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303화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루카스 트로우맨은 살아 있다.]
“…….”
세디는 뒤를 돌아보았다. 새까만 갈기를 가진 사자가 그곳에 선 채 물끄러미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감정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시커먼 눈동자. 마주하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무슨 소…….”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멈춘 뒤,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결국 입 밖으로 흘러나온 건 분명한 정중함이 담긴 존댓말이었다. 세디는 그런 스스로가 싫다 못해 구토가 치밀 정도였으나, 혓바닥은 그녀의 통제를 명백히 벗어나 있었다.
…아니.
꾸욱, 주먹을 쥐며 고개를 저었다.
혓바닥이 아니다. 육체의 탓으로 돌리지 말자.
굴복하고 있는 건 정신 쪽이다. 세디의 내면은 아직까지도 눈앞의 존재에게 짙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
어찌 됐든 이 검은 사자는 한때 세디가 모든 것을 바쳤던 주인인 것이다.
원망했다. 증오도 했다.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미련이 남아 있었다.
대면한 순간, 줄곧 회피해 왔던 복합적인 감정들을 동시에 깨달을 수 있었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에 있지.]
검은 가시의 마왕은 했던 말을 재차 반복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렇게 친절한 존재가 못 된다.
그런 태도에 세디의 머리 또한 점차 차게 식어갔다.
“…다른 우주로 떠났단 말입니까.”
세디가 상정하고 있는 가장 높은 가능성 중 하나였다.
“그러니 지금의 내가 갈 수 없는 겁니까? 절대자에서 격락된 나 같은 건.”
[난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네가 그곳에 갈 자격이 있는지 묻는 거라면, 대답해 주지. 넌 내가 아는 존재 중 그곳에 발을 들이고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게 무슨.”
[왜냐면 넌, 그 세계로 흘러가던 자신의 존재를 한 번쯤 체험했을 테니까.]
“……!”
세디는 멍청하지 않았다.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어느 쪽이냐고 하면, 그녀의 머리는 대단히 비상한 편에 속했다.
그래서 곧바로 이해했다.
“…허의 세계. 그곳으로 갔단 말입니까?”
[얼마 전만 해도 추측의 영역이었으나 이젠 확신이 되었지.]
“어떻게.”
[이 경우에 원인은 중요한 게 못 된다, 세디 트로우맨.]
…젠장. 세디는 자신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중얼거렸다.
평소 고집했던 트로우맨이라는 성姓이 검은 가시의 마왕의 입에서 나오자 가슴이 욱신거렸다.
[우리는 그 세계를 파악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병행했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훨씬 많지만,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은 점차적으로 늘어났지. 가장 큰 수확은 그곳에 갈 수 있는 조건, 그리고 출입구를 찾은 것이었다.]
“…….”
[그런 뒤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다. 여느 우주보다 특별한 건 없었지만, 한 가지는 달랐다. 그곳에 있는 존재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허의 세계로 이어지도록 설계했지.]
검은 가시의 마왕이 말했다.
[위대한 게임의 전초전으로 마련된 장소, 바로 이 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
놀라움을 숨길 수 없었다.
이 세계, 단순히 전초전만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엔 그 크기가 과하다는 생각이 몇 번 들기는 했었다. 그래도 크게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군림자니까.
날파리가 거슬린다면 대륙 하나를 지우는 것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존재들이니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곳에서의 죽음이 허의 세계의 진입과 이어지도록 연결한 겁니까?”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세계를 하나씩 만들었다. 검은 대지, 천상계, 벼락협곡, 자이언트 필드……. 그곳에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모두 실제로 존재했던 자들이었다. 우리는 우주의 기록을 엿본 다음 그들을 모방한 인형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 물론 이 또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인형.”
[그리 만들어진 인형은 모방이란 말이 어색할 만큼 원조격 인물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당연하지. 미세한 세포 하나하나까지 동일한 규격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니까. 물론, 그럼에도 완전히 똑같은 존재라고 할 수는 없었다. 혼이 다르니까. 그것까지는 우리도 어떻게 할 수 없었지. …하지만, 우리가 노린 건 바로 그 차이점이었다.]
세디는 마왕의 말이 이해되지 않기 시작했다.
점차 그녀의 이해 수준을 벗어난 관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근본적으로 같은 존재지만, 달라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던 전제조건이자, 굳건하게 닫힌 허의 세계의 출입문을 열기 위한 열쇠였지.]
“무슨 말인지, 저는…….”
[허의 세계가 이곳의 생명체를 ‘버림받은 가능성의 존재’로 인식하게 착각시키면 되는 것이었다.]
이건 이미 대화라고 볼 수 없었다.
마왕이 일방적으로 말을 늘어놓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의 계획은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못했다. 허의 세계로 보낸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게 한계였지. 모든 존재는 그곳에 진입한 직후, 밀려오는 공허의 힘을 버텨내지 못하고 존재 자체가 사멸해 버렸다.]
“…….”
[잊힌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겠지. 허의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는 공허空虛의 힘. 그것에 버틸 내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사멸이라는 최후는 결코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넌 다르다, 세디.]
마왕이 말을 이었다.
[넌 그곳에서 존재를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 한 가지 조건이 붙긴 하지만.]
“조건?”
[나의 힘을 받아들여라.]
세디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일곱 이빨의 용은 허의 세계에서 십이허주란 존재와 싸웠고, 패배했다. 놀라운 일이지만 알고 보니 수긍할 수 있는 결과더군. 우린 그 세계에 온연한 상태로 존재할 수 없다. 영원히 숨을 참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잠시 머무는 건 가능하지만, 오래 머물면 오래 머물수록 존재에 부담이 간다.]
“…….”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대리자를 하나 선별하여 진입시키고, 우리가 그들의 산소통 역할을 떠맡기로 한 거지. 첫 번째 실험은 이미 성공했다.]
“…….”
[너야말로 최적의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절대자라는 카테고리에 속한 존재는 허의 세계에 접근조차 못하거든. 넌 격락했지만, 필멸자 중에선 압도적인 강함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한 요소들은 허의 세계에서 큰 도움이 되겠지.]
손바닥에 파고드는 손톱의 감촉이 느껴졌다. 점점 머리가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며, 세디가 말했다.
“그곳에서 아버지를 만나면? 당신은 그를 싫어하지 않습니까.”
[싫어하는 게 아니다. 거슬릴 뿐이지.]
“만약 나를 속이고 이용해서 그를 죽일 생각이라면…….”
[속여? 난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너도 그건 알고 있을 텐데.]
“…….”
[너와 루카스 트로우맨이 형성한 관계를 깰 생각은 없다. 당연히, 너희들의 재회에 대해서도 방해하지 것이다. 내가 너에게 원하는 역할은 지극히 간단하다. 허의 세계에 관한 정보. 그리고 나의 대리자로서 움직이는 것이지.]
“다시 한번 꼭두각시가 되라는 거군요.”
세디는 아마 자신의 목소리만큼이나 표정도 차가울 것이라 생각했다.
[올바르게 이해했군.]
“하.”
[화가 나 보이는데? 내 제안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문제? 있죠. 차고 넘칩니다.”
[그게 뭐지.]
“당신은 나를 버렸잖아.”
목소리는 더욱 낮아졌다. 그러나 더 이상 냉기는 없었다.
오히려 데일 듯 뜨거운 열기가 섞여 있었다.
“나를 이용하고, 끝내 버린 주제에 다시 한번 힘을 받아들여? 대리자가 되라고? 내가 그딴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아?”
[그럼 거절할 텐가? 하찮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말문이 턱 막혔다.
“뭐……?”
[지금 자존심 세우고 있지 않나. 이해가 안 가는군. 지금 네가 중시해야 할 게 정말로 그딴 것인가.]
검은 가시의 마왕은 평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과거 따랐던 존재에게 다시 힘을 빌리는 게 껄끄러운가? 자존심이 상하나? 굴욕이라도 느끼나? 고작 그것조차 참지 못하는 것이냐고 묻고 있다.]
“…….”
[루카스 트로우맨과 재회하는 쪽보다 네 개인의 자존심을 지키는 쪽으로 무게추가 쏠리는가. 네가 가진 목적에 대한 집념은 고작 그 정도인가.]
“…아냐. 난.”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려선 안 된다. 대의나 명분, 정의 같은 건 그다음 생각해 볼 문제지.]
“…….”
[아니면 혹시, 내게 아직까지 미련이라도 갖고 있는 것인가? 나의 힘을 다시 받아들이면, 지금의 너로선 돌아오지 못할 것 같─]
“닥쳐.”
세디가 말을 끊었다.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마왕은 새까만 눈으로 세디를 바라보았다. 그 안광이 조금 번뜩이는 것 같기도 했다.
세디는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날 도발해서 꼬드길 생각이었다면, 성공했다고 말해 주고 싶네.”
그래. 좋다.
해주지. 해주겠어.
이때의 대화, 그리고 마왕이 꺼낸 말 중 가장 가슴에 닿았던 건 하나다.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려선 안 된다.’
* * *
세디는 비틀거리며 방으로 돌아갔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기본적인 사고마저 마비되는 것 같다. 심장은 꽉 조이고 머리는 지끈거린다. 전력질주라도 한 것처럼 숨이 가쁘고, 몸뚱이에선 열이 펄펄 났다.
자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쓰러져 기절하고 싶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벽에 기댄 채, 숨을 몰아쉬며 육체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떠올린다.
…루카스.
눈빛만 봐도 느낄 수 있었다. 루카스가 자신에게 얼마나 의지하는 건지는.
기쁘다. 다름 아닌 루카스가 나를 딸로 여기고, 사랑해 주고, 의지하고 있단 사실에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충만감을 느꼈다.
만족이 되지 않는다. 갈증과 욕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더, 더, 더.
지금보다 더 내게 의지하고, 기대고, 의존하게 만들어야 해.
다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나만 바라볼 수 있게.
그러기 위해선 털끝만큼도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완벽하고 강인한 모습만을 보여야만 한다.
…얼마 전엔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멍청하게도 컨디션 관리에 실패해서, 루카스가 보는 앞에서 핏물을 쏟고 말았으니까.
나름대로 잘 얼버무린 것 같지만, 상대는 루카스다. 벌써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당분간은, 정말 사소한 실수조차 안 하고 완전무결한 딸을 연기하려고 했는데.
‘…비기닝 위저드.’
이 개자식이 온 타이밍은 최악이었다.
물론 루카스에게 거슬리는 존재인 만큼, 언제가 되었든 죽여 버릴 생각이었지만 그 시기가 너무 앞당겨지고 말았다.
“…후우.”
안정에 성공했다.
두통도, 심장의 격통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세디는 얼굴에 묻은 식은땀을 대충 닦으며 왕성의 복도를 거닐었다.
그리고 루카스에게 배정된 방의 문을 벌컥 연다.
“나 왔어.”
다행히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아버지?”
루카스는 방에 있었다.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침대에 앉아 있지 않았고, 방 한가운데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 있─”
“비기닝 위저드는?”
루카스가 세디의 말을 끊었다. 기분 탓인지, 목소리에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세디는 그 차가움에 움찔하면서도 대답했다.
“그냥, 얘기 좀 하다 돌아갔어.”
난 왜 거짓말을 하는 거지? 그것도 언젠가 들킬 수밖에 없는 거짓말을.
세디는 스스로에게 의문을 느끼면서도 계속 루카스의 눈치를 살폈다.
무언가 이상하다.
루카스의 태도, 목소리, 표정, 눈빛. 그리고 방 안에 흐르는 기류까지…….
“편안했다.”
“어?”
“이곳에 오고 나서 삶에서 가장 평온한 때를 보낼 수 있었어. 네 덕분이야. 진심으로 고맙다.”
원래라면 기뻐했을 것이다.
루카스도 많이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이런 직설적인 말을 꺼낼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 누군가에게 한 번도 해주지 않은 말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여기는 것만으로, 세디는 다시 한번 최고의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왜 갑자기 그런 말을…….”
세디는 덜컥 말을 멈췄다.
그리고 경직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구나.”
“…….”
루카스의 침묵은 긍정이었다.
“어떻게? 아니, 어떤 걸 본 거야? 내가 ‘가시’를 쓰는 것? 아니면…….”
“밑바닥.”
그 한 마디로 충분했다.
들켰다. 들켰어.
아버지에게 들키고 말았어.
모든 걸 다 알게 된 건가? 그럼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난 어떡하면 좋은 거야.
세디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입을 툭 벌렸다. 머릿속에 수만 가지 생각이 소용돌이쳤다.
그리고 그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세디, 난 오늘 여기를 떠날 거야.”
“떠, 난다고?”
“그래.”
루카스는 침착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대론 안 돼. 점점 약해지는 나를 느끼고 있어. 모든 걸 네게 의존해 버렸으니까 당연한 일이겠지.”
“그게 어때서? 누군가에게 기대는 게 나쁜 게 아니잖아.”
“언젠가는 나빠지지. 결국 남에게 맡길 수 없는 일이란 것도 존재하니까. 오직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남이 아냐. 우린, 가족이라고.”
“알아. 지금도 그렇게 여기고 있고.”
“…아, 아냐. 아,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
세디의 목소리가 점차 떨리기 시작했다.
그극, 극.
그에 공명하듯 공간도 점차 떨리기 시작했다.
“…세디?”
“아냐. 아냐. 아냐. 아냐. 이건 아냐.”
세디가 몸을 떨며 속삭이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벅벅, 벅벅. 머리 가죽에 피가 배어날 정도로 긁는다.
“세디……?”
“나, 나를 역겹게 여기고 있지? 으응? 속인 거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거, 검은 가시의 마왕의 힘을 다시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도 경멸을…….”
“그렇지 않아.”
정말로 그렇다.
그 증거로, 루카스는 여태껏 마왕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 모든 게 날 만나기 위해서 각오한 거란 걸 알고 있어. 털끝만큼의 유감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고마움이 훨씬 더…….”
“거짓말!”
세디가 발작하듯 외쳤다.
꽈앙. 공기가 폭발한 것처럼, 주변에 충격파가 퍼졌다. 탁자와 침대가 뒤집어지고 화병이 깨졌다.
“거짓말은 집어치워! 그게 아니라면, 내가 역겨운 게 아니라면 왜 내 곁을 떠나려는 건데!”
“네 옆에 있으면…….”
“약해진다고? 그게 어때서? 약해져서 해결 못 할 일이 생긴다면, 그것도 내가 다 해결해 주면 되잖아! 그게 무엇이 됐든, 누가 됐든! 다 부수고 죽이면 되는 거잖아!”
“…세디.”
“아냐. 이건 아냐, 아버지. 아버지는 지금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세디가 고개를 세차게 젓더니 곧 움직임을 뚝 멈췄다.
“…응.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자. 나랑 같이.”
얼굴을 보이며 환한 미소를 보여 주었다.
“좋은 생각이 났다. 생각을 고칠 때까지 나랑 같이 있는 거야. 이제 더 숨길 것도 없으니까, 내가 언제나 옆에 있어 줄게. 어, 그래도 도망치면 안 되니까 팔다리는 자르는 편이 좋겠다.”
“…….”
“괜찮아. 피도 안 나올 거고, 죽지도 않아. 조금 아플지도 모르지만, 아버지 그 정도는 버틸 수 있지? 난 알아. 비록 그런 몰골이 되더라도, 내 옆에 있는 게 훨씬 더 행복할 거라는 거. 그러니까.”
미소는 곧 위태로운 형태로 바뀌었다.
“죽을 때까지 나랑 계속 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