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83화
큰 감흥이 없다.
루카스가 피투성이가 된 이종학을 보며 처음 가진 생각이었다. 나름대로 밀접한 연관을 가졌던 ‘바깥 세계’의 인연인데도, 그를 마주한 지금 별다른 감흥이 들지 않았다.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군. 건조한 감상이 전부다.
“이종학.”
루카스의 목소리가 들린 건가. 아니면 단순히 육체의 반응인가.
이종학의 몸이 움찔 떨린다.
“…쿨럭.”
그리고 선혈을 한 번 토해 냈다. 눈꺼풀이 힘겹게 열렸으나, 그 안에 도사린 안광은 아주 희미해서 금방이라도 꺼질 것만 같았다.
“─…….”
이종학이 무언가 중얼거리는 듯했으나, 또렷하지 않다.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말할 기력조차 없다는 건가?
루카스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이종학의 등에 손을 짚었다. 엉망진창인 몸 상태가 느껴졌다. 전신을 뒤덮은 건… 대부분 검상이다. 다수의 적에게 공격당한 건가. 찰과상까지 포함하면 수십 개가 가볍게 넘는다.
…검법. 이 검법은 뭐지?
무언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루카스는 상처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나, 이 이상 지체했다간 정말로 이종학이 죽게 생겼다.
[그게 나쁜 일인가?]
[아니. 전혀 나쁜 일이 아니지.]
루카스는 경동맥에 손을 가져다 댔다.
휘오오, 주변에 있던 보이드가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배열을 변화시키고, 법칙을 조정한다. 이번에 발현시킬 힘은 육체 회귀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적용 범위가 스스로의 육체가 아닌 타인이라는 것이다.
배회하던 보이드가 서서히 루카스의 의지에 따라 움직여 이종학의 몸에 스며들었다.
불룩불룩…….
그리고 상처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갈라진 살결이 자기들끼리 이어 붙어지고 떨어져 나간 살점이 울룩불룩 솟았다.
그러나 루카스의 표정은 묘했다. 이상한 점이 있었다.
재생 속도가 무척이나, 정말 무척이나 더뎠다. 루카스의 경우를 빗대어 설명하면, 그는 아무리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더라도 수 초 내로 완전히 재생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종학의 육체는 다르다. 속도로 봐선 최소 10분. 어쩌면 그보다 더 걸릴지도 모르겠다.
…보이드로, 가장 만전의 상태로 육체를 회귀시키는 것. 타인에게 적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속도가 더딘 건가?
그렇다면 이외에도 루카스가 알지 못하는 부작용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확실히 고려하고 있음에도, 그는 이종학의 치료를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놔두면 죽으니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합리적 판단만이 이유인가?
실은 이종학이 어떤 꼴이 되든, 이미 자신과는 관계없다고 여기고 있는 건 아닐까?
[잘 아는군.]
[훌륭한 자기 객관화야.]
…루카스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상처가.”
최소한의 회복이 됐는지, 이종학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 분.”
루카스는 짧게 남은 시간을 말했다. 이종학의 동공이 잠시 크게 뜨였으나, 그것도 잠시. 이윽고 눈을 감은 채 심신을 가다듬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언급한 오 분의 시간이 지나고, 이종학은 완치되었다.
자리에 일어선 이종학이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일순간 그의 눈동자에 복합적인 감정이 휘몰아치는 게 느껴졌다. 당연한 반응이다. 루카스와 달리, 이종학이 자신을 마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다른 무엇보다 구명의 은혜에 대한 예禮부터 표하는 게 이종학다웠다.
“혹시 제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겁니까?”
목소리에 격동의 기색이 느껴졌다. 잔뜩 동요하고 있는 이종학과 달리, 루카스의 반응은 차게 식어 있었다.
“아니.”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말하자면 길어.”
이 짧은 대화만으로 이종학이 위화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과거에도 루카스는 말을 길게 하는 타입은 아니었으나, 목소리엔 언제나 희미한 온화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건 봄날의 바람처럼 의식하지 않으면 확연히 느끼기 힘든 것이었으나 분명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안심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의 루카스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감정 한 톨 느껴지지 않았고, 표정은 가면이라도 쓴 것처럼 냉랭하다. 다른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다.
이종학은 그의 커다란 변화가 당황스러웠으나, 그에 대해 묻기도 전에 루카스가 말했다.
“누가 널 그렇게 만들었나.”
“…아.”
이종학이 목을 큼큼 풀었다. 육체는 완치됐지만 아직 이물감이 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식도에 핏덩이가 좀 남아 있었다. 퉷, 이종학은 핏물 섞인 침을 최대한 덜 경박하게 뱉은 다음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뇌옥에 갇혀 있을 때, 돌연 거대한 충격이 지축을 흔들었습니다. 동굴이 무너질 듯 흔들렸지요. 뒤이어 거대한 섬광 같은 게 사방을 뒤덮었고, 전신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제 기억은 그게 마지막이었고요.”
“…….”
섬광? 그리고 거대한 충격?
무언가 이상하다.
이종학의 전신에 새겨져 있었던 검상이었다.
기절한 이종학을 보고, 상대가 그 몸뚱이에 상흔을 하나하나 새겼단 건가?
그럴 확률은 턱 없이 낮다. 적이 무방비로 쓰러져 있다면, 그 목을 따는 게 가장 현명한 처리법이다.
…섬광閃光.
유일한 단서는 그뿐인가.
루카스의 눈가가 좁혀졌다.
“당신은 이 세계에 어떻게 오게 된 겁니까?”
사실 그러한 의문은 루카스가 이종학을 처음 조우했을 때 품었던 것이었다. 루카스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신의 농간.”
“…예? 그게 무슨.”
루카스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잠깐만요……. 하린이는 무사합니까?”
“…….”
그 순간, 루카스의 전신이 굳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하린이… 하린이…….
민하린.
루카스가 거두었던 제자.
그 아이를 여태껏 완전히 잊고 있었던 기분이 들었다.
그건 내가 의도한 일인가? 아니면…….
지끈-
여태까지와 비교도 할 수 없는 두통이 느껴졌다. 두개골이 쪼개질 것처럼 아프다. 그럼에도 루카스는 비명 대신 주먹을 쥐고, 으스러지듯 이를 악물었다.
민하린과 마지막에 나눴던 대화가 잘 떠오르지가 않았다.
“대답해 주십시오. 전…….”
“닥쳐. 아무 말도 하지 마라.”
루카스는 그리 뇌까리며 비틀비틀 지하 계단으로 올라갔다.
이종학이 망설이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그 뒤를 쫓았다.
* * *
이종학의 고향 우주, 지구란 행성이 존재했던 세계.
제법 발전된 과학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인류. 그곳을 침공한 악마라는 종족. 푸른 행성은 순식간에 지옥이 되었다. 물론 인간의 관점에서.
그리고 루카스는 인간의 구원자로서 그 우주에 강신했다.
루카스가 절대자로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세계이며, 고향 우주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인연을 만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제자를 거뒀다.
죽었다고 여긴 이들과 재회했다.
그리고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아이와도 만났다.
…이종학은 나를 잊지 않았다. 세디도 마찬가지다. 십이허주가 된 그녀는 하스핀의 말에 따르면 지금도 나를 찾고 있었다.
그렇다면.
민하린을 비롯한 지구에 있던 자들도 나를…….
까득.
루카스는 이를 갈았다. 여태껏 구석에 처박혀 있던 약한 생각들이 순식간에 팽창해 머릿속을 뒤덮었다.
그게 무슨 역겨운 생각이지? 고향 우주의 존재가 모두 나를 잊었으니, 그들에게 가서 투정이라도 부리라는 건가?
그래. 물론 그게 아주 잘못된 행동은 아니지. 하지만 그건 모욕이란 걸 잊지 마라. 루카스, 네놈이 그들에게 바라는 역할은 단순한 대체제나 대용품이잖나?
[그게 왜?]
[어차피 널 잊은 쓰레기들보단 그들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나?]
“닥쳐, 닥쳐…….”
루카스가 거칠게 중얼거렸다.
계속 무시했지만, 이번 목소리는 특히 정곡을 정확히 찔렀다. 반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뒤에 따라오는 이종학의 기척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페일이나, 제이콥보다도 훨씬 더.
꾸물꾸물, 살심이 치솟아 오른다. 죽이고 싶다. 그리고 먹어 치우고 싶다. 단련된 무인의 몸뚱이는 분명 맛있을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이종학이 안색을 살피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다가오려고 했다. 부축이라도 해 줄 셈인가? 이렇게 묻는 것도 벌써 네 번째 혹은 다섯 번째였다. 그리고 루카스가 대답을 하지 않은 횟수도 동일하겠지.
다만, 이번엔 노골적인 무시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내게 접근하지 마.”
“…….”
이종학은 그 말을 충실히 따랐다. 그는 루카스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변했는가는 물론, 민하린에 관한 것도 입에 담지 않았다. 아마 루카스의 정신이 조금이라도 멀쩡했다면 그의 배려에 고마워했을지도 모른다.
정처 없이 계속 걷다 어느 순간 루카스는 자신이 산의 중턱까지 올라왔음을 깨달았다.
휘오오-
이렇게 높은 곳까지 재가 휘날리고 있었다. 자연의 기운은 없지만, 화산은 분명히 아름다운 장관을 가진 곳이었다. 지금은 그 모든 게 망가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루카스는 이 영지에 새겨진 상흔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깊게 파인 지면들이 보인다. 강대한 무언가가 연속적이고, 불규칙적이게 사방에 떨어졌고 그로 인해 튀긴 불똥이 숲에 불을 낸 것이었다.
“…….”
그때쯤 루카스의 머리는 조금 차분해져 있었다.
고통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조금은 맑아졌다.
‘산 중턱까지 왔는데도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사마령의 말처럼 화산 소속 고수들이 대부분 당한 게 분명해 보인다.
원래 올라가는 길에 누구라도 만나게 된다면, 적당히 반쯤 죽여 놓은 다음 정보를 뜯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걸 보니 계획 변경이다.
그냥 먼저 올라간 사마령에게 이야기를 듣는 게 빠르겠지.
좌악
루카스가 공간을 갈랐다. 이미 생명의 기척이 집중적으로 느껴지는 장소를 특정한 뒤였다.
“…….”
이종학이 묘한 얼굴을 하며 뒤따라왔다.
시야가 한 번 까맣게 물든 다음 확 밝아지고, 그들은 어떤 가옥家屋의 내부에 서 있게 됐다.
“뭣……!”
“누구냐!”
스릉-
알고 있는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먼저 올라간 사마령과 그의 사제들만이 아닌, 지난번에 루카스와 전투를 치른 청의장로와 적의장로. 게다가 제이콥까지 있었다.
제이콥은 루카스와 시선이 마주치자 몸을 움찔 떨더니, 무언가 죄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눈길을 피했다.
다음에 눈에 띄면 죽여 버릴 생각이었으나, 이 만남은 제이콥이 의도한 게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루카스 쪽에서 만나러 온 거다.
게다가 사실 별 관심도 없었다.
루카스의 주의는 침상 위로 향해 있었다.
그가 화산에 찾아온 목적이 그곳에 있었다.
“…….”
양인현은 전신이 붕대에 뒤덮인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바로 옆엔 핏물에 절여진 붕대가 수십 가닥이나 흩뿌려져 있다.
“누구냐고 물었다!”
“무슨 요술을 부려서 운해각雲偕閣에 침입한 거지?”
대답하지 않으면 바로 칼질을 시작할 기세다.
루카스가 그들의 처리법에 대해 강구해 낸 순간 사마령이 말했다.
“두 분 장로는 검을 집어넣으십시오.”
“…예?”
“그게 무슨─.”
“두 번 말하지 않겠습니다.”
사마령의 목소리는 나직했으나, 쉽사리 거절할 수 없는 강직함이 배어 있었다. 두 장로는 크게 망설였으나 칠화의 위치는 장로보다 위였다. 어쩔 수 없이 검을 집어넣는 수밖에 없었다.
루카스는 양인현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 다음 그를 내려다보았다.
“왜 치료하지 않는 거지?”
“치료가 통하지 않는다더군.”
사마령이 대답했다.
“통하지 않아?”
“그래. 특별히 엄선된 고기절임은 물론, 본산의 영약을 모조리 쏟아부었는데도 치료할 수 없었다고 한다.”
고기절임은 육포는 말하는 것일 테고.
루카스는 다음 질문을 입에 담았다.
“왜 안 죽이는 거냐?”
두 장로는 순간 자신들이 무언가 잘못 들었나 생각했다.
루카스는 그들을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지금 양인현은 완전한 무방비잖나. 검만 쥐어 준다면 갓난아기한테도 목숨을 잃을 텐데.”
“이, 천인공노할 자식이…….”
“감히 누구 앞에서 그딴 망발을 지껄이는 것이냐!”
사마령의 표정이 난처해졌다. 양인현은 그녀가 자신을 죽이는 게 목적이란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 그는 알고 있으면서도 사마령을 죽이거나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곁에 두는 걸 택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면에서 양인현의 그릇은 무척이나 큰 것이 맞았다. 다만 장로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장문인은 본산의 기둥이다. 이런 상황에선 더욱 그의 존재가 필요해.”
결국 사마령은 당장의 생각을 입에 담는 것으로 질문을 회피했다.
“그래. 얕은 증오심이었군.”
루카스는 그리 말하며 양인현에게 손을 뻗었다.
채챙-
칠화 전원이 발검을 마친 건 그 순간이었다. 네 자루의 칼이 루카스의 목덜미를 겨누었다. 살결과 검 사이엔 조금의 틈새도 없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목이 베일 것이다.
“검을 거둬라.”
“네 손부터 거둬라.”
“뭔가 오해하고 있군. 나도 당장은 양인현을 죽일 생각이 없어. 보아하니 이곳에 있는 자들 중 상황 파악이 된 건 없어 보여 그에게 얘기를 들으려고 했다.”
어차피 지금의 양인현을 죽이는 건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보단 이 화산에 진입했을 때부터 계속 느껴지는 의아함을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네가 손을 뻗은 게 치료 행위라도 된단 말인가?”
“간단한 응급 처치지. 그리고 이미 끝났다.”
“뭐?”
꿈틀
양인현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
장내에 있는 이들의 기감은 모두가 달인의 수준에 이르러 있다. 때문에 양인현의 움직임을 깨닫지 못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이윽고 양인현의 눈동자가 천천히 떠졌다.
“장문인!”
“정신이 드십니까?”
“…….”
양인현의 눈동자가 살짝 떠졌다. 그는 눈동자를 움직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루카스와 시선이 마주친다.
…이상한 일이다.
이번 생에서 양인현과 만나는 건 처음일 것이다. 그러나 실핏줄이 터져 새빨갛게 물든 그의 눈동자는 무척이나 차분했다.
아니, 적어도 처음 몇 초간은 차분했었다.
뒤이어 양인현의 시선이 뒤에 있는 누군가에게로 향한 순간이다.
그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뒤. 조, 심.”
새어 나오는 목소리.
뒤?
지금 루카스의 뒤에 있는 건… 사마령과 그의 사제들.
그리고 이종학밖에…….
파직!
전류가 흐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순간적으로 루카스의 의식이 하얗게 물들었다. 거대한 뇌전이 전신을 관통한 탓이다. 육체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고 말았다. 전신은 마비라도 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하하하! 으하하하─!]
그리고 어디선가 들었던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이후엔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검을 뽑은 채 뛰쳐나온 이종학이 칠화 중 둘의 목을 베었고, 나머지 둘의 양팔을 잘랐다.
사방으로 튀긴 핏물이 바닥에 흩뿌려지기도 전에, 이종학의 신형은 루카스의 코앞까지 접근하게 되었다. 어울리지 않는 난폭한 미소가 보인다. 그때까지 루카스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늘로 뻗은 검이 유난히 선명히 번뜩인다.
스걱-
살결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루카스의 표정이 굳었다. 그의 몸뚱이에서 난 소리가 아니었다.
직전, 누군가가 루카스를 밀치고 대신 검을 맞았다.
“컥…….”
부릅뜬 눈을 하며 제이콥이 핏물을 흩뿌리며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