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0억을 위해 아카데미 교수가 되었다-25화 (25/247)

(EP.25)025

"저, 교수님. 그럼 강의는 언제 할까요?"

"일 다 끝나고 해요. 나도 할 거 없으니까 여기서 기다릴래요."

앨버트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로 돌아갔다.

내가 선물한 칼은 한 개가 아니었다.

5개인가 그랬을 텐데, 앨버트도 그 칼을 잡고 열심히 화락조를 토막내고 있다.

저거 인기 진짜 많네.

문득 궁금해졌다.

화락조를 공급해주는 업체는 대체 어디일까?

나야 화락조를 아쿠아 하나만으로 무더기로 잡아들일 수 있다지만, 결국엔 5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필요하다.

화락조는 해가 쨍한 데서 주로 서식한다.

황무지에 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무가 없으니 햇볕이 숨을 곳도 없다.

요관 안에서 살던 놈들은 걔네가 이상한 거다.

그럼 결국엔 락토까지 가서 잡는다는 말인데, 내가 락토로 갔을 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말이지.

'궁금한데.'

나는 주방으로 향했다.

"마타샤 씨!"

참고로 호칭에서 님은 빼기로 했다.

"네, 에레브 양!"

"저 화락조 좀 잡아다드릴까요?"

마타샤가 당황했다.

"화락조를요?"

"보니까 수요가 높은 것 같은데. 공급하는 것도 비싸지 않아요?"

"그렇긴 합니다만…."

"락토 갈 일도 있고 해서, 좀 잡아다드릴게요."

"언제요?"

"지금요."

나는 종을 건넸다.

"뭔지 알죠? 앨버트 일 다 끝나면 세 번 울리세요."

그리고 난 거리를 날아올랐다.

"화락조를 저기서만 취급하는 건 아닐 테고."

나도 화락조 먹어봐서 안다.

요관에서도 많이 먹어봤고, 방금도 두 마리나 먹었다.

요관에서는 그냥 구워먹기만 해서 별 맛은 없었지만, 마타샤가 요리해준 걸 먹어보니 깨달았다. 이거 장난 아니다.

그런 놈을 마타샤의 가게 한 곳만 취급하겠는가?

그럴 리 없다. 독점이 아닌 이상 많은 가게에서 화락조를 취급할 거다.

이들 모두가 마법사는 아닐 터.

음식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인 만큼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화락조를, 또한 마물들을 식재료로 잡아다 파는 업체가 따로 있다.

나는 이걸 깨닫자마자 이렇게 생각했다.

'수지타산이 안 맞는데?'

화락조는 불만 꺼뜨리면 그냥 평범한 독수리다.

그리고 화락조의 불은 5서클 이상의 마법이라면 꺼뜨릴 수 있다.

5서클 공격 마법만 쓸 수 있다면 무더기로 잡아들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근데 그걸 시장에 비싸게 유통해? 조금 너무했다.

참교육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체 그렇게 양심없는 장사를 하는 놈이 누군지 쌍판대기라도 보고 싶은 생각에서 움직이는 거다.

굳이 따지자면 그게 죄는 아니니까 말이다.

독과점은 상인에게 있어 인생의 찬스와도 같다.

나무라는 게 아니라 진짜 그냥 얼굴이 궁금해서 그런다.

락토까지의 거리는 와즈로 날아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와즈는 8서클 마법이니 노바가 아닌 이상 걷거나 마차를 타고 갈 터, 그 많은 화락조를 운반하려면 뭐 어디 담을 수 있는 곳이 있지 않을까.

나는 락토로 날아갔다.

조금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이번에는 뇌를 빼지 않고 주변을 보면서 날았다.

락토 자체는 멀지 않다.

다만 락토의 안쪽으로 들어가야만 화락조가 보인다.

한참을 더 나니 이제야 좀 황무지라고 부를 법한 곳이 나왔다.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니 군데군데 걷는 사람도 있고, 달리는 마차도 보인다.

대부분은 프로바이오로 향하는 사람들일 터, 이들 전부가 화락조를 잡으러 나온 사람들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한 무리당 최소 4서클의 마법사가 있긴 할 거다.

3서클은 무리이지만 4서클은 화락조에게 대항할 수 있고, 5서클은 화락조를 잡을 수 있다.

저들 또한 안전비를 받고 프로바이오까지의 통행을 보호해주겠지.

생각해보니 여긴 뭐, 파밍지역인가?

나라 안에 있는 마물 서식지를 그대로 내버려둔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데. 화락조 양식장인가?

어쩌면 해결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델라즈한테 들은 아케즈의 내면이 너무 충격적이라.

하지만 아쉽게도 황무지에서 멈추는 사람이나 마차는 없었다.

'하긴, 이렇게 쉽게 보일 리 없나.'

적당히 사람이 안 보이는 곳에 착지했다.

마치 까마귀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화락조를 올려다보며 풀썩 주저앉았다.

'막상 잡으라고 하니까 또 귀찮은데.'

내가 가서 잡기는 귀찮으니, 저쪽에서 오게끔 하면 된다.

나는 인위적으로 서클을 풀어 3서클의 마나만 방출했다.

먹잇감을 발견했다는 듯, 날아가던 화락조 무리가 내게 하강해온다.

'한 열다섯?'

많지는 않지만 여러번 잡으면 되겠지?

"아쿠아."

다음엔 토네이도를 익힌 다음 와야겠다.

쟤네한테 써보고 싶어.

화락조들은 갑작스레 3서클의 마나가 7서클의 마나로 바뀐 것에 놀란 것인지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그래, 저게 정상이지.

요관에 있던 놈들이 미친 거다.

아무리 마물의 종류가 다양하다고는 해도 겁없이 떼로 몰려들다니.

화락조들은 하늘로 비상하다가 중간에 멈췄다.

물의 결계를 본 것이다.

나는 인카르너로 총을 구현했다.

내친 김에 레드닷까지 달아서 조준했다.

'권총에 이거 달 수 있긴 한가.'

모르겠다.

어차피 마나로 이루어진 거니 상관없다.

끼이익대며 어쩔 줄을 몰라하는 화락조 무리에게 총을 겨누고, 마나탄에 아쿠아를 섞어 장전했다.

"빵야."

총알이 하늘을 갈라 날아가서는 공중에서 펑, 하고 터졌다.

"물대포다, 새끼들아."

하늘에서 터진 물벼락에 화락조들의 불이 꺼졌다.

패닉에 빠진 화락조들이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몇몇은 그냥 어떻게든 나가려고 물로 다이빙하고, 몇몇은 눈이 뒤집혀서 내게 덤빈다.

물의 결계를 보다 두껍게 만들어서 도망가는 놈들을 막은 다음,

내게 날아오는 놈들은 인카르너로 그물을 펼쳐 투우사가 된 것처럼 그물로 받아내었다.

모두 그물로 받자마자 끝을 끈으로 동여매고, 안을 물로 채웠다.

수십 초가 지나자 꼬로록, 하는 소리와 함께 화락조들의 목숨이 단체로 끊어졌음이 느껴졌다.

결계에 몸을 부닥친 놈들이라고 해서 별 다를 건 없었다.

저 놈들도 마치 결계에서 수영을 하듯 몸을 맡기고 누워 있었다.

목숨만 붙어 있었다면 바캉스 온 줄 알았을 거다.

놈들 역시 회수해서 바구니에 모두 담았다.

'익사는 너무 심했나.'

물 속에 사는 놈들을 물째로 얼려 죽인 적은 있어도 익사시키는 건 또 처음인데. 감회가 새롭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자리를 옮겼다.

"빵야."

내 입에서 빵야 소리가 나올 때마다 아무리 적어도 화락조 다섯 마리가 바구니에 추가되었다.

한 시간 가까이 지난 지금, 내 바구니는 더 이상 바구니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부피가 커졌다.

'한, 쉰 마리?'

그쯤 되는 것 같은데.

'이거 마타샤 가게에만 돌려도 되는 건가.'

그럼 독점을 막으려고 한 게 헛수고가 되어버리잖아?

'전체에다가 한두 마리씩 돌려야겠네.'

로판부르크가 그렇게 넓진 않다.

식당은 기껏해야 열다섯에서 스물다섯이 고작일 거다.

나는 만족하고 와즈로 날아올랐다.

그렇게 서행하며 날아가던 도중이었다.

"야 이 개새끼야──!"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웬 마차 하나가 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얘네가 그 유통하는 놈들인가?

마차에는 한 사람만 타고 있지 않았다.

대여섯 명이 타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왜요, 개새끼들아?"

내 말에 놈들 표정이 참 웃기게 변했다.

"왜요, 너희가 먼저 욕했잖아요?"

"그 화락조는 우리 거란 말이다!"

나는 바구니를 들어보였다.

"이거요?"

"그래!"

"이게 왜 댁들 거에요? 내가 잡았는데?"

"여긴 우리 지역이라고!"

남자가 품에서 지도를 꺼내 내게 보였다.

"이게 뭐?"

"안 보이냐! 하펜즈 상회라고 적혀 있잖냐!"

나는 지도를 유심히 들여다보였다.

확실히 적혀 있긴 하다만.

"상표권 있어요?"

"뭐?"

"아니, 여기가 댁들 구역이라매요. 근데 내가 그걸 어떻게 믿어요. 뭐라도 보여줘야 믿던가 하지."

나는 주위를 빙 둘러보며 가리켰다.

"여기 있는 거라고는 모래밖에 없는데 댁들이 댁들 거라고 주장하면 내가 어떻게 압니까."

그냥 얼굴만 보고 싶었는데, 욕까지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단순히 한 업체에서 독점한 게 아니라, 여러 업체끼리 짜고쳐서 구역을 나누어 화락조를 잡아들이고 있나본데.

암만 생각해도 황무지를 아무렇게나 날아다니는 마물을 자기 거라고 주장하는 건 못 믿겠는데.

"상회 총독으로 가서 물어봐라!"

"음."

별로 믿음직스럽지 않은데.

"총독 말고, 더 위에 물어봐도 돼요?"

"뭐, 더 위?"

"아, 저 노바라서요. 그냥 윗분들한테 황무지 일정 구역에도 자리가 있는지 물어보면 될 것 같은데."

나는 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남자의 안색에서 핏기가 가셨다.

"노, 노바요?"

나는 서클을 넓게 펼쳐보았다.

"네."

남자의 뒤에서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람이잖아, 에레브 교수…."

"뭐, 교수? 델라즈 교수 제자라는?"

"우리 큰일난 거 아냐?"

참고로 쟤네는 아주 작게, 내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말하고 있다.

그냥 내가 마나 흩뿌려서 매질 삼아 듣고 있는 거다.

뭔가 뒤가 구린데.

"같이 갈까요? 저 마법 쓰면 댁들까지 안전하고 편하게 제 스승님한테 모실 수 있는데."

"아니, 그, 괜찮, 음… 편히 볼 일 보시지요."

나는 망설임없이 몸을 돌렸다.

굳이 건드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가게 주인들이 화락조를 비싸게 사들이는 건 좀 불쌍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통업자를 죄다 족치면 아예 구할 길이 사라져버린다.

얘네 또한 돈벌이가 되기에 락토까지 나와서 이걸 잡는 것일 테고. 막아버리면 아예 나오질 않겠지.

그럼 유통 자체가 끊기게 된다.

가게가 괜찮게 버티고 있는 이상,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

그냥 가끔 락토 나올 때만 몇 마리씩 잡아다주자.

- 띠링

- 띠링

- 띠링

마침 머릿속에서 종이 세 번 울렸다.

나는 속도에 박차를 더해 날아갔다.

"일은 다 끝났어요?"

"마침 점심 타임이 다 끝나서요."

앨버트는 흘린 땀을 수건으로 닦고 있었다.

마타샤와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

나는 그들을 식당 밖으로 나오게 한 다음 영창했다.

"세쉬, 푸에고."

순식간에 땀이 증발하면서 몸은 물론이요 옷까지 뽀송하게 변했다.

직원들이 신기한 듯이 자기 몸을 둘러본다. 나는 마타샤에게 바구니를 건넸다.

"마타샤 씨, 여기 거리에 식당이 얼마나 있어요?"

"제가 알기론… 스무 점 정도 있습니다."

"그럼 세 마리만 빼가요. 쉰 마리 정도 잡아왔거든요?"

마타샤가 바구니를 열더니 경악에 빠졌다.

말을 잇지 못하는 마타샤의 모습에 직원들도 호기심이 동했는지 와서 보고, 그들 역시 경악에 빠졌다.

"이걸 다 잡아오신 겁니까…?"

"네, 얼마 걸리지도 않았는데요."

"그, 쉬운 건가요?"

"아무래도? 5서클 이상이면 좀 쉬워요."

내 말에 마타샤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왜요? 한 마리에 얼마길래?"

"30레블입니다…."

"…장사가 돼요?"

"화락조 튀김은 다리만 나오니까요. 머리, 몸통, 모두 따로 쓸모가 있긴 있습니다."

대한민국 생닭 가격이 만 원 좀 넘었던 것 같은데.

세 배 가까이잖아?

"락토 갈 때 조금씩 잡아다줄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앨버트, 잠깐 대기해요. 나 이거 식당에 좀 돌리고 올 테니까."

등을 돌렸다.

"엑."

내 걸음이 무언가에 막혔다.

정확하게는, 뒤에서 무언가가 내 날개를 잡았다.

"뭐하세요."

"저도 같이 가죠 교수님."

"굳이?"

"저도 도움이 되고자─"

"그냥 강의 빨리 받고 싶은 거죠?"

"부정은 안 하겠습니다."

앨버트가 훤칠하게 웃었다.

솔직한 새끼.

"가죠. 마타샤 씨, 나중에 올게요."

"화락조 감사합니다."

나는 앨버트를 대동하고 시장을 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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