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534화
레시듀는 대충 떠들며,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지어냈다. 지금 내뱉는 거짓말에 정교함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디는 기본적으로 의심이 많고 감이 날카롭다. 이런 녀석을 상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지어내는 건 오히려 역효과다.
그럼 평소처럼 아홉의 진실에 하나의 거짓을 섞는 건? 이것도 딱히 괜찮은 계략 같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이 녀석은 지금 레시듀가 내뱉는 말 전부에 의심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두서없이 지껄여 대기로 했다. 참, 거짓을 구분하지 않고. 말하는 레시듀조차 긴가민가할 만큼 어지럽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아이,
루카스를 똑 닮은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신비한 소녀.
사실 그 정체에 대해서만큼은 두루뭉술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건 레시듀도 루카의 본질에 대해선 확실히 모르기 때문이었다.
물론 첫 번째 멸망이란 건 알고 있고, 스스로를 ‘루카’라 자칭한 이유에 대해서도 알게 됐지만 녀석의 정체를 그게 전부라고 치기엔 아직도 께름칙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지금은 청기사와 같이 있다고.”
“그래.”
“흥.”
세디가 차갑게 입가를 비틀었다.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유쾌해 보이는 얼굴은 아니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문제는 무슨. 딸이니 어쩌니 귀찮게 달라붙던 여자가 알아서 떨어졌으니 기분 좋기만 한데?”
오호라.
그러고 보니 청기사 페일은 세디와 루카스의 관계를 알고 나서, 세디 트로우맨에게 작업을 쳐놨지. 전후사정은 확실히 몰라도 모친 대우를 받기 위해 한바탕 쇼를 벌였던 듯하다.
세디 입장에선 아주 불쾌한 태도였겠지.
그런데 지금 표정을 보니 정말 페일이 알아서 떨어져 기뻐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외롭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굳이 말하면 자존심이 긁힌 얼굴?
당연한가.
일방적으로 달라붙었다가, 멋대로 흥미가 사라졌다며 떨어지는 꼴을 보면 개운함보단 찝찝함을 느끼겠지. 스스로를 무슨 대용품 취급한 것 같아서 불쾌할 수도 있고.
‘이거 괜찮은데?’
세디가 가진 청기사에 대한 분노가 클수록 레시듀에겐 유리하다. 거기에 막상 대면한 세디는 생각보단 레시듀에게 덜 공격적인 느낌이었다. 아니, 물론 첫 등장엔 다짜고짜 가시를 쏟아내긴 했지만 그건 이쪽의 치명적 판단 미스라 치고.
…왜 지난번과 태도가 달라졌을까? 백기사 아골렛을 대동했기 때문에? 그렇지는 않다. 지금 세디는 딱히 삶에 미련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무력이 강하다고 두려움을 느끼고, 행동을 조심할 것 같지는 않았다.
세디를 바라보았다. 마침 녀석의 빨간색 눈동자도 이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시선이 마주치고 얼마 되지 않아 슬쩍 눈동자를 돌렸다.
‘…….’
혹시 이 녀석 어느 정도는 이 몸을 루카스로 생각하고 있는 건가?
“…내가 회담에 간다면.”
세디가 문득 중얼거렸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이것은 질문일까. 단순한 혼잣말일까.
레시듀는 세디의 얼굴을 보았다. 눈동자가 어딘가 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레시듀를 보고 있지 않은 것만은 확실했다.
가끔 대답을 바라지 않고 던지는 질문이란 게 있다. 이것도 비슷한 종류인 듯하지만, 레시듀는 침묵하는 대신 굳이 입을 열었다.
“아골렛, 회담까지는 이제 얼마나 남았지?”
“약 1시간 반 정도입니다.”
“적당하군.”
레시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잠깐 침묵하던 세디가 두 눈을 깜박였다. ‘적당하다’라는 말이 아골렛이 아닌 자신을 향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뭐가 적당해?”
“생각할 시간 말이다. 지금부터 고민해 봐라. 거기 가서 네가 뭘 할 수 있을지 말이야.”
“고작 한 시간 반 동안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
“90분은 짧은 시간이 아닌데?”
“…말장난을 하고 싶은 거라면.”
레시듀가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느꼈는가? 아쉽지만 진담인데. 이런 경우엔 오히려 시간이 한정적인 편이 낫다. 사흘 밤낮을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라면, 한 달, 일 년이 지나도 뚜렷한 진척이 없을 테니까.”
“…편협한 논리.”
“뭐, 계속 그렇게 뚱하게 받아들이지 말거라. 이 몸이 아예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니란 것쯤은 알 수 있지 않나.”
“…….”
세디가 다시 입을 닫았다.
그리고 새빨간 눈동자에 다시 한번 레시듀를 담았다. 이번엔 제법 오래, 적어도 여태까지 중엔 가장 긴 시간 동안 레시듀를 바라보았다. 루비 같은 눈동자에 몇 가지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당신 마지막에 봤을 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잖아.”
“음?”
“시치미 뗄 생각인가? 다 죽어가는 송장 꼴이었던 거 기억하고 있어. 세상이 무너진 얼굴로, 죽고 싶다는 표정을 하며, 그런데도 죽을 수는 없어서 살아가고 있었잖아. 당신도.”
“하긴. 그렇게 옛날 일도 아니지.”
“…어떻게 극복한 거지?”
레시듀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언을 바라는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이 몸의 경험이 네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군.”
“…….”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세디 트로우맨. 무기력에 시달려 이딴 곳에 쭉 처박혀 있는 것보단 일단 어디로라도 나서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이것은 표본이 증명하고 있지.”
“표본?”
“단칸방에 처박혀서 허송세월하던 이 몸이나, 세상 누구보다 오래 은둔하고 있던 아골렛, 디먼시오의 왕좌에 앉은 채 쌓이는 먼지를 세고 있는 너. 우리 셋은 닮은꼴이다. 스스로 느릿하게 죽어가는 걸 구경했다는 공통점이 있지.”
“…….”
“그리고 이 몸과 아골렛은, 둘 모두 심경의 변화가 생겨서 그곳을 나섰다. 솔직히 그 이후에도 빌어먹을 일들이 많이 생겼지만, 거기 처박혀 썩어가던 때보단 훨씬 낫더군. 내 말 알겠나? 지금이 가장 최악의 상황이라면, 그때부턴 뭔 짓을 저질러도 일이 더 나빠질 일은 없단 것이다.”
“여기가 내 인생의 최저점이라는 거군.”
세디는 그리 말하고 비죽 입꼬리를 올렸다.
여태까지 보인 비웃음과 비슷한 형상이었으나 그 느낌은 좀 달랐다.
“그래도 너무 빠듯해. 한 시간 반으로 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아.”
“답이 없다는 답을 얻게 되겠지. 그것도 나쁘지 않다.”
뭔 개소리야? 세디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버릇없는 놈. 레시듀는 시선으로 그리 말하며, 직접 목소리도 냈다.
“잘 생각해 봐라. 이번 회담에 예측 같은 게 소용 있을 성싶냐? 군림자조차 네 놈이 전부 모인 경우는 잘 없었다. 그것과 비슷한 존재가 4명, 버금가는 녀석이 12명, 그놈들 모두를 초월하는 존재가 1명에… 상정하지 못한 녀석들이 참가할지도 모르지.”
이리스 피스파인더, 키옐 말로굴처럼.
무력 그 자체는 기준 미달이어도, 세상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들도 회담에 참가할 자격이 있다. 자격이라고 말하니 거창한데, 애초에 이 회담엔 그리 까다로운 참가 조건 같은 게 없었다.
레시듀가 생각하는 최소 조건은 반왕, 4기사, 군림자, 십이허주……. 이러한 놈들 사이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세상에 그런 놈이 별로 없단 게 문제지만.
“안 어울리게 돌려서 말하는 거 참 좋아하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애초에 미리 생각해 둬도 아무런 의미가 없단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결론이 나오지 않는 편이 오히려 좋지. 막상 거기 가면 생각이 또 바뀔 수도 있으니.”
세디가 입을 툭 벌렸다.
살짝 벌린 입에서 비웃음 같은 게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잠시 후 입을 다물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의외로 이 허점투성이 궤변에 납득한 듯한 얼굴이다.
“폐하.”
아골렛이 조용히 레시듀를 불렀다.
이제 정말 시간이 빠듯한가.
“세디 트로우맨.”
레시듀가 세디를 보며 말했다.
“어쩔 테냐?”
* * *
미카엘이란 훌륭한 이동수단이 있었지만, 왕성까지 순식간에 이동할 수는 없었다.
“왜지?”
“왕성 주변의 좌표가 아주 복잡하게 꼬여 있더군.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 주변의 공간을 뒤섞은 것 같다.”
미카엘이 대답했고, 우주선을 조작하던 퓨처릭스가 덧붙였다.
“왕성은 반왕 전하의 거처로 쓰일 곳이었다. 지난번처럼 멸망의 침입을 쉽게 허용해선 안 된다고 했지. 실용적인 의미로든, 상징적인 의미로든.”
“누가?”
“추방자.”
퓨처릭스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레시듀도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추방자의 능력은 여러 의미로 귀중했고, 쓰일 구석도 많았다. 어쨌든 ‘바깥’과 접촉한 유일한 존재기도 했고.
아쉬워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레시듀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래서 여기부턴 우주선을 타고 이동해야 되는 거군. 그런데 좌표가 복잡하게 꼬였는데 다른 놈들은 제대로 찾아올 수 있을까.”
“공간이동을 막기 위한 대처니까 직접 움직여서 다다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몇 가지 장치가 있긴 하지만, 대對 멸망을 위해 마련한 것들이니 작동할 염려는 없고.”
“그렇군.”
레시듀는 잠깐 우주선 안에 있는 자들의 면면을 둘러봤다.
참 외면적으로나, 내면적으로나 공통점 하나 없는 놈들이 모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헛기침을 하며 이목을 모은 다음 말했다.
“잠깐 집합.”
“집합?”
“여기 모이라고.”
“왜.”
“할 말이 있으니까. …이런 것까지 일일이 말해야 하나?”
레시듀가 투덜대자, 그제야 제각각 떨어져 있던 녀석들이 슬금슬금 한자리에 모였다.
“이렇게 한가한 시간이 또 있을지 모르니 속 터놓고 얘기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서. 속을 터놓고, 진솔하게.”
“무슨 얘기요?”
베니앙이 미심쩍은 얼굴로 물어봤다. 표정만 봐도 이 여자가 레시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관계의 정립이라든가?”
“네?”
“우리 꼴을 봐라. 우주선에 올라타고 30분은 지난 것 같은데 죄다 각자 구석에 처박혀서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잖나?”
슬쩍 주변을 둘러보던 베니앙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커다란 접점이 없는 인물들이라 그랬다. 그렇다고 성격이 살가운 사람도 없었고.
“서로가 서로를 불편하게 여기고 잇으니 친구라 하기엔 힘들고, 각자 목적이 다르니 동료도 아니다. 그래도 뜻밖에도 해야 될 일은 비슷하고, 당분간 같은 길을 함께 걸어야 하니 길동무 정도로 생각하는 게 적합하지 않겠나?”
레시듀가 생각해 둔 말을 꺼냈는데도 돌아오는 말이 없었다.
“호응이 없으니 화가 나는군.”
뒤늦게 아골렛이 박수를 쳤다.
“진작 치든가.”
“죄송합니다.”
지금 치면 놀리는 것밖에 더 되나? 레시듀가 까칠한 눈으로 아골렛을 쏘아보자, 이놈은 송구스럽단 듯이 고개를 숙였다. 음흉한 놈.
그 꼴을 한심하게 쳐다보던 세디가 물어봤다.
“회담은 어떤 의제를 두고 진행되는 거야?”
다른 녀석들도 궁금한 얼굴이었다.
베니앙도 동조하며 말했다.
“의제는 무엇인지, 회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 지금 말씀해 주세요. 그쪽 말대로 일단은 길동무가 됐으니까, 상황을 봐서 옹호할게요.”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예 입을 닫거나 반대하는 것보단 효과가 있을 것이다. 베니앙이 속으로 그리 생각했다.
레시듀가 말했다.
“멸망의 대책 마련이 첫 번째겠지. 그 전에 정보 공유부터 하고……. 이후엔 5인을 선별하게 될 것이다.”
“5인이 뭔데?”
세디는 들은 게 없는 모양이라서, 레시듀는 협상가가 일전에 말한 오 대 오 승부에 대해 대충 설명해 줬다.
“…엄청 중요한 역할이네.”
“그래.”
“5명이라……. 대략적으로는 정했나?”
“아니. 아직 생각 중이다.”
“한 자리는 네가 차지하려고?”
“그것도 정하지 않았다.”
“힘의 서열로 뽑을 거지?”
“글쎄.”
세디가 말문을 잃고, 뭐 이런 놈이 있느냐는 얼굴로 쳐다봤다. 계획이랑 친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심한데.
물론 레시듀도 아예 아무런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직은 추측의 단계지만……. 이 몸의 예상대로라면, 오히려 강함 순으로 뽑는 건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뭐?”
“그러니까─”
레시듀가 말을 잇기 직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우주선이 급강하하는 게 느껴졌다.
“도착했다.”
퓨처릭스의 짤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키잉, 출입구가 개폐되고 레시듀와 길동무들이 동시에 내렸다.
“…….”
레시듀는 새삼스런 눈으로 펼쳐진 장관을 눈에 담았다.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은 왕성王城.
허의 세계 중앙지역에 존재했던, 전대 허왕의 거주지이자─ 지난번 십이허주 회담의 개최지. 그리고 이번 사상최대회담이 열리는 곳.
새삼스럽게 저곳에서 가면을 쓰고. 비기닝 위저드이자 루카스 트로우맨으로서 회의를 했던 게 무척 옛날처럼 느껴졌다. 시간으로 따지면 고작해야 1~2개월 전일 뿐인데.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똑같은 모습인데. 천장이 박살 난 그대로지 않나. 아무도 수복하지 않은 건가?”
“전하의 뜻이었다. 하늘을 보는 걸 좋아하셨지.”
“그래, 뭐. 잘 보이긴 하겠군.”
레시듀는 대충 긍정해 주며 아골렛에게 물었다.
“시간은?”
“아직 20분 정도 남았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왔군. 안에는 몇 명이나 와 있을지 궁금한데.”
되도록 반왕은 미리 도착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아무튼, 드디어 시작이다.
멸망과의 전쟁에 분수령이 있다면 오늘이겠지. 이러한 생각을 다른 녀석들도 가지고 있으면 좋으련만.
레시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먼저 왕성으로 입성하려다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난처한 듯이 볼을 긁적이다가 말했다.
“먼저 들어가라.”
세디가 멈칫하며 물었다.
“왜? 너는?”
“잠깐 잊은 일이 생각났다. 바로 따라갈 테니까 먼저 가.”
대부분 의아한 얼굴이 됐으나, 레시듀는 이미 이곳이 아닌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었다. 묘한 고집이 느껴지는 말투라서, 어쩔 수 없이 먼저 왕성으로 들어섰다. 아골렛이 마지막까지 레시듀를 지켜보다가 고개를 살짝 숙인 뒤 사라졌다.
레시듀는 탁 트인 사막 가운데 홀로 서 있다가, 그들의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질 때쯤 불쑥 말했다.
“할 말 있으면 빨리 끝내라. 바빠.”
“─하하하.”
유쾌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들은 적 있는 음색이지만 일전에 들었을 때처럼 거북하지는 않았다. 목소리의 주인과 어울리지 않게, 웃음소리 자체는 굉장히 맑았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유창해진 발음과 함께, 모래알맹이 사이에서 불쑥 연기가 치솟았다. 그것은 저들끼리 뭉치고 꾸물대며, 얼마 안 가 익숙한 형상을 만들어 냈다.
협상가, 레시듀가 그 흉측한 낯짝을 보며 마주 웃어 줬다.
“안 본 사이 낯짝이 많이 좋아졌는데 그래. 뭐 좋은 거라도 먹었나?”
“하하.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생리활동이 필요 없어요.”
“그랬군.”
어깨를 으쓱이며 물어보았다.
“오늘은 무슨 일로 왔지?”
“싱거운 질문을 하시는군요. 제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항상 정해져 있지요.”
협상가가 잇몸이 드러날 만큼 활짝 웃었다.
“협상거리를 갖고 왔습니다, 레시듀. 이번엔 훨씬 더 매력을 느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