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0억을 위해 아카데미 교수가 되었다-13화 (13/247)

(EP.13)013

"어제는 경황이 없어 짤막하게밖에 설명하지 못했지만,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이론 수업에 들어갈 겁니다."

허공에 세 개의 문양을 그렸다.

하나는 불의 주먹, 하나는 불의 기둥, 하나는 불의 날개.

"천천히 하나부터 합시다. 우선 안 아프게 맞는 법입니다."

내 말에 학생들이 귀를 쫑긋 기울였다.

고통을 줄여주는 걸 마다할 자가 누가 있냐지만, 마법사의 경우에는 조금 더 다르다.

말이 안 아프게 맞는다지, 실상은 다르다.

"요는 간단합니다. 타격 부위, 그러니까 상대방이 노리는 부분에 마나를 겹겹이 쌓아놓으면 됩니다."

"너무 간단한 거 아닌가요?"

"이론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조금 어렵습니다. 상대방이 어디를 공격할 건지 눈으로 파악하고 빠른 반사신경으로 커버함과 동시에 마나를 몸 바깥에 두를 건지 안쪽에 두를 건지 판단해야 합니다."

"둘의 차이점이 뭔가요?"

"예를 들면 이겁니다."

마나로 쿠션을 하나 구현해서 내 배 앞에 놓았다.

불투명한 쿠션이 튜브처럼 내 복부를 감쌌다.

"물리적 공격의 경우 바깥에 두르는 편이 이롭습니다. 몸, 신체를 공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예 몸에 닿지 않게 하면 되는 문제니까요."

로브를 벗어 상의를 노출시켰다.

몇몇 학생들이 숨을 들이킨다. 왜지.

이유야 모르겠고 마나의 농도를 짙게 만들어 복부 안쪽에다 둘렀다.

"마나를 사용한 공격의 경우 근육 안쪽에 두르는 게 이롭습니다. 단순히 몸만 공격하는 게 아니라 마나를 동시에 공격받는 것이라 마나를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몸은 상처를 입는 거 아닌가요?"

"필요에 의한 희생입니다. 물론 마나량이 많거나 보다 마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걸 터득한 사람은 바깥쪽과 안쪽 모두 둘러 몸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습니다."

나의 경우에는 몸 바깥에만 두르고 다녔다

. 마물들의 공격은 대부분 물리적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가끔 마법을 쏘아대는 놈들도 있긴 있는데, 몸에 마나를 두르기보단 토벽이나 빙벽을 쳐서 막았지.

"우선 여기서 질문 있는 사람?"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말 그대로입니다. 상대방이 가하는 공격이 어느 정도의 공격인지 파악하고, 그걸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마나만 두르는 겁니다."

이게 바로 '효율' 의 중요성이다.

마나량이 무한대가 아닌 이상 언젠가는 동나기 마련이며, 실전에서 마나는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소요된다.

내가 괜히 마약상까지 찾아가서 마나수정을 사려고 했던 게 아니다.

실전에서 마나수정이란 곧 나의 목숨줄이다.

그 이상으로 손을 든 학생은 없었다.

"다음은 마나를 일점에 모으는 방법입니다."

왼손에는 불기둥을, 오른손에는 물기둥을 세웠다.

"지금은 마나를 균등하게 놓았기 때문에 둘의 크기가 같습니다. 같은 1서클 마법이라 소모하는 마나량도 똑같죠. 여기서 한쪽으로 마나를 치우쳐지게 하면."

왼손으로 마나를 모았다. 불기둥의 크기가 커지고, 물기둥의 크기가 작아졌다.

"이런 식으로 마법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걸 '마나의 농도 조절' 이라고 합니다. 높은 서클의 술식을 해독할 때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공식이 따로 있나요?"

"머리로 외우는 것보단 몸으로 감각을 익히는 게 더 빠릅니다."

"그래도 알아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음, 우선 갖고 있는 마나의 총량을 확인해봐야 하는데. 테스트 때 알려주도록 하죠."

공식이라고 해봤자 별 거 없다.

다른 서클의 마법을 동시에 사용할 때나 필요한 공식인데, 그냥 서클 개수에 비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체 마나의 총량이 300이고, 1서클과 2서클의 마법을 동시에, 같은 출력으로 마나 전부를 쓸려면 1서클에 100, 2서클에 200을 쏟으면 된다.

낮은 서클에서는 이렇게 쉽지만 높은 서클로 가면 좀 어렵지.

특히 7서클부터가 어렵다. 약수가 1과 7밖에 없어서 비율 맞추기 더럽게 까다롭거든.

실전에서 별로 빛을 발하지는 않는다. 균등한 출력을 내야 할 때는 거의 없으니까. 평소에 쓸 일도 없고.

"다음은 보다 높은 서클의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계속 고민하던 놈이다.

어떻게 하면 높은 서클의 마법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

나야 마나수정이랑 감으로 때려맞혔다지만 얘네는 아니다.

마나수정이 아무리 많더라도 마법을 쓸 때마다 마나수정 몇 개씩 들이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나는 목표를 살짝 뒤틀었다.

마나를 많이 쏟아부으면 당연히 물량공세로 어떻게든 발동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본인의 서클에 맞지 않는 마법을 어거지로 발동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엔 무리가 온다.

마나가 동나는 게 아니라, '높은 서클의 마법을 사용' 한다는 것 자체가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마법의 근원, 마나 자체를 곰곰이 따져봤다.

마법은 서클로 발동되는 게 아니다.

심장에서 뿜어져나와 서클을 걸쳐 농도가 짙어진 마나를 사용해 발동된다.

서클이 한 개면 1서클의 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고, 서클이 두 개면 2서클의 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다.

농도는 아까도 말했다시피 마나를 일점에 모으면 또한 농도가 짙어진다.

요컨대 마나를 모아서 배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높은 서클의 마나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거기서 나는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냈다.

"우리는 서클을 접을 겁니다."

서클이 서클(Circle)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건 간단한 이유에서다.

바로 둥근 고리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이름의 유래 자체를 박살내려고 한다.

허공에 서클을 하나 구현해 띄웠다.

"잘 보세요."

그리고 서클을 힘을 줘 반으로 접어버렸다.

보름달처럼 둥글던 서클이 반달모양으로 접혔다.

몇몇 학생들이 그런 내 기괴한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솔직히 말하면 무언가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되긴 했으나,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에 안도했다.

"마나의 질은 곧 '몇 개의 서클을 거쳤는지' 로 결정됩니다. 그럼 간단합니다. 접은 서클을 거치게 해서, 서클 한 개당 두 개 분량의 효과를 내면 됩니다."

와즈.

노바를 뗀 무영창임에도 불구하고 마법이 보다 수월하게, 질높게 발동되었다.

빠져나가는 마나의 양도 평소보단 좀 많게 느껴지긴 하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역시.

우려했던 것처럼 단점이 하나 생겨버렸다.

나는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거기 학생, 제 배를 때려보세요. 조금 살살."

곧 복부로 주먹이 들어왔고, 나는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신음했다.

"욱…."

도리어 나를 때린 학생이 당황했다.

어차피 마나로 막을 거라 생각하고 안심하고 때렸는데 아파하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몸이 굳은 듯했다.

교수를 때린 것이니 그럴 만도 하다.

"프흐, 제가 때리라고 해서 때린 거니까 걱정하지 마요."

나는 단상으로 돌아왔다.

"보다시피 저는 지금 제 등의 날개로 마나를 쏟는 중입니다. 제가 발동시킨 마법은 8위계 마법, 와즈입니다. 노바의 명예를 사용하지 않고 무영창으로 발동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마법의 질은 향상됐습니다."

이걸 베르노바에서도 알려나?

나는 처음에 떠올려놓고 와, 나 천잰가? 라는 생각부터 들었는데.

"다만 마나 소모량은 여전히 많긴 합니다. 그리고 하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상의를 살짝 들어올렸다.

빨갛게 주먹자국이 남은 내 맨살이 보였다.

일부 학생들은 눈을 크게 뜨고, 일부 학생들은 그런 학생들을 보고 눈을 찌푸린다.

전자가 남학생, 후자가 여학생이다.

음, 괜히 그랬나.

하고 나니까 후회되네.

쪽팔린다.

"마나를 한 곳에서밖에 못 쓰게 되어버립니다."

서클은 심장 위에 덧대어져 있는 게 아니다.

서클 안쪽의 빈 공간에 심장이 자리잡고 있다.

그걸 접어버리니 마나가 쓸데없이 낭비된다.

모든 곳에 균등하게 7서클의 마나가 흐르다가, 갑자기 서클이 접히니 어느 한 쪽은 6서클, 그 반대는 8서클의 마나가 흐르게 된다.

6서클의 마나가 흐르는 쪽은 6서클이 '마나의 최대치' 가 되어버린다.

결국 몸의 반쪽이 약해진다는 것인데, 6서클의 몸으로 8서클의 마법을 견딜 수 있겠는가? 못 견딘다.

그래서 반대쪽으로는 아예 마나를 흘리지를 못하게 되어버린다.

흘려봤자 몸에 무리만 오고, 마법을 발동시킬 수 없다.

몸에 무리를 주는 걸 감안하고서 방어용으로 마나를 두르는 것 자체는 할 수 있겠다마는.

그래서 결론은.

"실전에서 쓰기는 무리입니다."

실전에서 쓰기에는 디메리트가 크다.

서클을 여러개를 접어버리면 되지 않나? 하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으나, 만약 그렇다면 나의 경우에는 5서클의 몸으로 9서클의 마법을 견뎌야 한다는 소리다.

몸이 견디지 못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나가 폭주해서 자칫하다간 서클이 끊어질 위험까지 있다.

나는 요관을 공략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절대로 쓸 수 없는 기술이다.

"다만, 짧은 시간 내에 보다 많은 마법을 쓰는 것을 것을 목표로 삼기에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방법이죠."

예를 들자면, 높은 서클의 술식지를 푸는 승단시험이라던가?

"1서클도 쓸 수 있나요?"

"쓸 수는 있겠지만, 조금 무리가 심하게 올 겁니다."

왜냐하면 마나가 없는 몸으로 2서클의 마법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서클이 생기는 원리는 아직까진 밝혀진 게 없다.

오로지 높은 서클의 술식을 풀고, 풀고, 또 풀어서 높은 위계의 마법에 적응을 하면 어느 순간 뿅, 하고 생겨난다.

즉, 쟤네는 내가 말한 편법을 써가면서 높은 서클의 마법을 계속 반복적으로 풀다보면 서클이 좀 더 빨리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에 적응을 하고 말고는 본인들의 노력에 달린 것이겠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쟤네의 서클을 높여주는 것만이 목표이기에 그것까지 신경써줄 여유는 없다.

그렇기에 나는 쓰지 못한다. 서클의 개수만 늘린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못 쓰는 건 아니니까요. 여러분의 목표는 서클을 늘리는 것, 맞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열심히 해봅시다."

책을 덮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경험이 아예 없어선 안 되겠죠."

강의실 구석에 비치된 스태프들을 학생들에게 쥐여주었다.

"모두 훈련실로 출발. 술식지는 제가 준비했습니다. 이걸 외우고, 서로에게 쓰면서 대련을 해볼 겁니다."

대련이라는 말에 몇몇 학생들이 표정을 썩혔으나,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묘하게 미소를 띄고 있었다.

4서클을 찍기 전까지는 서클의 개수를 토대로 비교를 당하는 놈들이다.

비공식이라도 서열을 매겨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것에 기뻐하는 게 아닐까.

모두가 훈련실로 이동했다.

나는 구석에 학생들을 앉힌 다음, 마법을 영창했다.

"노바, 실드."

학생들 개개인의 몸에 얕은 보호막이 씌워졌다.

마나 소모량이 조금 많기는 해도 꽤 높은 서클의 마법을 견디는 놈이다.

마나수정도 많고, 괜찮겠지.

모든 학생들에게 사용하는 속성이 뭐냐고 물어본 후, 1서클에게는 2서클의 마법을, 2서클에게는 3서클의 마법의 술식지를 나누어주었다.

"30분 줄 테니까 외우세요."

30분까지 줄 필요는 없겠지만, 대련에서 뛰다보면 머리가 쉽게 잊을 수도 있다.

충분히 시간을 주는 게 낫겠지.

다 외우면 2인 1조로 묶어 대련을 시킬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잘 하고 있나 둘러보던 도중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얘네 홀수잖아?'

앨버트는 오늘도 나오지 않았다. 240명이 아니라 239명. 한 명은 남게 된다.

'앨버트가 2서클이었지.'

2서클 중 가장 강해보이는 놈을 내가 맡아주면 되겠군.

간단하게 답이 나왔다.

"노바, 와즈."

서클을 접고 와즈를 영창했다.

과연 무영창으로 발동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날개가 생겼다.

어찌나 큰지, 내 키보다 높다.

마치… 천사 같군.

몇몇 학생들이 내 묘기에 놀라 스리슬쩍 바라보지만 나는 그 학생들 모두에게 일일이 눈을 맞춰 술식지에 집중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

집중하라니까.

'어, 근데 리젤을 못 쓰면 못 날잖아.'

어라.

이거 문제군. 두 개 이상의 마법을 섞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는 마법은 이거 못 쓸 것 같은데. 낭패로다.

나는 서클을 다시 펴고 와즈와 리젤을 영창해 날았다.

이유는 딱히 없고, 그냥 나는 게 재미있어서.

괜히 애들 집중하는 데 방해만 되는 것 같지만, 그래봤자 본인 책임이다.

'앨버트는 진짜 어디 있지.'

베르노바가 목표라고 했으면서.

나는 그에 대한 호감도를 조금 깎았다. 나쁜 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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