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34화
소란은 투기장 왼쪽 입구부터 일어났다.
콰앙!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투사 다섯 명이 동시에 하늘로 날랐다. 까뒤집혀진 눈을 보니 이미 기절한 게 분명해 보였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투사 다섯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다니?
“대, 대체?”
아람이 당황한 눈으로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놈은 외부인이고 천상계에 모습을 드러내고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토록 짧은 시간 만에, 이만한 저력을 발휘할 만한 누군가와 인연을 맺었다는 건가?
‘이놈도 제정신은 아니다!’
루카스에게 동조한 놈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편에 서서 투사들을 공격한다는 건 대영주인 캉키, 나아가 대도시 리루아와 완전히 척을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정신이 박힌 놈이라면 대도시와 적대한다는 게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을 텐데?
“큭!”
아람이 투사들을 헤치고 나아가, 루카스가 말한 ‘지원군’을 보았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말문이 멎었다.
“저놈은…….”
아는 얼굴이었다.
안면이 있다는 게 아닌, 상대가 그 정도로 유명하다는 뜻이다.
다듬지 않은 새까만 머리카락이 치렁거린다.
흑발.
용인들에게 무척이나 드문 머리색이다. 뿐만 아니라 남자의 이목구비는 일반적인 용인들과 차이가 있었다.
이유는 하나다.
아람이 알기로 그는 외부인이었으니까.
“투기장의 선풍…….”
알고 있다.
모를 리가 있겠는가?
그는 바빌론 소속의 투사로, 곧 열릴 챔피언십으로의 진출이 거의 확실시되는 강자 중 하나였다.
캉키의 시선 또한 돌연 투기장에 난입해 투사들을 검 하나로 쓸고 있는 남자, 이종학에게로 향했다.
“이슈타의 개인가? 그녀의 소유욕은 광적인 수준인데… 어떻게 끌어들인 거지?”
“글쎄.”
그는 무심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 네놈이 더미를 만들어 놓은 이유가 이거였나? 내 감시망을 피해 바빌론으로 넘어간 뒤, 리 하오를 설득하기 위해서?”
“…….”
“그렇단 건 리 하오가 네놈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라는 거군.”
비장의 카드라.
그렇다기보단 보험이란 말이 더 적절하겠지만.
루카스는 딱히 반박하지 않고 침묵했다.
그러는 순간에도 캉키는 추측을 이어 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리 하오도 외부인이었지. 그리고 네놈도 외부인……. 과연. 천상계 바깥에서 안면이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저놈이 네놈을 도와주러 손을 내민 것도 이해는 가. 그렇다면.”
계산을 마친 캉키의 입가가 차갑게 비틀렸다.
“고맙군, 루카스. 이건 내게 전혀 나쁠 게 없는 상황이다……. 바빌론 소속의 리 하오가 리루아 투기장에서 난장판을 친 걸로, 이슈타에게 이득을 뜯어낼 수 있을 테니까.”
투기장의 선풍은 이슈타가 특히나 아끼는 투사 중 하나였다.
죽이지 않고 사로잡은 다음, 온전히 품에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대가를 바란다면, 이슈타는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네놈이 팔아치운 고룡의 사체를 요구하면 어떨까? 오늘 생긴 손해를 어느 정도는 메꿀 수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
“망상이 심하군. 네 부하들로 그를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하하! 고작해야 바빌론 투기장 랭킹 3위의 남자, 반면 내 부하는 오십이 넘고, 그중엔 챔피언인 사마쉬까지 포함되어 있지.”
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과대망상을 하고 있는 게 어느 쪽일까?”
“너는 모른다.”
“뭐?”
이종학이 어떤 남자인지.
루카스는 뒷말을 삼켰다.
지금 투기장을 무대로 칼을 휘두르고 있는 남자는, 천재다.
악마란 존재와 맞서 싸우며, 오직 그들을 전문적으로 사냥하기 위한 검술을 홀로 만들 정도의 천재.
멸악신검滅惡神劍.
이종학은 젊은 나이에 하나의 검술을 만들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반쪽이긴 해도, 충분히 종사宗師의 경지에 접어들었단 걸 의미했다.
게다가 멸악신검은 수십 개의 검술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형形도, 식式도, 근원점도 완전히 다른 검술을 하나로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무無에서 검술을 창조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일이다.
루카스의 예상이 맞다면 이종학은.
용인 투사들을 상대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검술 또한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그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잡담은 집어치우고 슬슬 시작하지. 이래 봬도 그랜드 챔피언을 노리고 있는 몸이라서, 고작 4강에서 탈락한 네놈 정도는 쉽게 이길 수 있어야 되지 않겠나?”
“…그랜드 챔피언. 몇몇 주제도 모르는 외부인들은 그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지.”
캉키의 눈동자가 가라앉았다.
“그리 원한다면 보여 주겠다. 내가 쌓은 힘을.”
* * *
용사냥꾼 루카스.
놈이 술법가가 아닌, 무언가 다른 존재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다.
굳이 아람에게 보고를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가 사용한 팔방진기멸진은 지금 이 순간에도 활성화된 상태다. 그런데도 놈은 술법 같은 이능의 힘을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즉, 루카스가 사용한 건 술법이 아닌 무언가다.
‘…그게 어떤 수작이든.’
상관하지 않고, 개의치도 않는다.
캉키가 서서히 투기를 끌어올렸다.
그건 무인들이 싸움에 임하기 전, 최고의 컨디션을 이끌어내기 위해 마음을 가라앉히는 과정과 비슷했다.
다만 투사의 경우엔 마음을 가라앉히기보다 오히려 흥분을 고조시켜야 됐다.
갈증과 허덕임.
그리고 상대에 대한 적개심.
이 모든 게 맞물려, 의도적인 흥분 상태를 조성한다.
쿠, 구, 구—!
그렇게 끌어내진 투기는, 그 자체만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무형의 기세가 된다.
캉키 주위의 풍경이 어그러졌다. 그의 육체에서 투기와 함께 뜨거운 열기 또한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파앙!
지면이 들썩인 순간,
캉키의 거체는 투기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모습을 드러낸 곳은 루카스의 후방이었다.
꾸우욱!
폭발적인 힘이 실린 주먹이 뻗어진다.
아까 펼쳤던 보이지 않는 막으로 방어하더라도 상관없다. 그의 주먹엔 방어막 몇 겹을 쌓든, 모조리 박살 내기 충분한 힘이 실려 있었으니까.
쐐액!
그걸 알고 있기 때문일까.
루카스가 간발의 차로 그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그 회피 방법이 의문이었다. 캉키의 동체 시력으로도 루카스의 움직임을 잡아내지 못했다.
‘움직여서 피한 게 아니라, 사라진 건가?’
이 또한 놈이 가진 능력 중 하나겠군.
확실히 술법가 이상으로 개수작에 능하다.
당황하지 않는다.
캉키의 부동심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시뻘건 눈동자가 사방을 훑었다.
그리고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루카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우웅—
루카스가 쥐고 있는, 기묘한 형태의 봉이 눈에 띈다.
봉… 아니 지팡이인가?
본 적 없는 형태다.
끝단엔 검붉은 보석이 매달려 있었는데, 마치 용암을 담은 것처럼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팟!
그와 동시에 루카스의 후방에 수십 개의 마법이 돌연 나타났다.
캉키가 움직임을 멈춘 채 눈가를 좁혔다.
‘불, 얼음, 전기, 바위, 바람…….’
그밖에 파악 안 되는 공격이 대다수.
단순히 물량 공세인가?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가?
“재밌군!”
캉키가 포효를 터뜨렸다.
“어디 한번 공격해 봐라!”
루카스의 손가락이 캉키를 가리켰다.
콰가가각!
그리고 수십 개의 마법이 캉키에게 쏘아져 나갔다.
캉키는 피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벌렸다.
쩌억—
캉키의 목구멍에서, 무언가 번쩍이는 게 서서히 차올랐다.
비슷한 동작을, 루카스는 본 적이 있었다.
‘…설마.’
콰아아!
굉음과 함께 캉키의 목구멍에서 브레스가 쏘아져 나갔다.
이 순간만큼은 루카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아룡이나 고룡도 아닌, 한낱 용인이 브레스를 쏴 댈 줄은 몰랐으니까.
콰가가각—!
게다가 압도적인 위력이다.
비록 자질구레한 마법이 대부분이었으나, 만만치 않은 위력을 품은 마력 수십 개가 일순간에 사라졌다.
그럼에도 위력이 전혀 줄어들지 않은 채 루카스까지 덮쳐 왔다.
블링크로 피하기엔 범위가 너무 넓다.
배리어로 막을 만한 위력도 아니다.
‘상쇄하는 수밖에.’
루카스는 판단을 마치고 마나를 끌어올렸다.
우웅—
그에 따라 오른손에 쥐어진 새까만 스태프가 거센 공명을 일으켰다.
[아득한 밤하늘의 스태프]
[별나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일품인 대장장이가 그럭저럭 정성을 기울여 만든 스태프다. 돌연변이 아룡의 꼬리를 메인 재료로 사용했으며, 끝단엔 심장을 가공하여 만든 인공 보석이 박혀 있다.
대자연의 기를 흡수하여 효율적으로 변환시킬 수 있으나 평범한 사람은 터득할 수 없는 사용법인 듯하다.
스태프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무척이나 단단하여 마구 휘둘러도 쉽게 망가지지 않을 것 같다.]
과연 네크두의 실력은 믿을 만했다.
그럭저럭 정성을 기울였다는 부분이 걸렸지만, 그보다 루카스의 시선을 끈 것은 역시 대자연의 기, 즉 마나를 효율적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불과 얼음의 폭풍도 원래보다 훨씬 강한 위력으로 투기장을 휩쓸 수 있었다.
‘…남은 마나는 3분의 1정도.’
이곳에 오기 전까지 계속 마나를 사용했기 때문에 잔량에 여유가 없다.
루카스는 이번 마법에 모든 마나를 욱여넣기로 했다. 웬만한 마법으로는 캉키에게 데미지를 줄 수 없을 테니까.
“라바 블래스트.”
푸화악!
허공에서 폭발한 용암이 급류를 탄 것처럼 브레스에게 쏘아져 나갔다.
순식간에 주변 온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다.
7성 마법부터는 일대의 생태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준이다. 루카스의 경우엔 한계를 넘어선 컨트롤로 어느 정도 범위를 축소시키는 게 가능했지만, 그렇다고 위력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
이 마법엔 캉키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루카스는,
캉키가 라바 블래스트를 피할 거라 생각했다.
용암의 급류는 이미 브레스 대부분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그러면서도 만족하지 않고, 탐욕스럽게 다음 희생양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캉키는 오히려 크게 한 발자국 내디뎠다.
“……!”
라바 블래스트가 기다렸다는 듯 캉키를 집어삼켰다.
정면으로 받아냈다?
루카스의 잔여 마나가 모두 담긴, 7성의 마법을?
‘어째서?’
라바 블래스트의 위력을 간과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고룡 이상으로 단단한 비늘을 가진 걸로 보이지도 않았다.
즉, 달리 믿는 구석이 있다는—
쑤욱!
“……!”
치솟는 화염 줄기 속에서 거대한 주먹이 불쑥 튀어나왔다.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했다.
주먹이 우악스럽게 루카스의 전신을 후려쳤다.
우드득!
팔, 그리고 급히 들어 올린 왼 다리가 동시에 박살 났다.
전신의 뼈가 조각조각 나는 고통은, 열사조차 비명을 내지를 정도로 끔찍했으나 루카스는 눈썹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
배리어를 겹겹이 쌓아 둬 기세를 죽이지 않았다면, 방금 전 공격으로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마법사의 싸움이란 항상 이렇다.
단 한 번의 실수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쿵!
루카스의 육체가 순식간에 투기장 중간에 처박혔다.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마가 조금 뜨끈거린다. 머리가 깨진 건가? 안구를 적시는 피를 대충 닦아내며 화염 속을 노려봤다.
“이것이, 부富의 힘이다.”
묵직한 중얼거림이 들렸다.
캉키가 라바 블래스트 속에서 성큼성큼 모습을 드러냈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비늘엔 그슬린 자국과 화상이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라바 블래스트를 직격으로 허용한 것치고는 너무나도 멀쩡한 외관이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놀란 듯했다.
“설마 이 상태의 내게 상처를 입힐 줄이야……. 그렇군. 방금 전 그 기술이 네놈의 필살기였나?”
루카스가 물었다.
“…뭘 입고 있는 거지?”
캉키가 픽 웃었다.
“[카메슈의 신념]”
치이익—
빨갛게 달아오른 비늘이 급격히 냉각되어 갔다.
철컥, 철컥.
그의 육체 내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이 방어구가 있는 한, 그 어떤 공격도 내게 닿지 않는다.”
방어구.
그러나 루카스는 엄밀히 말하면 그리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네놈은 다른 용인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거대했지. 마치 혼자 종種이 다른 것처럼.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군.”
“호오. 말해 봐라.”
“그 거대한 몸뚱이는 진짜 몸이 아닌, 인형이었어. 네 본체는 그 안에 숨어 있는 거고.”
굳이 표현하자면 루카스의 고향 우주에 존재하는 골렘과 비슷한 개념이다.
그러나 저 인형은 혼자서 움직일 수 있는 인공 생명체가 아닌 사용자가 탈착할 수 있는 기계 장치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모든 게 납득이 갔다.
다른 용인보다 몇 배는 거대한 덩치도.
방금 전에 내뱉었던 브레스까지.
“크하하하하—!”
캉키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비웃는 듯한 시선으로 루카스의 스태프를 보았다.
“그렇다……. [카메슈의 신념]은 기갑機甲이지. 제법 눈썰미가 있군. 아니면 그녀에게 들었나?”
“그녀?”
“네놈 또한 그녀의 힘을 빌려 그 지팡이를 만든 것 같지만, 상대가 나빴군. 이래 봬도 무구를 보는 안목은 갖추고 있다. 같은 ‘바빌론의 불망치’의 작품이라고 해도, 내 쪽이 장비로써 훨씬 우수한 성능을 갖고 있어.”
“…바빌론의 불망치?”
루카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저었다.
“잘못 짚었군. 내가 스태프 제작을 의뢰한 건 네크두다.”
“흠?”
루카스의 반박에, 오히려 캉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너, 그녀의 진짜 정체도 모르는 주제에 제작을 의뢰했다고?”
“무슨 소리지?”
“하하.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캉키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뭐 어찌 되든 상관없는 일이지. 잡소리는 집어치우고, 이제 네 운명을 받아들여라. 방금 전 공격이 네 최후의 일격임을 알고 있다. 더는 공격할 여력이 없을 텐데?”
“…….”
잠시간의 침묵 끝에.
루카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맞다.”
“호오.”
“방금 전에 마나를 모두 사용했고, 팔과 다리가 박살 나서 서 있는 것도 힘들군. 만약 마나에 여유가 있어도 그 기갑을 뚫기는 힘들 것 같고.”
“그렇다면…….”
“그런데 캉키, 네가 아까 말한 지하실 말인데, 사실 난 그곳에 이미 가 봤어.”
“…….”
캉키의 눈이 가라앉았다.
“많은 기술자가 있더군. 네 부하들에게 노예처럼 부려지고 있었고. 그중에는, 내가 찾던 정제사들도 있었다.”
“…그들의 존재도 알게 되었나? 점점 네놈을 살려 둘 수 없게 만드는군.”
“모두 너를 원망하고 있던데. 나는 그들에게 구출을 대가로 한 거래를 바랐지만, 딱히 그럴 필요가 없었어. 그들은 내게 전면적으로 협력해 줬고… 나는 고룡의 심장을 정제해 주길 바랐다.”
“고룡의 심장?”
“알고 있나? 정제한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곧바로 효용이 발휘되는 건 아니더라고. 커다랗고 덩어리진 에너지일수록 녹여내는 데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이른바 소화시키는 과정이라고 할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루카스의 입가가 차갑게 비틀렸다.
“그 소화 작업은 몸을 움직이거나 마나를 사용할 때 더 촉진되더군.”
“네놈…….”
캉키가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루카스의 시선은 살짝 아래로 향해 있었다.
그건 정제된 약을 복용한 이후부터 줄곧 사라지지 않았던 문자였다.
[고룡의 심장, 현재 소화율 99.8%]
[소화 작업이 모두 완료되면, 사용자의 스킬 일부분이 해금됩니다.]
그리고.
삐빅—
[현재 소화율, 100%]
[사용자의 봉인된 스킬 일부분이 해금됩니다.]
콰앙!
루카스의 전신에서 푸른색 광휘가 치솟았다.
아까와 다르다. 광휘가 치솟음과 동시에 지면이 가라앉았다. 루카스의 마나가 물질계에 확연히 간섭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마도 캉키는 모르겠지.
증기처럼 치솟고 있는 이 푸른색 잔향이 구현화된 마나라는 것을.
그리고 마나를 구현화시키는 건, 오직 8성 마법사의 권능이라는 것 또한.
[스킬, 마법(Lv.7) → 마법(Lv.8)]
루카스는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눈을 떴다.
“다시 시작해 볼까, 캉키.”
재전再戰.
아니, 이곳은 투기장이니까.
“2라운드 개시다.”