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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년 만에 귀환한 대마도사 외전-431화 (658/857)

외전 431화

가면을 벗는다고 가정했을 때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우선 당장의 위기를 회피할 수 있고 십이허주들 중 몇몇의 우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양인현, 혹은 세디 트로우맨 같은.

하지만 레시듀는 거절했다. 단기적으로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언제가 되었든 이 가면을 벗게 되는 순간은 오고 말겠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라 판단했다.

“…….”

“…….”

그러나 레시듀의 거부는 주변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므로 철회할 생각은 없었지만, 우선은 침묵에 어울리며 추이를 지켜봤다.

“이유가 뭐지?”

양인현이 물었다.

속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표정과 어조만큼은 담담했다.

“이 회담에서만큼은 너희들이 날 비기닝 위저드로 여겼으면 하니까.”

“그건 무슨 뜻인가?”

다시 한번 돌아온 질문에 대답한 건 레시듀가 아니었다.

“─가면 안에 있는 얼굴은 우리 허주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얼굴이다.”

낭랑한 목소리의 주인은 집행자였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녀는 시리도록 투명한 눈동자의 소유자였는데, 집행자보단 재판관이란 이명에 더 어울릴 법한 것이었다.

“만약 가면을 벗고 맨 얼굴을 드러내면 허주들 대부분의 태도가 변할 것이다. 그러한 변화를 바라진 않기 때문에, 적어도 이 회담이 끝날 때까진 가면을 벗지 않을 거다…….”

그녀의 첫 발언으로 대부분의 허주가 레시듀의 말에 담긴 속뜻을 파악했으나, 그녀는 굳이 끝까지 덧붙인 다음 홀로 멈칫했다.

그리고 홀로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다음, 차분하게 말했다.

“마지막은 추론이 과했군요. 아무튼 현 비기닝 위저드께서 가면을 벗지 않으시려는 이유들로 추정되는 것들인데, 어떻습니까?”

─반은 맞았다.

우선 레시듀는 루카스의 얼굴이 허주들 사이에 얼마나 알려졌는지 알지 못했다. 거기에 더해, 이 자리에 만약 진짜 루카스가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었고.

때문에 우선 집행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줬다.

집행자는 호응하듯, 무심한 얼굴로 눈을 내리 깔았다.

자신의 발언은 여기까지라는 듯한 태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힘든 여자다.

레시듀가 다시 말했다.

“추방자의 의견도 타당하다. 내가 이 가면을 통해 스스로를 감추고, 너희들을 기만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실제로 그랬지만 목적만큼은 떳떳했기 때문에, 레시듀는 어조의 변화 없이 계속 말했다.

“이건 어떨까? 듣기로 비기닝 위저드는 십이허주 최강이라던데, 그렇다면 허주 하나나 둘 상대로는 압승을 거둘 수 있어야겠지.”

“…….”

“…….”

방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직전 눈을 내리깐 집행자조차 이마를 찡그리며 시선을 되돌릴 정도였다.

“둘이 적으면 셋까지도 상관없다. 그렇게 된다면 압승까진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너희들이 바라는 건 납득이 아닌가.”

“뻐, 뻔한 생각…….”

레시듀의 말을 받아친 건 뜻밖의 인물이었다.

잔뜩 위축된 목소리, 새하얗게 질린 안색.

골든아이의 대리자 [시신경].

“혀, 현명하신 골든아이께선, 새 비기닝 위저드가 스스로를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 무리수를 던지는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제안을 꺼낼수록, 허주님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지니까.”

시신경의 안대에 감싼 눈동자에선 황금색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다, 다들 아시다시피 상황은 급박합니다. 이런 때에 괜한 힘 빼기를 하고 싶은 허주님이 있을 리 없죠. 게다가 그는 일대일이 아닌 굳이 다대일을 제안했습니다. 허, 허주님들이 이런 상황에서 쉽게 공투共鬪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고서…….”

레시듀가 가면 속 미소를 지웠다.

이로써 명백한 적이 추방자 이외에도 한 명 더 추가된 셈이다. 아니, 뭐. 골든아이와의 관계는 애초에 좋지 않은 편이라 서류에도 적혀 있었으니 놀랄 건 없지만.

그러나 다행히도, 정말로 다행히도 이 회담엔 레시듀의 적만 있는 건 아니었다.

“억측이군.”

먹구름이 잔뜩 낀 것 같은 우중충한 목소리였다.

“비기닝 위저드는 스스로를 증명할 방법이 없고, 시간도 촉박하다. 그러니 가장 간단하고 빠른 방식으로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겠다는 것이 아닌가.”

십이허주 죽음벌레가 끼어들자, 몇몇 허주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이자가 비기닝 위저드를 옹호할 줄은 몰랐다는 듯이.

“한 명의 허주를 완벽히 제압하는 걸로 조율자의 권위가 증명되는가? 그 정도 활약만으로 진정으로 인정할 수가 있겠는가. 알고 있을 텐데. 저자가 ‘일대일’이란 조건이 갖춰졌을 때 어떤 존재가 되는지.”

이 희귀한 사태에 대표로 나서서 입을 연 건 양인현이었다.

“귀한 광경을 보여 주는군. 그대가 비기닝 위저드의 편을 드는 순간을 보게 되다니.”

“…….”

“보았군? 가면 속 얼굴을.”

아무런 추론도 없는 단순한 넘겨짚기다. 죽음벌레는 변함없는 안색으로 침묵했다. 저 추측 또한 반만 맞았다. 죽음벌레는 가면 속 얼굴까지는 보지 못했으니까.

목소리가 오갈 때는 분위기가 가열됐고, 그러지 않을 때는 냉각됐다.

집행자는 전체적인 상황이 흥미롭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일찍이 비기닝 위저드와 나쁘지 않은 관계였던 양인현은 적대하고 있고, 최악이란 말로도 부족했던 죽음벌레가 되레 옹호하고 있다.

방금 말한 것처럼, 죽음벌레가 가면 속 얼굴을 본 게 태도변환의 이유라면 양인현 자신의 태도가 바뀐 이유는 어째서인가?

‘─추방자.’

며칠 전 자신을 찾아왔던 허주를 떠올렸다.

허주 중에서도 단독활동을 선호하던 추방자가, 회담에 앞서 허주들의 영주를 방문하며 어떤 제안을 건넸다는 건 그들 사이의 공공연한 비밀 중 하나였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서로의 생각이 깊어지는 가운데, 뾰족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깟 가면이 뭐가 중요하다고 이 야단을 떠는 거야?”

세디가 턱을 괸 채로 따분한 시선을 보냈다.

“비기닝 위저드라는 직책이 무식하게 힘으로만 증명할 수 있는 것이던가?”

“다른 증명 수단이 있나? 0번째 악마.”

“…너희들, 이명으로 불러대는 거 진짜 유치한 거 알아?”

짜증 섞인 목소리로 쏘아붙인 세디가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이 회담을 어떻게 이끄는지 보면 되잖아. 너희처럼 지랄 맞은 새끼 10명을 어르고 달랠 정도라면, 그 자격이란 것도 당연히 인정되는 셈이 아닌가 싶은데. 내 말이 틀려?”

‘지랄 맞은 새끼’의 셈에서 자신을 뺀 것이 세디다웠다. 레시듀는 순간적으로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말이 좀 험하긴 했어도, 그녀의 말은 레시듀가 줄곧 꺼내고 싶었던 발언이었다. 그런데도 여태껏 침묵한 이유는 직접 입에 담으면 그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었고.

코웃음을 친 세디가 표정을 바꾸며 힐끗 이쪽을 봤다. 날이 서 있던 눈동자에 순간적으로 복잡한 기색이 아른거렸다.

그걸 보니 알겠다.

우선은 판단을 보류하고, 레시듀를 좀 더 관찰할 셈이란 것을. 적이라고도, 아군이라고도 할 수 없는 어중간한 경계에 서 있는 게 세디의 생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방금 발언도 도움을 줬다기보다는 분위기가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걸 막기 위한 행동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반대 상황이었다면, 오히려 레시듀에게 딴죽을 걸었을지도 모를 일이지.

“0번째 악마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마찬가지.”

죽음벌레와 집행자가 순서대로 말했다.

열한 명 중에 둘, 아니. 세디까지 포함하면 셋이 이쪽 편을 들어준 건가?

과반수는커녕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였지만, 남은 아홉 중 셋은 대리자란 것도 감안해야 한다.

레시듀는 추방자를 직시하며 다만 시선으로 물었다.

넌 어쩔래.

[…….]

추방자는 대꾸하지 않았으나, 그 태도가 대답이 되었다.

“─좋아. 비로소 회담을 진행할 분위기가 갖춰졌군.”

이 한 마디를 꺼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십이허주는 레시듀의 예상 이상으로 귀찮은 놈들로 구성되어 있는 게 분명했다. 이런 자들에게 전 우주의 명운이 달려 있다니, 통탄할 노릇이군.

…하지만 언젠가 만날 4기사나 군림자를 생각하면, 이들의 태도는 아직 귀여울 정도다.

놈들에 비해 허주가 더 까다로운 점이라면 하나밖에 없겠지.

협력協力의 유무.

이건 갑자기 하게 된 생각 같은 게 아니었다.

레시듀는 허주들을 한번 둘러봤고, 조용히 추측에 확신을 실었다.

─십이허주들 간에는 이미 몇 개의 무리가 형성되어 있다고.

* * *

레시듀는 강자의 습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물론 그가 규정하는 강자의 기준이란 상당히 높다.

수백억의 생명, 수백 개의 행성을 홀로 지울 수 있는 우주의 절대자도 레시듀의 기준에선 강자가 될 수 없다.

그럼 십이허주는 어떠한가?

당연히, 그들은 강자다. 군림자 시절의 식견을 끌어와 적용시켜도 그 결론은 흔들리지 않겠지.

그리고 레시듀가 인정한 강자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타협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세운 엄격한 룰을 결코 어기지 않는다.

부르는 방식은 가지가지지만, 루카스는 이렇게 불렀다.

신념信念.

‘잠시 고개를 숙일 수는 있다.’

보다 커다란 목적, 이른바 대의를 이루기 위해 일시적으로 굴복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협력은? 애초에 힘을 합치는 행동이란 어떤 상황에 성립하는가?

비슷한 힘을 가진 상대,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 싸움이 성립됐을 때 양쪽 모두 위험부담을 피할 수 없는 상대.

명확한 표현으로는, 적敵.

모순된 일이 아닌가. 스스로에게 위협을 끼칠 수 있는 상대하고만, 진정한 의미에서 협력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게.

─하지만 그것이 이치다.

가령 흰개미와 군림자가 뜻을 함께한다고 그것을 협력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한쪽의 힘이 지나치게 우세할 경우, 그건 어떤 말로 포장을 해도 굴종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슷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충돌을 피할 수 없을 때, 그들은 절충안을 찾는가? 혹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임시적으로나마 협력이라는 형태의 공동전선을 구축할 수 있는가.

상황이 정말 공교롭게 돌아간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결국 어긋나 있는 신념은 언제든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부딪치고 파국을 보여 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쟁이 존재한다.

상대가 세운 룰을 부수는 행위, 오랫동안 쌓아온 신념을 정면에서, 가장 확실하게 부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에 비하면 대화란 얼마나 역겹고 위선적이며 꼴사나운 수단인가.

레시듀는 십이허주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

그러나 이들이 결코 누구와도 겹치지 않는 독특한 삶을 살아왔다는 건 알고 있다.

그로 인해 형성된 가치관…….

‘둘, 아니. 셋까지는 가능할지도 모르지.’

협력을 말하는 것이다.

이만한 강자들이 협력을 할 때, 세 개의 가치관까지는 임시적으로나마 공존할 수 있다. 오히려 둘보다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3이란 숫자가 원래 그렇다. 서로가 서로의 몸에 기대어야만 세울 수 있는 세 개의 나뭇가지처럼, 서로가 서로의 억제력이 되어 주며 위태로운 존속을 이어지게 한다.

하지만 넷부턴 그럴 수가 없다.

그때부턴 본격적으로 혼돈이 가속화되며, 얼마나 뛰어난 조율자가 있든 내부부터 확실히 붕괴하고 말 것이다.

‘둘에서 셋, 그렇단 건 이곳에 최대 여섯 개의 집단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거군.’

그리고 스스로 협력하고 있다는 걸 숨기지 않는 자들.

양인현과 추방자, 골든아이.

명백한 적대심을 보이고 있는 건 신식자.

집행자는 중립을 표방하고 있고 세디의 위치도 그와 흡사하다.

가장 의도가 짐작 가지 않는 건 역시 조련사인가?

‘아니.’

…무언가 놓치고 있다.

쉽게 입을 떼지 않는 관조자들.

가령, 퓨쳐릭스 같은 허주는 무슨 의도를 갖고 있나? 그들은 다만 중립을 고수하고 있기에, 또한 그걸 이쪽이 알아주길 바라서 말을 아끼는 건가?

“…….”

명확히 알기 위해선 헤집어야겠지.

되도록이면 거칠게.

“─삼천세계와 허의 세계가 합쳐졌다.”

레시듀가 손을 내저은 순간, 바닥에서 희미한 빛이 투사되며 한 가지 영상을 띄웠다.

대단한 일은 아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볼 수 있었던 반신들이 있었다. 그 자매들의 힘을 빌린 다음, 천리안으로 투사시킨 것뿐.

그로 인해 펼쳐진 광경,

전쟁戰爭.

허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중에서 불편해 보이는 건 세디와 양인현, 집행자, 디아블로 정도였다.

집행자를 뺀 공통점은, 그들이 삼천세계 출신이라는 것.

…그렇다면 혹시 집행자도.

“어째서 융합이 일어났는지 명확히 파악한 자가 있나.”

의문을 접어두고 그리 물어보았으나, 선뜻 나서는 자는 없었다.

정말로 몰라서인지, 단순히 이쪽의 행태를 더 지켜보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다. 당장 명확하게 가릴 필요는 없어 말을 이었다.

“발버둥이다.”

“발버둥?”

“죽기 직전에야 보이는 최후의 반항이라고 할까. 그게 전우주적인 형태로 일어나고 있는 거지.”

“…그건 비유인가?”

“글쎄.”

낮게 웃음을 터뜨린 레시듀가 본론을 꺼냈다.

“확실히 얘기하겠다. 앞으로 최소 수십일, 최대 수백 일 이내에, 존재하는 모든 건 파괴당하고, 사라진다.”

이 말을 꺼냈을 때, 크게 놀라거나 당황하는 이들은 절반을 넘지 않았다. 레시듀의 말을 허구로 치부하는 것도 아니었다.

─놀라지 않은 이들은 멸망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소멸消滅.]

디아블로의 귀화가 일렁였다. 그는 회담이 시작하고 가장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재밌는 녀석이 아닐 수 없다.

저 필멸자는 대리인의 신분으로 이 회담에 출석해 있지만, 사태의 본질을 비교적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존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조금 다르다, 시귀의 대리자. 멸망은 너의 예상처럼 예고조차 없이 순식간에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나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대답할 필요는 없는 질문이었다.

“멸망은 뚜렷한 형태를 갖고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뚜렷한 형태, 그 말에 눈에 띄게 반응하는 허주의 모습이 보였다.

레시듀가 낮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언젠가 말했었지, 추방자. 멸망이란 다섯 가지의 형태를 하고 있다고.”

레시듀는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미끼를 던졌다. 기형적인 외모를 가진 추방자였으나, 이 말엔 약간의 반응이 있었다.

루카스와의 대화를 떠올리고 있겠지.

“아니야.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보았던 게… 틀렸다는 거냐……?]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네가 잘못 본 게 아니라 사태가 변한 것뿐이니까.”

[…….]

“불분명한 것들에 대해 얘기하면 끝이 없지. 확실한 것부터 짚도록 하겠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고, 적은 곧 들이닥친다. 그리고 이제부터 꺼낼 나의 제안이야말로 그것들에 맞서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일 거라 단언하겠다.”

세디의 눈동자가 꿈틀거렸다.

스스로가 틀렸다는 가능성에 대해선 일말의 고려조차 하지 않는 말투, …익숙하다.

“뭐지. 그 수단이란 것은.”

“…….”

대답에 앞서 침묵했다.

지금부터 입에 담을 결론은, 오롯이 레시듀의 자아가 도출한 게 아니다.

그가 알고 있는 루카스와 비기닝 위저드. 수많은 껍질이 둘러싸여서 한 가지 결론을 냈다.

“─삼파전三巴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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