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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년 만에 귀환한 대마도사 외전-135화 (356/857)

외전 135화

아람의 눈이 크게 떠졌다.

불현듯 투기장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가 변하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팔방진기멸진이 깨지려 하고 있다?’

와장창!

요란한 소리를 내며, 투기장 전체를 감싸고 있던 보이지 않는 막이 산산이 부서졌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멸진의 지속 시간은 아직까지 넉넉할 터였다.

그러나 아람의 눈동자에선 이채가 번뜩였다.

멸진이 깨졌다면 그도 다시 술법을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그 증거로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바싹 메말라 있던 투기장 전역에, 막대한 기氣가 폭포수처럼 들어오고 있었다.

아직 조금 부족하지만, 이 정도 기만으로 쓸 수 있는 술법도 많다.

팟!

빠르게 술식을 맺었다.

조금이라도 저 괴물, 리 하오를 멈출 만한 술법을 사용해야 된다.

“…어?”

그런데 발동이 되지 않았다.

너무 당황한 건가?

아람은 조급한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한 번 술식을 맺었다.

이번엔 훨씬 정확하고 확실히.

“…….”

그래도, 발동되지 않았다.

아람의 표정에 강한 불신의 빛이 어렸다.

“이, 이건…….”

뭐지?

대기에는 확실히 기가 존재하고 있다.

존재하고 있는데… 그의 통제를 듣지 않았다.

술법을 배우고 나서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제법 여유롭군.”

그때 지척까지 다가온 사신死神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종학이다.

그는 피에 흠뻑 젖은 얼굴로, 아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고작 시선만 마주쳤는데 딸꾹질이 나올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투사가, 투기장에서 한눈을 팔면 쓰나.”

“으, 으으…….”

이종학의 손에 들린 칼이 번쩍였고,

뒤이어 투기장에 또 하나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 * *

더없는 충만감이 느껴졌다.

바닥을 드러냈던 마나가 한계까지 차오르고, 그걸로도 부족해 피부를 통해 방출되었다.

콰가가—!

방출된 마나는 하늘 높이 치솟아, 투기장을 둘러싸고 있던 팔방진기멸진을 완전히 박살 냈다.

마치 빛으로 만든 유리 조각이 떨어지는 것 같다.

루카스는 그 중간에 서서 흘러넘치는 마나를 서서히 가라앉혔다.

스으으—

그 모습을 가만히 방관하던 캉키가 천천히 입을 뗐다.

“…고룡 심장 정제법. 많은 용인들이 반신반의하고 있는 소문이지. 나 또한 정제사들에 대한 진면목을 깨달은 건 비교적 최근인데, 네놈은 확신을 갖고 있었던 듯하군. 고룡의 심장으로 둘도 없는 비약을 빚을 수 있단 사실을 말이야.”

“…….”

“말해라. 누구한테 들었지?”

“나라면 그딴 시시한 질문은 입에 담지 않았을 거다, 캉키.”

“뭐라고?”

루카스의 무심한 시선이 캉키의 전신을 훑어보았다.

그의 눈동자엔 방금과는 전혀 다른 통찰력이 깃들어 있었다.

“이제는 알겠군, 캉키. 그 기갑이란 것에 대해서.”

“흥.”

캉키가 코웃음을 쳤다.

“웃기는군……. [카메슈의 신념]은 천상계 첨단공학의 집대성이다. 바빌론의 불망치. 그녀의 손만 빌린 게 아니다. 네가 보았던 지하실의 인재들, 투쟁의 섬만이 아니라 천상계 전역에서 어렵게 확보한 천재들이 대부분이란 말이다.”

“…….”

“알아듣겠나? 그만큼이나 뛰어난 인재들이 머리를 맞대며 의견을 내고, 조합하고, 수백, 수천 번의 수정을 반복한 뒤, 최종적으로 불망치가 마무리한 게 이 기갑이란 말이다.”

그의 눈동자에 더없이 싸늘한 냉기가 휘몰아쳤다.

“그런데 네까짓 놈이 언뜻 훑어본 것만으로 이 무구의 진면목에 대해 알 수나 있겠나?”

그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각 분야를 석권한 인재들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몇 년의 시간을 투자하여 만들어 낸 게 저 [카메슈의 신념]이다.

아무리 루카스라도 언뜻 본 것만으로 세부 구조에 대해 전부 파악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가 말하고 싶은 건 전혀 다른 것이었다.

“천상계는 축복받은 땅이다.”

“뭐?”

“나는 이곳만큼 자연의 기… 마나가 풍부한 곳을 보지 못했다.”

“무슨 개소리냐?”

“그 무식한 기갑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환경적 요인이란 뜻이다.”

캉키는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이었다.

딱히 이해시킬 필요는 없었다.

카메슈의 신념이라고 했나.

저 기갑은, 루카스 고향 우주의 단위로 말하자면 최소 10만 ME는 확보해 놔야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

브레스를 쏜다거나 순간 방어력을 급증시키는, 부가적인 능력까지 고려하면 최소 몇 배는 더 필요할 테고.

그러나 카메슈의 신념엔 동력원이 없다. 이를테면 말이 없는 마차가 자기 멋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곳이 천상계만 아니었다면.

“네가 납치한 천재들 중에선 술법가도 있었겠지. 비늘 위에 새겨진 문신은 그들이 새긴 술식이겠고. 아마 대기 중의 기를 끌어모으는 역할을 맡고 있겠지.”

“…….”

캉키는 순간적으로 침음을 눌러 참았다. 그의 비늘 위엔 문신 같은 게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쉽게 발견할 수 없도록 위장색을 칠해 뒀으니까.

그러나 루카스는 언뜻 보는 것만으로 문신의 존재를 깨달았다.

‘용암 공격 때문에 겉면이 녹아내렸을 때 포착한 건가?’

그렇다고 해도 일순보다 짧은 시간이었을 텐데.

점점 알 수 없는 초조감을 느끼는 캉키와 달리, 루카스는 평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 끌어모은 마나는 체내에 있는 저장소에 저장하는 게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멸진의 영향에도 개의치 않고 움직일 수 있었겠지.”

즉 마법사의 마나룸과 같은 역할을 하는 저장소가, 저 기갑의 체내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캉키가 눈썹을 찌푸렸다.

“그래. 분석력 하나는 제법이군. 인정하지. 그런데 그게 어떻다는 거지? 네놈이 말한 게 이 기갑의 약점이라도 되나?”

약점.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겠지.

카메슈의 신념에게 그딴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2라운드를 시작하자고 말했지 않았나? 그건 입씨름을 말하는 거였나? 그것도 아니면 시간을 끌고 있는 거냐?”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다, 캉키. 이미 승부는 가려졌어. 네 패배다.”

“하하하.”

저 헛소리엔 캉키도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개소리도 듣다 보니 재밌군. 끝내 오지 않겠다면, 내가 가는 수밖에.”

아까 전보다 출력을 더욱 높인다.

저놈 또한 고룡의 심장으로 한층 강해진 것 같으니, 이쪽도 더 이상 힘을 숨길 여유는 없었다.

그러나 캉키는 방금 전처럼,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움직이지 못했다.

쿠웅!

“……!?”

그러기는커녕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그 자리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무슨!?”

철컥! 철컥!

급히 기갑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먹통이라도 된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다.

캉키의 표정에 당혹감이 어렸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

루카스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7성 마법사와 8성 마법사를 구분 짓는 가장 커다란 증거.

8성의 마법사는, 자신의 내부에 자리 잡은 마나룸을 외부에 구현화시킬 수 있다.

그로 인해 해당 지역의 마나를 마음껏 조종할 수 있는 절대적인 통제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8성 마법사 하나는, 이론상 수십 명 이상의 아크메이지의 힘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

흥미로운 일이었다.

기갑의 내부 구조는 마법사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8성의 경지를 되찾은 순간 알게 된 사실이다.

이후엔 일사천리다.

마법사를 무력화시키는 것처럼, 캉키의 기갑을 무력화시킨 거다.

휘오오—

그때쯤, 루카스의 손엔 푸르스름한 에너지가 뭉쳐 구球 형태를 이루어 냈다.

그의 마나도 아니고, 내부에 있는 마나도 아니다.

“기갑 내부에 저장된 마나를 모두 가져왔다.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는데.”

“그, 그딴 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딴 게’ 가능한 게 마법사지.”

루카스가 무감정한 목소리로 대꾸하며 손을 휘저었다.

그그극—

그러자 캉키의 신체가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거세게 떨렸다.

“그, 그만, 둬라. 무엇, 을, 하려는, 거, 냐.”

“수고를 덜어주려는 거지. 언제까지 거북이처럼 껍질 안에 처박혀 있을 거냐? 기갑 안에 있는 진짜 낯짝을 보여라. 대화라는 건 서로 얼굴을 맞댄 채 나눠야 되는 거니까.”

“으, 으아, 아, 아— 그, 만, 둬.”

캉키의 목소리가 뚝뚝 끊어진다.

마치 고장 난 라디오처럼. 그럼에도 루카스는 멈추지 않았다.

우드득!

이윽고 캉키의 등이 완전히 갈라졌다.

* * *

“…리루아의 대영주인 캉키는.”

루카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단련을 소홀히 하지 않는 무투파다.”

“어, 으어, 어어…….”

“그런 말을 들었지만.”

차가운 시선으로 밑을 내려다본다.

삐쩍 마른 노인이었다.

게슴츠레 뜬 눈동자와 툭 치면 바스러질 것 같은 빈약한 몸뚱이.

비늘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전신에 새겨진 상처들은 좀먹은 벌레처럼 보였다.

이 추하게 늙은 노인이야말로 캉키의 본체였다.

“말 그대로 헛소문이었군.”

“내, 내 기갑… 내 기갑을, 감히이이…….”

“거울이 있다면 지금 네 꼴을 보여 주고 싶을 정도다.”

허우적대던 캉키가 크게 움찔하더니, 미친 사람처럼 외쳤다.

“나, 나를 보지 마라!”

이빨이 얼마 남지 않아 잔뜩 새는 목소리로 외치며, 캉키가 허우적댔다.

루카스에겐,

그런 캉키의 모습이 어떤 토사물보다 역겹게 다가왔다.

“목숨을 바쳐 싸우던 투사들을 비웃더니, 지금 네 꼴은 어떻지? 이게 정말 챔피언십에 진출했던 대영주 캉키의 본모습이란 말이냐?”

“아으, 아아아.”

“그리 덕지덕지 연명해 가는 목숨에 무슨 가치가 있다는 거냐?”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냐—! 네놈은 아무것도 모른다!”

캉키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유, 육체의 단련으로는 한계가 있다… 요, 용신의 섬의 괴물들……!”

“…….”

“그 섬에 사는 괴물들은, 그 어떤 투사도 이길 수 없다! 그랜드 챔피언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기갑機甲이라면, [카메슈의 신념]이라면, 그 괴물과 맞설 수 있는 경지까지 나를 이끌어 주었을 터……!”

“그건 기갑과, 기갑을 만든 이들의 힘이지. 네가 직접 쌓은 게 아니야.”

이 남자가 대장장이나 기술자, 혹은 연금술사 따위의 직종이었다면.

루카스는 캉키에게 이토록 짙은 혐오감을 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캉키는 한때 투사였다. 그것도 그랜드 챔피언을 목표로 투쟁을 거듭했던 투사.

그러니 뼈에 사무치도록 알고 있을 것이다.

투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이 어떤 것이고,

그들을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모독했다.

여태 걸어온 길에서 벗어나, 쌓아 온 업적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우직하게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이들을 비웃었다.

죽임당할 이유로는 충분하다.

저벅.

캉키를 향해 걸어갔다.

투기장에서 열리는 싸움 대부분이 ‘경기’의 형태를 띠고 있다. 목숨을 건 시합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꼭 한쪽의 죽음으로 승부가 끝맺어지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지금 투기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싸움은 그런 물렁한 경기가 아니다.

한쪽은 반드시 목숨이 끊어져야 결단이 나는 것이다.

“하악, 하악……!”

캉키도 그 사실을 깨달았다.

호흡하는 게 힘들다.

기갑의 생명유지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폐에 유리 조각이 박힌 것처럼, 숨을 들이켜는 게 괴롭다.

그럼에도 무언가 말해야 됐다.

이대로라면 정말 죽게 된다.

“나, 나를 이곳에서 죽이면……! 어떤 후폭풍이 일어날지 알고 있는 거냐?”

“…….”

루카스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캉키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모든 대도시가 내 조작을 방관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나? 그들이 내가 벌인 일들을, 모두 암묵적으로는 인정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나, 나를 죽인다는 건!”

쿨럭. 쿨럭.

캉키가 피를 한 움큼 뱉어내며 외쳤다.

“대도시 전부와 적대한다는 걸 의미한단 말이다!”

“…….”

루카스는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말했다.

“이슈타는 리 하오를 내게 빌려줬다. 약간의 설득이 필요하긴 했지만, 너를 죽이는 데 딱히 거부감은 없어 보이더군. 그런데도 대도시들이 너를 위한 복수를 할 거라 생각하나?”

그러자 캉키의 얼굴에 한 가닥 희망이 생겼다.

발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최소한 대화를 할 여건은 만들어진 셈이다. 아직까지 상황은 좋지 않지만, 바로 방금 전보단 훨씬 낫다.

“이슈타와는 경우가 다르지! 그 여자는 탐욕적이야! 분명 이번에 도움을 준 걸 빌미로, 네게 더 큰 걸 뜯어내려 할 거다! 그리고 다른 대영주들은, 무엇보다 대영주의 이름값을 중요하게 여기지!”

“이름값?”

“그렇다! 자신과 같은 위치에 있는 대영주가, 어디서 굴러먹다 온지도 모르는 외부인한테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들의 위신은 땅에 떨어진다! 나뿐만이 아니라, 나머지 일곱 대영주 모두의 명성이 걸레짝이 되는 거다!”

궤변인 듯하지만,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기도 했다.

사실 루카스가 캉키를 적으로 가정했을 때, 가장 크게 우려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캉키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이제야 이해가 가나? 나를 죽이는 건, 네놈에게 있어서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캉키.”

루카스가 조용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대영주들이 자신들의 위신보다 더 신경 쓰는 게 있더군.”

캉키는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뭐지?”

“실리.”

“뭐?”

“애초에 대영주들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고, 네놈의 평판은 그중에서도 최악이었다. 다른 대도시와 달리, 수십 년 만에 폭발적인 성장을 했으니 당연하지.”

튀어나온 못이란 어디서든 눈총을 받게 마련이다.

캉키의 경우는 그게 더 심했다.

그가 말한 대로, 대영주들은 캉키가 비겁한 수단으로 도시를 번성시켰음을 알고 있다.

“대영주 다섯 명을 설득했다. 나머지 둘도 동의는 하지 않았지만, 딱히 반발할 생각은 없는 듯하더군.”

“뭐, 라고……? 어, 어떻게…….”

그 순간 캉키의 머릿속에 벼락이 쳤다.

루카스는, 이 도시에서 너무 오랫동안 자취를 감췄었다.

고작해야 지하실의 존재를 깨닫고, 고룡의 정제를 맡기고, 바빌론으로 가서 리 하오를 데리고 오는 것쯤, 1주일 내로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루카스는 거의 몇 주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5명의 대영주를 만나고 왔다. 그리고 고룡의 사체를 무상으로 건네주었던 빚을 없던 걸로 했지.”

“그……!!”

캉키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이, 이럴 걸 알고, 그들에게 고룡의 사체를 그냥 준 거였나?”

“그럴 리가. 다만 리루아의 어둠을 몰아내려면, 다른 권력자와도 끈이 있어야 될 거라 판단했을 뿐이다.”

그리고 끈보다 더 굵고 단단한 것이 ‘빚’이었다.

루카스는 의도적으로 그들에게 빚을 지게 만들었다. 부하 수백 명이 지켜보고 있었으니 없던 일로 하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루카스는 자신의 계획을 반대할 대영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최소한 한두 명 정도는.

그러나 캉키와 대영주들 간의 관계는 그의 생각보다 훨씬 얇고 부실했다.

“마, 말도 안 돼…….”

캉키가 불신 어린 눈으로 루카스를 바라보다가, 뒤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아, 아으아.”

“그럼 마련해 둔 쥐구멍은 방금 게 마지막인가? 아니길 바라지. 더 이상 남은 수단이 없다면.”

화륵.

루카스의 손에서 불길이 피어올랐다.

“오늘 밤 너와 리루아 투기장, 둘 모두 잿더미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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