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36화
“어떻게 한 거예요?”
쪼르르 달려온 여인이 놀란 목소리로 물어봤다.
루카스는 대답하지 않고. 잠시 그녀를 응시했다.
목소리에 비하면 앳된 외모다. 어쩌면 소녀라고 부르는 게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유난히 눈에 띄는 바다색 머리카락에, 명랑한 목소리와 달리 무척이나 야윈 몰골이다. 핼쑥한 볼과 앙상한 팔다리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조금만 살이 붙어 있었어도 인상이 훨씬 나았을 텐데.
“……?”
노골적인 경계를 받고 있음에도 소녀는 딱히 불쾌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방긋방긋한 태도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아, 하며 입을 열었다.
“페일이에요.”
“페일?”
“제 이름이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히죽 웃는다.
본명인가? 만약 그렇다면 특이한 이름이다.
루카스는 그녀에 대한 경계를 거두지 않았다. 다만, 지금 보이는 순진무구함이 연기는 아닌 듯하다.
“여기서 사람은 되게 오랜만에 봐요. 그래서 엄청 반가워요!”
페일이 다가와서 불쑥 손을 내밀었다. 루카스는 무시한 채 지나갔다.
“그쪽은 가면 안 되는데.”
속도 없는지, 바싹 쫓아온 페일이 충고했다.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나 보군.”
“적어도 여기선 아저씨보다 제가 선배일걸요.”
중얼거리기 무섭게 으스대는 듯한 대답이 돌아온다.
…선배라. 그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묘한 감회에 잠시 침묵한다.
“왜 이쪽으로 가면 안 되는 거지?”
“거기는 영토거든요.”
“영토?”
“네. 함부로 발을 들이면 칠해져요.”
“…….”
[칠해진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루카스는 잠시 페일의 충고를 순순히 따를지 고민했다.
‘…마법은 쓸 수 있게 됐지만.’
이게 일시적인 현상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방금 무의식적으로 사용한 마나가 아직까지 보충되고 있지 않다. 한 번 사용한 마나는 돌아오지 않는 건가? …알 수 없다.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루카스는 페일을 바라보며 결론을 내렸다.
우선은 그녀에게 이곳에 대한 정보부터 얻어내야 한다.
* * *
아득할 정도로 넓게 펼쳐진 잿빛 사막. 바닥에 깔린 모래의 감촉이 선명히 느껴진다.
역시나, 지난번처럼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허虛의 세계.’
루카스는 이곳이야말로, 절대자들조차 두려워하는 소멸 이후의 세계란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검은 상자’야말로 이 세계로 이어지는 입구 역할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잿빛 사막은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밤과 낮의 경계도 없는 듯했다.
주변 풍경은 시간이라도 멈춘 것처럼 고정되어 있었으나, 단 하나 격동적으로 변하는 것도 있었다.
바로 하늘이다. 하늘은 여러 개의 물감을 섞은 것처럼 그 색을 바꾸었다. 지금은 야광을 띠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오로라처럼 신비로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왜 나는 이곳으로 오게 된 걸까.’
루카스는 사막 한가운데 앉은 채 생각했다.
이곳이 허의 세계라는 것은 알겠다. 그러나 신이 이 세계에 자신을 밀어 넣은 이유를 모르겠다.
‘완전히 사라져 줘야겠다, 고?’
확실히 이곳은 우주에서 잊힌 자들만이 발을 들일 수 있는 공간이다. 적어도 루카스가 이해하고 있는 개념은 그랬다.
그렇다면? 지금의 루카스는 ‘고향 우주’에서 없던 존재가 되어 버린 건가? 디아블로를 없애기도 전에?
‘아직은 안 되는데.’
페르안에게 가르쳐 줘야 할 것들이 남아 있으니까.
우드득, 우득.
페일은 성인 손바닥만 한 전갈을 불에 익히지도 않은 채 뜯어 먹고 있었다. 입가엔 초록색 점액이 줄줄 흘러내린다.
시선이 마주치자 페일이 히죽 웃으며, 반으로 갈라진 전갈을 내밀었다.
“에이, 인심 썼다! 자요!”
“…….”
“안 먹어요?”
“…배가 안 고파서.”
차마 저 꼴을 보고 식욕이 뚝 떨어졌다는 말은 할 수 없어서 대충 둘러댔다.
“으음. 후회할 텐데.”
페일은 그리 중얼거렸지만 더는 권하지 않고, 남은 전갈을 입으로 가져다 댔다. 다시 한 번 우득, 우드득 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렸다.
루카스는 애써 무시하고 상념을 이어갔다.
막막한 기분이다.
목표가 없는 삶이란 얼마나 따분하고, 무가치한가.
지금의 루카스가 그러하다. 목적을 잃었다. 이룰 수 없는 상황이 강제로 조성됐으니,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르안에게 모든 걸 계승하고, 정말로 죽을 준비를 마쳤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허의 세계로 끌려오게 되고, 지금은 생전 처음 보는 여자와 마주 앉아 있었다.
이쯤 되니 운명이란 놈도 참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 바라는 것마다 순순히 이루어지는 꼴이 없었으며, 대부분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최악의 형태로 다가오니까.
“퉷.”
그사이, 페일은 식사를 마친 듯했다. 그녀는 입술을 우물거리다 전갈 껍질을 뱉어내고는 만족스럽게 입을 우물거렸다.
루카스는 페일에게서 많은 정보를 얻어내지 못했다.
숨기는 건지, 혹은 원래 말하는 방식이 그런 건지.
페일은 루카스의 물음에 대부분 뜬구름 잡는 답변을 들려줬으며, 기본적으로 마이페이스적인 성향이 너무 강했다.
“그럼 전 잡니다!”
이런 태도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녀는 할 말을 마쳤다는 듯, 모래사막에 벌러덩 누웠다. 코를 골지는 않았지만, 순식간에 잠에 든 건 분명해 보였다.
루카스는 한숨을 쉬며 다시금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은 여전히 야광이었다.
* * *
다음 날, 루카스는 몇 발자국 걷다 갑자기 넘어지고 말았다.
“무슨…….”
무언가에 걸린 게 아니다. 애초에 이 사막에 돌부리 같은 건 없었다. 그렇다고 발이 꼬인 것도 아니었다.
루카스의 표정이 굳었다.
발이 사라져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발바닥부터 발목 부근까지, 마치 연기처럼 형상이 희뿌옇게 변했다.
“아저씨, 어제부터 아무것도 안 먹은 거예요?”
페일이 고개를 기우뚱하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줄 때 먹었어야지. 에휴.”
“…내가 그 전갈을 먹지 않아서 이렇게 됐다고?”
“당연하죠. 안 먹으면 사라져 버린다구요.”
페일이 머리를 긁적였다.
“에이. 어쩔 수 없지. 좀 이따 먹으려고 아껴 둔 건데.”
그녀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눈알이 다섯 개 달려 있고, 꼬리가 없는 생쥐였다.
“저한테 빚진 거예요?”
루카스는 입맛이 그렇게 까다로운 편은 아니었지만, 아직도 발딱발딱 움직이는 쥐를 음식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너그러운 식성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안 먹어요? 사라진다니까요.”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 건데?”
“사라진 적이 없어서 몰라요.”
“…….”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아무튼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
루카스는 마지못해 시궁쥐를 받았다. 그리고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차마 이걸 생으로 먹을 생각은 들지 않아 파이어 볼을 하나 만들어 구워 먹었다. 그래도 누린내가 역하고,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 느껴지는 털의 감촉이 소름 끼쳤다.
꿀꺽─
억지로 삼키자 구역질 나는 냄새가 확 올라왔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구토를 할 것 같아서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스으으…….
그러자 안개처럼 사라져 가던 발이 다시금 형체를 갖추었다.
뿐만 아니라 마나도 조금 회복되는 게 느껴졌다.
“오색한끼!”
페일이 외쳤다.
“…뭐?”
“하늘색이 다섯 번 바뀌기 전까지 한 끼는 먹어야 해요. 안 그러면 발끝부터 서서히 사라지니까. 그 상태에서 다시 하늘색이 세 번 바뀌면, 전신이 완전히 사라지게 돼요.”
루카스가 듣고 싶었던 정보는 이런 것들이었다.
“좀 더 괜찮은 먹거리는 없나?”
“있죠. 근데 살이 통통한 것들은 보통 ‘영토’에 있어요.”
“…영토란 게 뭐야?”
“우리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요.”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데.”
“칠해져요.”
“칠해지는 게 어떤 현상을 말하는 거지?”
“내가 아니게 되는 거요.”
“…….”
꼬치꼬치 끝까지 캐물어도, 마지막엔 결국 이런 알 수 없는 답이 나온다.
이러니 ‘칠해진다’는 게 어떤 현상인지도 직접 겪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어!”
그때 페일이 고개를 쳐들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무언가 꾸물거리는 형체들이 보인다.
처음엔 아주 길고 큰, 지네 같은 벌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무척이나 멀리 떨어져 있어 그렇게 느껴진 것뿐, 얼마 후 제법 가까운 곳까지 접근하자 그것들의 형상을 정확히 판별할 수 있었다.
난쟁이다.
루카스의 허리까지밖에 안 오는 덩치의 난쟁이.
그들은 모두 소년, 소녀의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
“……!”
난쟁이들은 루카스를 바라보더니 확 밝아진 안색이 되었다. 그러더니 루카스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춤을 추는 것 같은 기꺼운 기색이 느껴진다.
그러나 요란한 몸동작과 달리 목소리는 일절 내지 않고 있다.
말을 할 수 없는 건가?
그때 난쟁이 소녀가 루카스를 향해 손동작으로 신호信號를 보냈다.
‘수화手話인가?’
아마도 그런 듯하다.
다른 난쟁이들도 순진한 표정으로 웃고 있을 뿐, 목소리를 내뱉을 기미는 없다.
발성 기관이 없는지, 혹은 그 밖의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루카스가 가만히 침묵하고 있는데, 난쟁이 소녀가 루카스의 옷을 끌어당겼다. 끌어당겼다고는 하나, 그 힘이 너무나도 미약해서 루카스의 입장에선 옷이 나뭇가지에 걸린 듯한 느낌밖에 받지 못했다.
“와! 주민住民이네요! 아저씨를 초대하려나 봐요!”
이런 건 처음인데!
페일이 즐거운 듯이 웃었다.
“초대?”
“우선 따라가요! 어쩌면 맛있는 걸 대접받을 수 있을지도!”
페일이 흥분된 기색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 주변엔 난쟁이가 하나도 없었다.
작달막한 난쟁이들은 오직 루카스 주변에만 모여 있었다.
“…….”
이곳에 계속 있어도 해결될 건 없다.
루카스는 난쟁이들의 이끌림에 순순히 몸을 맡겼다.
난쟁이들은 나타났을 때처럼, 정확히 일렬종대로 움직였다. 심지어 그들은 발자국까지 맞추며 진격했고, 루카스에게도 그러길 권했다. 페일은 희희낙락한 얼굴로 그들의 뜻을 따랐다.
제삼자가 이 꼴을 보면 자못 우스꽝스러운 광경이겠지만 난쟁이들의 표정은 무척 진지했다.
얼마 동안을 걸었을까.
선두의 난쟁이가 멈췄다. 당연히 뒤따르던 난쟁이들도 모두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마치 합이라도 맞춘 것처럼 동시에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페일은 그 동작이 재밌어 보였는지 자신도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따라했다.
주변에 누군가 없는지 확인하는 건가. 루카스도 우선은 경계했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선두의 난쟁이도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한 발자국 더 내디뎠다.
쏘옥!
그리고 사라졌다.
쏘옥! 쏘옥!
아니. 사라진 게 아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난쟁이들도 한 발자국을 내디딤과 동시에 증발하듯 모습을 감췄는데, 모래 밑으로 움푹 들어간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곳엔 아주 작은 개미지옥이 형성되어 있었다.
난쟁이 수십 명이 순식간에 게 눈 감추듯 자취를 감췄다.
“재밌겠다!”
페일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개미지옥으로 뛰어들었고, 루카스도 그 뒤를 따랐다.
혹시 몰라 숨을 크게 들이켠 다음 뛰어들었는데, 호흡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옷 속으로 파고드는 모래알만 아니었다면 강물의 하류를 따라 떠내려가는 걸로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대신 시야는 무척 어두웠다.
잠시 후 모래가 만든 급류가 끝나고, 루카스는 돌연 허공에 붕 뜬 듯한 부유감을 느꼈다.
아니.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
루카스의 몸이 상공에서 낙하하고 있었다.
지면과는 거리가 제법 되는 것 같으니 어떻게든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와아!
앞서 떨어진 난쟁이가 루카스를 받아 주었다. 그랬다가 다시 던져 올리고, 받는 것을 몇 차례 반복하기 시작했다.
“…….”
졸지에 헹가래를 받게 되었다.
앞서 뛰어내린 페일은 꺄르륵 웃으며 난쟁이들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몇 분 후, 흥분을 가라앉힌 난쟁이들이 루카스를 내려 줬고 그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지하地下에 도시가 존재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도시는 일견 유적遺跡으로 느껴질 만큼 음울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난쟁이들의 활력 때문에 조금 가려지는 느낌도 들었다.
“따라, 오셈.”
난쟁이가 말했다. 아까 전만 하더라도 말을 못 했는데, 지금은 어눌하긴 해도 확실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디로?”
“우리를.”
“따라, 오셈.”
난쟁이들이 방긋방긋 웃으며 루카스를 도시 내곽으로 이끌었다.
그러자 작은 집의 창문 사이로 난쟁이들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그들은 루카스를 이끌고 온 난쟁이보다 더 작고 연약해 보였다. 루카스와 페일을 바라보는 눈동자엔 경계와 함께 희미한 공포도 엿보였다.
페일이 요란스럽게 손을 흔들자, 난쟁이들은 크게 움찔하더니 거북이처럼 건물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러자 한 난쟁이가 페일의 손등을 탁 쳤다.
“아얏.”
“자극하지, 마셈.”
나름대로 살벌한 기색으로 말한 듯하지만, 애석하게도 위압감은 없었다.
“저들은, 전사가 아님.”
“엥? 그럼 너희들은 전사야?”
“맞음.”
“우린, 전사임.”
난쟁이들이 으스대는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놀리거나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도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거대한 성당이 우뚝 서 있는 장소였다.
“여기부턴, 당신만.”
난쟁이가 루카스를 가리켰다.
그리고 페일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파란 머리 여자는, 안 됨.”
“자격 없음.”
“으아아. 왜 나만.”
페일이 실망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홱 루카스를 보더니 말했다.
“영주님을 볼 수 있겠네요! 부럽다!”
“…영주님?”
“나도 보고 싶었는데. 으아. 으아.”
페일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었다.
루카스는 더 묻지 못하고, 난쟁이들의 재촉에 성당 바로 앞까지 이르게 되었다. 문을 열라고 압박을 주는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끼이이─
거대한 철문이 열리고, 곧바로 펼쳐진 광경은 예배당이었다. 양쪽에 세워진 횃불이 내부를 음울하게 밝히고 있다.
…무언가 묘한 느낌이 든다.
성당 내부에 흐르는 기류가 낯설지 않다. 오히려 익숙했다.
뚜벅.
발소리가 건물 내부를 고요히 울렸다.
루카스는 얼마 안 가 발걸음을 멈췄다.
제대祭臺 앞에 누군가 있었다.
“…….”
그 뒷모습을 보고, 루카스는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이 기운은…….
[흥미로운 손님이군.]
“……!”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루카스는 순간적으로 크게 몸을 움츠리며, 자신도 모르게 마나를 끌어올렸다.
이윽고 그자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전신에 새하얀 광휘를 내뿜고 있는 존재.
이목구비가 존재하지 않는 얼굴.
…착각이 아니다.
착각할 리가 없다.
그 존재,
루카스와는 질긴 악연惡緣으로 점철된 존재가 입을 열었다.
[이곳엔 무슨 경위로 왔나? 낯설지만 익숙한 존재여.]
데미갓의 로드Lord가 루카스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