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17화
원 형태의 거대한 로비.
그 로비를 둘러싸고 수십 개의 방문이 이어져 있는 형태다.
아마 식사는 방 안에서 이루어지는 듯하다. 바깥에 기다리는 행렬을 보면 손님이 없는 건 아닌데, 로비에서 일절 소음 따위는 새어 나오지 않고 있었다. 방음이 무척 철저하기 때문이겠지.
“이쪽으로 오세요!”
소녀의 안내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손님 세 명이 쓰기엔 턱없이 넓었다.
루카스와 페르안, 그리고 닉스까지 우선 테이블에 착석했다. 따라 들어온 소녀는 두 손으로 공손히 메뉴판을 내밀었고, 루카스는 그걸 펼쳐 대강 훑어보았다.
[애쉬의 사랑보다 화끈한 ★ 갈릭 핫 스테이크]
[제이미의 목소리만큼 달콤한 ♥ 벌꿀 빵]
[루나의 얼어붙은 마음마저 녹일 → 카룰 마운틴 차]
“…….”
침음이 새어 나올 뻔한 걸 억지로 참는다.
메뉴의 이름은 둘째 치고, 가격도 정신이 나갔다. 폭리라고 해도 될 만큼 불합리하다.
슬쩍 옆에 있는 소녀를 바라보자,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주인님들 모두에게 저희가 만든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요!”
“…….”
‘1인당 1메뉴입니다, 손님.’
그런 목소리가 겹쳐 들려오는 듯했다.
…일단 하선한 이후 아무것도 못 먹었기 때문에 허기가 지긴 했다.
루카스는 꼬치구이를 하나 시켰다. 페르안은 스테이크와 와인 한 잔.
그리고 메뉴판을 보며 고개를 갸웃갸웃하던 닉스는.
“뭐가 맛있는데?”
“전부 맛있답니다!”
“그럼 다 줘.”
“와아! 사랑해요! 주인님!”
“…….”
루카스가 저래도 되냐는 얼굴로 페르안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계산은 그의 몫일 테니까. 페르안은 딱히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금방 만들어 올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목소리 끝에 하트가 붙어 있는 듯, 달콤한 목소리다.
소녀들은 특유의 미소를 지은 다음,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나섰다.
페르안은 냉수로 살짝 목을 축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비스가 평범한 음식점보다 훨씬 투철한 편이네. 음식 가격이 비싼 이유를 알겠어.”
“…….”
루카스는 페르안이 이 가게에 방문한 이유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미소 짓는 얼굴로 손님을 접대하는 미소녀들, 그녀들 모두가 외모 관리에 목숨 거는 귀족 영애들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흠잡을 데 없는 이목구비는,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무엇보다 그녀들이 입고 있는 하녀복…….
루카스는 이런 악질적인 취미를 갖고 있는 남자를 알고 있었다.
헥터.
레드 드래곤이자, 데미갓의 포로였던 존재. 거기에 아나스타샤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남자이기도 하다.
아나스타샤를 만들 때, 루카스는 골렘 제조에 일가견이 있는 자들 중에서도 최고의 전문가들을 찾아내서 한데 모았다.
그중에서도 헥터는 특히 핵심적인 인물이었다. 적어도 ‘골렘 제조’란 분야에선 과거의 슈하이저를 넘어서는 지식의 소유자였으니까.
‘확실히 헥터라면 아나스타샤의 행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설마 향락의 도시에서 이런 가게를 차린 채 은거(?)하고 있을 줄은 몰랐지만.
아니. 다시 생각해 보니 헥터에겐 더없이 어울리는 일이 아닌가.
“여기 주인을 만나야 해.”
페르안이 그리 얘기하며 다시 한 번 냉수를 들이켰다.
“종업원들에게 말해서 부르면 되지 않을까.”
“그건 힘들걸. 여기 주인은…… 좀 비밀스러운 인물이거든.”
헥터와 안면이 있는 듯한 말투다.
‘비밀스럽다라…….’
좋게 말하면 그렇고, 나쁘게 말하면 폐쇄적이다.
과거에도 헥터는 속세가 어떻게 돌아가든 딱히 관심이 없었다.
연금술의 대가이자 골렘 제조의 최고 권위자, 그 외에도 긴 세월에 걸맞은 방대한 지식의 소유자가 바로 헥터다. 조금만 머리를 굴려도 천문학적인 돈을 만질 수 있을 테니, 아마 이 가게를 차린 이유도 단순히 취미 생활의 연장선이었을 것이다.
“식사 나왔어요!”
발랄한 목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린다. 뒤이어 향긋한 냄새와 함께 음식이 줄줄이 들어왔다.
…테이블이 커서 다행이다. 조금이라도 작았으면 음식을 죄다 올려놓지도 못했을 것이다.
“…….”
닉스는 보물을 발견한 어린아이 같은 눈동자로 음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페르안은 우아한 몸짓으로 냅킨을 두른 뒤,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맛있게 드세요!”
루카스는 목소리를 낸 하녀를 올려다보았다.
흔치 않은 오렌지색 머리카락이 보인다. 도토리 같은 눈동자와 새하얀 피부. 겉보기는 생명체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아마도 이곳에 있는 하녀들은 모두 골렘일 확률이 높다.
애초에 실질적 성능보다 외적인 부분에 광적인 집착을 가진 헥터의 작품이니, 단순 육안으로 구분 짓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때 하녀가 이쪽을 바라보며 눈이 마주쳤다.
“아. 혹시 애쉬가 마음에 드셨나요?”
“…애쉬?”
“제 이름이에요, 주인님!”
“…….”
설마 했던 3인칭화.
루카스가 침묵하자, 애쉬가 옅게 미소를 머금으며 은근히 물었다.
“제가 먹여 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우린 그런 걸 하러 온 게 아니라서.”
“네? 하지만 저쪽 주인님은…….”
애쉬가 말끝을 흐리며 슬쩍 눈동자를 굴렸다. 그 시선을 따라가자, 하녀가 먹여 주는 스테이크를 여유롭게 받아먹고 있는 페르안이 보였다.
“…뭐 하는 거지?”
“음. 비싼 값을 치른 만큼 대접받아야 하지 않겠어? 여기 스테이크가 아주 일품이네.”
그리 대꾸한 뒤, 옆에 붙은 하녀를 보며 미소 짓는다.
“조금만 더 얇게 썰어 주면 기쁠 것 같은데.”
“네! 주인님!”
하녀는 기쁜 얼굴로 대답하며 스테이크를 내밀었고, 페르안은 다시 한 번 받아먹었다.
…분명 과거의 페르안은 이성 관계에 있어 숙맥은 아니었지만, 여성과의 교제를 그리 선호하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실제로 집안에서 정해 준 약혼에 관해서도 거부감을 갖고 있었고. 10년의 세월이 길긴 길었나 보다.
닉스는 처음엔 경계하는 듯하다 하녀가 내민 고기를 마지못한 기색으로 먹더니, 이후로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어미 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것처럼 군말 없이 입을 열었던 것이다.
여전히 얼굴에선 감정이 엿보이지 않았지만, 눈동자는 조금 반짝이는 것 같기도 하다.
루카스는 페르안의 여유로운 태도가 선뜻 이해 가지 않았으나, 이윽고 그가 가진 성향에 대해 깨달았다.
아마 페르안은 비록 더디더라도 착실하게 일을 진행시키는 타입인 것 같다. 스노우의 중상에 누구보다 흔들리고 있는 주제에 여유롭게 스테이크를 받아먹을 수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루카스의 성향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었다.
때로는 무리를 해서라도 일을 진행시켜야 할 때가 있다.
“이 음식점의 주인을 만나고 싶은데.”
루카스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으나, 애쉬는 여전히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죄송해요. 마스터는 지금 외출 중이세요.”
“언제 돌아오지?”
“확답을 드리기 곤란하네요. 워낙 바람 같은 분이라……. 아. 그래도 혹시 주인님이 찾아오셨을 때 마스터가 계신다면, 애쉬가 바로 말씀드릴게요!”
“…….”
언뜻 듣기엔 이상할 게 없는 대답이지만, 루카스는 이게 ‘무기한 보류’에 가까운 대꾸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1년 내도록 이 가게를 방문하더라도 애쉬가 말한 ‘마스터’와는 만날 수 없겠지.
‘…우선은.’
이 하녀들의 본색부터 끌어내야 한다.
“재밌는 거짓말이군. 헥터가 너희를 두고 어디 멀리 떠날 리가 없잖아.”
“…….”
뚝.
소녀들의 움직임이 동시에 멈췄다.
미소 지은 얼굴이 안개처럼 자취를 감추고, 인형 같은 무표정이 나타났다.
페르안은 약간 당황한 얼굴로 루카스를 바라보았고, 닉스는 막 빵을 받아먹으려고 입을 벌렸다 애꿎은 공기만 한 움큼 삼킨 다음 닫았다.
“…당신은 누굽니까?”
애쉬의 말투가 딱딱하게 바뀌었다.
루카스가 대답하기 직전, 페르안이 선수를 치듯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는 헥터 님의 지인입니다. 그분의 도움이 꼭 필요해서 이 자리에 왔어요.”
“마스터는 속세의 사정엔 관심이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과 아예 무관계한 일이 아닙니다. 잠시라도 좋으니 대면하게 해 주십시오.”
“제가 들어줄 수 없는 부탁입니다. 그분은 누구와의 만남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일엔 예외란 게 존재합니다. 전 헥터 님에게 있어선 지금이 그 순간이라고 확신합니다.”
“…….”
제시는 잠시 침묵하더니 단호하게 대꾸했다.
“그걸 판단하는 건 우리가 아닙니다.”
페르안의 얼굴에 난감함이 어렸다.
마치 철벽같은 완고함. …이렇게 나올 것을 알고 있었다. 이 하녀들이 얼마나 고지식한지 알고 있으니까.
또한 이해하고 있다.
그녀들에게 있어 진정한 주인, 헥터의 명령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그래서 손님을 연기하며 빈틈을 찾으려 했는데.’
“우리는 아나스타샤를 찾아야 해.”
루카스의 말에 애쉬의 얼굴에 동요가 피어났다.
“…그 이름을, 어떻게.”
그때였다.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엄청난 기세로 누가 걸어오고 있다. 그 기세를 깨닫고 루카스와 페르안은 몸을 긴장시켰다. 닉스 역시 깨달은 것 같지만, 딱히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진 않았는지 여전히 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파앙!
직후 세차게 문이 열리며, 그곳에 붉은 머리카락의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헥터.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모습은 마지막에 보았을 때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전보다 조금 야윈 것 같기는 하다.
그 외에 시선을 끄는 건, 역시 눈동자였다.
헥터는 핏발 선 눈동자로 루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여기서 우리 아나의 이름이 들린 것 같은데요?”
“마, 마스터…….”
하녀들이 놀란 얼굴로 헥터를 바라보았다. 좌중을 훑어보던 그의 눈동자가 페르안과 마주쳤다.
“당신은… 페르안?”
설마 이런 식으로 헥터와 대면하게 될 줄이야.
페르안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루카스를 한 번 바라본 다음,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헥터 님.”
* * *
헥터는 우선 테이블에 착석했다.
까끌까끌한 수염, 기름진 머리카락, 눈 밑의 음영까지. 전체적으로 초췌한 몰골이다. 밤샘 작업이라도 하고 온 걸까.
“드시지요, 마스터.”
애쉬가 공손한 태도로 찻잔을 내밀었고, 헥터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받았다.
“고맙구나, 애쉬.”
“…….”
저 헤벌쭉한 얼굴을 보니 근본적인 부분은 여전한 듯하다.
헥터는 홍차를 후룩 한 모금 마신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요, 페르안. 5년 만인가요?”
“7년입니다. 그간 무탈하셨습니까?”
“저야 항상 무탈하지요. 안전한 곳에 틀어박힌 채 있는데 별일이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사업에 집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수완이 대단하다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었지만, 이번엔 특히 더 감탄했습니다. 이곳과 같은 프렌차이즈를 제국 수도에서도 보았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반응이 뜨겁다더군요.”
그 말에 헥터 입가의 미소가 짙어졌다.
“하하. 저는 그저 언젠가 맞이하게 될 변혁의 바람이 불 시기를 조금 앞당겼을 뿐입니다. 무릇 모든 지성체는 숙명적으로 메이드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뇌 구조를 갖고 있어요.”
“…그, 렇군요.”
페르안이 약간 금이 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이곳에 왔습니까? 페르안, 당신은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요. 거기에.”
헥터는 그리 말하며, 시선을 루카스에게 보냈다.
“당신이었지요? 우리 아나의 이름을 입에 담은 건.”
“그렇습니다.”
“흠… 처음 보는 얼굴이군요. 실례지만 성함이?”
“루카스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전 헥터라고 합니다.”
“…….”
헥터 또한 자신을 기억하진 못하는 듯했다.
루카스는 그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젠 그럭저럭 적응이 됐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미 위안을 받았기 때문일까.
비록 한 명은 의식 저편에 잠긴 상태고, 다른 한 명은 불완전한 형태로 기억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헥터 님, 우리는 아나스타샤가 가진 지식이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자세히 설명해 보세요.”
페르안은 천천히,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짤막한 설명을 시작했다.
디아블로가 본격적으로 마각을 드러냈다는 것.
그 첫 번째 희생양으로 스노우가 지목되었고, 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것.
“…….”
헥터는 딱히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흘려듣는 것도 아니었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며, 때때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옅은 감탄사를 내뱉을 뿐이었다.
이윽고 얘기가 마무리될 때쯤 중얼거렸다.
“그렇군요. 그래서 우리 아나가 가진 대현자로서의 지식이 필요해졌다…….”
“그렇습니다.”
“…한데 묘하군요. 스노우라면 이미 몇 년 전에 제키드를 압도하고 ‘검의 주인’의 이명까지 계승했지 않습니까? 아무리 디아블로라도 그녀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데요.”
“동의합니다. 아마도, 그에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비장의 수가 있겠지요.”
“…….”
헥터가 고민에 잠긴 얼굴이 되자, 페르안이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물론 현시점에서 헥터 님이 아나스타샤와 함께 있지 않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그러자 헥터의 표정이 당장이라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애절하게 바뀌었다.
“그 아이는 지금 반항기입니다. 금방 돌아올 거라 생각했는데……. 후. 가슴 아픈 일이죠.”
“…….”
“…아무튼. 당신네의 사정은 이해했습니다. 이것 참. 요즘 들어 대륙이 떠들썩하다 싶었는데, 디아블로 그자 때문이었나.”
요란한 듯 말했지만, 목소리엔 경각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대륙 반대쪽에서 일어난 전쟁 얘기를 하는 것처럼 무덤덤하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헥터는 예전부터 그래 왔다.
심지어 데미갓에게 목숨을 저당 잡힌 채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을 때도 비관적인 기색을 비추지 않았다. 그야말로 낙관적이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였지만… 지금 태도엔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당신 말대로 아나스타샤는 여기 없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나를 찾아왔다는 건, 내게 그 아이에게로 이어지는 단서를 얻기 위해서겠죠?”
“예. 혹 무언가 짚이는 건 없습니까?”
“있어요.”
“그렇군요. 역시 헥터 님도 모르시는─”
한숨을 푹 내쉬던 페르안은 순간적으로 말을 멈추고, 넋이 나간 얼굴로 되물었다.
“…네?”
“짚이는 거 있다고요. 좀 더 확실히 말하면 지금 아나가 어디 있는지도 알고 있어요.”
“그, 그게 정말입니까?”
“당연하지요. 전 우리 아나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답니다.”
헥터가 으스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이스파니아 산맥이요.”
“……!!”
확 커진 루카스와 페르안의 눈동자가 닉스에게 향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때 닉스는 테이블의 음식을 모두 해치우고, 페르안의 스테이크에게까지 마수를 뻗치려던 순간이었다.
그녀의 손끝이 허공에서 멈췄다.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된 것을 느낀 것이다.
그것도 잠시, 곧 뻔뻔한 얼굴로 페르안의 접시를 휙 가져가더니.
“…냠.”
손바닥만 한 고깃덩이를 요령도 좋게 한입에 삼켰다.
그런 다음 페르안을 향해 소심한 태도로 말했다.
“어차피 안 먹고 있었잖아.”
“…….”
“…….”
닉스가 일련의 대화를 귓등으로도 듣고 있지 않았다는 게 밝혀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