들이 그리 쉽게 일어날 리 없다. 뭣보다, 메티브와 에르를 로렌스가 죽였다는 물증도 없다."
"아저씨는 어디서 들었는데요?"
"아폰을 통해 들었지."
"그럼 증거를 만듭니다."
나는 이미 없던 증거를 합리적으로 만들어낸 전적이 있다.
에르와 노브의 죄 또한 디오클레까지 가서 증거를 만들었으며, 상회 총독의 범법행위 또한 카체보우스를 써 은신해 숨어들어 증거를 만들었다.
이번에도 똑같이 한다.
"제가 로렌스에 파견될게요."
델라즈를 보내도 되겠다마는, 증거를 제대로 잡기 위해선 내가 가는 게 낫다.
그들이 델라즈와 나, 둘 중 누구 앞에서 더 느슨한 모습을 보일지는 안 봐도 뻔하다.
비록 베르노바의 제자라지만 결국 사회초년생이다. 자연스레 경계가 풀어지겠지.
가서 주의해야 할 건 내가 우를 범하는 거다.
명분은 우리가 쥐어야 한다.
내가 실수해서 로렌스를 유리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지.
로렌스로 가서, 증거를 잡는다.
나보다 격이 높은 마법사나 8서클은 없다고 했으니 카체보우스를 간파당할 일도 없다.
그들이 날 격살하려 들은 증거와, 메티브와 에르를 죽인 증거를 모두 잡아낸다.
버티는 게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당일치기, 혹은 이틀 정도로만 잡아두면 버틸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이 힘을 빌려줄 것인지도, 제가 확인할게요."
각국에 공식으로 접견을 요청해 열국의 통수권자와 밀담을 나눈다.
증거를 보여주며 이참에 보기 싫은 것 좀 같이 치우자고 제안한다.
"로렌스를 내치는 게 먼저. 베르노바는 나중에. 그러니까 일단 베르노바에게 비위를 맞춰줍니다. 베르노바가 로렌스의 간섭을 허용하고 있는 이유는 그의 독재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었어요. 당분간 그의 독재를 인정합니다."
애초에 베르노바가 로렌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 것도 아니다.
원로원에 메다꽂아서 불편함을 거덜내었을 따름이다.
…아니, 그것뿐만이 아닌가.
어쩌면 원로원이 지나치게,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지 못하게 감시하는 역할로 메티브를 이용했을지도 모른다.
그런가. 결국 최종악역은 베르노바인가.
"원로원의 모든 권리를 베르노바에게 넘기고, 로렌스부터 쫓아냅니다."
외적을 제거한 후에, 내적을 제거한다. 아케즈가 로렌스에게 먹히면 답이 없다.
내가 마법을 연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이 땅의 인민 모두가 타격을 입을 것이다.
내가 사는 이 땅이 식민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 누가 그것을 반길까.
"이러면, 어때요?"
델라즈가 숙고에 들어갔다.
"…만약 그렇게 하더라도 여전히 먼저 싸움을 걸기는 어렵다. 대신 로렌스가 먼저 전쟁을 걸어온다면 가능하겠어."
이해한다.
설령 내가 거기서 죽더라도 베르노바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는 먼저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로렌스가 먼저 싸움을 걸어오게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로렌스는 우리와 싸움을 할 이유가 없다.
우리 아케즈는 로렌스의 입장에서 보면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다. 전쟁으로 망칠 리 없다.
그러니까.
"타국에서 싸움을 걸게끔 유도합니다."
"…개싸움을 시키자고? 다른 나라들이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럼 뭐. 계획의 수립을 다만 수립함으로 끝나는 거죠.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델라즈가 미간을 짚었다.
"…여전히 문제가 하나 있다. 이 모든 전제는 네가 증거를 가지고 왔을 때에만 실행이 가능해. 만약 네가 거기서 죽는다면 어떡할 거냐."
"여섯 번째 요관 먼저 다녀올게요."
나는 강경책을 두었다.
내 실력을 시험해볼 가장 좋은 곳.
여섯 번째 요관.
내가 쓰러졌던 곳이다.
지금까지는 무서워서 돌파하지 못하고 있었다마는, 10년 넘게 기다릴 거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시간을 단축시킬 것이냐, 한다면 나는 후자를 고르겠다.
그전까지는 내가 지나치게 조심해서 그랬던 거지, 요관 돌파 자체는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진 않다.
죽지 않아.
"거기 힘들이지 않고 통과하면 로렌스에서 죽을 일은 없지 않을까요? 다른 나라들은 요관 돌파해본 적 있어요?"
"없는 걸로 기억한다."
"그럼, 요관만 돌파하면 내가 죽을 일은 거의 없다는 거네."
"후우…."
델라즈는 아예 허리를 숙여버렸다.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심호흡을 하는 것이, 무척이나 불안해보인다.
"성급하다."
"…."
"도박으로 뛰어들기에는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아."
나도 안다. 급발진이라는 걸.
내가 이것을 실천으로 옮기려는 이유는, 즉석에서 생각한 것치고는 꽤 괜찮기도 하고,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아케즈는 로렌스에게 잡아먹히고 있다.
그 마수로부터 벗어나야만 한다.
사실, 마법 연구하는 거.
나도 베르노바한테 빌어붙어서 연구할 곳만 내달라고 해서 될 가능성도 있긴 하다.
나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마법을 연구하고, 현실로 돌아가는 것.
하지만, 나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첫 번째로, 내 제안이 받아들여진다 한들 연구시설의 질이 원로원보다 높을 리가 없고, 뭣보다.
내 학생들을 버릴 수는 없다.
내 계획대로 된다면 일단은 뭐가 어떻게 되어도 '나에게는' 나쁜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해야 하는 건 원로원을 설득하는 것뿐.
"그럼 계속 로렌스한테 잡아먹힐 거에요?"
"…."
"늦든 빠르든 아케즈는 로렌스한테 조금씩, 결국엔 전부 갉아먹히게 돼요. 베르노바의 권위를 인정해준다면 베르노바는 아예 아케즈를 넘겨버릴 수도 있어요."
델라즈의 목소리가 떨린다.
"원로원만 굴복하지 않으면 된다."
"베르노바가 로렌스에 넘어가면 어차피 로렌스는 세계 최강이에요. 원로원 따위 필요가 없어져요."
내 말은 거짓이 아니다. 원로원은 베르노바가 존재를 인정하고 있기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당장 베르노바가 로렌스로 넘어가지 않는 이유는, 그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귀찮아지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귀찮음을 감수해서라도 로렌스로 넘어가야만 한다면 넘어간다.
아케즈가 로렌스에게 상당 부분을 먹혔을 때, 로렌스는 베르노바에게 슬쩍 제안해올 터다.
아케즈에서의 권위를 로렌스에서 일부 인정해주겠다. 당신은 편하게 있으라. 나머지는 우리가 다 하겠다.
"베르노바가 어떻게 하겠어요?"
"그 정도로 미친─"
"미친 놈이에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당장 마물이 양식되던 것만 해도 봐라.
플룻래빗이라는, 흔하디 흔한 마물을 섭취하면 마물이 급성장하는 게 이제서야 발견됐다.
나로 인해 발견된 것이다.
아타나시아의 말에 따르면 양식 자체는 꽤 오래된 문제라고 말했다.
그 말은, 플룻래빗의 효능이 밝혀진지도 꽤 되었다는 소리.
잠깐 뛰어들어서 확인한 나조차도 마물의 양식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 베르노바는 뭘 했는가?
국정을 보살폈는가?
아니다. 보살피지 않았다.
그에게 아케즈란 자신이 권력자로써 남게 해주는 받침대일 뿐이다.
"아케즈를 타국에 할양하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당연하리라. 누가 조국을 식민지로 만들고 싶겠는가.
"시도하더라도."
긴 침묵 끝에 델라즈가 입을 열었다.
"이만한 일을 우리 둘이서만 계획하고 실행한 사실이 밝혀지면, 처벌을 면치 못할 거다."
"죽이거나 추방하진 않을걸요? 아케즈 먹히면 둘 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고."
로렌스의 의도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들이 정말로 델라즈를 불러내어서 죽이려는 것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다만 그들이 아케즈에게로 점점 마수를 뻗치고 있음은 확실하다.
원로원에 메티브를 꽂았다.
아케즈 내에서 무단으로 마물을 양식하고, 아케즈의 상회 총독에 납품했다. 상회 총독마저 자기들 편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이것만 놓고 보더라도, 로렌스의 행동은 불온하다.
도리어 지금까지 원로원이 로렌스를 내치는 것을 행동하지 않은 것이 도리어 신기할 정도로.
따지고 보면 내가 아카데미의 교수로서 일하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그럴 뿐.
다시 한 번 긴 침묵이 방 안을 매웠다.
모르긴 몰라도 델라즈의 머리가 폭발 직전인 것임은 분명했다.
"…결국에는 네가 로렌스를 다녀와야만 모든 것이 시작되는군."
델라즈는 내 말에 설득된 듯했다.
"그렇죠."
"빠른 시일 내로 요관을 먼저 같이 다녀오자."
"아저씨도 가요?"
"요관에서 너 죽으면 죄다 말짱 도루묵이다."
그것도 그런가.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당장 내일 가도록 하지."
"지금 가면 안 돼요?"
"지금은 아타나시아부터 말려야 된다. 총. 총의 제조를 막아야 해."
아, 그래. 그런 것도 있었지.
"그럼, 끝나는 대로 연락해요. 바로 베르노바한테 갑시다."
"그래."
델라즈의 저택을 나와 아카데미로 향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서로를 절멸시키는 전쟁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열국이 로렌스의 만행의 증거를 잡고, 로렌스가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발을 묶어버리는 것이다.
로렌스는 우리 아케즈에만 더러운 발을 뻗지 않는다면 굳이 힘써가며 절멸시킬 이유는 없다.
과정에서 사상자가 한 명도 없을 수는 없겠지.
그것이 십이든, 백이든, 천이든. 사상자는 분명 나올 것이다.
아무리 시늉이라고 해도 결국엔 전쟁, 국가 간의 싸움이다.
상해를 입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터.
그 전쟁통에서 내가 할 일은 아군을 최대한 보호하고, 로렌스의 마법사를 요격하는 것이다.
사실, 굳이 전쟁까지 갈 필요는 없긴 하다.
발만 묶는 것이라면 모든 증거를 잡아 열국에 공유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내가 전쟁으로 심화시키려는 이유는 단 하나.
베르노바.
베르노바가 어떻게 나올지 아직 모른다.
진짜 미친 가설이지만 그 와중에 로렌스 도운다고 아케즈에 대한 간섭을 받아들이겠다는 공표라도 해봐라.
명분은 남아 있어 괜찮지만, 아무래도 타국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갉아먹히는 본인이 괜찮다는데 굳이 분쟁을 크게 키울 이유가 있나, 하고 생각하는 나라도 있겠지.
그렇기에 베르노바의 독재를 당분간 인정한다.
너 편한 대로 있어라. 싸우긴 싸우는데 너 귀찮지 않게 우리가 다 하겠다. 하고 싶은 거 전부 하게 해줄 테니 우리도 이것만은 하게 해달라. 그런 요청을 해야 한다.
요청을 받아들이면 나중에 말을 바꾸지 못하게 로렌스를 밀어버린다.
악을 쓰며 죽고 죽이는 것은 아니더라도.
감히 아케즈에게 마수를 뻗칠 수 없게.
근본적인 문제는 어디까지나 베르노바.
로렌스를 밀어버리는 것은 그 전초작업에 불과하다.
물론 원로원에게도 어느 정도 잘못이 있다.
그들에게 아케즈는 조국이다. 소중한 것이 맞을 터인데, 베르노바의 만행을 알면서도 쉬쉬해왔다.
이유를 꼽자면 아마도 아타나시아 때문이 아닐까.
원로원이자 나라의 실질적인 2인자가 아타나시아, 베르노바의 딸이니까.
누가 감히 딸에게 아비를 죽이자고 제안하겠는가.
나는 그 '감히'를 실천으로 옮긴다.
'120억을 되찾는다.'
그 과정에서 나는 전쟁마저 서슴치 않고 발발시킨다.
내게도 아케즈는 소중하다.
물론 원로원이 소중한 것이기도 하지만, 아카데미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학생들에게도 정이 붙어버렸다.
그러니 아케즈에서 발발시키진 않는다.
로렌스를 밀어버린다.
'로렌스 밀어버리고, 작은 부지에 연구소 같은 거 하나 세워도 되겠군.'
꼭 원로원 들어가지 않더라도 마법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수단이 생기는 것이다.
'아니면 요관 근처에다가 만들까.'
순간 생각한 거지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로원의 도움을 받으며, 교류하며, 시설을 공유하는 연구소를 하나 세우는 거다.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 델라즈와 요관에 가면서, 요새를 지을 환경이 되는지 주변을 살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