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391화
지상에 착지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반쯤 무너진 화산의 모습이 보였다. 그로 인해 폭우처럼 떨어진 잔해물이 한때 아름다웠던 장관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일대 재앙이 휩쓸고 간 이후의 풍경이었으나 그 재앙을 불러온 존재가 누군지를 생각하면 경미한 피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천둥우레의 뇌존은 비교적 순순히 물러났다. 허나 처음 펼친 ‘우레’만으로도 주변 공간이 붕괴될 정도의 여파가 생겼다.
‘완전히 박살 난 건 아니니 어떻게든 복구되겠지.’
영지는 어느 정도의 자기치유력을 가진 것처럼 보였으니까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진짜 문제는 사상자들이다.
“수습할 수 있는 자들은 모두 거뒀다.”
양인현이 짤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습할 수 있는 자들을 거뒀다. 그럼 ‘수습하지 못한 자’들은 어떻게 된 걸까.
“미안하다.”
루카스는 그에 대해 언급하는 대신 짤막하게 사과했다.
그러자 양인현이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왜 사과하는 거지?”
“좀 더 뇌존을 완벽히 몰아낼 수 있었어. 놈이 사전에 미리 준비하고, 난동을 부린 건 나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루카스의 머릿속에 있는 뇌존─ 아니, 레시듀 때문이지만 이 경우엔 레시듀의 잘못이 루카스의 잘못이다.
“이상한 말을 하는군. 난 피해가 이 정도 선에서 끝난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비록 꼭두각시라고 해도 상대는 군림자. 이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하는 건 너무 양심이 없지.”
“…….”
아냐, 그건 틀렸어.
루카스는 지난번 삶에서, 이보다 훨씬 완벽한 방법으로 뇌존을 막았다. 비록 놈의 잔념을 자신이 떠안는 식으로 마무리됐으나, 결과적으로 화산엔 피해가 전무했다.
[그런 얘기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레시듀가 짤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네놈이 스스로를 성인군자로 여긴다면 다르겠지만.]
‘아니, 나도 말할 생각 없어.’
루카스가 쓰게 웃은 다음, 양인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허공에 떠 있는 이종학을 천천히 그에게로 보냈다.
“외상은 없지만 정신적 부담이 상당할 거다. 멀쩡한 건 겉모습뿐일 수도 있다는 거지.”
아마 정신을 차리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소모될 것이다.
양인현은 이종학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남자는 우리가 거두도록 하지. 더는 가둘 필요도 없으니, 손님으로 대접하겠다.”
더는 가둘 필요가 없다.
역시 이 시점에서, 양인현은 이종학의 위험성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던 듯하다. 군림자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까지는 몰랐던 것 같지만.
“만약 이종학이 깨어난다면…….”
루카스는 말을 잇다가 퍼뜩 멈췄다.
양인현이 의아한 시선을 보냈지만 더는 말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시점에서 이종학을 제자로 받아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냥 놔둬라. 아무 간섭도 하지 말고.]
레시듀가 다시 말했다.
[운명이란 의외로 기묘한 구석이 있다. ‘그렇게 될 관계’라면, 아무리 엇갈리고 엇나가도 결국엔 다시 교차하게 되지.]
‘…관계가 가진 인력引力에 관해선 동의한다만, 네가 그런 말을 꺼내니 좀 낯설군.’
[흥.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다. 조언을 할 때마다 그렇게 놀라면 피차 피곤할 테니.]
‘…….’
레시듀가 조금 변했다. 원래 이 녀석은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상황에서만 뜨문뜨문 말을 꺼냈었다.
지금은 다르다. 녀석의 말은 조언의 형태를 띠고 있었고, 훨씬 직관적이었다. 자신과 큰 관계가 없는 일에도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는 건, 즉 레시듀가 자신의 처지를 온전히 이해했다는 뜻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루카스와 운명공동체가 됐다는 것을 말이다.
* * *
루카스는 그날 화산에 머물며 찢겨나가거나 크게 손상된 공간을 수복하는 걸 도와줬다. 가만히 놔둬도 어느 정도는 회복되겠지만, 루카스가 가진 보이드를 이용하면 그 속도를 비약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서도 고려했다.
‘이제 어떡하지?’
지금 그에겐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이대로 마성魔星으로 직행하는 것이다. 당초의 목적, 이번에야말로 비기닝 위저드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하지만…….
루카스의 뇌리에 검은 머리카락의 소녀가 스쳐 지나갔다.
세디 트로우맨.
속칭 ‘구덩이’라고 불리는 영지, 디먼시오에 있는 루카스의 양녀.
‘나와 만나지 않는다면 당장 세디가 폭주할 일은 없어.’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난번 삶에선 그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되돌아보니 잔인한 선택이었다. 폭주하지 않는다고, 지금 이 순간이 괴롭지 않은 건 아닐 텐데.
현시점에서 세디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위태로운지 잘 알고 있다. 허나 루카스는 그걸 외면했다. 당장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뒤로 미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의 의식은 캄캄한 어둠 속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부모 실격이군.’
씁쓸하게 웃으며, 검은 가시의 마왕에 대해 떠올렸다.
아마도 루카스에게 가장 적대적인 군림자…….
루카스가 물었다.
‘세디에게 깃든 마왕을 완전히 몰아내고 싶다.’
[흠.]
‘무언가 유효한 수단이 없겠나?’
[나에게 했던 것처럼, 의식세계에서 놈을 직접 꺾는다면 가능하겠지만…….]
레시듀가 고개를 저었다.
[힘들겠지. 너의 정신은 무척 견고하지만, 단순 의지력만으론 군림자를 상대로 이길 수 없다.]
‘그럼 어쩔 수 없군.’
남은 방법을 떠올리며 혀를 찼다.
[‘적기사’에게 갈 생각인가?]
레시듀가 루카스의 의중을 빠르게 읽고 물었다.
‘한번 만나야 될 존재인 건 분명하니까.’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조우한 적이 없는 4기사, 그 사실만으로 만날 이유는 충분하다.
[백기사가 했던 말이 걸릴 텐데?]
물론 그렇다.
─당신이라면 적기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백기사의 목소리가 귓전을 아른거린다.
적기사는 지금 어떤 위험에 처해 있다.
마성이 존재하는 땅, 설원의 어느 곳에서.
연관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거절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꺼려지는 마음이 훨씬 더 강하다.
하지만 실낱같은 가능성의 존재를 알았는데도 못 본 체한다면, 그건 세디가 처한 상황을 무시하겠다는 것과 같다.
[적기사와 연관되기 싫으면 네가 직접 안 가면 될 일 아닌가?]
레시듀가 불쑥 그런 말을 내뱉었다.
‘무슨 소리지?’
[멍청한 놈. 지금 네놈은 우주에서 가장 강하고 충실한 하수인을 갖고 있을 텐데?]
레시듀가 말하는 게 누군지 대충 짐작은 간다.
‘페일은 하수인이 아냐.’
[그러시겠지.]
‘…그녀에게 부탁하자는 건가.’
레시듀가 히죽 웃었다.
[청기사는 적기사와 친분이 있는 것처럼 굴던데.]
‘그야 같은 기사니까 이상한 일은 아니지. 하지만 그렇게 쉽게 풀릴까? 적기사가 오히려 페일을 적대할 가능성도 있어.’
[넌 4기사에게서 군림자의 모습을 보고 있군.]
역시 눈치가 빠른 녀석이다.
루카스가 드러내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그들의 관계는 우리와 다르다. 청기사가 적기사를 언급했을 때의 말투, 군림자라면 그러지 않았을 거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군림자들 간의 관계는 다소 오묘했다.
그들은 서로의 적이 아니었으나, 아군은 더욱 아니었다.
루카스는 가끔 도전할 거리를 찾아 헤매던 그들이 왜 서로 간에 충돌은 하지 않았는지 의아했으나, 아마 그것엔 생각 이상으로 복잡한 사정이 깔려 있을 것 같았다.
즉, 지금 상황에 물어볼 건 아니었다.
즉, 지금 물을 건 아니었다.
‘그럼 페일에겐 세디의 해방을 부탁하고, 그사이 나 혼자 마성으로 가라?’
[왜. 두렵나?]
‘조금은. 비기닝 위저드에 대해선 여전히 수수께끼니까.’
루카스는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넌 녀석에 대해 뭐 짚이는 거 없나?’
[아마 ‘버림 받은 가능성’일 것이다. 삼천세계에서 떠내려 온 게 아닌, 태생부터 이 세계의 존재라는 거지.]
‘…….’
[그리고… 너와 좀 비슷한 기척이 느껴졌고.]
그 말에 루카스가 되물었다.
‘나와 비슷한 기척?’
[그래.]
‘놈이 [또 다른 루카스 트로우맨]일 수도 있다는 뜻인가?’
[확률은 제법 높을 거라 본다.]
확실한 긍정은 하지 않았지만, 레시듀는 반쯤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전 군림자의 감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쉽게 흘릴 수 없는 추측이지만…….
‘…정말로 그럴까?’
혼란스러웠다.
비기닝 위저드와 간접적으로 조우한 건 세디의 손에 감금당했을 때다. 그때 녀석은 세디의 손에 죽은 것처럼 위장한 뒤 개구리의 모습을 한 채 루카스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조언을 해 줬다.
‘십이허주인 세디나, 당시의 나보다 훨씬 강했다는 거지.’
─비기닝 위저드.
가면 너머에 있을 놈의 얼굴을 봐야 한다.
루카스가 지금 ‘우레’를 소모하지 않고 최대한 아끼고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전지의 권능을 그 앞에서 사용하면, 그 정체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겠지.
“좋아.”
루카스는 목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정은 내렸나?]
“페일에게 부탁해야겠어. 지금으로선 그게 최선일 것 같으니까.”
적기사와 직접적으로 부딪치지 않으면서 세디까지 구할 수 있는 방법.
물론 당분간 페일과 따로 움직여야 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흠. 그렇다면 설명을 잘해야 될 것이다.]
“그래. 아무리 페일이 내 말을 잘 따라 줘도 군림자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존재를 직접 구하고 싶진 않을 테니까.”
[멍청이. 그딴 건 문제가 아냐.]
한심하다는 듯한 말투에 괜히 움찔했다.
이런 취급을 얼마 전에도 당한 것 같은데.
[네가 세디 트로우맨과 어떤 관계인지 잘 설명해라.]
“내가 직접 말하기엔 그렇지만, 그 방면엔 제법 자신이 있어. 네 걱정은 괜한 거다.”
[…정말 그럴까. 음.]
레시듀가 영 꺼림칙하다는 듯 침음을 흘렸다.
* * *
페일은 양인현이 제공한 거처에 머물고 있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양인현을 포함한 화산의 인물들도 그녀의 행방을 모르는 것 같아서 루카스는 짧은 탐색 활동을 해야만 했다.
다행히 얼마 가지 않아 산 밑 바위에 앉아 있는 청발 여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페일.”
나지막하게 이름을 부르자 페일이 이쪽을 보며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안녕, 루카스. 좋은 아침이네요!”
길게 설명할 여유는 없겠지.
루카스는 우선 자신의 목적을 밝혔다.
“네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겼어.”
“알겠어요.”
우선 대답부터 해 주는 게 고마웠다.
루카스는 페일이 앉아 있는 바위로 올라간 다음 그녀의 옆에 앉았다. 자세히 보니 낚싯대를 쥐고 있다.
뇌존이 산을 박살 내고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여기서 물고기가 낚이기는 할까. 애초에 이 얕은 개울에 물고기가 있기나 할까.
영양가 없는 생각을 떠올린 순간, 페일의 입술이 다시 열렸다.
“그런데 어떤 도움이요?”
“…디먼시오.”
루카스는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며 말을 이었다.
“‘구덩이’라고 불리는 그 영지에 내 지인이 있어. 지금은 군림자 꼭두각시 신세인데, 꼭 구하고 싶어서.”
“군림자라면?”
“검은 가시의 마왕.”
“호오호오.”
페일이 낚싯대를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구하는데 네가 도와줬으면 해.”
“음?”
잠시 페일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아니, 아무것도 아녜요! 계속 말해 봐요.”
“……?”
루카스는 순간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 그녀는…….”
“음.”
“…십이허주이자 디먼시오의 지배자인 ‘0번째 악마’가 되어 있을 거다. 거기에 군림자의 힘까지 더해졌으니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지.”
“…….”
“그래도 널 위협할 정도는 아냐. 실제로 지난번 삶들 중 너와 싸운 적이 있었는데, 어렵지 않게 이겼으니까.”
그러자 페일이 다시 방긋 웃었다.
“아하! 그럼 그 삶에서 루카스는 그 마왕의 꼭두각시에게 죽어 버린 거군요!”
“아니, 날 죽인 건 넌데.”
“앗.”
페일이 잠시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다 화제를 돌렸다.
“…우리, 무슨 얘기 하고 있었죠?”
“…내가 묻고 싶은 건 이거야. 적기사를 불러서, 그녀의 몸에 있는 군림자의 잔념을 없애 줄 수 있냐고.”
“흠.”
잠시 고민하던 페일이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은 해요. 꼭두각시를 제압하는 것도, 뭐 크게 어렵진 않을 것 같고.”
“그럼…….”
“그런데 그 전에.”
반색하는 루카스를 한 손으로 막아서며, 페일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될 게 있는데요.”
방금 전, 좋은 아침이라며 지은 미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눈가가 살짝 가늘어졌을 뿐인데, 단지 그것만으로 인상이 이토록 바뀌는 건 페일밖에 없을 것이다.
“루카스가 그토록 간절히 구하고 싶은, 그 여자는 누구예요?”
[지금부턴 대답을 신중히 해라.]
페일의 둥실한 목소리,
레시듀의 엄한 목소리가 교차되듯 들려왔다.
루카스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알고 있다.
분기점이 있다면 지금부터겠지.
“이름은 세디 트로우맨이고─”
“트로우맨?”
제대로 말하기도 전에 끊겼다.
“트로우맨…….”
페일은 그 단어를 혀로 천천히 굴리더니 다시 말했다.
“아아. 미안해요, 루카스. 계속 말해요. 재밌네.”
전혀 재밌지 않은 얼굴로 그리 말하니, 루카스도 순간적으로 입을 닫고 말았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꽁꽁 언 건 느껴졌다.
[이봐. 머저리.]
‘왜.’
[이미 상황은 상당히 엿 된 것 같지만, 조언 하나 해 줄까?]
‘…경청하지.’
[세디 트로우맨과의 관계는 최대한 숨기는 게 좋을 거야.]
‘관계? ─아.’
그 조언을 들은 순간, 무언가 깨닫는 게 있었다.
그래. 세디는 루카스의 딸이다. 그리고 페일은 부모란 존재와 애증 섞인 관계를 가졌었다.
여기서 루카스가, 단지 딸이란 이유로 그녀를 구하려 든다면 그 모습에서 위선과 역겨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양녀라는 건 변명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페일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은데.’
…어쩔 수 없지.
이 방법도 가급적 피하고 싶지만, ‘군림자식 화법’을 쓰는 수밖에.
“세디 트로우맨은…….”
군림자식 화법이 뭐냐면.
“내게 하나뿐인, 정말 소중한 존재다.”
딱히 거짓말은 하지 않으면서 진실을 얼버무리는 것이다.
루카스는 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입가엔 옅은 미소까지 생겼을 정도다.
[…축하한다, 병신아. 실낱같은 가능성을 뚫고, 기어이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었군.]
그리고 찬물처럼, 레시듀의 힐난 섞인 목소리가 머리에 뒤집어 씌워졌다.
[무수히 많았던 선택지를 고려하면 확률적으로 거의 기적을 일으킨 것과 다름없군.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내가 네놈을 얕본 모양이야. 이건 병신이란 말로도 부족하겠어.]
레시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넌 오늘부터 개병신이다.]
쩌적, 하고.
금이 간 미소를 짓고 있는 페일의 얼굴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