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493화
미카엘의 뒤를 따르자, 상념에 잠겨 있던 양인현도 생각을 멈추고 합류했다.
이색적인 세 명의 존재는 잠깐 함께 움직이며 지저도시를 누볐다.
절그럭- 절그럭-
“소리가 거슬리는군.”
양인현이 레시듀의 철구를 보며 툭 말했다.
“백 퍼센트 동의하는 바이다. 그리 거슬린다면 끊어 주지 그러나?”
“직접 끊으면 되지 않나.”
레시듀는 대꾸하지 않고 로브에 가려진 가슴 쪽 상처를 보여 줬다.
양인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스걱-
그리고 발검.
무언가 빛의 선이 번뜩이나 싶더니, 족쇄가 깔끔하게 반으로 나뉘었다. 레시듀는 몸이 가벼워지고 한결 홀가분해졌으나, 적기사가 남긴 상흔을 완치하려면 아직 제법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수고했다.”
“…….”
양인현은 도움을 받고도 오히려 윗사람인 양 구는 레시듀의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는 얼굴이었으나, 이런 부분을 깊게 따지고 드는 성격은 아니라 침묵했다.
그때 양인현을 바라본 레시듀가 성큼 다가오더니 말했다.
“그리고 잠시 검문이 있겠다.”
“뭐?”
“…….”
십이허주 중에서 최소 세 명은 하이드.
레시듀는 그 말을 떠올리며, 베니앙에게서 받은 목걸이를 꺼냈다.
“…….”
반응하지 않는다.
즉, 양인현은, 하이드가, 아니었습니다.
“경사구만.”
레시듀는 홀로 손뼉을 치며 미카엘의 뒤를 따라갔다. 양인현도 미친놈 보는 듯한 시선을 한 번 던지고는 다시 걸어갔다.
* * *
일곱 이빨의 용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레시듀는 거추장스런 목걸이를 내려다보며 상상했다.
솔직히 말해서, 멀쩡하다고 예상할 수는 없었다. 일곱 이빨의 용, 베니앙은 감금되어 있던 레시듀를 구해 줬다. 당시 그 자리엔 레시듀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 난 두 명의 여자가 있었는데, 그들의 수준은 약해진 용의 아래가 아니었다. 한 명은 풀 컨디션의 용과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고.
그래도 죽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했으나, 설마 이런 곳에 처박혀 있을 줄은.
[용과 안면이 있는 것 같으니 미리 경고하지. 그대는 그녀의 변한 모습에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용에게 무슨 일이 있었지?”
[나도 모른다. 이곳에 왔을 땐 이미 ‘그렇게 된 이후’였다.]
레시듀의 시선이 양인현을 향했다.
“너도 용을 보았나?”
“보았지. 나는 군림자에 대해 좋은 인상은 없네만, 그렇게 된 존재와 싸우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
레시듀는 쯧 혀를 찼다.
그래서 용이 지금 어떤 꼴이냐, 그렇게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떤 꼬락서니가 되었든 레시듀의 탓이 크다. 그를 탈출시키려고 무리하지 않았다면 그럭저럭 청기사, 세디 트로우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겠지.
정확히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어서 꼭대기 우주 밑의 지저도시까지 흘러 들어오게 된지는 모르지만, 그 정도는 만나서 얘기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녀가 최소한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태여야 하지만.
어쨌거나 레시듀는 베니앙의 상태를 남의 입을 통해 전해 듣고 싶지 않았다. 직접 만나서 두 눈으로 확인해야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책임감의 문제일 것이다.
…우선은 가장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하기로 해 두자.
“그런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제단祭壇.]
살벌한 이름이로군.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은 ‘제단’에 도착했다.
확실히 그건 제단처럼 생기긴 했다. 좀 비현실적인 크기와 불필요할 만큼의 높이를 뺀다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설치물보단 건물로 불러야 할 사이즈다.
제단은 조금 괴이한 형태를 하고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길쭉하고 얇은 지지대 위에 널빤지가 얹어져 있는 모양새였다. 판 형태의 꼭대기 부분에 비해 지지대가 너무 가늘어서 위태로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꼭대기가 금방이라도 툭 떨어져 내릴 것 같다고 할까.
물론 제단은 굉장히 오래된 것처럼 보여서, 부실하게 만들어지진 않았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설계가 어긋났다면 이토록 오래 세워져 있지 못했을 것이다.
[이곳부턴 혼자서 올라가도록. 그녀는 꼭대기 위에 있다. 나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도록 하지.]
양인현도 근처에 있는 벽면에 등을 기댔다. 그럴 거면 네놈은 왜 따라온 거냐? 레시듀는 그렇게 물으려다 한 번 참고, 제단을 올라갔다.
얇은 지지대 내부에 나선형 계단이 존재하는 형식이었다. 이것이 꼭대기로 올라가는 유일한 출입구일 것이다. 레시듀는 날아 올라갈까 하다가, 미카엘이 ‘올라가라’고 말한 것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계단을 한 칸 한 칸 올랐다.
우측 벽면엔 일정 간격마다 창문이 있어 지저도시의 풍경이 그대로 보였는데, 인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도시는 마치 오래된 유적처럼 보였다.
별 감흥 없이 그걸 감상하고 있는 사이, 이제 꼭대기까진 몇 계단이 남지 않게 됐다.
그쯤에 레시듀는 발걸음을 멈추고 위를 올려다봤다.
계단 끝에 한 명의 여인이 서 있었다. 안면이 있는 녀석이었고, 베니앙은 아니었다.
어두운 금발과 고동색 로브, 고집이 느껴지는 꾹 다문 입술.
‘르샤 트로우맨’이 꼭대기로 이어지는 공간 직전에 서 있었다.
“당신은…….”
당황한 얼굴이 이쪽을 향한다.
그러고 보니 루카스는 미카엘과 만나기 전 르샤를 구했던 적이 있었지.
“…또 이렇게 뵙는군요.”
“그렇게 됐군.”
“…….”
레시듀는 르샤가 조금 당황하고 있단 사실을 느꼈다. 우물쭈물한 기색으로 이쪽의 눈치를 보며, 입술을 열고 닫기를 반복한다.
전과 다른 태도, 경계와 호기심이 동시에 느껴지는 낯짝을 보니 대충 ‘루카스’가 누군지 눈치를 챈 것 같은데.
미카엘에게 들었나? 아니면 홀로 깨달았을까.
“네가 이곳을 지키고 있는 것이냐?”
지금 시점에서 별로 중요한 건 아니어서 그리 물어봤다.
움찔한 르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키는 것까지는 아니고… 그저 ‘용’의 편의를 봐주는 정도입니다. 영주님 명령으로요.”
편의를 봐준다.
거동하기도 힘든 상태란 건가. 레시듀의 눈썹이 조금 더 찌푸려졌다.
“그래. 난 그 영주의 허락을 받고 여기까지 왔다. 용을 만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저, 그리고…….”
잠깐 망설이던 르샤가 말했다.
“저번에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할 말은 이게 아니었던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 꺼낸 말도, 속에 품은 말도 레시듀가 들어야 할 건 아니라서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레시듀는 제단의 꼭대기, 옥상에 이르렀다.
개방된 곳이었다. 벽면이 없고, 천장도 없었다. 밑에서 본 것처럼 정말 널찍한 판만이 존재하는 형태였다. 시간이 지나 건물이 훼손됐다기보다 애초에 이런 형식으로 디자인한 것 같았다.
“…….”
제단이라는 이름 때문에 레시듀는 조금 흔해 빠진 풍경을 생각하고 있었다.
십자가 같은 곳에 사지가 묶인 채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이라던가, 제대祭臺 같은 곳에 시체 같은 꼴로 눕고 있다던가, 하는.
그러나 꼭대기에 펼쳐져 있는 광경은 레시듀의 예상을 벗어나 있었다. 그것도 한참이나.
베니앙은, 그곳에 있었다. 놀랍게도 마지막으로 헤어졌을 때와 별다를 게 없었다. 눈에 띄는 상처나 그 흔적 같은 게 없단 뜻이다.
그녀는 누운 채로 있었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제대 같은 곳에 눕혀진 채 괴물에게 바쳐지는 처녀 같은 꼴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한쪽 손으로 턱을 괴고, 나머지 손으로는 페이지를 넘긴다. 배는 물론이고 허벅지까지 지면과 착 붙어 있는 모습, 흔히 말하는 ‘엎드려 누운 자세’다.
꼭 툇마루에 늘어진 채 늘어져라 하품하는 한량을 연상케 하는 꼴이었는데, 다시 말해 기억 속 ‘베니앙 아르젠토’ 혹은 ‘일곱 이빨의 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심지어 그녀는 무언가를 오물거리고 있었는데, 좀 더 자세히 보니 다소 딱딱해 보이는 쿠키였다. 과자 부스러기를 흘린 채 책을 읽던 베니앙… 용… 아무튼 그녀의 시선이 문득 기척을 깨닫고 이쪽을 향했다.
“…….”
“…….”
짤막하게 시선을 교환했다.
툭.
베니앙의 입가에 물려 있던 쿠키가 떨어졌다.
“당신이 왜 여기에?”
“넌 무슨 꼴을 하고 있는 것이냐.”
“…….”
베니앙은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
“책 보면서.”
떨어진 쿠키를 다시 주워 입에 쏙 넣더니 우물우물 씹었다.
“과자 먹어요.”
더 이상 당황한 기색은 없었다.
아니, 당황했단 것도 어쩌면 레시듀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베니앙은 살짝 놀랐던 게 전부인 것 같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잘 모르겠구만.
레시듀는 자신이 당황했단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성큼 걸어가, 우선 베니앙이 읽고 있던 책을 뺏었다.
뭘 읽는지나 한번 보자.
[만렙 하프 드래곤 성녀가 악당 공작을 길들이는 법.]
“앗, 뭐하세요. 책 구겨지게.”
“…뭐 이런 걸 읽고 있나.”
“지금 ‘하프성녀’를 모욕하시는 건가요? 얼른 돌려줘요.”
레시듀는 반쯤 강압적으로 책을 뺏기고 말았다.
베니앙은 가져간 책의 페이지를 다시 넘기기 시작했는데, 그 녹색 정수리를 내려다보니 문득 가슴속에서 바람 새는 웃음소리 같은 게 나왔다.
“…이것 참, 이 몸을 얻은 이후론 나의 상상력을 아득히 초월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는군. 모든 자들이 나를 보고 무슨 일을 겪었는지에 대해 물었지. 허나 지금은 반대로 내가 물어봐야겠다.”
“…….”
“네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베니앙은 귀찮아 죽겠단 얼굴로, 심지어 여전히 시선은 책에 박은 채로 말했다.
“오늘은 주말입니다.”
“뭐?”
“방해 말고 그만 가세요. 평일에 다시 얘기하죠.”
그리고 아예 이쪽에 대한 신경을 완전히 꺼 버린다. 중간중간 ‘으헤헤’ 하는 이상한 웃음을 흘리는 건 덤이고.
“…….”
레시듀는 잠시 집중력을 올려서, 눈앞의 여자가 혹시 껍데기만 뒤집어쓴 다른 존재는 아닌지 분석했다.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혼에 조금 변화가 생긴 것 같기는 한데, 원인에 대해선 짚이는 게 없고.
상대도 역시 전 군림자 출신이라 그런지 지금 레시듀의 안목으로 알 수 있는 게 적었다.
상대해 줄 기색이 전혀 없어 보여서, 어쩔 수 없이 다시 1층까지 내려왔다.
기다렸다는 듯 미카엘이 물어왔다.
[뭐라고 하던가?]
“주말이니까 다음에 다시 오라던데.”
[그렇군. 상대가 그대여도 대응은 동일하다는 것인가.]
익히 알고 있다는 태도를 보니, 베니앙이 최근에 미친 건 아니란 거다.
“너희들이 말한 용의 상태가 저런 것이었나?”
레시듀가 다소 황당한 목소리로 되묻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양인현이 말했다.
“나도 한번 싸워 보고 싶어서 시비를 걸어봈는데, 투기는 물론 삶의 의욕조차 느껴지지 않더군. 솔직히 군림자로 취급하는 것도 힘들어서 그냥 저렇게 내버려 뒀지.”
[나는 몇 가지 심부름을 대행하고 있다. 왜인지 그녀의 명령은 거절하기 힘들어서.]
한 놈은 무시, 한 놈은 부하 노릇.
레시듀는 이 어처구니없는 꼴에 한숨이 나왔다.
“혹시 용도 꼭대기 우주의 절대자들과 싸웠나?”
[내가 알기론 그렇지 않다. 베니앙은 꼭대기 우주의 대표자들과 짧게 대화를 나누더니, 자처해서 이 지저도시로 내려왔다. 다른 절대자들처럼 상처를 입지도, 족쇄나 철구 같은 게 채워진 모습도 아니었지.]
…협상이라도 했다는 건가?
순순히 목숨을 바치는 대신 불필요한 피는 흘리지 않도록 말이다.
레시듀가 턱을 두드리며 말했다.
“…저 여자는 주말이라고 하던데, 지금 세계에선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지. 평일에 다시 찾아오라던데 언제 다시 가야 할지 모르겠군.”
[‘베니앙 타임’을 말하는 거군.]
그건 또 뭐야.
[이틀 뒤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으로부터 약 37시간 후지.]
37시간이라.
다른 할 일이 없다면 억지로 올라가서 대화를 이어갔겠지만, 지금 레시듀에겐 보다 선행되어야 할 목표가 있었다.
“좋다. 용에겐 그때 다시 찾아가는 걸로 하고. 미카엘. 나의 제안에 대해선 생각해 봤나?”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우선은 따르도록 하지. 그대에겐 빚이 있으니까.]
“빚? 아.”
─대단한 제안은 아니야. 언제가 되었든, 내가 너에게 한 번 부탁할 수 있게 해다오.”
─…이상한 말이로군. 반드시 들어달라는 게 아니라, 그냥 부탁할 수 있게만 해 달라고?
─그래. 듣고 나서 거절해도 된다. 그건 네 자유야.
언젠가 루카스와 미카엘이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그걸 들어주겠다는 거군. 레시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럼 이곳 지저도시에 박살 나도 상관없는 장소는 없나? 되도록 소란스럽게 설쳐도 위에 있는 놈들이 모르면 좋을 텐데.”
[있기는 하지만 위험한 곳이다. 꼭대기 우주에서 처분당한 절대자, 그리고 대통합 이후로 출현한 괴물들의 서식지 같은 장소라.]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는군. 그곳으로 하지.”
레시듀는 뒤에 서 있는 양인현을 보며 말했다.
“너도 같이 갈 테냐?”
“그러도록 하지.”
“좋다. 그럼 가면서 이 몸의 계획에 대해 짧게 설명하지. 우리에겐 제한시간이 있다.”
레시듀는 은근슬쩍 같은 배를 탄 것처럼 굴었다.
양인현은 써먹을 곳이 많은 전력이다. 일신의 무력은 말할 것도 없고, 이 남자가 이끄는 화산의 무인들도 그렇다. 하이드가 아닌 걸로도 판명 났으니 이쪽으로 끌어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제한시간?”
“얼마 있지 않아 이곳에 청기사가 온다.”
“청기사가… 어째서?”
“그야 이 몸을 죽이기 위해서지.”
레시듀는 양인현이 더 따져 묻기 전에 말했다.
“예측불능의 존재기 때문에 적기사와 싸울 수도 있지만, 그건 너무 희망회로를 돌리는 것이고. 최악의 상황엔 기사 둘을 동시에 상대해야 될 수도 있지. 그렇게 되면 승률은 희박한 게 아니라 그냥 사라지게 될 터.”
양인현은 팔짱을 낀 채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자존심 높은 화산의 장문인이라도 4기사 둘을 상대로 승리를 입에 담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그전까지 너와 나, 우리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
“어느 정도로?”
“둘이 힘을 합치면 4기사를 이길 수 있을 만큼.”
“…….”
그러고 보니 루카스가 과거 백기사와 싸울 때도 양인현의 힘을 빌렸었지.
좋다. 앞으로 이놈을 ‘대對 4기사용 최종병기’라 불러야겠다.
레시듀는 얼굴의 웃음기를 지우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슬슬, 4기사를 이길 정도의 실력은 가져야 되지 않겠나?”
무언가 작전을 짤 때 4기사 때문에 막힌 적이 한두 번은 아니다.
계속 그럴 수는 없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어차피 놈들은 언젠가 뛰어넘어야 할 산이었다.
“…어려운 일이군.”
“세상만사가 그렇지. 그래서 하지 않을 테냐?”
“아니, 해 보겠다.”
양인현이 픽 웃었다.
“나도 슬슬 그들을 이기고 싶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