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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년 만에 귀환한 대마도사 외전-569화 (796/857)

외전 569화

물론 페일에게 어떠한 의도, 모종의 음모 따위가 있을 거라고는 충분히 예상했다. 설마하니 이런 뒷사정이 있을 줄은 몰랐지만……. 듣고 보니 지극히 청기사답기도 했다.

그래서 충격은 없었다. 적었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한가?

또 모르는 일이다.

페일이 보였던 신뢰에 레시듀가 동감하고 있었다면, 이 순간 쥐똥만큼의 배신감은 느꼈을지도. 아니. 다시 생각해 보니 그 여자가 뒤통수를 쳤다고 딱히 쓴맛을 느끼진 않았을 것 같다.

사실 페일보단 아골렛이 더 중요했다.

대체 이 녀석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왜 쓸데없이 거짓말을 섞겠다는 개소리를 해서 내게 혼란을 주는 걸까. 사실 거짓말을 하겠다는 말 자체가 거짓말은 아닐까? 아니면 거짓말을 하겠다고 해놓고는 사실 안 했을 수도 있고…….

…가끔은 대체 어떤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눈알을 빼서 확인해 보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온종일 바라봐도 표정으로 내심을 짐작할 수 있는 사내는 아니어서, 레시듀는 곧 시선을 떨어뜨렸다.

“아골렛.”

“예.”

“설마 지금 지껄인 말 전부가 거짓말은 아니겠지.”

“물론 아닙니다.”

“그럼 거짓말은 딱 하나만 한 거냐?”

“글쎄요.”

확 억지로라도 불게 해볼까?

아니. 지금 이 찌뿌둥한 몸 상태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다른 녀석은 몰라도, 아골렛이나 페일─ 혹은 다른 군림자와는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레시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너는 이 모든 사실을 어떻게 안 것이냐.”

“확실한 사실만을 근거로 삼아 추측했습니다.”

“아까는 뭐 근거 내세우는 놈을 바보 천치인 것처럼 지껄이더니.”

“폐하, 그것과는 얘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레시듀는 갑자기 한심한 시선을 받았다.

“세상에 완벽한 수수께끼란 없습니다. 적어도 이 아골렛에겐 그렇지요. 저의 영특한 두뇌와 어느 정도의 시간, 두 가지 요소만 갖춰진다면 그 어떤 천고의 비밀이어도 어렵지 않게 파헤칠 수 있습니다.”

“그러셨군. 그럼 그 브릴리언트한 머리로 ‘바깥’이 무엇인지 해명하지 그랬나.”

“그건 비효율적입니다.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걸리기 때문에, 그 전에 수명이 다할 테니까요.”

4기사에게도 수명이랄 게 있나?

잠깐 멍청한 질문이 떠올라서, 레시듀는 속으로만 삼켰다.

“다행히 이번 수수께끼에 필요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추론과 실패를 반복하여 답을 얻어내는 데에 성공했지요.”

“말로만 떠들어도 감이 오질 않는군. 네놈의 소설이 사실이란 증거 말이다.”

레시듀가 탁자 위에 놓인 책을 바라보며 말했으나, 아골렛은 여전히 침착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증거를 대야겠군요. 저는 ‘안쪽’과 소통할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안쪽이라고?”

“예. 우리가 떠나온 장소─ 통합세계 말입니다. 물론…….”

살짝 당황한 레시듀를 보며 아골렛이 무거운 얼굴로 말을 마쳤다.

“그쪽 상황도 좋지는 않습니다만.”

* * *

─언뜻 보기엔 가벼운 복장을 입은 한 명의 가냘픈 소녀일 뿐이었다.

─그런 소녀가 회담장에 있던 누구보다 강하다니.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페르안은 넙죽 엎드린 채, 한때 그딴 생각을 가졌던 스스로의 머리를 한 대 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 명의 가냘픈 소녀라고? 저걸 어떻게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거지? 반왕은 다만 왕좌에 앉은 채 턱을 괴고, 가만히 페르안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스스로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지 않다. 아마 반왕에겐 페르안을 압박하고 있다는 자각조차 없겠지.

그러나 저자의 주의가 자신에게 향하는 것만으로 호흡이 가빠오고, 등 뒤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비기닝 위저드에게서 들었다.”

반왕이 느릿하게 말문을 떼더니 천천히 스스로의 말을 정정했다.

“아니. 비기닝 위저드의 대리였던가. 아무튼. 이번 작전은 자네가 짠 것이라지.”

“…그, 렇습니다. 전하.”

젠장. 혀를 씹을 뻔했다.

인생에 단 한 번도 없었던 추태였다.

“어떤 것 같은가, 퓨처릭스.”

“터무니없는 작전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른쪽에 서 있던 여인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페르안을 보았다. 서늘한 시선이 얼음송곳처럼 뇌를 헤집는 것 같다.

…반왕의 생각은 여전히 모르겠지만, 측근으로 보이는 저 여자는 확실히 페르안의 존재를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다.

“레시듀가 말했습니다. 멸망은 총 다섯 종류로 나뉘어 있다고. 그리고 우리가 관측한 바에 의하면, 양쪽에서 접근하는 멸망은 제각각 모두 전하께 버금가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과인보다 더 강하지.”

“…예.”

퓨처릭스는 반왕의 정정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으나, 조금 불만이 있어 보였다.

“계속 설명하겠습니다. 우리는 힘의 총량으로 멸망이 각기 다른 종류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만약 한 종류의 멸망이 절반으로 나뉜 거라면, 그 두 개체 모두가 전하와 비슷한 힘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만을 근거로 삼기엔 부족하지 않은가.”

“그 말씀은…….”

“다분히 희망적인 관측이다. 멸망은 뒤로 갈수록 점점 까다로워진다고 했으니 앞선 멸망보다 지금 녀석이 훨씬 더 강할 수 있다. 즉 하나의 멸망이 반으로 나뉜 가능성도 아예 전무하진 않을 터.”

“옳으신 말씀입니다.”

퓨처릭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한 가지 근거를 더 제시하겠습니다. 우선 그들은 세상의 양쪽 끝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일점돌파를 하지 않고 굳이 병력을 둘로 나눈 이유. 저는 그것이 그들이 조우했을 때 서로를 적대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타당하다. 종류가 다른 멸망은 서로를 아군으로 여기지 않으니.”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애초에 적은 여러모로 확실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당장은 제법 그럴듯한 근거 두 가지를 바탕으로 얘기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첫 번째 멸망만으로 십이허주 절반이 죽었습니다. 통합세계 전체적으로 봤을 땐 얼마만큼의 피해가 생겼는지는 아직까지 합산 중이고요. 그러니 지금 왕성을 향해 진격하고 있는 거인巨人은 통합세계의 모든 전력이 힘을 합쳐서 싸워야 합니다.”

“그것이 자네의 의견인가? 퓨처릭스.”

“그렇습니다, 전하.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퓨처릭스가 한쪽 눈을 살짝 감았다. 그러자 나머지 눈동자에서 희미한 빛줄기가 새어 나오며 홀로그램 화면을 비췄다. 물론 그러한 과학지식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페르안은 환영마법 같은 걸 사용했는가 싶었다.

“거인의 진격 속도는 결코 빠른 편이 아닙니다.”

홀로그램 화면은 거인의 모습을 비췄다.

편의상 거인이라고 부르고 있긴 하지만 딱히 거대한 인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시커먼 그림자 같은 것이 전신을 감싸고 있어서 제대로 형체가 파악되지 않았다.

알 수 있는 건 어마어마하게 거대하다는 것뿐이었는데, 그 실질적인 크기 또한 제대로 감이 오지 않았다. 주변에 그 덩치와 비교할 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홀로그램이 비추는 화면의 배경─ 저 거인의 발 언저리에 있는 게 작은 언덕인지, 혹은 구름을 뚫을 만큼 높게 솟은 산인지도 모르겠다.

[쿠웅…….]

어떤 쪽이든 거인의 진격에 짓밟히는 건 같겠지만.

“이 속도를 유지한다면 왕성까지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50일에서 180일 사이.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되도록 빠른 시간 동안 모든 병력을 모은 다음 한쪽의 거인을 먼저 쓰러뜨리는 것입니다.”

퓨처릭스의 목소리는 또렷했다.

스스로의 의견에 확신을 갖고 있는 자의 태도는 저러하다. 믿음직스럽지만 동시에 위험하기도 하다.

반왕이 그 점을 지금 짚어 줘야 되는가 고민하던 찰나.

“하지만…….”

그 시선은 다시 앞쪽으로 향했다.

페르안은 그 순간 머릿속에 생각했던 말을 자신이 직접 입 밖으로 꺼냈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이 서로 대화를 진행할 동안 조금 진정됐던 숨이 다시 차올랐다.

저 퓨처릭스란 존재도 압박감이 대단하다. 십이허주라고 했으니 당연하겠지. 페르안에게 있어선 신이나 다름없는 스승보다 더욱 강한 존재.

그래도.

이상하게도 오기가 치솟았다.

페르안은 손톱이 피부에 파고들 만큼 주먹을 세게 쥐며 말했다.

“다른 쪽을 아예 방치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큽니다.”

“나의 말을 제대로 들은 게 맞나? 방치하는 게 아니다. 두 거인이 왕성에 당도하기 전까지 시간이 충분하지. 전력을 퍼부어 다른 한쪽을 토벌한 뒤, 충분히 재정비 시간을 갖춘 다음 다른 쪽과 싸울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쪽 거인이 지금 속도를 계속 유지할 거란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뭐?”

“가령 우리가 거인 하나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안, 반대쪽은 돌발행동을 저지를지도 모릅니다.”

퓨처릭스가 침묵했다.

“뿐만이 아닙니다. 전하를 비롯한 여러분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그게 뭐지?”

“둘 중에 어떤 거인이 더 까다로운가.”

“……!”

퓨처릭스가 입을 닫았다.

이번 페르안의 말에는 자존심이 상하다기보다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더 컸다. 정곡이었고, 확실히 완전히 간과하고 있던 문제였기 때문이다.

…두 거인이 비슷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는 보장은 없다. 바로 방금 전 퓨처릭스의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멸망은 뒤로 갈수록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저들이 종류가 다른 멸망이라면 비록 동시에 출현했어도 분명 순서가 있을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일인데, 어째서 고려하지 못했지?

답은 금방 나왔다.

정찰을 통해 확인한 그들이 너무나도 동일한 형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까지 닿고, 전신이 새까만 그림자 같은 것에 뒤덮인 거인의 형태……. 배경만 떼놓고 본다면 완전히 동일한 존재라고 생각할 만큼 흡사한 외견 때문에 섣부르게 단정 짓고 말았다.

하지만 놈들이 같은 모습을 갖고,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존재다.

“…또한 멸망이 서로를 적대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첫 번째 멸망과 두 번째 멸망에 국한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나타난 멸망은 또 다른 성질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우리는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 아무것도 단정 지어선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인가. 큰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래. 그것이 자네의 의견이었지.”

반왕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겠다. 페르안은 엎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얼굴을 직시하였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반왕의 황금색 눈동자는 오래 직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눈동자 자체가 가진 거북함보단, 시선을 마주할수록 이상한 생각이 자꾸 들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아닌 스스로에 대해 되돌아보는 느낌이었는데, 그럴 때면 알 수 없는 수치심이 들기도 했다.

“이걸로 가지.”

“……!”

“전하……!”

설마 했던 허락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페르안은 순순히 기뻐할 수 없어서, 고개만 살짝 든 채 놀란 눈으로 반왕을 보았다.

“전하, 재고하여 주십시오. 섣불리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아니. 이 방법이 가장 올바르다.”

“어째서?”

“이유를 들으면 실망할 텐데 괜찮은가?”

퓨처릭스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두 눈을 깜박이자 반왕이 말했다.

“과인은 정체도 모를 무언가와 싸우기 싫어.”

“예?”

“뭔지도 모를 거랑 싸우다니 무섭지 않느냐.”

“그, 그런 말씀을…….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들은 걸로 해라, 퓨처릭스. 알 수 없는 것, 모르는 건 무서울 수밖에 없다. 물론 미지를 접했을 때 떨림이나 흥분, 고양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공포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감정이지.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야.”

“예…….”

퓨처릭스는 물론 납득하지 못한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네는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페르안 준입니다, 전하.”

“그런가. 페르안, 멋진 작전이구나. 자네의 통찰력에 경의를 표하네.”

“아, 아닙니다.”

페르안은 한때 대륙의 황제와 독대한 적도 있었다. 이것은 그가 공작 가문의 적자라는 특별한 출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제 또한 페르안이 가진 천재성에 감탄하여 치하의 말을 건넨 적이 있었고, 그때도 물론 송구스런 마음은 들었다.

하지만 지금 느끼는 흥분은 그것과는 종류가 달랐다. 가슴이 살짝 뻐근하고 얼굴엔 열기가 감돌았다. 전공이라도 세운 장군처럼 감격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페르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상급자에게 인정받았을 때의 기쁨, 혹은 성취감.

자신에게 이러한 욕구가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무언가 바라는 게 있는가? 크게 해줄 건 없지만.”

“…….”

반왕의 말에 페르안은 침묵했다.

그래도 말해야 될 건 있었다.

“…전하. 저의 스승이신 하룬, 지금 마성의 영주 대리를 맡고 있는 분께선 제게 두 개의 군軍 중 동남군의 지휘를 맡을 것을 명하셨습니다. 저는 여태껏 스스로가 뒤떨어진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만, 세계가 통합된 이후엔 다릅니다. 저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우주가 얼마나 거대한지 이제는 압니다.”

“흐음.”

“부디 스승님께서 불초 제자에게 거는 기대를 전하께서 거두어 주시옵소서. 감히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래도 주제는 알고 있는 인간이로군.

퓨처릭스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반왕이 저 작전을 채택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은 건 확실했다. 이렇게 되면 퓨처릭스가 어떤 간언을 해도 의미가 없을 테니, 이제부턴 작전의 성공률을 올리는 게 그의 역할이다.

페르안이란 인간의 통찰력은 인정하지만, 그에게 군의 지휘를 맡길 수는 없다.

동남군東南軍이면 허의 세계 동쪽과 남쪽 지역을 아우르는 자들이 하나의 부대를 형성한다는 뜻이 된다. 대충 떠오르는 인물만 해도 적기사와 집행자, 짐승, 죽음벌레, 그리고 퓨처릭스 또한 이곳에 속해 있다. 거기에 삼천세계의 인물과 다른 고려하지 못한 자들까지 합하면 그 부대의 규모는 저 인간의 작은 두뇌로 담을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페르안에겐 결정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것이 있다.

‘너무나도 연약하다.’

인간 중에선 그럭저럭 최강의 자리를 노릴 정도일지는 몰라도, 지금 저 정도 수준의 존재는 사방에 널려 있다.

비록 명목상이라고 해도, 저런 인간을 위에 두고도 불만을 품지 않을 자들이 있을까? 있을지는 몰라도, 과반수는 절대 못 된다.

…그러나 퓨처릭스는 이러한 합리적인 이유가 넘칠 만큼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반왕의 옆 얼굴을 바라봤다.

반왕은 그런 퓨처릭스의 시선을 눈치채고 슬쩍 보더니 입가를 살짝 비틀었다.

─아. 맙소사.

저 미소, 스스로 깨달았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그 불량한 남자를 닮았다.

퓨처릭스는 무슨 말이 나올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질끈 눈을 감고 말았다.

“아니.”

예상대로 반왕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동남군의 사령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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