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601화
…또옥.
차갑다.
얼굴에 떨어진 액체를 말하는 것이다.
육체는 뜨겁다. 아주 많이 뜨겁다. 타오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특히 목구멍은 용암이 들끓는 것처럼 바싹바싹 마른 상태였다.
…또옥.
떨어지는 건 물방울인가?
한 방울씩 떨어져서 애가 타긴 하지만 차가워서 기분이 좋다.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 떨어지면 좋을 텐데……. 그것보다 목을 축이고 싶다.
페르안은 눈을 떴다.
어딘지 모를 동굴 같은 장소였다. 천장에 붙은 종유석, 그 끝에 매달린 물방울이 이상할 만큼 선명하게 보였다.
“마법사는 모두 고집이 강한가?”
조금 떨어진 곳에 양인현이 앉아 있었다.
“아… 큼.”
목소리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페르안은 눈동자를 굴려 양인현을 살피며 말했다.
“…어르신, 괜찮으십니까?”
“나보단 자네 스스로를 보는 게 더 좋을 걸세.”
“예? …윽.”
막 상체를 일으켜세우던 페르안은 돌연 느껴지는 고통에 눈살을 찌푸렸다.
“얼굴에 큰 화상을 입었네. 머리카락이 절반이나 타버려서 두피가 드러났고, 그마저도 쭈글쭈글하군. 화상은 목선을 타고 등 대부분을 뒤덮은 상태일세. 왼쪽 귀도 잃었고 오른쪽 눈은 실명됐지. 왼쪽 소지小指와 약지藥指도 잘렸고, 오른쪽 발은 살점이 크게 잘려 아마 신경까지 영향이 끼쳤을 것이야. 평생 제대로 걷지 못하겠지.”
“…….”
“내 팔을 자른 것과 같은 힘이 작용했을 테니, 그 모든 상처는 치료할 수 없을 걸세. 페르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는가?”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페르안을 향했다.
“자네는 과했어. 다 죽어가는 늙은이 한 명을 구한 것치고는 너무 많은 걸 잃었다고.”
“어… 늙은이는 아니시지 않습니까?”
“…….”
아무래도 페르안은 농담에 소질이 없는 모양이다.
식은 눈빛을 보고 있자니 더 뻔뻔하게 나가기도 힘들어서, 페르안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이보다 더한 각오도 마쳤습니다. 오히려 이 정도면 싸게 먹힌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다 쏟아냈어. 이제 더 이상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아.”
“예.”
“페르안, 진지하게 대답하게. 이런 꼴로 화산으로 돌아가서,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보나?”
미안한 일이지만 이 말을 들은 순간 딴생각부터 들었다. 당연한 걸 물어본다는 생각 말이다. 어떻게 보면 슬픈 일이기도 했다. 이 사내의 삶엔 이러한 당연함마저 결여되어 있었다는 뜻이 아닌가.
어쩌면 양인현은 삶에 초연한 게 아니라, 아직까지도 삶에 익숙지 못한 걸지도 몰랐다.
“물론입니다. 죽으면 모든 게 끝나니까요.”
“…그런가.”
양인현은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결국 살아남았으니 자네가 이긴 셈이군. 인사가 늦어서 미안하네. 구해 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이 은혜는 잊지 않고 언젠가 갚지.”
“아, 아닙니다.”
페르안은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날 뻔했다. 이상하게 책망하는 어조를 들었을 때보다 더 얼굴이 화끈거렸는데, 양인현에게 스승 못지않은 존경심을 갖고 있어서다.
다행히 양인현은 이 화제를 오래 붙잡지 않고 말했다.
“하나 더 묻겠네. 나는 시야가 흐려서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자네는 확실히 보았겠지? 암운 너머에 있던 거인의 진면목 말일세.”
“그렇습니다.”
페르안도 자세를 고치고 딱딱해진 어조로 말했다.
“반왕 전하가 옳았습니다. 우리는 너무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거인에겐 상반신이 없었습니다.”
“상반신이 없다? 그게 무슨 뜻인가?”
“말 그대로입니다. 상반신, 정확히는 골반을 기준으로 위쪽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뜯겨 나가기라도 한 것처럼요.”
“음…….”
“거기에 거인이 짓밟고 온 장소에서 희뿌연 무언가가 허리까지 이어지고 있더군요. 그게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먼지처럼 보이기도 했고, 구름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제가 추측하기로…….”
페르안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추측을 입에 담았다.
“…거인은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도중’일지도 모릅니다. 즉 그 제작이 끝나면, 그때야말로 거인을 막을 방법은 완전히 사라질지도요.”
잠자코 듣고 있던 양인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걸 바꿔 말하면.”
“예.”
페르안이 보다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 전에 싸운다면, 우리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겁니다.”
* * *
우선은 마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페르안은 귀환하는 도중에도 거인과의 싸움을 지속적으로 떠올렸는데, 되새길수록 그때의 기억이 애매모호했다.
암운에 집어삼키기 전의 목소리. 그건 잘못 들은 걸까? 그럴 수도 있다. 애초에 듣자마자 알 만큼 익숙한 목소리도 아니었고. 양인현에게 물어 보니 그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물론 그때 양인현의 상태는 페르안 이상으로 좋지 않았지만…….
하지만 암운이 무언가에 사라져 버린 건 사실이고, 그들을 동굴로 옮긴 존재가 있단 것도 사실이다. 흔적 같은 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서 문제지.
더 이상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우선 그것에 대한 생각은 관뒀다.
거인과 열흘거리 정도 떨어진 장소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미카엘이 보였다. 사전에 복귀를 한다면 이곳에서 만나기로 얘기해 뒀다. 적적한 느낌의 고산지대였는데, 아직 황폐화가 될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미카엘은 둘 모두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들이 거의 죽어가기 직전이란 사실에 또 놀랐다.
“화산으로 가주십시오.”
“상태가 위중해 보인다만…….”
“겉보기만 요란할 뿐입니다.”
“음. 알겠다.”
우선 양인현의 치료가 우선이다.
솔직히 살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페르안은 양인현이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
화산에 도착하니 장로니 뭐니 하는 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들은 양인현의 상태를 보고 크게 놀랐다.
“장문인!”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이오?”
그들 중 몇몇은 위압적인 기세로 페르안을 노려보기도 했는데 딱히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양인현을 위하기 때문에 나온 행동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페르안이 대답하기도 전에 양인현이 고개를 저었다.
“되었다. 무례를 저지르지 말도록. 그 청년이 내 목숨을 구했다.”
“예……?”
“페르안.”
양인현은 어리둥절해하는 화산의 무인들 너머 페르안을 보며 말했다.
“이만 가보게. 내 몸은 내가 챙길 테니.”
“어르신.”
“괜찮네. 난 죽지 않아. 생각이 좀 변했어. 억지로 끝맺을 필요는 없다고 했지. 그 말이 맞네. 어쩌면 나는 죽는 것에 집착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
“내면에 큰 변화를 겪었네. 이것은 자네 덕이야. 다시 한번 고맙네.”
그리 말하고, 양인현의 어깨가 살짝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포권을 취하려던 것처럼 보였다. 확실히 한쪽 손으로 할 수 있는 인사는 아니었다.
페르안은 대신 포권을 취해 보이며 활짝 웃었다.
“다시 뵙게 될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어르신. 건강하십시오.”
* * *
화산에 하룬은 없었지만, 허 장로에게 적기사에 대해선 들을 수 있었다.
화산으로 와서 정보를 전달한 것은 물론이고 마성, 심지어 왕성까지 직접 방문해 상황을 알렸다고 한다.
여태 보였던 나른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적극적인 행동이다. 거인을 보고 나서 그녀도 무언가 느낀 걸까?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페르안은 우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마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왕성을 방문한 건 그 때문이었다.
“어서 오게, 페르안. 많이 변했군.”
“그렇습니까?”
페르안이 쓰게 웃었다.
“좋은 의미에서. 좀 더 남자다워진 느낌이야.”
“…감사합니다.”
반왕이 옥좌에 앉은 채로 말했는데, 페르안은 조금 달라진 시선으로 반왕을 보고 있었다. 시야가 맑아진 느낌이랄까. 위압감에 압도돼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된 느낌이었다.
“엘에게 보고받았지. 많은 일을 겪었다고 들었는데, 과인에게 설명해 줄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전하.”
페르안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목격한 모든 것을 설명했다. 제대로 정보를 정리할 새도 없이 찾아왔기 때문에 두서없는 설명이 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의외로 정돈된 이야기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반왕은 침착한 태도로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쭉 무표정하던 얼굴에 변화가 생긴 건 가장 핵심적인 정보를 전달한 순간이었다.
“거인에겐 상반신이 없었습니다.”
“상반신이 없었다.”
“예.”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게.”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으로 보였습니다. 이것은 주관적인 해석이오나 짓밟아 부순 통합세계의 모든 정보를 흡수해서 스스로의 육체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겪는 듯한─.”
설명이 이어질수록 반왕의 눈가 사이 주름도 깊어졌다.
그리고 페르안의 설명이 모두 끝나자 말했다.
“시간을 끌수록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가?”
“예. 멀리서 보았을 때 그것은 단지 거인으로 보였습니다만, 가까이서 보니 골반 위쪽으로는 암운에 가려 아무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일종의 위장을 하고 있었던 셈이지요. 그리고 위장의 목적은 대개 적을 속이기 위함입니다.”
“흐음.”
반왕이 슬그머니 물었다.
“허면 페르안,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될 것 같은가?”
“회의를 열어야 합니다.”
“또다시 회의인가?”
“예. 하지만 이번 회의는 사뭇 그 성격이 다를 것입니다.”
“어떤 식으로?”
“여태까지의 회의가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엔 역할을 분담하는 것일 테니까요.”
“역할 분담이라…….”
“우리는 총력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페르안은 왕성으로 오는 짧은 시간 동안 줄곧 생각했던 내용을 입에 담았다.
반왕은 그 태도가 기꺼운 듯 살짝 웃었다.
“거인과의 조우가 그대의 내면에 많은 변화를 일으킨 모양이군. 솔직히 어전에 입고 오기엔 다소 불경한 차림새지만 혈색은 아주 좋아 보여.”
“아… 죄송합니다.”
그제야 페르안은 자신이 아직까지 흙투성이 꼴이란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아하하. 농담일세. 오늘은 잔소리를 늘어놓을 퓨처릭스가 없어서 과인이 대신 그 역할을 수행해 본 것이야. 예전의 그대였다면 보다 겉치레에 신경을 썼을 테지만, 지금은 그런 거에 집중을 할애할 때가 아니지. 이야기를 되돌려서, 역할 분담에 관해선 생각해 둔 바가 있는가?”
“예.”
페르안이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려는 순간이다.
반왕의 고개가 휙 어딘가를 향했다. 페르안도 무의식적으로 그 시선을 쫓았으나, 도착한 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적어도 몇 초 동안은 그랬다.
좌악-.
공간이 갈라지며 그 속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반왕은 물론이고 페르안도 알고 있는 얼굴, 이리스 피스파인더였다. 그녀 혼자만이 아니었다. 옆에는 작은 체구의 소녀도 한 명 있었는데, 페르안은 소녀의 이름이 ‘루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귀한 손님이군. 이리스 피스파인더, 이제 과인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들었나?”
“…외람된 말씀이지만, 아뇨.”
“그럼?”
“중요한 정보를 얻어서 공유하러 왔습니다.”
“중요한 정보라?”
방금 전까지 그런 정보를 듣고 있었던 반왕의 시선인 자연스레 페르안을 향했다. 이리스의 시선도 따라왔다.
“당신은…….”
안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쉽게 알아볼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생김새부터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페르안은 쓰게 웃었다.
“페르안 준입니다.”
“…많이 변했군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음. 그랬군요.”
이리스는 잠깐 어색하게 고개를 까닥였으나, 금방 평정심을 되찾고 물었다.
“보고할 게 있었나 보군요. 미안하지만 저도 좀 급해서, 잠깐 실례해도?”
“그러시지요.”
페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얘기의 흐름이 끊기기는 하겠지만, 페르안도 이리스의 급한 용무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리스가 다시 반왕을 보았다.
“어제 전 동쪽의 거인에게 가 있었습니다.”
“음?”
“그렇게 가까이 접근하지는 않았구요. 이틀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그걸 관찰했죠.”
“그 정도 거리라면 관찰할 수 있는 게 없었을 터인데?”
반왕이 거인에 대한 특징을 떠올리며 말하자, 이리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그랬는데 이 아이는 아니었어요.”
“아, 안녕하세요.”
루카가 반왕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반왕은 뭔가 애매해진 얼굴로 소녀를 보다가 물었다.
“…확실히 너는 첫 번째 멸망이었지. 멸망으로서 볼 수 있는 광경이 있었단 말인가?”
“그, 글쎄요? 그것까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이상한 움직임을 보긴 해서요. 이런 사소한 정보라도 공유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거인의 정보라면 그게 뭐든 사소한 게 없지. 뭐라도 좋으니 말해 보게.”
“그게, 어제 서쪽의 거인의 몸이 살짝 비틀거렸어요.”
페르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반왕도 마찬가지였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게.”
“거인은 평소처럼 걷고 있었는데요. 중간부터 갑자기 주변에 마법의 폭격 같은 게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움직임도 조금 거칠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구요. 무언가에 공격을 받는 듯한 느낌이랄까…….”
“무엇을 공격한 거지?”
“근처엔 아무것도 없었어요. 적어도 제가 보기엔 그랬죠.”
“…….”
“그렇게 몇 발자국 걷다가,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은 것처럼 몸이 살짝 흔들렸습니다.”
얘기를 마친 루카는, 혹시 자신이 뭔가 이상한 말을 했는가 싶어 긴장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반왕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상한 얘기인 건 맞았다.
우선은 물었다.
“몇 가지 질문을 할 테니 정확히 대답해 주게.”
“네.”
“우선 목격한 거인은 확실히 ‘동쪽의 거인’이었나?”
“…네?”
“서쪽에 있는 거인이 아닌 동쪽의 거인이냐고 물었네.”
“물론이죠.”
“착각한 건 아니겠지.”
“…왜 그런 걸 묻는지 모르겠네요. 혹 제가 동쪽과 서쪽도 구분 못 할 얼간이로 보이나요?”
이리스가 약간 불쾌한 목소리로 쏘아붙이자 반왕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아. 다만 재차 확인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라 그렇지. 그럼… 페르안,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나?”
“…멸망에 대해선 계속 생각의 허점이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파편화돼서 흩어진 단서가 하나씩 모이고 있었다.
개별적으로 봤을 땐 애매했던 조각이 차츰 모이며, 서서히 정체불명이었던 적의 윤곽이 명확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혼자라면 불가능했다.
함께라서 여기까지 밝혀낼 수 있었다.
유치하지만, 페르안은 그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
“정확한 시간은 맞춰 봐야 확실해지겠지만, 어쩌면 두 분께선 아주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무슨 뜻이죠?”
“이리스 님이 그 소녀와 동쪽의 거인과 조우했을 때, 저와 매상검 어르신은 서쪽의 거인과 교전하고 있었습니다.”
“뭐?”
“마법의 폭격이 쏟아졌으나 우리는 그것을 뚫고 허리춤에 있는 암운까지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매상검 어르신의 일격으로 암운을 걷어낼 수 있었고, 그 공격에 직격당한 거인은 크게 휘청거렸습니다. 하지만 직후 시간이라도 되돌린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균형을 잡더군요. 제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움직임이었습니다.”
“음…….”
“이것은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페르안이 말했다.
“두 거인은 서로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