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1)041
처음엔 앨버트도 열심히 싸웠다.
어째서 내가 화가 났는지, 어째서 홀로 싸우게 하는지, 묻고 싶은 게 여럿 있겠지만 나는 질문을 허용하지 않고 더스크에게 먹이 주듯이 앨버트를 던졌다.
앨버트가 밀리기 시작한 건 싸움 개시 이후 2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안 그래도 마나가 적은 앨버트다.
화염을 둘러서 싸우는 방식은 공격에만 집중했을 때 효율이 좋고 편하다는 거지, 방어까지 겸해야 할 때는 그만큼 까다로운 게 따로 없다.
비율.
비율을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2분이 더 지나고, 앨버트의 주먹에 둘러진 화염은 차마 화염이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작은 불씨가 되었다.
앨버트의 몸에도 여러 상처가 생겼다.
칼로 베인 듯한 자상은 물론이요, 팔을 물린 자국도 생기고, 행동 반경을 좁히는 거미줄마저 앨버트의 다리에 걸려 있다.
"푸, 에고…!"
그럼에도 앨버트는 호기롭게 달려들었다.
누가 보면 거의 다 죽어가는 더스크 막타 치려고 달려가는 줄 알겠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더스크가 앨버트를 죽이려 들어도 이상할 거 없는 마당에 앨버트가 날뛴 것이다.
달려오는 앨버트에게, 더스크가 다리를 휘두르려는 때였다.
나는 인카르너를 거뒀다.
"어억?!"
더스크에게 몸을 부닥칠 각오로 달려왔건만, 목표물이 사라지자 앨버트가 제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졌다.
울퉁불퉁한 동굴 바닥에 쓸린 것인지 다리에서도 피가 흐른다.
"교수님…."
"내버려둬요."
주변 학생들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쓰러진 앨버트에게 다가가 팔을 잡아주지도, 일으켜주지도 않았으며 바리에이션과 힐을 영창해 상처를 치료해주지도 않았다.
그냥 다가갔다.
"으…."
다가가서, 발로 툭툭 건드렸다.
앨버트가 신음하며 고개를 들었다.
"앨버트."
내가 느끼기에도 내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이제 좀 느껴져? 너 혼자 못 이긴다는 거."
"예, 예…?"
"내가 몸 좀 간수하면서 싸우라고 그랬지. 왜 자꾸 너도 감당 못하는 마법을 써?"
내가 쓴 마법이라고 해서 나한테 대미지가 들어오지 않는 건 아니다.
출력을 심할 정도로 강하게 뽑으면 스스로에게도 대미지가 들어온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내 실드를 두르고 있었으니까.
방어가 이루어지고 있으니까 공격을 저리 과감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해 처음에는 내버려두었다.
그러나 방금,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
얘는 자기 몸을 지키면서 싸우기보다는, 어떻게든 적을 빨리 죽여버리는 걸로 싸움을 끝내려는 거라고.
"내가 레이드를 뛰라고 그랬지, 언제 혼자 가서 마법 냅다 꼬라박으라고 그랬냐?"
답답할 수도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팔 대 일로 싸우는데 제대로 된 결착이 안 나니 답답했겠지. 짜증났겠지.
내 실력이 왜 이것밖에 되지 않는 건지에 대한 회의감이 올 수도, 자괴감이 들 수도 있다.
다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나라고 해서 그런 절차를 밟아오지 않은 게 아니었다.
"내가 만든 마물이 아니었으면, 넌 벌써 죽었어."
인카르너로 구현한 마물은 내가 직접 조종하는 게 아니다.
내 '기억에 있는' 마물을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기억하고 있는 알고리즘대로 행동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제약을 두는 것.
그마저도 불분명하다.
마물을 구현하고 있는 마나의 농도를 제어하는 거다.
더스크를 만들 때는 학생들의 안전을 염려해 마나를 상당히 빼두었다.
그러니까 1서클 마법이 통할 수 있었던 거다.
게다가, 나는 어디까지나 '마물' 을 구현했을 뿐이라 '죽이지 마라' 라는 명령은 할 수가 없다.
얘네가 '공격'을 하는 이유는 인간을 '살육'하기 위해서다.
그게 아니라면 얘네는 싸울 의지를 아예 잃어버린다.
앨버트는 사리분별을 하지 못했다.
"실전에서도 그렇게 할 거야? 마물이 눈에 띄기만 하면 가서 냅다가 파이어 볼 박을래? 네 몸이 불타서 그을리든 말든 좆까라 그러고?"
"그, 그게."
"내가 너희 데리고 나오는 이유가 뭔데? 경험을 쌓게 해준다고 했지. 공격? 그거 질리도록 하게 해줬잖아. 내가 실드 둘러줬을 때는 네 마음대로 하라고. 왜 실드를 뺀 상태로, 더스크라는 위험한 마물을 두고 그렇게 생각없이 행동해? 뒤질래?"
"그, 그…."
"변명하지 마, 새끼야. 착실히 따라오면 4서클은 쉽다고 했지. 빨리 해봤자 좋을 거 없다고. 착실히 따라오라는 게 빨리 배우라는 소리야? 아니잖아. 차근차근 순서와 절차를 모두 밟아가며 따라오라고. 이해 안 돼?"
"…."
"용감한 건 맞아. 맞는데, 너는 어디까지나 만용이야. 용기가 있다고 하기보다는 생각이 없는 쪽에 더 가까웠던 거라고."
나는 할 말을 끝까지 했다.
"너 그러다가 죽어."
앨버트가 고개를 떨구었다.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언젠가 네가 너보다 강한 마물이랑 싸울 때마다 내 말을 상기하게 될 거야."
슬쩍 뒷편을 살폈다.
다른 학생들의 얼굴 또한 어두웠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내가 하는 말은 비단 앨버트에게만 적용되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딱히 걸리는 게 없다마는, 아카데미의 다른 학생들보다 약해 도태된 아이들인 만큼 빨리 강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그들 안에 자리하고 있을 터였다.
앨버트는 욕망이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많을 뿐이다.
하필이면 그게 방금 나타났을 뿐이다.
나는 일부러 앨버트를 굴렸다.
해야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내가 말한 것들은 장난이 아니었다.
죄다 진심이다. 마법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보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제어를 잘못하면 스스로에게도 재앙으로 다가온다.
칼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생활의 질이 높아지지만, 그걸 잘못 다루면 손이 베일 수도 있고, 살인이라는 범죄 행각에도 이용될 수 있는 것처럼, 마법도 똑같다.
마나를 소모해 불을 만들어낸다. 물도 만들어낸다.
적성만 있으면 어디서든 굶어 죽을 걱정은 없다.
오히려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게 더 어려울 정도의 대접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그런 경지는 아직 멀었다.
이미 그런 절차를 밟고 있는 이들을 보고 부러워하는 것까지는 허용이지만, 단순 시기와 질투를 넘어서 만용을 보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앨버트의 생각은 모른다.
무슨 생각으로 저랬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절대로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실전에서 저런 마물 만나면, 방금처럼 할 거야? 못 하잖아."
실전 경험을 기르기 위해 데리고 나왔는데, 자기 몸을 버리는 방법만 키우고 있다.
내가 얘네한테 보장한 안전이 도리어 판단력의 저하라는 악기능으로 작용했다.
"뒤에, 너희도 마찬가지야. 앨버트처럼 싸우려고 하지 마라."
강하게 엄포를 놓았다.
모두가 함부로 입을 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들의 머뭇거림이 내포한 뜻을 내가 모를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강압적인 내 태도와 말에 놀랐을 뿐, 내 말을 제대로 이해했다.
"앨버트."
"…네."
"꼰대처럼 보이겠지만, 난 진짜 너를 위해서 하는 소리야. 네가 얼마나 절박한지는 나도 잘 알아."
"교─"
"여자가, 노바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말을 해줄 수는 없지만 나도 그거 알아. 안다고. 나라고 해서 태어나자마자 노바가 되고, 그랬을 줄 알아? 아니야. 나도 죽을 뻔한 적 여럿 있어. 아무리 조심해가면서 살아도 노바를 찍기 위해서는 여러 번 죽을 수도 있는 경험을 해봐야 해. 네가 죽을 확률을 너 스스로 높이지 마라. 바리에이션."
앨버트의 몸 상태가 십수 분 전으로 돌아갔다.
앨버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여기까지 합니다. 갑자기 반말하고 욕하고 그래서 미안한데, 난 방금 내 행동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어떻게 자라왔는지는 몰라도, 이런 말 해줄 사람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해요. 내가 언제 여러분한테 거짓말 한 적 있어요? 난 진심이고, 이게 사실이니까 믿으세요 그냥. 앨버트처럼 싸우다가는 쉽게 죽습니다. 따라할 생각도 마세요. 최선의 방어가 공격인 건 맞지만, 공격의 기본은 방어입니다. 이걸 잊지 마세요."
죽기살기로 공격하는 게 아니면, 방어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다.
공격 한 번이 다만 한 번의 공격으로 끝나지 않는다.
불에 태워지면 화상 자국이 남고, 익사할 뻔하면 물에 조금이라도 공포심이 생긴다.
공격에 공격을 거듭하며 당할수록 '죽을지도 모른다' 라는 불안감과 공포가 내 몸을 감싸는 거다.
이 세계는 마법이 주가 된 턴제 게임이 아니다.
공격이 어떤 방식으로든 남아 있기 때문에 '공격만으로 이긴다' 라는 생각은 압도적으로 찍어누를 수 있는 게 아니면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괜히 내가 노바를 찍었는데도 요관 돌파하는 데 애를 먹었던 게 아니다.
"잘 보세요."
더스크를 다시 구현해냈다.
이번에는 마나를 빼지 않고.
"여러분이 팔 대 일로 싸워서 고전한 더스크."
손바닥을 펼쳐 더스크에게로 향했다.
"저는 얘가 몇백, 몇천이 몰려와도 쉽습니다."
화르륵, 하고 불타는 소리와 함께 더스크는 사라지고 내 마나의 잔재만이 허공에 흘렀다.
학생들이 묘하게 감탄하면서도 헛숨을 들이키는 게 느껴졌다.
"이게 서클의 차이입니다. 여러분이 빨리 성장하고 싶다면 서클의 개수를 늘려야 해요. 그러니까 우리는 싸웁니다. 네, 싸워요. 방어를 무시하고 공격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싸움을 한다고요. 앨버트가 방금 보인 건 싸움이 아니에요. 서클에 대한 집착이지."
앨버트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죽지 마세요. 전 개인적으로 여러분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따라오기만 한다면 끝까지 가르칠 의향이 있습니다. 도중 포기 그딴 거 없으니까 천천히, 하라는 대로만 하세요."
학생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는 제가 실드를 둘러주진 않겠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목숨에 위협을 느낄 때, 그리고 다쳤을 때만 나서겠습니다. 마물에 대한 공부도, 책 있죠? 그거 보고 각자 공략법 익혀오세요. 잡을 마물은 그 전에 알려줄게요. 이참에 말하자면, 다음에 잡을 놈은 리틀 골렘입니다."
동굴의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앨버트를 비롯한 학생들이 내 뒤를 천천히 따라온다.
나는 광장에서 마스카르의 피를 한 번 태워서 동굴을 깨끗하게 만든 뒤, 동굴 밖으로 나왔다.
해가 살짝 내려가 있다.
오늘은 점심쯤 왔는데, 지금은 한 두 시? 세 시? 정도 되려나.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난 건 아닌 듯했으니.
학생들의 몸에 실드를 둘러주고 와즈를 영창해 날아오르려던 참이었다.
"교수님."
한 학생이 날 불렀다.
머리를 쓰다듬어달라 요구했던 그 여학생이다.
"네?"
"저기, 화락조 날아다녀요."
그녀의 말마따나 하늘에 화락조 대여섯 마리가 원을 그리며 날고 있었다.
"쟤네가 왜요?"
"저희 날아가는 거죠?"
"네."
"쟤네가 쫓아오지 않을까요?"
"쟤네가 미치지 않는 이상 여러분한테 덤빌 일은 없어요."
여학생이 머뭇거렸다.
"그래도 조금 무서운데…."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선심을 조금 베풀기로 했다.
"아쿠아."
순식간에 물로 된 돔이 생겼다.
화락조들이 끼이익대며 당황한다.
나는 돔의 솟아오른 부분을 아래로 눌러 화락조들의 불을 모두 꺼뜨렸다.
"와…."
그리고 물에 가둬 익사시켰다.
소리를 지르던 화락조들은 30초가 지나자 모두 조용해졌다.
"갑시다. 와즈."
"저, 교수님. 제 이름 아세요?"
이름?
"어, 그러니까… 페일리 양?"
"알고 계시네요."
"그건 왜요?"
"그냥 궁금했어요!"
앨버트가 저번에 이름을 알려준 덕에, 교수가 학생 이름을 모른다는 추문은 돌지 않게 되었다.
페일리는 밝게 웃더니 내 팔을 자기 가슴에 묻었다.
"저기, 페일리 양."
"네?"
"우리, 신체접촉은 멀리 합시다. 그리고 나는 데 꼭 붙어 있어야 할 이유는 없어요. 알잖아요?"
"네…."
페일리가 물러나고, 나는 슬쩍 학생들의 반응을 살폈다.
앨버트를 제외한 모두의 표정이 나쁘지 않다. 앨버트야 뭐….
하늘을 날아올라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학생들을 모두 보내준 후, 아카데미 상점에서 도시락을 사들었다.
그리고 날아서 기숙사로 돌아가려던 때였다.
"교수님."
앨버트가 거기 있었다.
척 봐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게, 사랑이라도 고백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물론 아니겠지만. 제발.
"왜요?"
"강해지고 싶습니다. 아니, 서클을 올리고 싶습니다."
"하아…."
한숨이 나왔다. 아까 내가 말한 걸 이해는 한 건가.
"아까 하신 말씀, 이해했습니다."
"이해를 했으면 나한테 이럴 리가 없는데요."
"함부로 행동하지 않겠습니다. 보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많은 경험이라.
"그러니까, 마물이랑 더 싸우게 해달라고요?"
"네."
또 다시 한숨.
"내가 앨버트 서클 올려주는 거 무조건적으로 협조하기로 했으니까 해주긴 하는데, 이번에도 무리하면 서약이고 뭐고 다 엎어버릴 거에요."
"명심하겠습니다."
눈을 묘하게 빛내는 앨버트를 들어올려 아카데미의 훈련실로 향했다.
아직 휴교령이 철회되지 않아 본관 내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덟 명이서 할 때랑, 한 명이서 할 때랑은 다릅니다. 1서클부터 천천히 합시다."
나는 인카르너로 모든 속성의 슬라임 다섯 마리를 만들어서 훈련실에 뿌렸다.
간단하게 초읽기를 해주고, 앨버트가 응전했다.
"푸에고…!"
하필이면 모든 속성으로부터 카운터를 당하는 불속성이라, 앨버트는 꽤나 고전하는 듯했다.
무리하지 말라는 내 말을 격언 삼아 스태프에 불을 두르지 않은 것도 그에 한몫하는 듯했다.
5분이 다 지나서야 슬라임 다섯 마리를 기어코 다 잡아내었다.
앨버트의 표정은 결코 좋지 않았다.
2서클인데도, 1서클 마물 다섯 마리를 빠르게 해치우지 못한 것이다.
새삼 격차가 느껴졌겠지.
"…앞으로도 자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하려고요?"
내심 놀랐다. 그냥 아까 일 때문에 열받아서 한 번 시도해본 건 줄 알았는데.
"경험은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앨버트가 멋쩍게 웃었다.
나는 그걸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보다 높은 경지에 대한 집착.
적어도 그것만은 진심인 듯했다.
"…알겠어요."
"그럼, 오늘은 이만─"
"아뇨, 앨버트 요구를 내가 들어줬으니까 앨버트도 내 요구 들어줘야죠."
앨버트는 무슨 말인지 감을 못잡은 듯했다.
"마법 연구, 협조해주기로 했잖아요?"
"…아!"
앨버트가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뭘 하면 되나요?"
"등 대봐요."
앨버트가 등을 돌렸고, 나는 앨버트의 등에 손을 대 영창했다.
"노바, 와즈."
앨버트의 등에 날개가 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